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서는 친구를 버리고 도망갈 수 없었다. 그녀는 핫팩을 들고 몇 사람을 향해 던졌고, 여자는 자신의 얼굴에 각별히 신경을 썼기에, 이런 습격을 당하자 재빨리 손을 들어 얼굴을 막느라 더 이상 임하나를 때리지 않았다.그러나 민예지가 데려온 사람은 정말 너무 많아서 두 주먹으로 그들을 당해낼 수 없었으니 윤이서는 점차 힘이 빠졌다.바로 이때, 문밖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빨리 빨리, 하 씨 집안 도련님의 둘째 작은아버지가 돌아왔다고 하던데, 바로 이 경매장에 있다잖아…….”카메라를 메고 있던 기자들은 경매장 안에서 서로 머리를 잡아당기는 여자들을 보고 모두 멍해졌다.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을 완전히 잊어버렸다.어머!민 씨 집안 아가씨가 하 씨 집안 도련님의 약혼녀와 대중들 앞에서 맞붙어 싸우다니, 대박이었다.그리고 그들은 하나하나 카메라를 들고 필사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민예지는 플래시에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찍지 마! 찍지 말라고! 당장 그들을 쫓아내!”스태프는 얼른 사람을 쫓아냈고, 또 다른 구경꾼들을 대피시켰다.이렇게 큰 경매장 안에는 마침내 민예지와 윤이서 몇 사람만 남았다.민예지는 그 기자들이 정말 그 장면을 보도할까 봐 걱정돼서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그러다 그녀는 하마터면 사장님과 부딪힐 뻔했다.“민예지 아가씨.” 사장님은 공손하게 공책 하나를 들고 있었다.“오늘 자선 경매를 위해 20억을 기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는 정말 마음이 너그러우십니다. 여기에 사인해 주십시오. 저희는 아가씨의 선행을 기록하고 싶습니다.”민예지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잠깐만, 뭐라고? 자선 경매?”“맞습니다, 모르셨습니까? 오늘 경매의 모든 수익은 전부 시골 아이들에게 기부할 예정인데, 아가씨는 정말 큰 일을 하셨습니다.”민예지는 눈동자를 돌리더니 얼굴에 다시 웃음이 나타났다.”그래, 그녀는 오늘이 자선 경매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가격을 20억까지 올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부금을 주기 위해서라
“너…….”“빨리 내 이름으로 사인해.”윤이서는 멈칫했다.“사인하지 않는다면, 나 지금 바로 금 거래소에 전화를 해서, 감, 시, 카, 메, 라, 영상 달라고 할 거야!”민예지는 손에 든 펜을 꽉 쥐고 윤이서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좋아, 사인할게, 사인한다고.”그녀가 굴욕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사인하는 것을 보고, 윤이서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임하나에게 말했다.“하나야, 우리도 이제 가자.”임하나는 즐겁게 대답한 다음, 민예지의 곁을 지날 때, 일부러 말했다.“민예지 아가씨 마음도 참 넓으셔.”민예지는 화가 나서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땅에 던졌다.경매장을 나서자 임하나는 득의양양하게 윤이서의 팔을 붙잡았다.“이서야, 너 오늘 너무 멋있다! 반할 뻔했잖아!”“너,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정말이야.”임하나는 민예지를 언급하자 화가 났다.“전에 걔가 너를 비웃으면, 너는 항상 나에게 하 씨 집안과 민 씨 집안 관계가 괜찮으니 두 집안의 관계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참을 수 있으면 참으라고 했잖아. 지금 마침내 본때를 보여주니 속이 다 후련하네.”윤이서는 활짝 웃으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았다.그녀도 확실히 속이 시원했다.하은철을 떠난 후로 그녀는 많이 밝아졌다.“참, 이제 어디로 갈 거야?”임하나가 물었다.윤이서는 금 팔찌를 바라보았다.“우리 넥타이 사러 가자.”“할아버지한테 넥타이 선물하려고?”윤이서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그 남자에게 주려고?” 임하나는 얼른 말했다.“이서야, 너 지금 정신 나간 거지? 그 남자는 밖에 다른 여자가 있는데, 넌 왜 또 선물을 주려고 하는 거야?”윤이서는 마음속으로 그 일 때문에 무척 불편했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았다.“내가 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는 것은, 전에 그가 나한테 금 팔찌를 선물했기 때문이야. 나는 그에게 빚지고 싶지 않거든.”“너도 참.”임하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어, 저쪽에 백화점이 하나 있는데, 우리 가보자.”“좋아.”윤이서
윤이서는 멈칫했다.“내가 넥타이를 샀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하지환은 쇼핑 가방을 보며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알아맞힌 건데, 왜요? 아까워요?”“아니요, 단지 이 넥타이는 당신이 나에게 금 팔찌를 사줘서, 감사를 표시하기 산 건데, 지금 또 나에게 서예 작품을 줬으니 난…… 난 정말 어떻게 당신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하지환은 간신히 침을 삼켰고, 긴장하던 기분도 풀어졌다.“그럼 넥타이 매줘요.”“네, 네?!”윤이서의 귓가는 살며시 빨개졌다.그녀는 아직 그 어떤 남자에게 넥타이를 매준 적이 없었다.이것은 너무 친밀하기 때문에,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었다.그러나 하지환이 이런 요구를 하다니…….“다음 달에 우리 아버지를 뵈러 가야 해요. 