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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비열해

시험이 끝난 날. 저녁 식사 중간에 무진이 성연의 시험 점수와 소감 등을 물어왔다.

머리 속에서 그림이 다 완성된 듯한 대답이 성연으로부터 나왔다.

“수학은 만점일 거예요. 영어는 마지막 작문을 안 해서 만점이 안 될 거고, 국어도…….”

성연은 답을 푼 문제와 풀지 않은 문제들을 일일이 계산하며 대략적인 예상 점수를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손건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리 사모님 정말 자신만만하네요.’

성연이 엠파이어 하우스에 온 뒤, 그 놈의 교과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본 적도 없다.

온종일 거실에 웅크린 채 게임만 하는데 저런 점수가 나온다고?

결국 완곡하게 돌려서 한마디 하는 손건호였다.

“사모님 그래도 너무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자신감을 가지는 건 좋지만, 너무 믿으면 실망만 큰 법입니다.”

그때 가서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도끼눈으로 손건호를 한 차례 쏘아준 성연이 턱을 치켜든 채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성적은 틀림없어요.”

성적이 나왔다. 과연 성연의 예상 점수가 그대로 적중했다.

성연이 말한 것과 똑같았다.

그런데 성연의 성적에 대한 논쟁이 일기 시작했다.

월례고사 직전에 이윤하 선생의 시험지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송성연의 매 과목 시험은 답을 쓰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전부 정답이었다.

전과목 만점이나 마찬가지였다.

‘송성연이 어떻게 그렇게 높은 적중률을 보일 수가 있지?’

정말 상상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시험지가 분실된 딱 그 시점에 말이다.

이윤하 또한 의심스럽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미 예전에 송성연의 성적이 가짜라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만점자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송성연 같이 시골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애가.’

‘그건 더 불가능한 일일 터.’

이번 월례고사를 앞두고 틀림없이 당황한 송성연이 고득점을 유지하기 위해 시험지를 훔치는 방법을 선택했으리라 짐작하는 이윤하였다.

송성연은 성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한 허영심을 가진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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