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서 숙취해소제를 꺼낸 성연이 무진의 어깨를 두드렸다.“숙취해소제예요. 얼른 먹어요.”고개를 든 무진은 아무런 반항 없이 성연이 직접 입에 넣어주는 숙취약을 받아먹었다.이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조수경은 눈이 시뻘개졌다.자신은 강무진과 같이 있을 수 있는 기회를 찾으려고 그토록 애를 썼건만.강무진은 인 듯 아닌 듯 거절하며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만 했다.그러나 지금 강무진은 온 몸으로 송성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이 모두 조수경의 눈에 거슬렸다.‘왜, 왜!’‘송성연이 도대체 뭐가 좋다고!’이제 갓 성인이 된 여자애가 성숙한 여자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을까?성연은 자연스럽게 조수경의 눈빛을 보게 되었다. ‘마음에 안 들면 뭐 어쩔건데?’자신의 것이 아닌 것은 결코 가질 수 없는 법.손건호는 성연 옆으로 걸어갔다.“작은 사모님, 이 여자는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까요?”차가운 눈빛으로 조수경을 보던 성연이 바로 지시했다.“가서 물을 가져오세요.”살짝 고개를 끄덕인 손건호는 이유도 묻지 않은 채 바로 욕실로 들어가서 작은 통에 물을 절반 받아와서 성연에게 건넸다.보고 있던 조수경이 연신 몸을 뒤로 물리며 두려운 눈빛으로 소리쳤다.“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내가 말하는데, 난 강씨 집안의 손님이야. 만약 네가 이렇게 나를 대한다면, 집안 어른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두렵지도 않아?”성연에 대한 자료를 보고 단정했었다. 강무진의 약혼녀로 팔리다시피 강씨 집안에 온 송성연은 집안 어른들의 비위를 맞추기 급급했을 거라고. 또 강씨 집안 어른들에게 자신을 잘 보이기 위해 아주 신경 썼을 게 분명하다고. 그래서 자신에게 함부로 하지 못할 거라고 말이다.그러나 조수경의 계산은 틀렸다.성연은 결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았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성연의 눈에 비웃음이 떠올랐다.“당신이 강씨 집안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네요.”그 말을 끝낸 성연
성연이 건넨 숙취해소제는 성연이 직접 연구해서 만든 것으로 안에 약간의 수면 성분도 포함되어 있었다.먹은 후에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숙취는 모두 사라진다.무진은 알코올이 작용하는 가운데 숙취해소제의 수면 작용으로 깊이 잠들었다.호흡도 서서히 고르게 바뀌었다.성연은 무진의 손을 살짝 풀고 이불 안에 넣어 준 후에 침실 문을 열고 나갔다.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안금여, 강운경 그리고 조승호와 시선을 마주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의 소란이 그들을 모두 깨운 것.무슨 큰일이 생긴 줄 알고 나와서 살피던 중에 돌아온 성연을 보게 된 것이다.성연의 등장에 다들 눈에 놀랍고 기쁜 빛이 어렸다.성연을 보고 다들 몹시 기뻐했다.그 중에서도 특히 안금여가 가장 기뻐했다.모두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소파에 앉자마자 지체없이 성연을 옆으로 끌어 앉힌 안금여. 성연의 손을 잡은 채 입을 열었다.“성연아, 너 언제 돌아온 거야? 어째서 돌아온다고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거니? 네가 공부하러 간 이후로 나 혼자서 어찌나 적적하던지.”할머니의 관심과 애정에 성연은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하지만 가족들 곁에 조수경이 함께 있던 장면을 떠올리던 순간 성연의 눈이 가라앉았다.성연이 불퉁한 모습으로 툴툴거렸다.“아니, 조수경 씨가 있잖아요?”성연이 조수경의 이름을 언급하자, 안금여는 잠시 멍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내 웃으며 말했다. “수경이는 내 오랜 친구 손녀야. 어떻게 너하고 비교할 수 있겠니?”성연은 자신의 진짜 가족이다. 자신이 사랑해 마지 않는 손녀며느리.성연에 대한 애정은 조수경과는 또 달랐다. 당연히 성연에게 더 무게가 실렸다.강운경도 성연의 말에서 불안한 마음을 읽은 듯 설명했다.“수경이는 잠시 와서 머무는 아이일 뿐이야. 당연히 진짜 가족인 너와는 다르지.”그제야 기분이 좀 좋아진 성연이 고개를 내려 시간을 확인했다.“너무 늦었어요. 할머니, 고모, 고모부, 일단 다시 가서 주무시는 게 좋겠어요. 내일 제가 세 분을 위해 준비한 선
조수경은 밤새도록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거의 새벽녘 날이 밝아오도록 뒤척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침실 밖으로 나갔다.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조용한 거실에는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조수경은 주방에 들어가 앞치마를 찾아 허리에 둘렀다. 냉장고와 펜트리에서 식재료를 꺼낸 후,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구제하기 위해 밤새도록 생각해낸 유일한 방법이다.가장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온 사람은 성연이었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성연의 온몸에서 자긍심이 흐르고 있었다.