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관은 하소정을 가리키더니 육한정을 쳐다보았다. "쟤가 그랬어요. 기생오라비." 하소정과 공진아는 깜짝 놀랐다. 진짜 이 남자가 그 남자라고? 어머! 하소정의 얼굴이 뺨이라도 맞은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때, 점장이 딸기 케이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육한정이 케이크를 손에 받아 들었다. "가요. 이제." "알았어요." 하서관은 고분고분하게 그를 따라나섰다. 고개 돌려 하소정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녕~" 하소정이 멍해졌다. 하서관이 탑급 기생오라비를 스폰하고 다닌다니! 그때 공진아가 하소정에게 말했다. "소정아, 아무래도 너 손에다 장 지져야겠다." 하소정이 공진아를 째려보았다. 공진아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소정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하서관이 스폰하는 남자 진짜 잘생겼다. 돈이 얼마나 들까?" 방금 육한정은 자기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그 사실이 외모에 자신감 넘치는 하소정의 기분을 망쳐버렸다. 하지만 공진아의 말이 그녀를 정신 차리게 했다. 하서관이 스폰하는 남자일 뿐이다. 돈을 배로 주면 되지. 그 생각이 들자 하소정의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졌다. "점장님, 제가 산 그 케이크 주세요. 저희 이제 가봐야 해요." 하소정이 케이크를 가지러 카운터로 다가갔다. 점장은 주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손님. 돈은 돌려드릴게요. 두 배도 상관없어요. 이 케이크는 손님에게 팔지 못할 것 같아요." "왜요?" 하소정과 공진아가 의아해해했다. 점장이 웃어 보였다. "저희 집 개가 먹어야 해서요." 뭐라고? 하소정이 책상을 두드리며 일어섰다. "점장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 지금 저희 모욕하시는 거에요?" 점장이 대답했다. "제대로 못 알아들으셨나 보네요. 방금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한건지 알기나 해요? 이 케이크 개한테
육한정의 눈동자가 작아졌다. 그는 황급히 구급상자를 꺼내오더니 알콜이 묻은 면봉으로 하서관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이제 알겠어요? 세 번 말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하서관은 그의 차갑고도 딱딱한 턱을 쳐다보았다. "당신이 말한 결과가 가정폭력이에요?" 육한정은 그녀에게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띠어졌다. "다칠 줄 알면서도 들어온 거에요? 겁도 없어요?" 하서관은 자신의 아름다운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이나 당신 무서워하지, 난 하나도 안 무섭거든요." 육한정은 손가락을 멈칫거렸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반창고를 붙여서인지 그녀의 얼굴이 가엾어 보였다. "나가요. 혼자 있고 싶어요." 말을 끝낸 후, 육한정은 하소관의 몸을 일으켰다. 하서관은 신속하게 자신의 부드러운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대로 그의 허리를 안아버렸다. 여자애가 자신의 품에 안긴 순간, 그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녀의 몸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그녀의 얼굴이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착 달라붙었다. 그녀는 온순한 고양이처럼 그에게 달라붙었다. 육한정의 코끝에 그녀의 향기가 맴돌았다. 그 향기가 그의 신경을 매혹시켰다. 그때 하서관이 그의 품 안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혼자 있지 말아요. 둘이 있어도 되잖아요. 내가 옆에 있어 줄게요." 온몸을 괴롭히던 힘줄에 서서히 힘이 빠져갔다. 그의 눈동자 아래에 가득했던 음침함도 사라졌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를 안아버렸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파묻었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기… 어디서 맡아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금방 딸기 맛 케이크를 먹어서일까, 그녀의 몸에서 과일 향기가 났다. 하서관은 한참 동안 조용히 그를 안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그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아직도 불편하면, 한입 깨물어보는 거 어때요?" 적당한 감정분출도 가끔은 필요하
