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우가 웃으며 말했다.[먼저 심가은 씨 쪽 상황을 말씀드릴게요. 가서 확인해보니 심가은 씨는 확실히 보육원에서 입양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심가은 씨가 보육원에서 데려갔을 때는 고작 몇 달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지난번에 말한 그 하이만 스웨이의 딸과는 전혀 조건이 맞지 않습니다.]“보육원에서 데려간 후 대여섯 살이 되어서 다시 심씨 집안으로 들어간 게 아닐까요?” 이서는 구태우가 제시한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고 생각했다.[이런 가능성이 꼭 없으리라는 법도 없죠. 내가 알아봤는데 보육원에서 심가은 씨를 데려간 뒤 심씨 집안 유모가 데리고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그 기간 동안 심근영 부부도 가끔 심가은 씨를 찾아갔지만 그렇게 자주 가지는 않았습니다. 아이가 대여섯 살이 되자 심씨 집안으로 데려왔습니다.]이서가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한 말이 뜻밖에도 앞뒤 상황이 딱 맞아떨어졌다.“그래도 난 황당합니다... 아무리 몇 번 안 만났어도 대여섯 살이나 된 아이를 착각할 수는 없잖아요?”[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미 사람을 시켜 더 자세히 조사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아마도 분명하게 조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그런 건 상관없어요.”이서는 속눈썹을 늘어뜨렸다.“조사 결과만 정확하면 됩니다.”그녀는 공을 들여 이 일을 정확히 조사하려고 애썼다.스웨이 작가님의 일이니까.[문제없습니다.]구태우 쪽에서 종이를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윤 대표님에 대한 일 말입니다. 따로 알아봤는데요. 대표님이 대여섯 살 때, 즉 출국하던 해에 확실히 심리상담소 진료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담소의 의사는 기억 정화 전문이라고 합니다.]“기억을 정화한다고요?”[네, 최면을 이용하여 머릿속의 기억을 지우는 거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그곳 직원의 말에 따르면, 그 심리상담소의 정신과 의사가 사람을 도와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
지환의 몸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이 느껴지자 이서는 고개를 들어 지환을 살폈다.“당신 왜 그래요? 첸 선생님한테서 이야기 듣고 돌아온 거 아니에요?”지환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마 자기 일 외에 다른 것은 없을 것이라고 이서는 생각했다.지환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야.”이서는 입을 꾹 다물고 하고 싶은 말을 눌러 참았다.“밥은요?”“아직 안 먹었어.”“그럼 오늘은 나가서 먹자.”이서는 지환의 손을 잡고 말했다.“지환 씨, 우리 아직 한 번도 촛불 켜고 같이 저녁 먹은 적 없는 것 같아.”지환은 생각에 잠겨 대답했다.“응.”“그럼 우리 오늘 프랑스 요리 먹으러 가요, 지환 씨가 전에 나에게 청혼했던 그 집 어때요?”“아직도 기억해?”“그럼요!”이 일을 말하자 이서는 지환이 청혼했던 날의 일을 잊은 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아니, 내가 어떻게 잊겠어?” 지환은 이서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당신 먼저 올라가서 옷 갈아입어. 내가 사장님께 전화해서 우리 자리 남겨 달라고 할게.”“좋아요.”이서는 지환에게 대답을 남기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지환은 이서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가슴이 아파져 왔다.마이클 첸이 제안한 이른바 세 가지 치료 방안은 모두 이서와 지환을 궁지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지환은 눈을 깊이 감고 잠시 동안 눈 속의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식당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지환이 이 모든 일을 마치자 이서도 마침 스커트를 갈아입고 내려왔다.그녀가 오늘 입은 것은 프랑스 스타일 스커트였다.치맛자락이 넓고 나풀거리며 흘러내리면서 이서의 예쁜 발목만 살짝 드러난다.그리고 허리를 묶는 디자인은 그녀가 지환의 한 줌밖에 되지 않는 가냘픈 허리를 드러냈다.지환은 양복을 벗어 이서의 상의 위에 걸쳤다.“가자.”이서는 지환을 쳐다보며 말했다.“왜 나에게 수트를 걸치는 거예요? 이렇게 코디하면 정말 보기 흉한데.”지환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내가 보기에는 정말 예쁜데. 이렇게