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오만함과 뒤섞여 마치 어느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처럼 보였다.겨우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인 주제에...자신은 최고의 교육을 받지 않았나, 그런데 송성연은 무슨 자격으로?조수경은 접시를 쥐고 있던 손을 꼭 말아 쥐었다. 접시를 식탁 위에 올린 후,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성연에게 친근한 음성으로 말했다.“성연 씨, 제가 아침 식사 준비를 했어요. 당신이 한번 맛을 봐 줘, 입에 맞는지.”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조수경이 이러는 속셈이 한 눈에 보였다. 오로지 자신의 비위를 맞출 생각인 듯하다.싸늘한 시선으로 조수경을 흘겨본 후, 성연은 조수경을 무시한 채 거실에 가서 소파에 앉았다.원래 조깅하러 갈 생각에 일찍 내려왔다가 조수경을 보니 가기 싫어졌다.조수경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볼 셈이다.조수경은 비록 속으로 화가 났지만, 여전히 자신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송성연에게 사과할 생각이다. 강씨 집안에 남을 수 있다면 향후의 일을 장기적으로 도모할 수 있을 터.주방에서 나온 조수경이 손에 묻은 물기를 닦은 후에 성연의 맞은편에 앉았다.조수경의 얼굴에 약간 구차한 표정이 떠올랐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해 창백한 혈색은 썩 보기 좋진 않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좋았다.한참을 망설이던 조수경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성연 씨,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어젯밤에는 기분이 좋아 무진 오빠와 와인을 좀 마셨
성연은 냉담한 태도로 조수경이 하는 말을 모두 듣기만 하고 있었다.한참 혼자 얘기하던 조수경은 성연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이어지는 어색한 분위기.조수경은 성연이 일부러 유세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직접 사과한 데 이어서 아침까지 차려 주었는데 송성연은 또 뭐가 불만이란 말인가?게다가 어제 밤 자신과 강무진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지 않았나 말이다.시간이 좀 지난 후, 성연이 느긋한 음성으로 말했다.“그러니까 조수경 씨의 말은 내가 아량이 부족하다는 말인가요?”혹여 성연이 화가 난 건 아닐까 마음이 조급해진 조수경이 얼른 팔을 들어 휘휘 저었다.“나,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그냥 송성연 씨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만약 무진 오빠가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게 했더라면 그런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모든 책임은 술에 있다는 의미.자신의 음험한 욕심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조수경.조수경, 이 여자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었다.하지만 성연이 보기에는 그저 가소로울 뿐.더 이상 조수경의 연극을 구경하는 것도 귀찮아진 성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조수경 씨, 모두가 인정하는 무진 씨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는 나예요. 만약 조수경 씨가 계속 더티하게 나온다면, 나도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줄 밖에요.”순간 조수경의 얼굴에 덧씌워졌던 호의와 친절의 가면이 하마터면 깨질 뻔했다.조수경의 두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가며 성연에 대한 원망이 더 커졌다.‘바로 이 여자가 내 계획을 다 망쳤어!그것도 잠시, 이 모든 감정을 싹 지운 조수경은 평소의 연약하고 나긋나긋한 모습을 회복했다.입술을 지그시 깨문 조수경이 입을 열었다.“송성연 씨가 무진 오빠의 약혼녀라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어요. 나는...나는 무진 오빠에게 다른 마음을 품은 적이 없어요. 나는 그저 무진 오빠가 고마울 뿐이에요. 그래서 어떻게든 오빠에게 보답할 방법하
성연에게 한 방 먹은 조수경은 현관문을 나서 정원 쪽으로 향하는 성연을 주시했다.성연이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한 후 무진의 침실 입구에 가서 똑똑 노크했다.그 시각, 무진은 이미 외출할 채비를 다 마친 상태.노크한 사람이 성연인 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눈 앞에 조수경이 서 있었다.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나한테 용건 있나?”조수경은 즉시 무진을 향해 허리를 깊숙이 굽혔다.무진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지금 뭐 하는 거야?”조수경이 코를 훌쩍이며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사과했다.“무진 오빠, 어젯밤 일은 정말 미안해요. 나도 좀 취한 상태였어요. 정말 미안해요. 오빠와 성연 씨 두 사람 모두 언짢게 만들어서.”무진이 어젯밤의 일을 얼마나 기억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먼저 사과해서 나쁠 일은 없었다.“됐어, 너도 신경 쓰지 마.” 