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의 앞에 강명재와 강명기가 모습을 드러냈다.약간 뚱뚱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는 강명기는 마음이 편하면서 뚱뚱한 관상이었다. 그러나 성연은 그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느꼈다.그 혼탁한 두 눈은 아주 또렷하고 매서웠다.그것은 오랫동안 위에서 군림하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눈빛이다.두 사람 사이에 눈싸움이 벌어졌다.그러나 성연도 두려워하지 않고 바로 그와 눈을 마주쳤다.숨지도 피하지도 않았다.그의 곁에는 강일헌이 서 있었다.무진이 오는 것을 보자 그는 즉시 의례적인 인사말을 했고, 무진에 대해서도 직접 그 이름을 불렀다.“요 몇 년 동안 강씨 가문은 무진이 네 덕분에 버티고 있어. 우리 집 일헌이는 철이 없어. 무진이 네가 반드시 많이 가르쳐야 해.”무진도 그들에게 표면적인 예의를 갖추었다.“아저씨, 그럴게요.”지금 주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 있어서 무진도 강명재를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란을 피우면, 결국 강씨 가문의 체면만 잃을 뿐이다.그래서 무진은 지금 그 자리에서는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체면을 세워주었다. 그러나 강명재와 강명기가 이 도리를 모르고 있다는 것은 아주 명백했다.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은, 그들이 큰집을 난처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강일헌은 원한을 품고 있는 무진의 눈빛을 보았다.그러나 그도 무진이 좀 두려웠다. 무진이 자신을 칼로 벨까 몹시 두려웠다.‘할아버지도 무진의 손에 떨어지셨어.’그는 자신의 실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기에, 분명히 무진의 적수가 아니다.하지만 이제 자신의 부친이 돌아왔다.그에게 또 강력한 후원자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앞으로는 무진이 나를 하찮은 일만 하게 조치하지는 못할 거야.’‘예전처럼 무진은 자기 집에 틀어박혀서 얌전히 미친 놈, 절름발이 노릇이나 해야지.’‘무진이 무슨 까닭에 나하고 적이 된 거지?’이렇게 생각한 강일헌은 몸도 곧게 폈다.무진을 바라보는 눈에는 도발의 기색이 가득했다.‘그러나 무진은
강명기도 옆에 서서 그들 두 사람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성연은 그를 흘깃 쳐다보았다.강명기는 키가 크고 말랐는데, 보기에는 아주 준수하고 기질이 아주 속되지는 않았다.그러나 은근히 비호감을 느끼게 했다.감히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이다.강명기는 무진과 성연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성연에게 시선을 준 다음 턱을 들고 경멸하는 눈빛을 보였다.이런 모습은 순전히 업신여기는 것이다.강명기는 그녀를 힐끗 쳐다본 후에야 무진에게 물었다.“무진아, 이 사람은 누구냐?”무진이 바로 대답했다.“제 약혼녀, 송성연입니다.”성연도 자신이 해야 할 예의를 다했다.“안녕하세요.”강명기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지 않았다.그리고 나서 그는 다른 쪽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아이고, 정말 세상은 여전한데 사람은 달라졌어. 나이도 많은 두 노인이 또 감옥에 갇힐 줄은 몰랐어.”그는 무진을 보면서 계속 말했다.“우리 강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강명기는 강일헌보다 훨씬 똑똑했다.윗사람으로 무진을 눌러도 무진은 절대 두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그리고 두 노인을 구해내려면 반드시 무진이 입을 다물어야 했다.그들의 이번 목적도 무진인 것이다.분노 때문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강일헌과 강진성의 눈빛에는 모두 조롱이 섞여 있었다.마치 후원자를 찾은 것 같았다.무진의 눈을 바라보며 비웃기도 했다.무진도 그들처럼 어린 사람들 앞에서 횡포를 부릴 수밖에 없다.‘어른들 앞에서는 역시 강아지처럼 찌질하잖아.’‘특히 강명기처럼 신분이 높은 어른 앞에서는 더 찍소리도 못하겠지?’‘게다가, 두 노인을 감옥에 가게 한 건 본래 무진이가 잘못한 거야.’그들도 무진의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없다.이번에 본가에 온 것도 처음이다.앞으로 강명기와 강명재가 돌아오고 무진이 편할 때가 있다.무진은 너무 많이 반응하지 않았다.이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무진은 마음속으로 아주 분명했다.‘만약 조급해한다면, 그들이 목적을 달성하게