우리 사이는 아직 좀 서툴러서 첫눈에 반한 신혼부부 같지 않으니까, 정말 감사하고 싶으면 아내라는 역할에 미리 적응해요 가족들로 하여금 우리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도록 하고,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자고요.”하지환의 눈빛은 담담했다.윤이서는 서운함에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또 하지환이…….그녀가 착각했던 것이다.윤이서는 다시 고개를 들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넥타이를 매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괜찮아요.” 하지환은 양복을 벗고 안에 있는 흰 셔츠를 드러냈다.탄탄하고 힘있는 가슴 근육은 옷 밑에 숨어 불룩했고, 윤이서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달래며 넥타이를 꺼낸 다음 하지환의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녀의 심장 소리는 점점 커졌고, 쿵쿵거리는 것이 마치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숨을 들이마시고 까치발을 했다.하지환은 키가 너무 커서 1미터 65센티미터하는 윤이서는 그의 앞에 있으면 마치 토끼처럼 아담했다.그녀가 애쓰는 모습을 보고 하지환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이렇게 하면 좀 낫지 않을까요?”갑자기 거리를 좁히자 남자의 몸에 강한 호르몬 기운이 덮치더니 윤이서는 손을 떨
윤이서가 눈을 슬쩍 떠보니 하지환이 웃는 듯 마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왜 그래요?”윤이서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근데 방금 눈을 감고 있었는데…….”“나…… 나는 단지 내가 맨 넥타이가 너무 보기 싫어서 눈을 감은 거뿐이에요.”윤이서는 아무 핑계를 대며 제자리에서 몇 바퀴 돌고서야 마침내 서예를 떠올렸다.“참, 나 이 그림 잘 간직해야 하는데. 나…… 나는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도망치듯 자기 방으로 돌아와 문을 쾅 닫았다.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하지환의 눈에는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눈빛은 차가웠다.그는 하마터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뻔했다…….그는 여태껏 그 어떤 여자에게도 자제력을 잃은 적이 없었다.아마 이상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는 확실히 윤이서를 좋아하고 있었다.하지만 절대 사랑은 아니었다!……윤이서는 방에 들어가 자신을 이불 속으로 숨겼다. 마치 이렇게 하면 쿵쾅쿵쾅 뛰는 심장은 그녀의 마음을 들키게 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방금 전의 상황을 생각해서 땅구멍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방금 도대체 왜 그랬어!?’마치 매혹된 것처럼?그래!매혹!하지환이 너무 잘생겨서 그녀가 설렜던 것이다!절대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 절대로!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리더니 윤이서를 깜짝 놀라게 했다.임하나가 걸어온 것을 보자 윤이서는 얼른 받았다.“깜짝이야, 넌 왜 지금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거야?”임하나는 예민하게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어? 이서야, 난 왜 지금 너에게 전화를 할 수 없는 거지, 설마…… 설마 너 지금 무슨 나쁜 일하고 있는 거야?”윤이서는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머릿속에는 하지환이 그녀의 손을 잡고 넥타이를 맨 장면이 스쳐 지나갔고, 얼굴은 뜨거웠다.“아, 아니야…….”“어머, 이 말투는 듣기만 해도 찔린 거 같은데.”“헛소리 하면, 때린다?” 윤이서는 머리를 이불에 숨겼다.“무슨 일
둘째 작은아버지에 대해 윤이서는 소문을 많이 들었지만 본 적이 없었고, 그들도 모르는 사이인데, 왜 그녀를 위해 일부러 미디어에게 전화를 했을까?윤이서는 얼른 물었다.“그럼 둘째 작은아버지께서 이유를 말하셨나요?“아니요.”윤이서는 약간 실망했다.“알았어요, 고마워요.”전화를 끊고 윤이서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서 하은철 둘째 작은아버지의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그의 둘째 작은아버지은 줄곧 외국에 있어 정보가 매우 적었으며, 심지어 그의 성함이 무엇인지도 찾을 수 없었다.윤이서는 초조하게 긴 머리를 정리하다가 문득 그날 기자가 들어왔을 때 외친 말이 생각났다.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도 경매장에 있다던데…….설마 그날 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도 민예지가 그녀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집안 망신이라 생각해서 특별히 당부한 것일까?윤이서는 은근히 아픈 관자놀이를 눌렀다.알아맞힐 수 없는 이상, 왜 그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것일까?윤이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어르신에게 전화를 했다.“할아버님.”“이서야.” 어르신의 기분은 아주 좋은 것 같았다.“너 드디어 이 할아버지가 생각이 난 모양이구나.”“죄송해요.”“하하하, 참 솔직하구나. 그래, 이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로 전화한 게야. 