“지금 이렇게 이야기 쓰는 거 너무 재밌어. 내 이런 느낌을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까?”이서는 이야기할수록 들떠서 지환을 바라보았다.이서를 보며 지환이 살짝 웃었다.“음.”지환은 비록 대본을 쓸 줄은 모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들이는 열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되었다.지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서는 기뻐하며 입술을 쀼루퉁하게 내밀고 웃었다.이서는 자신이 아끼는 일을 지환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까 봐 걱정했다.과거 하은철은 수도 없이 이서와 이서가 좋아하는 것들을 무시했다.하지만 지환이 은철과 다른 모습을 보이자 이서는 매우 기뻤다.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함께 웃는 지환이 자신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래서, 나 응원해주는 거지?”“그럼.” 지환은 이서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손을 꼭 잡았다.“그런데 여보, 당신도 나에게 한 가지 약속해줘.”“무슨 약속?”이서가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네 치료에 대한 문제는 나에게 숨기지 마.”이서는 지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지환 씨를 속여? 안심해. 어떤 치료를 받든 꼭 당신과 먼저 상의할게.”지환은 이서의 눈을 깊이 응시하다가 이서의 손을 놓고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이서는 지환의 귀여운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뭐 하는 거야? 나랑 약속하자고?”“협의서 써서 거기에 서명까지 하자면 너무 번거롭잖아, 이렇게 약속하자.”이서는 가끔 지환이 유치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유치하지만 귀엽네.’“그래.” 그녀는 선뜻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지환의 새끼손가락에 걸었다.“이렇게 새끼손가락으로 고리 걸어 약속하면 그 약속은 100년 동안 지켜진대.”말이 끝나자 또 엄지손가락을 지환의 엄지손가락에 도장 찍듯 꾹 눌렀다.“이제 됐죠?”지환의 찌푸려진 미간이 그제야 살짝 펴졌다.“응.”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다.이서가 귀가하자마자 곧바로 새 은행장인 서찬영으로부터 인수인계에 관해 묻는 전화가 왔다. 인수인계식이 은행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인수인계식 날이 다가왔다.이서는 윤재하 부부와 부녀관계를 끊었지만 결국 윤씨 가족이었고, 현재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윤씨 그룹의 전신이다.윤씨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 이서가 인수한 민씨 그룹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두 하나같이 이번 인수인계식을 틈타 얼굴을 드러내려고 나타났다.가능하다면 새 회사에서 말단 직원 자리라도 하나 얻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심정이었다.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은행 입구에 언론사 기자들 외에 가장 많이 모인 사람이 윤씨 집안 가족들이었다.이들의 얼굴은 모두 벽에 쌓인 벽돌처럼 한결같이 딱딱했다.비집고 들어갈 틈새 하나 없이 서로 쌓인, 표정에 미동조차 없는 얼굴들이었다.지나가는 기자를 붙잡고 한바탕 허풍을 떨었다.“윤이서가 내 조카딸이에요.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 윤씨 가문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이서라고 생각했어요. 보다시피, 이서가 윤씨 그룹 CEO가 된 이후 매달 매출액이 천천히 올라갈 뿐만 아니라 투자자도 점점 늘고 있잖아요. 지금 보니까, 장사 천재야.”“저도 있어요, 저는 윤이서 대표 시누이예요. 이서가 어렸을 때부터 똑똑했어요. 안 그랬으면 하씨 집안에서 기어코 손녀를 며느리로 들이려고 했겠어요? 이게 바로 다 우리 이서가 똑똑하고 재주도 많으니까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거죠!”“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부터 말해왔지만, 회사를 일찌감치 이서에게 맡겼어야 했는데, 우리 이서가 얼마나 대단한지 좀 보세요. 겨우 얼마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 민씨 그룹을 인수했잖아요. 이서야, 너 지금 방송 보고 있지? 만약 이거 보면, 꼭 기억해줘. 나 네 둘째 고모의 큰 사촌오빠 아내의 둘째 외삼촌이다. 나중에 새 회사에서 나에게 일 주는 거 잊지 말고. 사장이나 회장 같은 건 됐고, 부사장 자리 정도면 충분해.”“...”이서는 생방송을 보면서 방금 그 사람이 한 말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앞줄의 임현태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다가 못 참고 피식 웃었다.“아가