무진은 어젯밤의 일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이 역시 성연이 무진에게 준 숙취해소제 덕분. 만취했더라도 지금은 아무런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는다.하지만 무진은 성연이 돌아왔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알았다.아침에 깨어났을 때, 어젯밤 자신이 꿈을 꾼 줄로만 알았다.그러나 방에 놓인 여행용 캐리어를 보고서 성연이 돌아왔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런데 송성연 씨를 좀 언짢게 한 것 같아서, 송성연 씨가 나를 싫어할 것 같아요.”조수경은 일부러 성연의 이름을 언급했다.무진이 자신을 거드는 말을 해 주길 바라면서.그리고 이 참에 성연의 철없음을 슬쩍 드러내면서.“그럴 리가, 성연인 그런 애가 아니야.” 다른 사람이 성연을 나쁘게 말하는 것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 무진이다.갑자기 무진이 조수경을 쳐다보았다.조수경의 마음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쿵쾅거리며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스스로 가장 자신 있게 생각하는 미소를 지었다.“무진 오빠...”무진은 조수경의 눈에 숨겨진 집착과 애정을 미처 보지 못했다.“성연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렇게 일찍 일어났으니 성연이가 어디 갔는지 알아?”조
성연과 무진 두 사람은 조수경이 준비한 아침식사를 한 번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나가버렸다.결국 조수경은 안금여에게나 잘 보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침 상을 준비했다.안금여가 침실에서 나오자마자 재빨리 나가 반갑게 맞았다.“할머니, 제가 특별히 아침식사를 준비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안금여의 팔을 부축한 채 주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풍성하게 차려진 식탁 위를 본 안금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이고, 수경이가 이 할머니를 위해 일부러 아침을 준비했구나. 그럼 당연히 내가 시식을 해봐야겠구나.”이어서 식탁 앞에 앉은 안금여는 우선 식전 죽부터 한 입 맛을 본 후에 칭찬했다.“정말 맛있구나. 수경아, 네 음식 솜씨가 어쩜 이리 좋으니? 앞으로 내가 먹을 복이 있는 모양이다.”조수경은 안금여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안금여의 표정은 평소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송성연이 어젯밤의 일을 안금여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되었다.송성연이 무슨 마음으로 아직 말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그러나 강씨 집안 식구들이 모르고 있다면 그건 자신에게 더 유리한 것 아닌가.안금여가 식사를 다 마치자, 조수경은 스스로 먼저 어젯밤의 일을 자백했다.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들은 쏙 빼놓은 채 적당히 편집해서 먼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척했다.어젯밤에 성연에게 맞은 뺨이 아직 약간 발갛게 부어올라 있었다.아침에 강무진과 마주한 후에 얼굴의 화장을 지우고는 일부러 안금여가 보게 했다.“할머니, 죄송해요. 어젯밤에 제가 진짜 무진 오빠 술 못 마시게 했어야 했는데...”조수경은 일부러 부어오른 자신의 뺨을 옆으로 살짝 돌렸다.안금여의 눈에 딱 들어오는 위치.과연 안금여의 시선이 바로 조구경의 뺨으로 향했다. 하얀 얼굴에 핀 엷은 붉은색 자국이 유난히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안금여가 친절한 음성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수경아, 너 얼굴이 왜 그러니?”“어젯밤에 성연 씨가 보고는 오해를 했어요. 제가 무진 오빠를... 성연 씨 잘못이 아니라, 모두 제
나가서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본 후에 다시 들어와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무진이 먼저 성연에게 물었다.“성연아,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성연이 다소 의아한 음성으로 물었다.“무진 씨, 오늘 회사에 안 나가요?”“일은 언제든 할 수 있어. 지금 내 주요 임무는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야.” 한동안 성연을 보지 못했던 무진.지금은 그저 성연과 함께 있고 싶을 뿐이다.무슨 일이 있는지도 그는 모른다.성연이 저도 모르게 두 눈 가득 웃음을 머금었다.“다 괜찮아요, 무진 씨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어디를 가든 괜찮아요.”잠시 멈칫하며 뚫어져라 성연을 쳐다보는 무진의 목젖이 하염없이 위아래를 오르내렸다.마치 자신을 집어삼킬 듯한 무진의 시선을 바라보며 성연이 의문의 눈초리로 물었다. “무진 씨, 왜 그래요?”“너 그런 말 하지 마. 나 참기 힘들어.” 무진이 이를 악물었다. 눈가에도 옅은 붉은 색이 감돌았다.무진은 정말이지 자신의 무기력함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마트면 성연의 말 한마디에 홀라당 넘어갈 뻔했다.성연도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인정사정 없이 대놓고 웃기 시작했다.무진의 자제력이 이 정도로 약한 것을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정말 재미있어.’