제5화 향수?

육한정은 여자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를 많이 맡아보았다. 그는 인공적인 향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무척이나 향기로웠다.

육한정은 그녀의 안전벨트를 풀어준 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향수 써요?"

향수?

하서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향수 안 뿌리는데요."

"근데 어떻게 몸에서 이렇게 향기로운 냄새가…"

육한정은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의 입술이 하서관의 입술과 닿아버렸다.

면사포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키스를 하게 되었다.

부채와도 같은 하서관의 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그녀의 첫 키스였다!

빠르게, 육한정은 뒤로 물러났다. 그의 깊은 눈동자가 면사포에 가려진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젖이 움직였다. "미안해요. 억울하면… 당신이 한 번 더 할래요?"

하서관은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당신한테는… 뺨 한 대가 더 필요한 것 같은데요."

육한정의 입꼬리가 휘어졌다. 그의 입에서 매력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서관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먼저 갈게요."

"제 이름은 육한정이에요."

하서관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그의 말에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그의 이름 따위 관심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보고싶을 뿐이었다.

오늘 하서관은 빨간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손을 흔들자 니트가 위로 올라가더니 버들가지처럼 얇은 그녀의 허리가 드러났다. 육한정은 핸들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이따 회의가 있어서요. 좀 늦을 거에요."

"괜찮은데…"

하서관이 거절하려고 입을 열자 차가 떠나버렸다.

…

위층에 있던 하소정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잘한다, 하서관. 겉으로만 착한 척 얌전한 척 하고. 어제 금방 불치병에 걸려 누워있는 남자한테 시집갔으면서, 벌써 새 남자를 꼬셨어?

하소정은 집 앞에 세워진 고급 자동차를 쳐다보았다. 좋은 차였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좋은 차는 아니었다. 근데… 번호판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번호판이었다. 친구가 그랬다. 그 번호판만 있으면 해성을 거꾸로 운전하고 다녀도 상관없다고.

하서관이 꼬신 남자한테 저런 번호판이 있을리가 없다.

자신이 뭔가를 잘못봤다 생각한 하소정은 눈을 비빈 후 다시 그곳을 쳐다보았다. 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잘못 본 게 분명하다.

하소정은 빠르게 계단을 내려왔다. 하소정은 막 집 안으로 들어오던 하서관과 마주쳤다. 그녀가 큰소리로 웃어댔다. "하서관, 너 집까지 데려다준 남자 누구야? 그렇게 외로웠어? 이제는 기생오라비도 키우나 봐? "

기생오라비? 육한정?

육한정의 잘생긴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성숙하고도 수줍은 성격 속에 강압적이고도 포악한 아우라가 흘러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생오라비랑은 매칭이 되지 않았다.

기생오라비라고 하면 육한정이 어떤 소감을 발표할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만나러 갈래." 하서관은 하소정을 그대로 에돌아 계단을 올랐다.

위층 방문. 할아버지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는 10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의사가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선포한 지 오래였다.

하씨 집안에서 엄마를 제외하면 할아버지가 하서관을 제일 아껴주는 사람이었다.

십 년 전, 그녀가 아홉 살이 되던 해에 그녀의 엄마는 병 때문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계단 입구에 누워있었고 할아버지는 계단에서 굴러 쓰러져있었다. 주위에는 온통 피바다였다. 그때 하진국이 하인들을 데리고 집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그녀가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모두 그녀가 할아버지를 밀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후, 하진국은 점쟁이를 찾아갔다. 그 점쟁이는 하서관이 액운 덩어리라고, 명도 질겨서 그녀와 같이 있는 사람은 피를 볼 것이라고 하진국에게 말했다.

그래서 하진국은 아홉 살이 된 그녀를 황급히 시골로 보냈다. 그 후로 연락 한번 한 적이 없었다.

하서관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 자신의 아빠가 오래전부터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1세대 여배우인 이옥란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 사이에 딸도 둘이나 낳았다. 큰딸 하연연은 하서관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하서관은 이번 기회를 틈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했다.

은침을 정리한 후 하서관은 할아버지의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낫게 해드릴게요. 곧 깨어나실 거예요."

…

주방.

하소정은 이옥란을 찾아왔다. "엄마! 알려줄 게 있어. 아까 하소관이 어떤 남자 차를 타고 오더라니까. 아마 하소관이 데리고 다니는 기생오라비 같아!"

그 말을 들은 이옥란이 의아해했다. "하소관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다닌다고? 정말 염치도 없다니까!"

"뭐가 그렇게 급해. 어제 결혼식 때 왕대표님이 하서관을 맘에 들어 하는 것 같더라. 하서관, 몸매도 좋던데. 사진 몇 장 찍어놓으면 돼. 그럼 말 잘 들을 거야."

하소정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엄마, 엄마는 너무 똑똑한 것 같아. 나 케이크 사러 빵집에 먼저 가 있을 테니까 좀만 기다려!"

이옥란이 차갑게 웃었다. 이옥란은 사람을 시켜 하서관을 기절시키고는 위층 방에 그녀를 눕혀놓았다.

…

빠르게, 배 나온 중년의 느끼한 남자가 잔뜩 흥분해서는 집안으로 뛰쳐들어왔다. "하부인, 사람은요? 어디 있어요?"

"왕대표님, 하서관 지금 방에 있어요." 이옥란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부인, 이번 일 정말 잘 처리하셨어요." 왕대표는 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이옥란이 왕대표의 팔을 잡았다. "왕대표님, 먼저 하씨 의료에 투자해주신다고… "

어제 결혼식에서 하서관의 가녀린 몸매를 봤을 때부터 왕대표는 마음이 간질거렸다. 그는 이옥란과 협상을 했다.

"하부인, 걱정하지 마세요. 저, 한 말은 꼭 지킵니다." 왕대표가 신속하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

방안, 왕대표는 침대에 누워있는 하서관을 보며 침을 흘렸다. 그는 황급히 옷을 벗고는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예쁜 아가씨! 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