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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작가: 시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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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조차도 참지 못하고 윤이서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서야, 너 미쳤어?”

아무리 이 그림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렇게 비싼 값을 내서는 안 된다.

그녀에게 이렇게 많은 돈이 어딨다고?

윤이서는 오히려 담담하게 앞줄의 화가 난 민예지를 보면서 임하나의 손등을 두드렸다.

“걱정마. 우릴 대신해서 계산할 사람 있어.”

임하나는 납득이 안 갔다.

그녀는 묻고 싶었지만, 앞줄의 민예지가 이미 팻말을 들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

“20억!

고함을 지르고서야 겨우 한숨을 되찾은 듯 기세등등하게 턱을 들어 윤이서를 흘겨보았다.

윤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팻말에 손을 얹었지만 들지 않았다.

무대 위의 사회자는 1분 넘게 기다렸는데, 아무도 가격을 부르지 않는 것을 확신했다.

“20억 한 번!

“20억 두 번!”

“20억 세 번!”

“…….”

그림은 낙찰되었다.

민예지는 20억의 가격으로 조지건의 서예 작품을 따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민예지를 보는 눈빛은 마치 멍청이를 보는 것과 같았다.

민예지는 처음에 기세등등했지만 스태프가 포장한 서예를 그녀에게 주고서야 그녀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의식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윤이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윤이서는 그녀를 향해 가볍게 웃었다.

민예지는 화가 나서 일어나려 했지만 친구가 붙잡고 있어서 그녀는 윤이서를 필사적으로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빛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한쪽의 임하나는 웃다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하하하, 웃겨 죽겠네. 20억으로 2억짜리 작품을 사다니, 이번에 민 씨 집안 아가씨는 또 북성의 농담거리가 되겠어.”

윤이서는 부드럽게 웃으며 우아하게 휴대전화를 훑으며 다음 작품을 찾았다.

그녀는 전에 따지기를 싫어했고, 전심전력으로 하은철만 바라봤지만, 최근에 정신을 차리면서 점차 얌전할수록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물며 화장실에 있을 때, 그녀는 이미 민예지에게 경고한 적이 있었다.

오늘 경매한 작품 중 한 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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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해요.”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구태우가 한 말을 곱씹자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날이 밝자마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알았어,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줄 여력이 없어.”‘미안해요, 소지태 씨.’이서는 평생 지태에게 대답을 줄 수 없을 것이었다.병실 문을 열자, 아침 식사를 들고 있는 이천이 보였다.“또 아침 식사를 가져오신 거예요?”‘역시 사모님이야!’놀란 이천은 이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순간, 뒤에서 몸을 일으킨 지환이 보였다.이서가 그를 마주하고도 표정이 구겨지지 않자, 이천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네, 사모님, 같이 드실래요?” “이 비서님, 말씀드렸잖아요.”“앞으로는 저를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마시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면 어떡해요?”이서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천은 곧장 지환의 안색을 살폈는데, 과연 이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환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내가 미쳤지... 괜히 사모님께 식사하자고 해서 또 대표님의 기분을 나쁘게 했으니까!’ “그래도 아침은 같이 먹을게요.”이서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놀란 이천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마침 배가 고프던 참이었거든요.”이서가 싱긋 웃어 보였다. ‘식사하시겠다고?! 경사네, 경사야!’이천은 바삐 이서를 붙잡고 지환의 병실로 향하며 말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아니, 윤 대표님께서 같이 식사하시겠답니다!” “그래.”지환의 낯빛은 조금이나마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듯했지만, 여전히 구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서가 자리에 앉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천은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이런 평화로운 모습이 얼마 만인 거지?’ “아,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이천이 음식을 내려놓고 말했다.“맛있게 드십시오. 부족하시면 더 사 오겠습니다.”이서는 멀어져가는 이천의 뒷모습을 보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9화

