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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남자의 환심 따위 사는 일은 하지 않아

화가 나 씩씩 대며 가슴을 들썩이던 송종철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역시 송성연은 하등 쓸모가 없었다. 저런 이용 가치도 없는 애한테 희망을 걸다니.

지금 당장 100억이 필요한 상황인데, 강무진이 아니면 어디 가서 구하단 말인가?

지금은 수입보다 지출이 월등히 많은 실정이다. 회사는 자금을 필요로 했고, 집, 차 등 생활 곳곳에서 돈이 들었다.

이전에 돈이 있을 때는 몰랐었다. 그런데 지금 돈이 없으니, 회사의 구멍이 하루가 다르게 커졌고, 임수정도 잔소리만 해댔다.

그라고 어디 쉬웠겠나?

정말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나머지, 성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거지.

송종철이 거래를 하듯 성연을 어르기 시작했다.

“널 시집보낼 때, 강씨 집안에서 지참금으로 10억을 주겠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주지 않으려 한다. 만약 네가 이 돈을 받도록 도우면 2억을 떼서 주마.”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제까짓 게’ 하며 성연을 얕잡아보았다.

시골 사람이 평생 만져 보지도 못할 2억을 준다고 했으니, 이만하면 많이 생각해 준 셈이다.

소탐대실 하다 한 푼도 건지지 못할까 봐 눈물을 머금고 2억을 주겠다고 했지만, 속이 쓰려 죽을 지경이다.

송성연은 자신의 딸이다. 딸이 시집 가며 아버지에게 결혼 지참금을 넘겨주는 건 당연한 일이고.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한 보답이라 할 수도 있고.

성연이 뭔가를 한다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그저 결정적인 순간에 약간의 역할만 해주면 되는 것이지. 그런 생각에 성연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송종철이다.

오로지 성연이 가진 모든 것을 뽑아 먹을 생각뿐이다.

그리고, 당연히 자신의 속셈을 성연이 모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성연의 눈에는 그 속셈이 투명할 정도로 속속들이 다 보였다.

참 가소로울 뿐이다.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작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바보 취급하며 휘두를 생각인 모양이다. 분명 결혼 지참금은 100억인데도, 자신에겐 10억이라고 사기치는 것 좀 보소.

‘하, 그 100억, 진짜 한 톨 부담감 없이 다 가져도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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