무진이 큰 걸음으로 성연의 곁으로 다가온 무진이 화가 참을 수 없는 표정으로 성연을 끌어안은 채 볼에 마구 입을 맞추었다.“감히 나를 비웃다니, 성연이 너 감히 웃었어?”성연은 무진의 목을 감싸 안고는 마음껏 웃었다.성연을 향한 무진의 무한한 애정과 신뢰로 말미암아 성연은 이 남자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무진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느낌도 빈번히 받은 터다.잠시 장난을 치던 두 사람은 금세 오늘의 일정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일단 성연이 좋아해야 한다. 무진은 모든 것을 성연에게 맞추었다.결국 놀이공원에 가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무진이 모든 걸 성연에게 맡겼던 탓이다.공휴일이 아니었던 터라 놀이공원에는 평소보다 사
놀이공원 내의 모든 놀이기구들을 한 번씩 다 타고 나니 이미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고 있었다.놀이공원을 나온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저녁식사를 하러 고급 레스토랑으로 갔다.성연이 무진을 불러 세웠다. “무진 씨, 잠깐만요.”무진이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왜?”성연이 발끝을 세우며 무진의 머리에서 머리띠를 벗겼다.고급 레스토랑은 놀이공원과는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것.무진은 북성에서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인물. 레스토랑에서 지인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르는데, 이런 머리띠를 하고 있으면 뒤에서 뭐라고 쑥덕거리겠나.성연은 장난을 쳐도 선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남자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해서는 안 되지.’머리띠를 내리고 고개를 든 성연은 무진의 의심스러운 시선과 마주쳤다.성연이 아무렇게 핑계를 댔다.“이 머리띠는 집에 가서 나에게 다시 씌워줘요.”영리한 무진은 당연히 성연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이내 따뜻한 온기가 마음 가득 퍼졌다.설사 성연이 일부러 자신의 체면을 깍는다 해도 상관없었다. 성연이 즐겁다면.레스토랑에 들어간 두 사람은 창가 자리를 선택해서 앉았다.이내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왔다.성연이 말하지 않아도 무진이 알아서 성연이 좋아하는 음식 몇 개를 빨리 주문했다.성연도 가벼운 마음으로 물잔을 들고 따뜻한 물을 천천히 마셨다.주문을 모두 받은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갔다. “그럼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성연이 턱을 괸 채 무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무진 씨, 어젯밤에 있었던 일 기억나요?”무진 역시 자신의 잘못을 알았다.“어제 내가 너무 많이 마셨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널 걱정시켜서. 앞으로는 절대 다른 여자와 같이 술 마시지 않을게.”무진을 바라보던 성연은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그러나 무진의 사과는 매우 진지했다.무진의 마음 속에서 자신의 존재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임을 알고 있다.만약 무진도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조
성연은 정말 무기력한 상태였다.지금 발버둥친다 해도 이 두 남자와 싸울 수 없을 것 같았다.‘정신을 가다듬으면서 때를 기다려야 해.’성연은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검은 양복의 두 사람이 앞에서 운전하는 틈을 타서 또 계속해서 은침을 두 번 찔렀다.성연의 볼은 빨개진 데다가 온몸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뜨거웠다.두 남자는 성연이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줄 알고 전혀 주의하지 않았다.성연은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막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남자 중 한 명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깜짝 놀란 성연이 얼른 핸드폰을 숨기고 실신한 척 가장했다.“형님, 안 깼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힐끗 보던 남자가 또 고개를 돌리면서 투덜댔다.형님이라는 남자가 쏘아붙였다“왜 걱정이 안 되겠어? 너는 한 푼도 받고 싶지 않은 거야?”그는 항상 조수경의 말을 기억했다.‘그 여자도 후회하겠지.’‘온종일 정신병자처럼 굴었으니 말이야.’“돈을 못 받아도... 시원하게 한번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말을 하던 남자는 성연의 얼굴을 보다가 침을 흘릴 뻔했다.또 다른 남자도 보는 걸 좋아했지만.그러나 그렇게 줏대 없이 처신한다면, 자기 부하 앞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주저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부하의 머리를 때렸다.“돈이 없어서 먹을 것도 없는 놈이 아직도 그런 말을 할 마음이 들어? 서둘러. 일을 마치고 돈을 받으면 끝나는 거야.”“형님, 혹시 저 여자가 싫으세요?” 뒷자리의 성연을 가리키는 부하의 눈에서는 욕망이 뚜렷했다.형님이라는 남자는 힐끗 한 번 보더니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생각이 나지, 왜 생각이 안 나겠어.”그 남자도 아직까지 이렇게 어린 여자를 건드린 적이 없엇다.성연은 얼굴도 예쁘고 피부가 뽀얗기 때문에 분명히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그럼 끝난 거 아니에요? 형님, 저 여자 좀 보세요. 피부가 그렇게 뽀샤시하니 누르면 붉은 자국이 남을 거예요.” 남자가 말하면서 코를 훌쩍거리기도 했다.“