    “이 꽃차를 장기간 이용할 경우, 중추신경이 손상돼서 심하면 치매를 일으킬 수 있어요.”“강력한 성분이 꽤 많이 들어 있더군요.”“음... 제 예상대로라면, 대략 보름 정도 사용하면 치매가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놀란 이서가 다시금 물었다.“그러니까, 제가 보름 동안 이 꽃차를 복용했다면, 치매에 걸렸을 거란 말씀이세요?”“네, 그래서 지인이 준 게 맞냐고 물었던 거예요.”의사가 설명서를 보고 말했다.“설명서에도 다른 나라 언어만 있잖습니까.”“그래서 그분도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에요.”“윤이서 씨, 이 꽃차를 복용하기 시작한 건 아니죠?”“그게...”이서는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고 팀장은 외국에서 자란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 나라의 언어를 모를 수 있겠어?’‘오히려 잘 알아서 이 꽃차를 사 온 걸 거야.’ 하지만 이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팀장님이 왜... 나를 해치려 한 거지?’ ‘설마, 하도훈이 보낸 사람인 건가?’“윤이서 씨?”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설마 벌써 며칠간 드신 겁니까?” 별안간 정신을 차린 이서가 말했다.“아니요, 딱 한 번 마셨어요.” 의사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딱 한 번만 마셨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서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내 건강보다도 회사를 걱정할 때야.’‘고이서, 당신... 대체 누구야?!’의문을 품은 이서는 병실로 돌아간 후, 하늘에게 고이서의 모든 자료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하늘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으나, 곧장 고이서에 관한 자료를 보내왔다.이서는 한 장씩 뒤적거렸으나, 결국 고이서의 이력서에서는 어떠한 문제점도 찾지 못했다.‘지금 당장 고이서를 해고한다고 해도, 그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 왜 나를 찾아온 건지는 알 수 없을 거야.’ 이서는 별안간 지태의 곁에 있는 구태우를 떠올렸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구태우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는 두말없이 승낙했다.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8화

    병원에 도착한 이서는 우물쭈물하다가 차 안에 있는 지환을 향해 말했다.“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그 사람을 처리해 줘서?”“네.”“참, 그 사람은 대체 누구였어요? 왜 날 죽이려고 한 거죠?”“설마... 하도훈의 사람이었던 거예요?” 지환은 이서의 눈동자를 응시하다가 잠시 후에야 말했다.“하은철의 죽음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지만, 하도훈은 우리 두 사람이 비밀을 누설했다고 생각하고, 우리를 죽여서 분풀이하려던 거야.” 이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우리요? 누가 하지환 씨에게도 해를 가한 거예요?”“응.” 이 대답이 나오는 순간, 이서의 심장은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괜찮아요?”그녀가 간신히 입을 뗐다.지환은 그런 이서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날 걱정하는 거야?” 이서는 붉게 물든 얼굴로 화를 냈다.“우... 우리는 지금 협력 관계예요! 하지환 씨한테 사고가 나면, 내가 어떻게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찾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지환의 웃음기는 더욱 짙어졌다.“난 괜찮아. 어둠의 호리병이 있으니, 하도훈조차도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거거든.” “하지만...”이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어둠의 호리병은 한 사람이잖아요. 만약 하도훈이 동시에 두 사람을 보내면 어떡해요? 우리 둘 중에... 한 사람은 위험에 빠질 거라고요.” “걱정하지 마. 우리 곁에 고수가 있다는 걸 안 이상, 하도훈은 당분간 우리를 해치려 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하도훈은 지금 여자를 찾아 하씨 가문의 후계자를 만드느라 바쁠걸?”이서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차 안으로 돌아갔다.“하도훈이 찾는 여자한테 손을 쓸 수는 없을까요?”“무슨 뜻이야?” “하도훈은 대를 잇는 것에 집중하느라 상대의 출신은 전혀 개의치 않을 거예요. 오히려 그 사람이 더욱 중요시하는 건 상대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가 하는 거겠죠.”“만약 우리가 먼저 하도훈의 조건에 맞는 여자를 골라낸다면, 그 여자를 하도훈의 곁에 두고,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7화