무진은 곧장 성연을 데리고 고택으로 들어갔다.강명재와 강명기는 옆의 사람들과 바쁘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사람들이 그들 옆을 에워싼 채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두 사람이 돌아와서 너무 좋구나. 지금 강씨 집안 꼴이 말이 아니야.”“맞습니다. 지금 강씨 집안은 체면도 아예 신경 쓰지 않아. 윗사람이 아랫사람들에게 뭐라 말도 못해. 지위가 높다고 우리 어른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치들도 있어.”“그래, 이제 너희들이 돌아왔으니 강씨 집안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의 강씨 집안은 정말 제멋대로야. 예전의 대동단결하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원.” 사람들은 말하는 음성을 낮추지도 않았다.암암리에 모두 무진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강명재와 강명기는 그 옆에 서서 막지도 않았다.두 사람은 눈썹을 치켜 세웠다.과연 자신들이 떠나 있었던 시간이 얼마이든 간에 이들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했다.아니, 지금 자신들이 돌아오니 무진은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들이다.강명재가 그제서야 여유롭게 말을 받았다.“지금의 강씨 가문은 비록 지위가 다소 상승하고 회사도 괜찮다 해도 가족들 사이의 관계가 확실히 좋질 않습니다. 가족들 간의 관계는 잘 유지해야 하지요. 우리 강씨 가문이 가족들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까? 모두 한 가족인데 너와 나를 나눌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지금 이 자리에 많은 강씨 집안 방계 혈족들이 와 있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무진에게 경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지금 무진이 그룹 경영을 맡은 이후에 회사는 확실히 괜찮았다.그러나 자신들 수중의 권리는 엄청나게 축소되었다.무진이 설마 혼자 독식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자신들 방계 혈족은 아무런 공적도, 수고도 없으니 자연히 불만이었다.돈이 적게 들어오면 누구나 불만을 가지게 된다.이때 강명재가 자신들을 대변하듯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니 따라서 목소리를 키우는 이들이 나왔다.“맞다. 회사도 잘 관리해야 하지만 가족들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해. 걸핏하면 여기저기 뜯
고택의 홀로 성연이 들어가니 안금여와 강운경의 안색이 매우 나빠 보였다.성연을 보는 순간 안색이 좀 누그러진 안금여가 성연을 불렀다.“성연아, 이리 오너라.”성연은 안금여의 곁으로 다가갔다.안금여가 한탄하듯이 말했다.“무진아, 여기가 이런 상황일 줄 알면서도 왜 성연일 여기로 데려온 거니?”강씨 집안의 일은 정말 너무 복잡해서 성연까지 끌어들여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안금여다.‘별로 좋은 일도 아닌 것을.’“제가 무진 씨 따라오겠다고 한 거니 야단치지 마세요.” 성연은 할머니 안금여가 자신을 생각해서 그런다는 것을 잘 알았다.그러나 스스로 원해서 왔으니 무진을 탓할 수 없다.성연이 무진을 편들어 말하자 안금여는 비로소 무진을 바라보았다.“저 사람들이 너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았어?”저 두 어른 모두 좋은 이들이 아니었다.바깥의 동정은 안금여와 강운경의 귀에도 들렸다.‘이렇게 요란스럽게 만들어 무진의 체면을 깍으려는 게지.’저들이 어떻든 상관없지만, 무진이 저들에게 억울함을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속이 깊은 무진은 자신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안금여가 가장 염려스러운 사람이 바로 저들이었다.무진이 고개를 저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저 두 사람 당분간 그럴 여력이 없을 겁니다.”만약 저들이 자신에게 맞설 방법이 있었다면, 일부러 사람들을 몰고 이곳에 와서 위세를 떨지 않았을 것이다.당장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안금여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어딜 감히 건방지게! 애초에 네 할아버지가 인자하고 마음이 약하지만 않았더라면 저들을 10년, 20년 못 들어오게 했을 텐데. 지금 돌아오자마자 우리 앞에서 위세를 떨다니, 애초에 자신들이 벌인 짓을 잊은 게야!”저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애초에 무진의 할아버지 강상중은 저들에게 인의를 다한 셈이다.가족들은 저들을 더 오래 쫓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영감이 사람들의 뜻을 물리치고 6년만 유배를 보낸 거였다.결국에는 지금 돌아와서 은혜를