하서관은 아홉 살 때 시골에 버려졌다. 아버지인 하진국에게 아무런 기대도 가지지 말았어야 했는데… 역시나 이번 전화에도 예외는 없었다. 하진국은 여전했다. 하서관이 알고 있던 그 하진국이었다. 의학에 빠져 살고, 허영심 넘치고, 본인 체면 차리는 그런 사람. 하씨 의료를 더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 지금 그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딸은 하연연이다. 시골에서 돌아온 이 딸은 대타로 시집이나 가는데… "알겠어요, 아빠. 내일 갈게요." 고분고분한 그녀의 태도에 그의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서관아, 넌 그냥 액땜으로 시집간 거야. 불치병에 걸린 네 남편도 곧 죽을 테니까 일단 왕대표 일부터 해결하자. 때 되면 아빠가 다시 좋은 남자로 찾아줄게." "고마워요 아빠." 하서관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핸드폰을 끈 후, 하서관은 육한정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솔직히 너무 속상했다. 그녀의 처지는 고아와 다름이 없었다. 그녀도 다른 평범한 애들처럼 엄마 아빠한테 사랑받으면서 평온하게 살고 싶었다. 그녀에게는 너무 과분한 삶이었다. 그녀는 집이 없다. 그녀에게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었다. 조금 추윘는지 하서관이 육한정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품은 단단하고 따뜻했다. 어떤 여자라도 그의 품속에서만큼은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가슴을 베개 삼아 베고 누웠다. 쿵- 쿵- 쿵- 쿵-. 한번 또 한 번의 힘 있는 심장박동 소리가 그녀에게 안전감을 안겨주었다. 불면의 밤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해가 뜰 때까지 그의 품 안에서 잠을 잤다. 그것도 아주 잘. … 육한정은 서서히 눈을 떴다. 다음 날 아침이 다 된 시간이었다. 눈 부신 햇살이 커튼을 넘어 방안으로 비쳐 들었다. 육한정은 잠이 덜 깬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정신이 멍했다. 오랜 세월이다. 오랜 세월 동안 아침까지 자지 못
육한정은 곽서택을 쳐다보았다. “건드리기만 해봐. 손목을 부러뜨릴 테니까. 자리에 앉아.” “무슨 상황인데?”금테안경 뒤, 고석근의 검은 눈동자에는 웃음이 어려있었다. "서택아, 급해 하지 마. 여기 앉아서 구경이나 하자." 곽서택은 의혹을 가라앉히고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해성의 작은 왕인 곽서택은 두려운 게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육한정을 두려워했다. … 하서관은 약속을 지키러 왔다. 역시나 이옥란도 자리에 있었다. 저번일은 하서관이 망쳐버렸지만 이번에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그녀가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그때 왕대표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이옥란이 웃으면서 그에게 사과를 했다. "왕대표님, 저번 일은 저희 서관이가 잘못했어요. 이렇게 같이 사죄하러 왔잖아요." 왕대표가 콧방귀를 꼈다. "저번에 쟤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이게 사과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인가요?" 그날, 셰퍼드가 그의 몸 위에서 날뛰었다. 운이 조금만 나빴어도… 너무 놀라 오줌을 지릴 뻔했다. 그날의 처참한 장면을 생각하기만 하면 왕대표는 눈앞에 있는 하서관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왕대표님, 어쩌고 싶으세요?" "사과는 너무 성의가 없는데… 이렇게 하죠. 하서관이 이 술을 다 마시는 거로 하죠." 이옥란이 그의 제안을 응하려 하자 하서관이 입을 열었다. "저 술 안 마셔요. 마신다고 한 사람이 마시는 거로 해요." "너!" 이옥란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집어삼켰다. 그녀는 웃으며 왕대표에게 말했다. "왕대표님, 다른… 더 성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는 게?" 이옥란의 암시를 받자 왕대표는 음흄한 눈으로 빠르게 하서관의 요염한 몸매를 훑어보았다. "이렇게 하죠. 하서관이 무대에서 봉춤을 추는 걸로. 그럼 전에 있던 일은 없던 일로 해줄게요." 봉춤? 이옥란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좋은 생각이다. 봉춤은 요염한 춤이다. 점잖지 못한 여자들이 남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하서관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육한정?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 육한정의 준수한 얼굴이 그녀의 시선 속에 들어왔다. "어떻게 왔어요?" 