성연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 약이 이미 성연의 이성을 점차 잠식했어도.여전히 조수경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조수경이 좋은 마음으로 내게 오라고 한 게 아니었어.’‘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멍청하게 왔어. 정말 멍청하게!’성연은 마음속의 그 뜨거운 느낌을 미친 듯이 억누르고 있었다.심장이 불타는 듯 온몸이 뜨거워서 해소하고 싶었다.그러나 하필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만약 정말 끌려간다면 결과가 어떨지 짐작이 가.’성연은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하고 싶었다.그러나 전혀 힘도 쓰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엎드린 채, 그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비록 성연의 마음은 달갑지 않았지만,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에게 끌려서 카페에서 나왔다.성연은 발버둥칠 힘도 없어서 자신이 끌려가게 둘 수밖에 없었다.조수경도 따라 나갔다.그리고 두 사람이 성연을 허름한 미니버스에 태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조수경이 또 그들 뒤에서 말했다.“당신들이 이 일을 끝내면 보수를 두 배로 줄 테니, 절대 사고가 나면 안 돼요. 만약 그렇게 되면 한 푼도 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요!”자신도 몇 번이나 성연과 무진을 해치려고 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 돌아왔다.‘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어.’‘송성연의 운이 그렇게 좋다는 건 믿을 수 없어.’성연을 붙잡고 있던 검은 정장 차림의 두 사람.머릿속에는 미인과 뒹굴려는 생각뿐이다.어떻게 조수경이 그렇게 많은 말을 하게 내버려 두겠는가?두 사람은 믿으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걱정 말아요, 걱정 마. 일은 틀림없이 될 겁니다. 이 여자도 이렇게 되었는데, 우리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겠어요? 당신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일이 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조수경은 은근히 불안했다.“반드시 잘 할 거라고 약속하세요.”조수경의 이 말은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왔다.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은 원래 출발하려고 했다.‘이곳은 비록 외진 곳이지만 사람이 지나다
성연은 은침으로 두 번 찔렀으니까 적어도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도 어지럽고 무기력한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마음 깊은 곳에서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눈앞의 모든 것이 모호해지면서 단지 카타르시스를 찾아 자신의 모든 욕망을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조수경은 성연이 끊임없이 머리를 흔들며 자신을 깨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이제 다 됐어’조수경은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성연의 낭패한 모습을 감상했다.‘평소에 송성연은 나를 볼 때 도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지금은 왜 거드름을 피우지 못하는 거야?’조수경은 계속 일부러 물었다.“성연 씨, 성연 씨, 정말 괜찮아요?”성연은 이제 대답할 힘도 없었다.자신이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낼 것 같아서 가까스로 몸의 반응을 억제했다.성연은 천천히 테이블 위에 엎드려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사실 그래도 정신이 약간은 남아 있엇다.하지만 조수경은 성연이 이미 잠들었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어.’바로 일어서서 성연의 뒤에 앉아 있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빨리 이 여자를 옮겨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고 당신들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요”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여전히 경계하는 태도를 유지했다.“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아니면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이야. 