아이고, 내가 지려는 건가…….”마지막 한마디는 어르신이 스스로 중얼거리고 있었기에 윤이서는 똑똑히 듣지 못했다.“할아버님, 뭐라고요?”“하하.” 어르신은 바둑을 내려놓았다.“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은철이 작은아버지랑 바둑을 두고 있는데, 이 녀석은 너무 대단해서 내가 겨우 몇 걸음밖에 못 갔는데 진 거야.”윤이서는 멍해졌다.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가 지금 바로 어르신의 곁에 있었다!“그래요? 둘째 작은아버지가 비즈니스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바둑도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네요. 할아버님, 언제 작은아버지를 소개해 주실 건가요.”어르신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이서야, 넌 네 둘째 작은아버지가 그렇게 보고 싶은 게야? 그래, 내가 한 번 물
하, 하지환?!“당신이 어쩐 일이에요?!”하지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맞은편 방을 가리켰다.“맞은편의 방에서 회사일로 약속을 잡았지만 상대방이 일이 있어서 올 수 없다네요. 난 이서 씨가 막 들어왔을 때 바로 발견했는데, 지금 가려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윤이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하지환이 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인 줄 알았다!깜짝이야!그녀가 놀라움을 채 가시기도 전에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윤이서는 거의 날아가서 받았다.“이서야.” 어르신의 목소리였다.“방금 네 둘째 작은아버지가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갑자기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하는구나. 너에게 미안하다며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그가 너에게 사과하는 셈으로 한턱 낸다 했어.”윤이서는 문밖의 하지환을 힐끗 바라보며 눈빛이 어두웠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꼭 쥐고 억지로 웃었다.“괜찮아요, 할아버님 고마워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서운함에 전화를 끊었다.“당신도 바람맞은 거예요?”윤이서가 풀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하지환은 가슴이 답답했다.“네.” 윤이서는 흥이 깨졌고 하룻밤의 기대는 허사가 되었다.“우리는 정말 동병상련이네요.”하지환은 한 걸음 더 다가갔다.“당신은…… 그 사람을 엄청 만나고 싶나봐요?”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를 언급하자 윤이서의 얼굴에는 미소가 나타났다.“그는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아니다, 난 전혀 본 적이 없는데. 아무튼 그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에요.”그녀의 기대하는 눈빛을 보고 하지환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윤이서는 하지환을 바라보았다.하지환은 입술을 가리고 기침을 했다.“내 말은, 두 눈으로 봐야 사실이란 말이에요.”“그건 그렇죠, 하지만 그는 확실히 대단해요.”윤이서는 웃었다.하은철 둘째 작은아버지가 회사를 물려받은 뒤, 불과 1년 만에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그룹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니, 그가 만약 천재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해
윤이서는 다 하지 못한 손톱조차 신경 쓰지 못하고 임하나와 인사하고는 바로 떠났다.임하나가 쫓아 나갔을 때, 윤이서는 이미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윤이서는 속이 타서 바로 집으로 달려갔지만, 온 가족이 거실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큰일이 생긴 것 같지 않았다.“큰일 났다면서요?”“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생기겠지.”성지영이 고개를 들다.윤이서는 그제야 그녀의 앞에 병이 하나 놓인 것을 발견했는데 병은 새까매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없었다.“이건 농약이야.”성지영은 마치 윤이서의 생각을 간파한 듯 직접 말했다.윤이서는 깜짝 놀랐다.“뭐라고요?성지영은 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윤이서의 앞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윤이서는 깜짝 놀라 얼른 뒤로 물러섰다.“엄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이서야, 엄마가 이렇게 빌게, 이혼하러 가자, 응?”“엄마, 나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지금 회사 장부에 돈이 있잖아요, 이 돈만 있으면…….”“이서야!” 성지영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너는 왜 이렇게 단순한 거야, 이 100억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회사는 돈을 삼키는 것이야. 네가 하은철에게 시집가야 회사를 살릴 수 있어!”윤이서는 의혹에 빠졌다.“밑진 장사를 하고 이상, 왜 계속 열어야 하는 거죠?”성지영은 애틋하게 윤이서를 바라보았다.“이서야, 너 왜 이렇게 멍청한 거야. 