하서관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그가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육한정은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벽에 눌러놓았다. 커다란 그의 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녀를 벽과 자기 몸 사이에 가둬놓았다. "안 오면 차일 거 같아서요." "무슨 뜻이에요?" 하서관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육한정은 눈썹을 들썩였다. "지금 연기하는 거예요? 밖에 저 왕대표는 누구에요?" 그가 오해했다는 걸 알아챈 하서관이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변명했다. "왕대표랑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냥 처리할 일이 있어서 온 거에요." "아… 처리해야 한다는 일이 무대에서 봉춤 추는 거에요?" "저기…" 하서관이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 비꼬는 말투인데? 우리 협상했잖아요.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서 묻지 않기로…" 그녀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육한정이 그녀의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서관이 발버둥을 쳤다. "당신,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육한정을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그는 강압적으로 하서관을 자신의 품속에 가두었다. "협상 내용에 키스하면 안 된다는 말 없었잖아요. 키스는 이미 해버렸는데. 이제 어떻게 할거에요?" "…" 지금 트집 잡고 있는 거지? "당신! 이거 좀 놓아줘요!" 하서관은 그의 정갈한 가슴을 있는 힘껏 밀쳐냈다. 발버둥을 치던 그때 문밖에서 '똑똑' 소리와 함께 왕대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관씨, 안에서 뭐 하는 거에요.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하서관의 호흡이 가빠졌다. 놀란 나머지 그녀는 감히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제가… 실수로 넘어졌어요. 괜찮아요."
아! 이옥란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신속하게 왕대표를 발로 찼다. “왕대표님, 이거 놓으세요! 제가 누군지 제대로 확인해보세요. 전 하서관이 아니에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왕대표는 끊임없이 이옥란의 옷을 찢어댔다. "예쁜 아가씨, 그만 발버둥 쳐요. 하하하.""이거 놔!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이옥란이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그때, '퍽'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신고받고 왔습니다. 여기서 성매매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지금 당장 서로 같이 가주시죠. 조사가 필요합니다!"경찰이 왕대표를 제압했다.놀란 이옥란은 신속하게 옷을 정리했다. "저희는 아니에요! 경찰서에 가지 않겠어요!""협조 부탁드립니다. 데려가!"…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옥란은 알지 못했다. 그녀는 경찰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채로 강제적으로 끌려갔다. 바 중앙을 지나가자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젊었을 적 이옥란은 영화계의 거물이었다. 하진국에게 시집간 이후부터 그녀는 서서히 영화계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녀는 사람들에게 영화계의 전설로 불리고 있었다. 빠르게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났다.-저것 봐! 이옥란이야!-어머나, 무슨 일이길래 저렇게 끌려가는 거야?-못 들었어? 무슨 백화점 대표랑 구르다가 딱 걸렸다던데? 저기 앞에 있는 뚱땡이가 쟤 불륜남이래.-빨리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완전 빅 뉴스다!이옥란이 거금을 들여 유지한 명성인데… 성매매 현장이 잡혀 주위 사람들한테 사진이나 찍히고 있는 상황이라니. 이옥란의 멘탈이 나가버렸다. "찍지 마! 찍지 말라고!" 그녀가 소리쳤다.…그때 하진국은 6성급 호텔에서 대표들을 접대하고 있었다. 대표들이 웃으며 말했다. "하대표, 오늘 하부인은 왜 안 나왔나?"이옥란은 연예계 물을 먹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인맥이 넓은 데다가 팔방미인이었다. 그녀와의 결혼이 그에게 힘이 돼주었다. 그녀는 그의 오른팔