이서의 모습은 좀 전에 집에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지금의 그녀는 과거보다 훨씬 침착하며 우아하고 대범했다.여왕의 풍모가 느껴졌다.서찬영은 이서를 발견하자 곧바로 다가왔다.“윤이서 대표님, 기자회견장이 다 준비되었으니 따라오십시오.”“네.”이서가 은행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많은 기자가 다급하게 물었다.“윤이서 대표님, 이번에 윤 대표님을 지지해준 주주가 누구인지 밝힐 수 있습니까?”“그 주주는 하씨 그룹과 심씨 그룹에서 지지하는 윤수정을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요?”“윤 대표님, 혹시 내부에 알려지지 않은 거래가 있지 않습니까?”“...”기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서찬영은 경비원에게 그들을 막으라고 바삐 지시하고 기자들에게 직접 이야기했다.“기자 여러분, 저희는 진실을 파헤치고 보도하고자 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래서 우리는 이번 인수합병 발표 후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들 서두르지 마시고 먼저 인수합병 발표부터 하겠습니다.”기자들은 그제야 조용해졌다.이와 동시에 검은색 승용차 안에 있었다.윤수정은 차디찬 얼굴로 운전하는 윤재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여요? 어제 약속했는데. 왜 다시 바꾸는데요?”성지영은 수정이 윤재하의 운전대를 빼앗을까 봐 얼른 수정을 누르고 말했다.“수정아, 먼저 우리 말 좀 들어봐. 어제 너에게 오늘 이서의 신분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 둘이 또 한참 동안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어. 근데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될 것 같아. 지금이 바로 이서가 가장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는 기회야. 우리가 만약 이서의 신분을 폭로하면 민씨 그룹이 네 삼촌의 손에 들어갈 수 없게 될 거야. 너한테도 그건 도리가 아니잖니?”수정의 안색이 매우 나빠졌다.“그래서 민씨 그룹을 얻기 위해 이서를 다시 딸로 받아들인다고요?”이서가 윤씨 가문의 딸이 아니라는 것이 수정의 마지막 희망이자 버팀목이었다.만약 윤재하와 성지영이 이 일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수정으로서는 이서를 물리칠 방법이 없었다.“이
수정의 몸을 길가에 내던진 뒤 윤재하와 성지영은 다시 은행으로 달려갔다.어젯밤 수정을 속여서, 절대 수정이 이서의 인수합병식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계획을 꾸몄다.이서가 민씨 그룹을 인수한 것은 곧 윤씨 가문이 다시 정상에 올랐다는 뜻이다.윤재하와 성지영은 이렇게 좋은 일에 절대로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또한 이번 일을 기회로 이서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가족이 되어야만 했다.그들은 어리석지 않았다. 이런 때 이서가 그들의 딸이 아니라고 발표하면 이서가 현재 얻은 결과를 함께 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여보.” 성지영은 희색이 만면했다.“곧 있으면 우리는 이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죠?”하경철이 윤재하 부부에게 사준 저택은 매우 컸지만, 그들이 전에 살던 별장과 비교하면 작은 집에 불과했다. 이전 저택은 관리하는 사람만 수십 명이었다. 지금 사는 집에는 가정부 셋밖에 없다. 때때로 성지영은 스스로 식사준비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김칫국부터 마시지 마.”윤재하는 성지영에 비교적 이성적이었다.“이미 이서와 관계가 끊어진 상태라는 것을 잊지 마. 오늘은 이미 지났고, 비록 현장에 많은 기자가 있었지만, 당신이 이서를 압박해서 우리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게 해야 하는데 아직 어렵네.”“상관없어, 이서는 자기가 우리 딸 아니라는 거 영원히 모를 거고. 언젠가는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게 될 거예요. 결국 이서를 십 년 넘게 키운 건 우리잖아요.”윤재하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지. 이서가 그동안 일어난 일을 모두 잊기만 한다면 완벽할 텐데.”성지영의 눈동자가 바로 밝아졌다.“여보, 기억나요?”성지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윤재하가 알아맞혔다.“당연히 기억하지. 오래돼서 그 최면술사를 찾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텐데?”“한번 해봐야겠어요.”성지영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잘 생각해봐요. 만약 이서가 정말 그동안 일어난 일을 잊을 수만 있으면, 우리도 힘들게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잖아요. 때가 되면 가만히 앉아