무진과 성연은 안금여와 강운경을 따라 홀을 나와 정원으로 향했다.강명재와 강명기는 오늘 안금여를 겨누고 찾아왔다.그러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 맞서야 한다.안금여를 본 두 사람이 연달아 앞으로 나오며 인사했다.“큰 어머님, 얼마 전에 사고가 날 뻔했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세요?”안금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괜찮다. 일이 생겼으면 너희들도 볼 수 없었겠지.”“명수, 명호가 철이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가 걱정된 마음에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 모양입니다. 안 그렇습니까?”강명재는 자기 동생 얘기를 하면서 저들의 죄를 가볍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자기 아버지가 걱정돼서 한 짓이란다.‘이렇게 내 앞에서 선수를 쳐?’안금여가 어찌 강명재의 말에 숨은 뜻을 못 알아들었겠는가?안금여가 바로 받아서 말했다.“그럼, 너희 아버지들은 어른이고, 나는 아니란 말이냐? 저들이 그런 짓을 벌인 것이 인지상정이라고?”안금여의 말에는 비아냥거림이 다분했고 강명재를 향한 냉소가 담겨 있었다.안금여가 이런 말로 반격할 줄은 몰랐던 강명재는 좀 멍해졌다.그러나 그가 어떤 사람인가. 바로 정신을 차린 후에 웃으며 말했다.“큰 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두 동생이 어리고 철이 없어서 충동적으로 한 짓이잖습니까? 어른으로서 이해해 주셔야지요.”이 허울 좋은 말에 하마터면 기가 차서 웃음이 터질 뻔한 안금여.지금 저들은 이치에도 맞지 않은 걸 알면서도 큰 죄를 작게 하려고 기를 쓰는 거였다.강명재는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이다.안금여는 한쪽에 선 채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강명재의 말에 동의하지 않음을 나타냈다.옆에 있던 강명기는 더 과장했다.안금여를 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큰 어머님, 우리 두 사람 몇 년 동안 못 보셨잖습니까? 많이 뵙고 싶었습니다. 큰 어머님은 여전히 예전처럼 정정해 보이시네요.”안금여가 강명기를 흘깃 쳐다보았다.지금은 아직 정정하다 해도 저들에
안금여의 말에는 아랑곳 없이 강명재와 강명기는 사람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이처럼 사람들을 불러모아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큰집에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 오늘 자신들이 고택을 찾은 목적이 아닌가.그러니 그리 쉽게 사람들을 철수시킬 수야 없지.본가인 큰집에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북성에 돌아온 자신들인데 큰어머니가 가란다고 가겠느냐 말이다.정말 자신들을 뭘로 생각하는 건지.강명재와 강명기, 두 사람 역시 입을 다문 채 침묵으로 자신들의 태도를 표시했다.당연히 두 사람이 불러낸 사람들 또한 떠나지 않은 채 고택의 정원에 모여있었다.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무진과 성연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이 두 오촌 아저씨들은 ‘사열식’같은 모습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었다.이만큼의 사람들을 불러모을 만큼 자신들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며 무진의 기를 꺽으려는 게 분명했다.무진이 심리적 압박감을 크게 느낄수록 자연히 자신들의 아버지 강상철, 강상규를 풀어주게 될 거라는 계산으로.그러나 무진을 비롯한 큰집 쪽 사람들이 저들 생각처럼 쉬이 타협할 리는 없는 법.모인 사람들 속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무진의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다 아는 인물들이다.그룹의 지분을 가진 방계 혈족들도 보이고, 중소 계열사의 경영진들이 많이 보였다.주요 계열사 쪽은 드물긴 하지만 없지는 않았다.그렇다 한들 또 어쩌겠는가?어쨌든 지금 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이는 강무진이다.저들이 그룹 경영에 조금이라도 손 대지 못하게 하리라 다시 한번 다짐했다.성연과 무진도 서로 손을 맞잡은 채 안금여를 따라 고택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응접실에는 차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안금여가 당연히 제일 상석에 앉았다.강명재와 강명기는 안금여의 오른쪽 편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무진과 성연은 자연히 저들의 맞은편, 안금여의 왼쪽 소파에 앉았다.모두 자리에 앉자 강명재와 강명기가 바로 안금여에게 따지기 시작했다.강명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큰어머님, 요 근래 강씨