회사가 아직 있어야, 우리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는 거야. 만약 MS 그룹이란 몇 글자도 없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윤 씨 집안을 정상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겠어.”“하지만 하 씨 집안 도움을 받아도 적당한 경영 방향과 전략이 없으면, 그들이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다 잃게 될 거예요!”“됐어!” 윤재하는 갑자기 일어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이서야, 며칠이 지나면 네 할아버님의 생신이잖아. 나는 네가 그때 사람들 앞에서 너와 은철의 혼사를 공개하기를 바래!”“아빠, 왜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할아버님
윤이서는 마치 혼을 빼앗긴 듯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그동안 부모님은 자신을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했고, 그녀는 매 번 뼈를 찌르는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이번에 윤이서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심지어 약간 무감각해졌다.마치…… 지금의 그들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모습인 것처럼.이전의 사랑은 단지 그녀가 미래의 하 씨 집안 아씨이기 때문이며, 떠받들어주고 예뻐해 주는 것은 모두 하 씨 집안 때문이었지, 혈연이 있는 가족 때문이 아니었다.“어?” 이상언은 갑자기 뒷좌석에서 눈을 붙이고 있는 하지환에게 말했다.“저거 네 아내 아니야?”하지환은 바로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았다.창밖에는 넋을 잃은 소녀가 쓸쓸히 걷고 있었는데, 불쌍하면서도 무기력해 보였다.“차 세워.”이상언은 입을 오므리고 몰래 웃으며 차를 세웠다.“이봐요, 윤이서 씨!”윤이서는 고개를 들지 뒷좌석에 앉아 있는 하지환을 보았는데, 차가운 몸은 마치 햇빛에 닿은 듯 사지에 점점 감각이 생겼다.하지환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물어보고 나서야 그는 윤이서 부모님이 이 근처의 별장 구역에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또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에 핏기가 전혀 없는 것을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에요?”말하면서 하지환은 윤이서의 손을 잡고 윤재하 부부를 찾아가려 했다.윤이서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추워요.”하지환은 그제야 윤이서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에 놓고 비볐다.“차에 타요, 차 안은 따뜻하니까요.”윤이서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지환 씨, 나…… 나 이제 집이 없어요.”눈물은 차가웠지만, 하지환의 손등에 떨어졌을 때, 무척 뜨거웠다.하지환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바로 사람을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내가 있는 한, 당신은 영원히 집이 있을 거예요.”윤이서는 눈을 들었고, 작은 얼굴은 눈물투성
지환과 이서는 곧 하도훈을 마주했는데, 두 사람을 보는 하도훈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래, 너희가 이겼어!” 겨우 이 말을 내뱉는 하도훈은 이미 온 힘을 다 쓴 듯했다.“원래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환은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말했지만, 하도훈은 지환의 말에 흥분하기 시작했다.“허.”“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고? 네가 윤이서와 급히 결혼하지만 않았더라면, 은철이가 이 세상을 떠날 일은 없었을 거야!” “모든 비극은 너희들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하도훈이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잘못을 깨닫지 않자, 이서는 더 이상 하도훈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이서의 눈빛을 마주한 지환이 고개를 끄덕인 후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하도훈을 바라보았다.“형님이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하도훈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이런 상황에서 알려줄 게 있다니, 두 사람한테 아이라도 있다는 건가?”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 형님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지환이 먹구름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하도훈을 응시하자, 불길한 예감을 느낀 하도훈이 곧장 몸을 일으켜 지환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지환은 그저 묵묵하게 하도훈을 응시할 뿐이었다.“그 아이는 형님의 아이가 아닙니다.” “뭐, 뭐라고?”하도훈이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얼어붙자, 지환은 한 번 더 입을 열었다.“그 아이는, 형님의 아이가 아니라고요.”