여기자는 영문도 모른 채 대답했다.“봤죠.”“봤다면 한 사람당 질문 하나씩만 할 수 있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하지만 기자님의 질문은 세 개나 됩니다. 미안하지만 그중 한 가지 질문에만 대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어떤 질문에 답해 드릴까요?”기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첫 번째 질문을 선택했다.“당신을 지지해준 대주주는 누구입니까?”“그 질문이 확실하죠?”“네.”이서는 책상 모서리를 꼭 쥐었다.“YS그룹의 대표, 하지환 씨입니다.”무대 아래에서 갑자기 한바탕 떠들썩한 소란이 있었다.성지영과 윤재하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특히 하지환이라는 세 글자는 두 사람의 귀에 몹시 익어서, 마치 어딘가에서 들은 것 같았다.“어쩐지 마지막에 은행이 이서 손을 들어줬더라니, 원래 YS그룹의 대표가 직접 이서를 지지한 거였군.”“윤이서 정말 대단하네, YS그룹의 대표를 움직여 자기를 지지해달라고 할 수 있다니.”“그래, 너희는 하씨 가문의 어른들이 모두 윤이서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거 알고 있었어?”“에이, 전에 하 영감의 죽음이 윤이서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잖아. 정말 관련이 있다면 YS그룹의 대표는 윤이서를 지지하지 않았겠지.”“그래, 나도 전에 인터넷상에 떠돌던 유언비어가 너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어.”“아마 윤이서를 압박하고 윤수정 편들어주면서 일부러 지어낸 이야기 같은데?”“...”무대 아래 사람들은 아직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서찬영은 어쩔 수 없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모두 조용히 해 주십시오. 시간이 계속 지나가고 있네요. 기자 여러분 다른 질문이 혹시 있습니까? 없으시면 기자회견 여기서 마칩니다.”무대 아래 사람들은 그제야 서서히 조용해졌다.서찬영은 상황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려 이서에게 물었다.“윤 대표님, 계속하시겠습니까?”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기자의 질문은 모두 YS그룹 대표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외모가 어떤지, 잘 생겼는지, 왜 윤이서를 지지하는지 등의 내용이었다.앞의 두 문제에 대해
이서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에 많은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눈길들이 오고 갔다.이서는 계속해서 설명했다.“만약 이 일이 남편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지 않았다면 YS그룹 대표의 지지도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제 스스로 이렇게 큰 회사를 전혀 잘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옆에서 계속 응원과 격려를 보내왔습니다.”“남편분이... 윤이서 대표가 민씨 그룹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까?”“아니오.” 이서는 그 여자 기자를 보고 가볍게 웃었다.“남편이 직접 나를 도와 민씨 그룹을 경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무대 아래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갑자기 숨을 죽였다.모두들 이서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결혼 후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이서는 자신의 남편을 공개한 적이 없었다.이서의 남편은 가난한 아르바이트생인 것으로만 알려졌었다.그런 남편이 민씨 그룹의 운영을 도울 거라고 하니 정상이 아니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민씨 그룹은 비록 얼마 전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전체 자산 규모는 여전히 4대 가문 수준이다.이서는 민씨 그룹의 자산만으로도 윤씨 가문을 4대 가문의 반열로 되돌릴 수 있었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굳이 무능한 남편의 도움을 받겠다고 하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에 가까웠다.“또 질문 있으신가요?”의문에 찬 모두의 표정을 무시하고 이서가 조용히 물었다.이서가 보기에 현재는 모든 사람이 믿어줄 필요까지는 없다. 이서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시간이 증명할 것이다.지환의 경영실력은 충분히 합격점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기자는 한동안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더 이상 질문이 없으시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 앞에서 갑자기 경비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안에서 중요한 행사가 열리고 있어요. 들어가면 안 돼요!”“이거 놔줘! 윤이서! 너는 민씨 그룹을 인수할 자격이 없어!”이서는 입구를 바라보며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윤수정을 발견했다.