곽서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는 자신이 환청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기… 기생오라비? 누가? 한정이 형이?육한정은 수표를 흘겨보더니 시선을 하소정의 이쁜 얼굴로 옮겨갔다. 중저음의 목소리에서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무슨 뜻이죠?”하소정은 케이크 가게에서 이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다시 만난 지금도 여전히 가슴이 두근댔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눈앞의 결점 없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호스트바 남자를 대하듯 우월하게 말했다. "이 수표 내가 당신한테 주는 거예요. 앞으로 하서관 그만 쫓아다녀요. 내가 당신의 스폰 해줄게요."곽서택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뭘 본거지? 수표 한 장으로 한정이 형을 스폰 한다는 사람이 있다니…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지? 세상 망하나?육한정은 손을 주머니에 꽂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차가운 냉소가 뿜어졌다.그는 거절의 말도, 모욕의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웃음이 그녀의 얼굴을 빨갛게 달아오르게 했다.본인이 왜 이러는지는 하소정도 알지 못했다. 난 하씨 집안의 아가씨인데, 눈앞에 저 남자는 기생오라비일 뿐인데… 그의 행동, 아니 그의 눈빛에서부터 이상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자꾸 부끄러워졌다."왜… 왜 웃어요?"육한정은 눈썹을 들썩였다. "아니에요. 자신감 넘치는 거 좋은 일이죠. 근데 거울은 좀 보고 다녀야겠어요."말을 끝낸 후, 그는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바를 벗어났다.하소정의 열정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나 지금 고작 기생오라비한테 까인 거야?요즘 기생오라비는 다 저렇게 날뛰고 다니나?갑자기 육한정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그는 머지않은 곳에 있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발견했다. 하서관이다.언제 도착한 건지 그녀는 맑은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오늘 무슨 날이야? 형수님한테 딱 걸렸네.' 곽서택이 속으로 생각했다.육한정은 하서관을 쳐다보았다. 몇 초 뒤, 그는 신속하게 주머니에 꽂은 손을 꺼냈다. "나
하소정은 충격을 받았다. 좋아했던 기생오라비한테 거절당하고, 하서관한테 모욕당하고… 그녀는 화를 내며 술집을 뛰쳐나왔다. 그때, 양아치 몇 명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들을 그대로 하소정을 둘러싸며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가씨, 혼자 왔어요? 우리가 놀아줄까요?”하씨 집안의 공주였던 그녀는 어릴 때부터 집안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위험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당신들 누구야! 필요 없으니까 얼른 꺼져! 살려주세요!”하소정에게는 기사가 있었다. 위험에 빠진 하소정을 보자 기사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 손 놔!”하지만 양아치들은 손쉽게 기사를 쓰러트렸다. 그들은 기사를 발로 몇 번 차기까지 했다.하소정의 호흡이 얕아지고 있었다. “살려주세요…”양아치들은 하소정의 입을 막더니 그녀를 으슥한 골목으로 끌고 갔다. 그들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우리가 놀아줄게요. 기념사진도 찍어주고. 보고 싶을 때마다 전화할게요. 하하하하!”양아치들이 불순하게 웃어댔다.입을 막힌 하소정은 아무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신분이 낮은 남자, 그녀가 평소에 제일 싫어하는 인간들이었다. 그녀는 해성의 사대가문에 시집갈 사람이다. 그녀는 이런 추잡한 남자들에게 과분한 존재다. 그들에게는 하소정의 털끝 하나 건드릴 자격도 없다.지금 그들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뼛속부터 느껴지는 한기에 그녀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녀는 울면서 그들에게 애원했다.“아가씨, 치마가 이쁜데? 술집에 남자 꼬시러 왔죠? 우리가 그냥 벗겨줄게요.”오늘 육한정을 위해서 한껏 꾸미고 온 건 사실이다. 누군가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는 느낌에 그녀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다. 눈물이 ‘와’하고 쏟아졌다.싫어! 안돼!그때 귓가에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놓아주자.”양아치들이 손을 놓더니 하소정이 바닥에 쓰러져버렸다.하소정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녀는 놀란 가슴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