    이지숙이 꽤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어머, 내 정신 좀 봐.”“나는 윤 대표더러 소희를 설득해 달라는 의미였어. 오해하지는 마.” 이서는 이미 고개를 돌려 심근영과 대화를 이어가던 지환을 흘겨보다가 이지숙을 향해 말했다.“알맞은 상대를 찾는 일은 제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잖아요.” 이지숙이 말했다.“그거야 그렇지만... 윤 대표는 우리 소희의 친구잖아. 그러면 소희와 가치관이 잘 맞는다는 뜻이지 않겠어? 어쩌면 이 중에 두 사람 마음에 다 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서는 소희를 힐끗 보았는데, 그녀는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현태 씨에 관해 말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네.’ 이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진을 받고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요리가 나오는 동안, 이서는 구실을 찾아 소희와 함께 룸을 나섰다.“소희 씨, 왜 현태 씨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거야?” 소희가 말했다.“아직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두 분이 현태 오빠를 받아들일지도 모르겠고요.”“만약 반대하신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소희의 긴장한 모습을 본 이서가 웃기 시작했다.“두 분이 현태 씨를 반대할까 봐 걱정하기 시작한 거야? 현태 씨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거네?” “이서 언니!”“그래, 인제 그만 웃을게.”“나는 두 분이 현태 씨의 출신을 전혀 개의치 않으실 거라고 생각해. 두 분에게는 현태 씨의 출신보다, 소희 씨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실 테니까.”“물론, 두 분이 소희 씨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현태 씨의 출신을 더 중요히 여기시겠지.”“그럼 소희 씨도 두 분의 의견을 신경 쓰지 않으면 되잖아?” “내 말이 틀렸어?”곰곰이 생각하던 소희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언니 말이 맞아요.”두 사람은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이지숙이 다시금 중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소희는 이서를 힐끗 본 후에야 입을 열었다.“엄마, 사실... 제겐 남자 친구가 있어요.”놀란 이지숙은 대답도 잊은 채 소희를 바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6화