심유인이 말하지 않자, 심근영은 소민찬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민찬은 선물에 대해 전혀 몰랐던 터라, 값싼 선물들을 보고 당황하여 얼른 설명했다.“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 선물들은 제가 산 게 아니라, 전부 유인이가 산 거예요.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애초에 유인이는 저한테 몸만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여러분,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소민찬이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답례 선물은 안 받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럼 되겠죠?” 소민찬은 이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 심씨 가문의 저택을 떠났다. 심유인은 그의 뒤를 쫓아가려다가 심근영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유인아, 우리가 알아듣게끔 설명을 해야 하지 않겠니?”심유인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삼촌, 숙모, 저... 저는...”“차마 말이 안 나오는 모양이네요.”소희가 심유인의 곁으로 다가가 냉소하며 말했다.“제가 대신 말씀해 드릴게요.” “제 남자 친구가 운전기사라는 걸 알고, 일부러 소민찬 씨를 찾아가서 남자 친구 역할을 해달라고 한 거죠?” “소민찬 씨는 남자 친구인 척만 하면 되니까, 이 선물들도 소민찬 씨가 샀을 리 없어요.”“전부 다 언니 사비로 사신 거죠?” 심유인의 안색이 아주 어두워졌다.“그런 거 아니야...!”심유인은 아직도 변명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소민찬 씨가 선물을 준비한 게 아니라면,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난 거니?”이지숙이 물었다. ‘다른 세 가지 선물은 전혀 가짜가 아니었어. 확실히 수십억은 되는 것들이었다고.’‘회사에서 근무하지도 않는 유인이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겠어?’심유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심근영은 심유인의 반응을 살피다가 집사를 불렀다.“당장 조사해, 당장!”심유인은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아 ‘털썩’ 소리를 내며 심근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삼촌, 제가 다 설명해 드릴게요. 그 선물들은... 전부
심유인과 소민찬은 그제야 제자리에 얌전히 섰다.“유인아, 네가 먼저 말해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심유인은 소민찬의 핸드폰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더 많은 비밀이 폭로되는 건 막아야 해!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겠어.’ “사, 사실 민찬 씨는 제 남자 친구가 아니에요. 하지만 민찬 씨가 제 남자 친구가 되길 바랐고, 제가 먼저 그 말을 꺼내기는 부끄러워서 제 남자 친구인 척해달라고 한 거예요. 이번 일로 잘 지내면서 감정을 키우고 싶었거든요.” “절대 다른 뜻은 없었어요. 맹세할게요!” 심유인이 마지막 말을 하지 않았다면, 소희는 심유인을 믿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심유인의 마지막 말은 소희의 의심을 더욱 확고히 했다.‘심유인, 일부러 그런 거구나?’ ‘소민찬을 남자 친구인 척 데려온 건, 현태 오빠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거였어.’ “감정을 키우고 싶었다면서, 왜 저렇게 많은 선물을 사 오라고 한 거예요?”소희는 일부러 모르는척하며 물었고, 단번에 덜미를 잡힌 심유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주방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은 소민찬과 심유인을 향하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소민찬은 특히 소지엽의 시선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그... 그건...”“민찬 씨는 저를 좋아하지 않지만, 소씨 가문은 아무래도 명문가 집안이잖아요. 그런 분들을 뵈러 오려면 선물 정도는 가져와야 하지 않겠어요?”심유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정 교육이 잘 되어 있어서 남의 집에 방문할 때 선물을 챙기는 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2억도 아닌 몇십억짜리 선물을 준비하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소희는 비웃으며 선물 더미 옆으로 향했고, 상자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안에도 아주 비싼 게 들었겠죠?” 심유인은 곧장 소희를 막으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소희는 선물 상자를 뜯기 시작했고, 이내 안에 있던 선물이 바닥에 나뒹굴었다.그 선물을 확인한 소희는 놀라서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형, 안녕.”소민찬은 소지엽의 질문을 피하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소지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소민찬을 바라보았다.“민찬아,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 네가 왜 여기 있냐니까?” 소민찬은 이제 마냥 대답을 회피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분명히 실마리가 드러날 것이니 말이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나만 보고 있어...’