하도훈은 급기야 고개를 저으며 ‘하하’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하하하,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하지환, 내가 그 말에 속을 줄 알고?! 하하, 나는 절대 그 말에 속지 않을 거야!” 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하도훈의 손을 뿌리쳤고, 광기 어린 하도훈을 차갑게 응시했다.“그 여자는 형님을 만나기 전부터 임신 중이었습니다.”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이서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하도훈은 정말 그 여자를 믿었던 걸까요?”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는 지환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정말이란다. 내가 왜 이런 일로 널 속이겠니?!” “정말 잘 됐어! 스웨이 여사도 이제야 소원을 하나 이룬 셈이니까!”배미희가 말했다.이서는 병실 입구까지 걸어온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는데, 이 결과에 놀란 하이먼 스웨이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이서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이서는 붉은 입술을 움찔거렸으나, 어떤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렸다.잠시 후, 이제야 서로를 마주하게 된 모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눈물 속에 있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배미희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이서야, 엄마라고 불러보렴.” 이서는 이전에도 하이먼 스웨이를 ‘엄마’라고 부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하이먼 스웨이가 친엄마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저 하이먼 스웨이가 자신을 다정하게 챙겨주는 어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엄마’라는 호칭은 아주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이서는 여러 번 시도한 후에야 온몸을 떨며 말했다.“엄, 엄마...”이서의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터져 나오자, 하이먼 스웨이는 이서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가... 드디어 널 찾았구나.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앞으론 엄마가 널 지켜줄게.”“엄마... 엉엉...”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한 이서는 그동안의 모든 억울함을 다 토해내는 듯했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잠시 후, 병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지환을 본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놓아주며 지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어서 오렴.” 지환은 서서히 하이먼 스웨이에게 다가갔고, 하이먼 스웨이는 지환의 손을 이서의 손 위에 올려 두었다.“이서야, 하 서방은 누구보다 널 잘 아는 사람이야. 하 서방이야말로 너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지.” “하 서방한테 널 맡길 수 있다면... 엄마는 얼마든지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그
이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환은 몸에 난 상처로 인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서가 고개를 숙여 지환과 입을 맞추며 짜릿한 감각을 느끼기도 전에, 하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우리가 올 타이밍이 아니었던 것 같네?” 이서는 하마터면 놀라 넘어질 뻔했는데, 눈치 빠른 소희가 이서를 붙잡았다.이서가 다소 원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하나를 바라보자, 하나는 깔깔거리며 가지고 온 건강식품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이내 상언과 지환은 그날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서는 하나와 소희를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두 사람, 화해한 거야?” 병실을 나서자마자, 하나가 호기심과 가십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나가 기뻐하며 이서의 어깨를 두드렸다.“잘 생각했어. 형부가 신분을 속이긴 했지만, 형부가 널 사랑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 아마 하은철은 형부의 반도 못 따라올 거야!” “근데 대체 언제까지 형부랑 그 쓰레기를 비교할 생각이야?” “형부는 평범한 사람들이랑 비교해야 한단 말이야. 아니다, 형부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낫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과거를 내려놓고 지환 씨와 다시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이 말을 끝으로 한숨을 내쉬던 이서의 표정이 다소 엄숙해졌다.“그러는 너는? 너는 상언 오빠랑 어떻게 됐어?’그동안 이서는 하나와 상언의 일을 잘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우리는...”하나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꽤 괜찮아.” “뭐가 괜찮은데?” 소희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가와 묻자, 하나가 다소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결정했어, 그 사람을 내 영원한 남자 친구로 만들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평생 이 선생님과 함께 할 생각이야. 물론 이 선생님이 원하지 않는다면 헤어져야겠지만 말이야.” “아, 이제야 알겠다!” 이서가 말했다.“네 마음속 상언 오빠의 지위가 상승하긴 했지만, 아직 남편이 될 자격