    이서의 심장 소리가 욕실 안을 가득 메웠다.거부할 수 없는 그의 손길, 오히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은근한 기대가 피어올랐다.그 순간, 지환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이 많이 차갑네. 평소에 신경 좀 써.’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섰을 때는 5분이 흐른 후였다. 뺨에 오른 붉은 기운은 이미 옅어졌지만, 귓불의 붉은 기운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다시 운전석에 앉은 지환의 모습이 맑고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이자, 이서는 방금 욕실에서 느꼈던 감정이 더욱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환 씨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떨칠 수 없는 괴로움 속에서, 이서와 지환은 마침에 호텔에 다다랐다.심근영 부부와 소희는 이미 도착해 있었는데, 두 사람을 보고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게다가 심근영은 이 기회를 틈타 지환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하 대표님, 저희 체면을 세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지환의 표정은 매우 담담했다. 하지만 심근영은 그의 행동 스타일을 일찌감치 들은 모양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이서와 악수를 하려 했다.그가 손을 뻗으려던 찰나, 지환이 이를 저지했다.“늦게 왔는데, 주문부터 하시죠.”심근영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지만, 곧 상황을 이해하고는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소희에게 두 사람의 일을 들은 상태였다.‘참, 두 사람이 싸우는 중이라 했었지?’‘그런데 상황을 보아하니, 곧 화해하겠는걸?’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심근영이 지환에게 메뉴를 건넸고, 지환은 이서에게 메뉴를 건넸다. 이서는 모두의 권유로 어쩔 수 없다는 듯 주문하기 시작했다.그녀가 주문한 요리는 모두의 입맛을 고려한 것이었는데, 음식이 식탁에 오르자 모두가 만족했다. 다만, 심근영과 지환은 사업상의 일을 이야기했으며, 이지숙과 소희, 그리고 이서는 생활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의 끝은 ‘결혼’이었다.“소희야, 너도 나이가 적지 않으니, 곧 결혼해야 해.” “...엄마, 서두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5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거야?’‘맞는 말이었잖아.’‘당신들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애정행각을 벌였다고!’한편, 차에 오른 이서가 지환에게 물었다.“소희 씨한테 전화해서 약속을 취소할까요?” 지환이 시계를 힐끗 보았다.“안 늦었어.”“안 늦었다고요? 하지만 나는...” 차가 갑자기 멈추자, 이서가 이상하다는 듯 지환을 바라보았다.“왜 그래요?”“도착했어.” 이서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집을 보고는 멍해졌다.순간, 지난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했다.‘여긴... 우리가 전에 살던 곳이잖아?’이서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익숙한 감정이 불쑥 다가와 그녀의 숨통을 조였다.‘여기서...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을 보냈었지.’“어서 들어가. 다른 사람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 이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욕실로 들어가 몸에 묻은 핏자국을 씻어냈다.하지만 옷에 묻은 핏자국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옷을 갈아입어야겠어.’ ‘참, 이 집에도 옷이 있을 텐데...’잠시 머뭇거리던 이서는 욕실 문을 살며시 열었다.‘지환 씨는... 거실에 없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까치발을 들고 2층으로 향했다.하지만 계단 입구에 다다르자마자 지환과 맞닥뜨렸다.이서는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 목욕 수건만 두른 상태였고, 한 손은 가슴 위에 얹고 있었다. 하지만 높은 곳에 서 있던 지환은 고개를 숙이기만 하면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그의 목젖이 힘겹게 미끄러지자, 이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비... 비켜요. 옷 가지러 갈 거라고요...!”지환은 힘겹게 시선을 돌려 2층을 바라보았다.“내가 가져다줄게. 너는 욕실로 돌아가.”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쏜살같이 욕실로 돌아갔다.그녀는 눈앞의 위기를 해결하느라, 이후의 어색함은 완전히 잊어버린 듯했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자, 한창 샤워하던 이서는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문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4화

    운전기사는 놀라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아직 의식이 남아 있던 이서는 잠시나마 그 남자의 눈동자를 응시했다.‘날 노리는 거구나.’ 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문을 열어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문을 열기도 전에 남자의 차가운 손이 목덜미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뼈를 깎는 고통이 밀려오자, 이서는 눈을 크게 뜨고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커다란 손을 뻗어 이서의 눈을 가렸다.“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나도 너처럼 보기 드문 미인을 죽여야 하는 게 너무 안타깝거든? 그런데 어쩌겠어? 그게 내 임무인걸. 임무는...”이서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뜨거운 선혈이 자기 얼굴과 목, 그리고 온몸에 튀는 것을 느꼈다. 그 선혈은 뜨겁고 끈적거리기 그지없었다.하지만 분명히 이서의 피는 아니었다.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쿵!잠시 후, 그 남자가 굉음을 내며 그녀의 곁에 쓰러졌다. 이서는 그제야 남자의 손을 떨쳐내고 세상의 빛을 마주했다. 차량 지붕에는 굽은 칼을 현란하게 돌리고 있는 어둠의 호리병이 있었다. 그가 쥔 칼에 검붉은 선혈이 묻어 있는 것을 본 순간, 이서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당신이 죽인 거예요?!”이서는 자신이 보기에도 매우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하지만 어둠의 호리병은 개의치 않고 거들먹거리며 말했다.“왜요, 문제 있어요?” 이서는 재빨리 좌우를 살폈는데, 차가 한 대도 없었다. 그녀는 어둠의 호리병을 보며 말했다.“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거라고요!!” 어둠의 호리병은 의외라는 듯 이서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도 이런 일을 처리해 본 적이 있는 겁니까?”이서가 말했다.“그럴 리가요.”“아주 능숙해 보이는데요?”어둠의 호리병은 이서의 말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라는 말, 정말입니까?” 이서는 어둠의 호리병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하며 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다만, 이번에는 망설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전화 연결음이 이어지던 찰나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3화