소희는 소민찬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며 의문을 제기했다.“모르셨어요? 소민찬 씨는 유인 언니의 남자 친구예요. 오늘 여기 온 이유도 사실상 저희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온 거죠.” “심유인 씨랑 사귄다고?”지엽이 눈살을 찌푸렸다.“며칠 전에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은 여자는 심유인 씨가 아니었잖아?” 소민찬과 심유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형, 아무래도 잘못 기억하는 것 같아. 그날 같이 밥을 먹은 사람도 유인이었어.” 소지엽은 지난번에 집에서 함께 식사한 여자가 심유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여자의 성이 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어렴풋이 기억나.’‘그 여자는 절대 심유인 씨가 아니었어.’ “아니, 그 여자는 심유인 씨가 아니었어!” 소지엽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그 여자가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은 건 불과 며칠 전의 일이잖아. 지금은 왜 또 심유인 씨와 사귄다는 거지?” 소민찬은 한참 동안 우물쭈물하며 말하지 못하다가 한참 후에야 다소 역정을 내며 말했다.“형, 이건 내 사적인 일이라, 형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것 같아. 부모님도 내가 여자 친구를 몇 명을 사귀는지 신경 쓰지 않으시는데, 형이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거야?”“그래, 나는 네 사적인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어. 하지만 계속 본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본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절대 스캔들을 만들면 안 돼! 그런 일은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고!” 소민찬은 당황하기 시작했다.‘아버지는 나를 좋아하지
소민찬이 비웃으며 말했다.“허, 천재다운 모습이 조금이라도 있습니까?” 심근영이 말했다.“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군요.” “천재답게 생긴 게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런 규칙은 누가 정한 거죠?” “어차피 임현태 씨는 허풍을 떠는 거지 않습니까? 시험에 합격에서 하버드에 들어갔을 리가 없다는 말입니다.”“두 사람, 문맹이거나 눈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소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현태 오빠의 소개란에 당시 오빠의 성적을 적어둔 게 있잖아요. 클릭해서 좀 보세요. 현태 오빠는 수석으로 하버드에 들어갔다고요.”“그리고 오빠에게 추천서를 써준 사람은 하버드에서 공정하기로 유명한 물리학 교수라고요.”“설마 그 교수님보다 두 사람이 더 대단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죠?” 소민찬과 심유인은 그제야 상세 내용을 확인하고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가 또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은 확인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큰소리를 친 것을 후회했다.‘처음부터 제대로 확인했다면, 임현태를 다른 방식으로 비웃을 수 있었을 텐데.’“그게 뭐 어떻다고 그래?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잖아. 하지만 우리 민찬 씨는 달라. 단순히 해외 유학파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 경주, 승마, 골프도 할 줄 안다니까?” “소희야, 네 남자 친구는 그렇게 고상한 취미는 즐길 줄 모르지?” 현태가 말했다.“하 대표님의 곁에 있는 경호원에겐 기본인 것들입니다. 만약 그것도 할 줄 모른다면, 하 대표님은 저를 곁에 두지 않으시겠죠.”‘기본’이라는 말은 소민찬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완전히 짓밟는 것이었다. 자동차 경주, 승마, 골프...이런 것들은 흔히 ‘재산을 낭비하며 점차 타락하는 부잣집 도련님들의 기본 패키지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훌륭한 실력을 갖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현태에게는 그저 기본일 뿐이었다.‘감히 날 모욕해?’소민찬이 일어서서 자리를 떠나겠다고 말하려던 참에 고용인이 뛰어와 말했다.“윤 대표님
심유인과 소민찬의 얼굴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가까스로 하버드에 합격했다고?’‘허풍 떠는 거 아니야?’ “정말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이라고요? 하버드 학원 출신이 아니고요?” 현태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저는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이 맞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조사해 보셔도 되고,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두 사람은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핸드폰을 꺼내 하버드 대학교 홈페이지를 검색했다.두 사람은 약간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으나, 홈페이지 링크를 누르자마자 우수한 동문의 행렬에 있는 현태의 얼굴을 발견했다.이를 믿을 수 없는 것은 이지숙도 마찬가지였다.‘정말... 사진 속의 사람이 현태 씨라고?!’ ‘말도 안 돼!’‘소민찬이 어느 대학교에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Y국에 있는 대학교 출신일 거야. 학문도, 능력도 없는 재벌 2세들이 어디서 신분 세탁을 하는지는 불 보듯 뻔한 거니까.’ Y국의 학위는 이수하기가 가장 수월해서 누구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외부 사람은 분명히 알지 못해서 겁을 먹기 일쑤였다.심유인은 원래 소민찬의 학력을 빌미로 현태를 놀라게 하려 했다.하지만 놀래키기는커녕 본인이 놀라게 된 셈이었다. 심유인은 곧 문제점을 발견했다.“... 하버드 대학교에 체육생으로 입학한 게 아니네요? 전공은 물리학이랑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임현태 씨는 체육에 타고난 거 아니었나요? 왜 물리학을 전공한 거죠?”“아, 시험 봐서 들어간 게 아니라, 부정 입학이었나 보네요, 그렇죠?” 소민찬은 심유인의 말을 듣고, 혈색을 띠며 현태의 학력을 비웃었다.“하하, 유인아, 그런 건 부정 입학이나 비리가 아니라 기부라고 하는 거야.”“임현태 씨, 입학하는 데 얼마가 필요하던가요?”“하하, 하 대표님과 대체 무슨 사이길래 그렇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거죠?” “저는 학력을 산 적도, 학력을 위해서 돈을 쏟아부은 적도 없습니다. 정당하게 시험으로 합
심근영이 얼른 말했다.“그래, 내가 경솔했군. 하지만 현태는 내 말의 뜻을 알 거야.” “우리 소희는 어깨를 들지도, 손을 쓰지도 못해. 이 아이와 서로 보완될 수 있는 사람을 찾았으니,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모두 화기애애한 웃음을 짓는 반면, 옆에 있던 심유인과 소민찬만이 웃지 못했다. 더욱이 소민찬은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 사실, 소민찬이 여기에 온 것은 심유인이 돈을 주면서 자신의 남자 친구 역할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즉, 소민찬은 여기에 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만 하면 된다는 것. 하지만 지금의 소민찬은 웃음거리로 전락했으니, 그가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생각한 소민찬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하지만 심유인은 곧장 가서 소민찬을 끌어당겼다.“어디 가요?” 소민찬은 이미 주방에 도착한 심근영 일가를 힐끗 보았는데, 그들은 소민찬과 심유인이 따라오지 않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소민찬이 목소리를 낮추었다.“당연히 가야지! 왜, 계속 남아서 네 사촌 동생의 남자 친구한테 굴욕이라도 당하라는 거야?!” “저는... 저 사람이 그저 운전기사인 줄 알았다고요.”“일단 진정해 봐요. 어쨌든 민찬 씨는 소씨 가문의 사람이잖아요.” “소씨 가문의 도련님이 한낱 경호원보다 못하겠어요?” 소민찬은 분명 소씨 가문의 사람이지만, 소태성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더군다나 소지엽이야말로 소태성 같은 사람인데, 소민찬이 어떻게 명함을 내밀 수 있겠는가? 이것은 소민찬이 가족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외국으로 내몰린 이유이기도 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소태성에게 즉시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심유인이 시선과 체면이 하늘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소민찬은 난감해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봤자 나는 소씨 가문의 도련님일 뿐이야. 사람을 죽일 듯이 때리는 사람은 당해낼 수 없다고.” 심유인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가요, 저 사람들의 기세를 제대로 꺾어놓자고요.”
“엄마, 뭔가 오해하신 것 같아요. 현태 씨가 왜 그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고 생각하세요? 현태 씨의 돈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소희의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린 사람은 심유인이었다.“소희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운전기사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이 있겠어?” 소희도 심유인을 따라 웃기 시작했다.“언니, 현태 오빠가 누구의 운전기사인 줄 알고나 말하는 거예요?” “뭐?”심유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이서 언니예요.”“이제 이해가 좀 되세요?”소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심유인의 표정을 보고 말을 덧붙였다.“현태 오빠가 운전기사인 건 명백한 사실이에요. 하지만 또 다른 직업도 있어요. 그건 바로 이서 언니를 보호하는 거죠.” “운전기사일 뿐만 아니라, 경호원이란 말이에요.” 심유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시큰둥하게 말했다.“흥, 그게 뭐 어쨌다고 그래? 기껏해야 운전기사나 경호원을 하는 사람인 거잖아. 우리 집에도 경호원이 있어. 경호원이라 해봤자 한달에 몇백만원을 버는 게 전부일 텐데, 90억짜리 헤어샵을 사는 게 말이나 돼?” 소희는 일부러 자랑하는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현태의 진짜 과거를 털어놓기로 했다.“허, 몇 년 동안 UFC의 챔피언 자리를 지킨 사람한테, 몇십억이 무슨 대수라고 그러세요? 혹시 꿈이라도 꾸는 거예요?” “UFC?!”심유인은 격투기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UFC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소희는 설명하기도 귀찮다는 듯 말했다.“모르면 인터넷에 찾아보시던가요.”“언니, 제가 언니의 속셈을 모를 줄 알아요? 현태 오빠가 평범한 운전기사라고 생각해서 일부로 언니의 남자 친구도 부른 거잖아요.” “저희 부모님께는 남자 친구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언니의 남자 친구와 제 남자 친구를 비교하고 싶은 거잖아요, 안 그래요?” “이런 말까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언니가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 같아서 말씀해 드릴게요. 제 남자 친구가 언니의 남자 친구보다 돈이 더 많을