이서가 이곳에서 죽을 각오를 하던 그 순간,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바람이 크게 일었다. 사람들은 그 위력에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서는 어렴풋이 자기 머리 위에서 헬리콥터가 선회하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이서가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상 위에 누운 상태였고, 곁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있었다. 이서가 깨어나는 것을 본 두 사람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이서야, 좀 괜찮니?” “... 네.”이서는 간신히 대답한 후 긴장한 표정으로 배미희의 손을 잡았다.“엄마, 지환 씨는요?” “무사해.”배미희가 자기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다른 병실에 있는데, 아직 의식을 찾진 못했단다.” “지환 씨한테 가보고 싶어요.” 이서가 눈물을 머금고 배미희를 바라보자, 배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언에게 이서를 옆 병실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잠시 후, 침대에 누운 지환을 본 순간, 이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괜찮을 거예요. 조금만 있으면 깨어날 수 있을 거고요.”그 순간, 병실 안에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서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조금 떨어진 창가에 멋지게 걸터앉은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그 여자는 아래로 떨어질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당신은...” “그 사람이 누구든 신경 쓰지 마세요.”갑자기 나타난 어둠이 호리병이 이서를 가로막으며 보물을 자랑하듯 말했다.“윤이서 씨,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겁니다!” 이서는 호기심에 어린 눈빛으로 어둠의 호리병을 바라보았는데, 어둠의 호리병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 콜록콜록, 두 사람은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윤이서 씨와 하 대표님은 이미 염라대왕을 만났을 겁니다.” “헬리콥터를 동원한 것도 당신들이었나요?”“맞아요, 우리가 하도훈이 데려온 사람들을 모두 해치웠고, 하지호와 박예솔까지 해결
지환과 이서는 숨을 돌리기도 전에 더욱 맹렬한 공격을 받아야만 했는데, 다크웹 고수들은 사람이 아닌 괴물이라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는 곳마다 파멸로 이끌었으니 말이다.이서는 바깥 상황을 보면서 많은 걱정에 휩싸였다. “어둠의 호리병은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죠? 설마...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죠?”지환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럴 리 없어. 그 바닥 사람들은 의리를 아주 중요시하거든.”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데려오겠다고 약속한 이상, 어둠의 호리병은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킬 거야.”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차에 이서를 태웠다. “너는 우선 여길 떠나.”이서는 지환의 말 속에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고, 지환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길 떠나라니요?” 지환이 말했다.“하지호는 이미 모든 수를 동원했어. 그 자식들이 여기로 올지도 모르니까 너는 지금 당장 여길 떠나야 해!” 하지만 이서는 지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가정법원에 가서 새로운 정보를 등록하지도 않았잖아요!” “일이 끝나는 대로 처리하러 가야 한다고요!” 이서는 여전히 지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는데, 이서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았잖아요.” 지환이 거친 손가락으로 이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일이 끝나는 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줄게.”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모진 마음을 먹고 이서의 손을 밀어냈고, 이서는 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차에서 뛰어내려 소리쳤다.“우리한테는 아직 아이도 없다고요!”지환이 걸음을 멈추었다.“지환 씨,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이서는 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화약 냄새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앞으로 남은 당신의 운명이 죽음뿐이라면, 나는 당신과 함께 죽을 거예요.”“하지만 당신이 살아갈 운명이라면,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지환 씨?” 지환은