그 순간, 강명재와 강명기의 얼굴이 말할 수 없이 어두워졌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성연은 수시로 두 사람의 표정을 관찰했다.마치 소리 없는 전쟁터 같았다. 각자에게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서로 격렬하게 부딪히며 싸우는 듯하다. 옆에 있던 강일헌과 강진성의 기운도 조금 전보다 강해졌다.아마도 자신들의 아버지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어서인지, 두 사람의 기세 매서워졌다. 그리고 무진을 바라보는 시선에 경멸의 빛을 품고 있었다.안금여는 한참을 망설이다 강명재와 강명기에게 말했다.“너희들 얘기는 내가 고려해 보겠다. 원래는 멀리서 돌아온 너희를 위해 환영 만찬이라도 열어주어야겠지만, 지금 내 몸이 좋지 못해 그냥 넘어가는 걸 너희가 이해하려무나.”두 사람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안금여다.저들의 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 까닭은 일단 두 사람을 달래서 보내기 위해서였을 뿐이다.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두 사람의 성격으로 봐서 만약 자신이 별말 하지 않는다면 무슨 꼬장을 부릴지 알 수 없다.두 사람을 바라보는 내내 어찌나 눈에 거슬리는지 안금여는 온몸이 쑤시고 아픈 듯하다.역시 강상철, 강상규의 자식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못살게 들쑤시는 공력이 제 아버지들 버금갔다.꼴 보기 싫어 죽겠건만 기어코 저들을 대면해야 하는 점이 가장 괴롭다. 무진이 두 사람을 향해 다시 목소리를 내었다.“두 분 모르시나 본데, 밖의 저 소규모 계열사 사장들이 무슨 능력이 있겠습니까? 우리 강씨 집안에서 보자면 쥐뿔도 없는 치들이 이리 몰려와서는 망신만 당할 뿐이죠.”저들이 이렇게 시위할 생각이라면 무진 또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자신은 저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저 작은 계열사 사장들 백 명, 천 명이 와도 결과는 같다.무진에게는 어떤 위협도 될 수 없다.저 밖에 서 있는 강씨 가문의 방계 혈족 중, 일부는 예전부터 강상철, 강상규를 따르던 자들이다.저들의 힘은 예전보다 약해져 크지 않았다.무진이 자신들의 면전에서 이런 말을 하자 강명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성연과 무진은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가지 않고 고택에 남아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 곁을 지켰다.젊은 자신들이야 문제없지만, 연로한 할머니 안금여 회장이 저들을 상대하며 마음 상한 것을 생각하니 속이 상한다.강명재와 강명기, 두 사람은 정말 양심이란 게 있는지 모르겠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침실로 돌아간 성연과 무진.오늘 고택에서 벌어진 상황을 생각하자 성연은 분노가 치밀었다.“아니, 당숙 두 분 너무 무례하지 않아요? 자신들이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그래도 여기는 강씨 본가 고택인데,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며 할머니를 몰아세우다니. 자기들도 체면 깍이는 건 싫어하면서!”저들이 위세를 부리던 모습이 떠오른 성연의 눈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만약 이 일로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지기라도 한다면 저들 목숨 몇으로도 배상하지 못할 것이다.무진이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늘 그랬어. 저들에게 도덕이니 양심이니 이런 것들은 말해도 소용없어.”저들도 낯짝이 있다면, 작정한 듯이 저 많은 사람을 끌고 와서 본가를 곤란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다들 한 가족, 한 가족이라고 말들 하지만, 도대체 누가 누구와 한 가족이고 또 누가 누구와 적인지, 저들이 그걸 모른단 말인가.“앞으로 저들 때문에 할머니가 힘드시지 않도록 잘 지켜드려야 해요.” 할머니 안금여는 이미 연로한 나이이니 이런 일들은 자연히 손아래 젊은 세대인 자신들이 상대해야 하는 게 맞다.안금여 같은 노인이 걱정하게 할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그건 맞아. 하지만 우리 강씨 집안 일에 너까지 끌어들인 셈이야. 넌 우리 때문에 너까지 힘들어졌다는 생각은 안 들어?” 강씨 집안에서 벌어진 일로 성연이 이런 번거로운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한 무진이 성연에게 물었다.만약 성연이 강씨 집안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힘든 일들은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어떻게 그래요?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어요. 할머니가 평소 저한테 얼마나 잘해 주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