현태는 설명하기 시작했다,“제가 그 헤어샵을 인수하긴 했지만, 사모님께 드릴 거거든요.” “앞으로는 사모님께서 그 샵의 사장님이십니다. 미용은 하고 싶을 때 하시면 됩니다.”심씨 가문에는 전속 미용사가 있었지만, 꽤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게다가 이지숙이 미용 기계를 사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어떤 시술을 두세 달이나 반년 정도 지나야 다시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미용 기계에 먼지만 앉지 않겠는가?결국 이지숙은 헤어샵에 가서 시술받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헤어샵에 가는 것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가끔 일이 생겨서 시간을 놓치면, 다시 예약을 잡아야만 했다.이지숙은 진작에 헤어샵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줄곧 자신에게 적합한 헤어샵을 찾지 못했다.이지숙은 현태가 선택한 헤어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하지만 그 샵의 사장은 돈이 많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에서도 적지 않은 명성을 떨치던 터라 온 가족이 외국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이지숙은 이미 그 사람과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는 않았고, 모든 일은 흐지부지되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생각하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었다.심유인은 ‘말도 안 돼’ 라는 말만 연신 해댔다.“말도 안 돼요! 임현태 씨는 그냥 운전기사잖아요. 대통령을 위해 운전한다고 해도 헤어샵을 살 수는 없을 거라고요!”그 헤어샵은 심유인도 아는 곳이었다.‘거긴 적어도 100억은 있어야 인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이지숙도 마음속에 품었던 호기심을 드러냈다.“이 샵의 사장이 계속 외국에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그 사람하고 연락한 거죠?” “아, 그 부분은 하 대표님께서 힘써주셨습니다. 마침 하 대표님께서 그 샵의 사장님과 구면이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하 대표님의 곁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장님께서 흔쾌히 샵을 양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지숙이 물었다.“하 대표가 이 일에 직접 나섰다고요?” “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순조롭
심유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고작 한 세트가 다예요?”“그래도 이해는 해드릴게요. 이게 능력 범위 내에서 고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제품이었을 테니까요. 800만원, 900만원을 저축하려면 몇 개월은 걸려야 하잖아요, 그렇죠?” 이지숙이 곧장 입을 열었다.“유인아, 그게 무슨 말이니? 선물은 금액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거란다.” “그래.”심근영도 현태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네 숙모를 위해 스킨케어 제품을 골랐다는 건, 충분히 마음을 썼다는 증거란다.”심유인이 입을 삐죽거리자, 현태가 웃으며 말했다.“아무리 값비싼 선물보다 마음이 중요하다지만, 조금 쑥스러워서 다른 선물도 준비해 왔습니다.”심유인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그 선물도 화장품은 아니겠죠? 또 몇백만원짜리인 건가요?”“유인아!”이지숙은 다소 불쾌해졌지만, 성격이 좋은 현태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아닙니다, 이번 선물은 스킨케어 제품보다 조금 비싼 거거든요.”현태는 이 말을 끝으로 작은 선물 상자를 꺼냈다.심유인이 목을 길게 빼며 재촉했다.“숙모, 어서 열어보세요. 목이 빠질 것 같은데, 대체 뭐예요?” 이지숙은 손에 쥔 작은 상자를 묵묵히 바라보았다.‘꽤 가벼워. 아무래도 큰 선물은 아닌 것 같아.’“밥부터 먹고 열어보자꾸나.” “지금 열어보시죠. 심유인 씨도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신 모양인데요.” 현태가 이지숙을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심유인이 경멸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방금 그 스킨 케어 제품보다 조금 더 비싼 선물을 꺼내면, 내가 감탄한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허, 정말 웃겨.’‘저것도 고작 몇백 만원짜리 선물일 뿐일 거야.” “숙모, 선물한 사람도 저렇게 말하잖아요. 어서 열어보세요!”이지숙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선물 상자를 열자마자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스킨케어 제품이 아니라...’‘작은 증서?’상자를 또 한 번 확인한 이지숙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