지환의 모습을 본 이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내 말은, 가정법원에 가서 다시 혼인 신고하자는 뜻이었어요.”“이전에 등록한 건 다 가짜 정보였잖아요. 내일은 진짜 정보를 등록하자고요.” 지환이 기뻐하며 말했다.“좋아, 그렇게 하자.” 이서는 지환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다시 치켜세웠지만, 잠시 후 웃음을 거두었다. “아, 하도훈 쪽을 깜빡했네요. 우리가 가정법원에 가는 틈을 타서 기습하면 어쩌죠?”지환은 이 말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시간을 미루고 싶진 않아. 하지만...’“그럼 어둠의 호리병이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찾을 때까지만 기다려보자...”바로 그때, 지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안색이 변한 지환은 곧장 창가로 걸어가 아래층에서 총을 발포한 두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중 한 무리는 하도훈의 사람들임이 분명했다.“무슨 일이에요?”이서가 침대에서 일어나 물었다.“아무래도 하도훈이 이곳을 떠나는 어둠의 호리병을 지켜본 모양이야. 이 기회를 틈타 첫 번째 공격을 하려고 한 거지.”지환은 이서를 데리고 방구석으로 향했고, 서랍에 있던 총을 꺼내며 이서에게 말했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줘. 내가 저 사람들을 쫓아내 볼게.” 이서가 지환은 손을 잡고 말했다.“하지만... 혼자는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내가 있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내가 널 지켜줄 거야.”지환이 말했다.“이서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내일이 밝으면 우리는 가정법원에 가서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이서는 지환의 마지막 말을 듣고 천천히 손을 놓았다.“나는 지환 씨를 믿어요. 당신은... 꼭 돌아올 거예요.” 굳게 마음먹은 지환이 떠나자마자 집 밖에선 몇 차례의 총소리가 울렸고, 머리를 감싼 이서는 구석에 웅크린 채 지환만을 기다렸다.‘이럴 때는 나 자신을 잘 보호해서 지환 씨한테 걱정을 끼치지 않아야 해.’ 이내 아래층의 총소리가 잦아들었고, 이서는 살며시 귀를 기울이고 나서야 별장 전체가 고요한
“윤이서 씨가 하 대표님과 사이좋게 지낸다면, 그 사람들을 찾아줄 의향이 있습니다.” 어둠의 호리병의 말을 들은 이서와 지환은 모두 멍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두 사람 모두 어둠의 호리병이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듯했다. 특히 이서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작은 어색함이 피어올랐다. “왜 대답이 없어요?”어둠의 호리병이 재촉하며 말했다.“뭐, 대답을 안 해도 상관은 없어요. 나야 그 사람들을 찾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만약 하도훈이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상대할 작정이라면, 나는 언제든 도망가면 돼요. 하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이서의 시선이 지환에게 떨어졌다.“하도훈이 최선을 다해 우리를 상대할 거라는 게 사실이에요?” 지환이 이서의 눈을 응시하며 마른침을 삼켰다.“응.” 이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어둠의 호리병을 바라보았다.“정말 그 사람들을 찾을 방법이 있는 거예요? 우리가 뭐 도울 건 없고요?”“혼자서도 충분합니다.” “그래요, 그럼...”이서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우리를 위해 두 사람을 찾아주기만 한다면, 그 조건을 승낙할게요.” 옆에 있던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의 말에 흥분하며 말했다.“이서야, 하 서방이랑 이혼하지 않겠다는 거니?” “네.”이서가 짧게 대답했다.어둠의 호리병의 제안은 이서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내어준 셈이었고, 이서는 그 구멍을 통해 위기를 모면할 생각이었다. “잘 생각했어! 정말 잘 생각했어!”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안고 말했다.“정말 좋은 일이구나. 이제 DNA 검사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어!” 지환도 이서를 꽉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알아차린 배미희는 하이먼 스웨이와 어둠의 호리병에게 말했다.“우린 이만 나가볼까요?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이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자리를 떠났고, 이서가 반응하기도 전에 문이 닫혔다.적막한 방 안에는 순식간에 두 사람만이 남았고, 이서는 지환을 바라볼 수 없어서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배미희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어머, 벌써 잊은 거야?”