    점심부터 마음이 흐트러져 있던 이서는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사무실을 나섰다.부하 직원들은 정말이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윤 대표님이요, 오늘은 일찍 퇴근하시네요.”“그러게요, 데이트 가시는 건 아니겠죠?”“데이트는 무슨요, 대표님은 이미 결혼하셨잖아요.” “결혼이라뇨, 이미 이혼한 것 같던데요? 그렇지 않으면, 윤 대표님의 남편분이 이렇게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을 리 없잖아요.” “참, 요즘 윤 대표님의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아 보였잖아요. 어쩌면 정말 이혼을 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지 않을까요? 윤 대표님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지셨잖아요.” “지금도 평범한 직장인과 어울리는 건, 윤 대표님께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말도 마세요.”“생각 좀 해보세요, 누가 대표님의 남편분이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비아냥댄다면, 기분이 좋겠어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다.한창 열띤 이야기가 오가던 찰나,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뭐가 기분 나쁘다는 거죠? 어차피 윤 대표님은 조만간 그분을 본인과 같은 위치로 올려놓으실 텐데요.” 사람들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떨어졌다. 그녀는 고이서였는데, 사람들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고 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대표님께서 남편 분을 도와 회사를 차리게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고이서는 영문을 모르는 바보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실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부러워하기 시작했다.“와, 윤 대표님의 남편분이 정말 부러워요. 가진 것도 없이 돈줄과 결혼해서 인생이 편 거잖아요.” “그러게요, 윤 대표님께서 회사를 차려주신다니, 그야말로 인생 역전이네요!”“저도 그런 와이프를 얻고 싶습니다!” “...”고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욱 우스워졌고, 이미 차에 오른 이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곧 숨길 수 없는 광기가 드러났다.‘다 내가 가져야 했던 것들이야!’ ‘네 것이 아닌 내 것!’‘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2화

    이서가 이상하다는 듯 고이서를 바라보았다.“저는 단지... 고 팀장님, 아무래도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넋이 나간 고이서는 그제야 자신의 반응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급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런 의미가 아니었다면 다행이네요. 외국에서 만난 대부분의 상사분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거든요.”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것에는 반감을 보이기도 하셨어요.”“죄송합니다. 윤 대표님, 제가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하신다면, 언제든지 숨기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이서가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저는 고 팀장님이 다정히 대해주시는 게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인간미 있어 보이잖아요.”이서의 표정에 확실히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고이서는 그제야 몰래 한숨을 돌리고 살짝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나섰다.하지만 이서는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순간 생각에 잠겼고, 사무실로 돌아온 후에 다시금 고이서의 자료를 살폈다.하지만 그 어떠한 문제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아까 그 표정은...’‘그 당황한 표정은 절대 꾸며낼 수 없는 거였어.’‘왜 그렇게 당황한 거지?’ 이서는 하루 종일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느라 소희가 걸어온 전화를 못 받을 뻔했다.“나한테 밥을 사주겠다고?”이서가 웃으며 말했다.“심 대표님이 윤씨 그룹의 대표인 나와 결탁했다고 오해할까 봐 두렵진 않아? 다른 심씨 가문 사람들의 귀에도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 사람들은 형부가 YS 그룹의 대표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절대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어요. 오히려 매일 같이 언니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고요.][게다가 저희 아빠는 언니가 우리를 도와줬다고, 언니와 형부가 아니었으면 제가 얄짤없이 심씨 가문에서 쫓겨났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두 분께 식사를 대접하고 싶으시대요.]“이제야 호칭을 바꿨구나.”이서가 웃으며 물었다.“어때, 새 부모님을 받아들인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소희는 다소 쑥스러워했다.[예전에는 왜 저를 잃어버렸는지 원망했었는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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