“애초에 스웨이 여사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 아니, 그 가짜랑 DNA 검사를 했을 때 이서 네가 그 여자랑 함께 있었잖아!” “그때 우리는 CCVT 자료를 찾진 못했지만, 가게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불러 DNA 검사를 진행했단다.” 그 일은 아주 명확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까지 그 가게에 있던 사람 중에 누가 하이먼 스웨이의 딸인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우리는 그때 그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을 조사했어. 단 한 사람을 빼고 말이야!” 배미희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이서의 몸에 떨어지자, 하이먼 스웨이도 그제야 배미희의 뜻을 이해한 듯했다.하이먼 스웨이는 흥분한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지만, 함부로 과욕을 부릴 수는 없었다.“이서야...”이서도 감격에 겨워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설마... 그럴 리가...”배미희가 말했다.“완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조사받았는데, 너랑 스웨이 여사만 DNA를 대조하지 않았잖니? 아니다, 이러고만 있을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의사를 불러서 DNA 검사를 하는 건 어떨까, 응?” 배미희의 말에 하이먼 스웨이와 이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물론 이서도 하이먼 스웨이가 친부모이길 바란 적이 있었고, 하이먼 스웨이도 이서가 딸이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하지만 지금은...두 사람 모두 반신반의했다.“제 생각에도 검사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DNA가 일치한다면 아주 기쁠 일이지만, 아니라고 해도 손해 볼 건 없잖아요?” 지환이 입을 열자, 이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격려하는 듯한 지환의 눈빛을 마주했다.이서는 다시금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는데, 하이먼 스웨이의 눈동자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저는 괜찮은데,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하이먼 스웨이가 억제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래, 좋고말고...”잠시 후, 연락
성지영이 곧장 입을 열려고 하자, 윤재하가 성지영을 제지하며 말했다.“절대 말하지 마. 저 X이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게 해주자고!” “당신은 윤이서가 정말 우리한테 가장 좋은 변호사를 고용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이 걸려들지 않는 것을 보고도 이서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으며, 되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는 모양이네요.” 성지영은 자신이 정말 속았다는 것에 분개하며 소리쳤다.“이 사기꾼아!” 하지만 성지영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기도 전에 윤재하와 성지영은 경찰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윤재하와 성지영이 경찰차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이서는 꼭꼭 숨겨두었던 나약함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어쩌면 평생 친부모님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하지만... 나는 절대 오늘의 일을 후회하진 않을 거야.’ 이서는 고개를 돌려 한쪽에 서 있는 지환과 소희를 바라보았다. ‘그래, 난 후회하지 않을 거야.’‘친부모님을 찾을 순 없지만, 저 친구들이 내 곁에 남은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 거니까.’“이만 돌아가자.” 이서의 목소리에는 형용할 수 없는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 이서는 또 한 차례의 격전을 이겨내기 위해 푹 쉬어야만 했지만, 이서가 윤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라는 가십이 온 세상을 들썩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서는 일부로 그 가십을 잠재우려 하지 않았고, 되려 상황이 더욱 악화되도록 방치했다.이내 그 소식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었고, 많은 사람은 윤씨 가문이 하씨 가문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토록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어머, 그럼 윤이서 씨는 아무 잘못도 없이 윤씨 가문의 도구가 된 거예요? 너무 불쌍하네요.] [윤씨 가문 사람들, 정말 파렴치해요! 자기 딸은 자기 딸이지만, 다른 사람은 딸은 다른 사람의 딸인 거잖아요.][윤이서 씨가 친부모님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이서 씨의 친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