우리가 지체 높은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하는 건 아니겠지?”말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곳의 사람들에게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돼.’‘작은 돈 때문에 엮이게 된다면 정말 가치가 없어.’조수경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면서 허튼소리를 했다.“이 여자의 차림새를 봐요. 어디 부자 같아 보여요? 바로 학생인데, 내가 여기로 약속을 정하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을 거예요.”방금 조수경이 성연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들도 내용을 똑똑히 듣지 못했다.조수경은 이들에게 여자를 데리고 놀라고 하면서 돈도 많이 주겠다고 했
사실 성연도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기에 조수경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순간 이미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조수경이 자신이 마신 레모네이드에 약을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이 약은 너무 독해서, 순식간에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현기증이 났다.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온몸에서 열이 나면서, 옷을 찢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여기가 카페이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성연은 이것이 무슨 약인지 단번에 알아맞혔다.‘조수경이 나를 초대한 게 바로 이 개떡같은 약을 먹이기 위해서라는 걸 미처 몰랐어.’지금 성연은 조수경을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원래 조수경은 좀 깨닫게 될 줄 알았어.’‘조수경이 결국 이렇게 간이 배 밖에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내게 약을 먹이면 무진 씨가 분노가 폭발할 텐데 두렵지 않은 거야?’‘다른 건 몰라도, 이 위기를 견뎌낸다면 절대 조수경을 용서하지 않겠어!’단호하게 은침을 부러뜨려서 성연은 자신의 허벅지 혈을 찔렀다.간신히 정신이 좀 돌아와서 그나마 겨우 버틸 수 있었다.성연의 볼이 붉어지는 걸 본 조수경은 약효가 곧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서 일부러 물었다.“아이고, 성연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픈 데 있어요? 안색이 좀 이상한데요?”성연은 이를 악물고 맞은편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자 정말 밟아버리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조수경,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뒷감당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건 아니겠지?’그러나 성연은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수경을 끝장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조수경이 또 이어서 자신에게 무슨 수단을 쓸 지 알 수 없었다.성연은 잠시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덥네요.”성연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조수경에게 자신의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송성연, 너의 모든 반응은 얼굴에 드러나 있어.’조수경
성연은 조수경의 계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게다가 이 약은 확실히 무색무취해서, 은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성연은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신 성연이 컵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바로 조수경에게 말했다.“당신이 떠나기를 원한다니까, 일단 당신을 믿겠어요. 오늘은 당신도 어떤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성연은 자신이 조수경을 용서하고 싶은 것도 터무니없다고 느꼈다.그러나 이렇게 말해서 조수경의 양심이 괜찮을 수 있다면 한마디 해도 될 것이다.그리고 성연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조수경이 고의로 그랬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하지만 조수경이 이미 사직하려고 하는 이상, 앞으로 무진과 만나는 일이 없다는 걸 증명한다면 자신이 굳이 언쟁을 벌일 일도 없을 것이다.“성연 씨. 내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은 정말 미안했을 거예요.” 조수경은 정말 감동한 듯 성연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그러나 성연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소리 없이 성연의 뒤쪽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성연이 중독되어 약효가 나타나면 데려가려고 기다렸다.두 사람이 앉은 곳은 성연의 시선에서 사각지대여서, 성연은 전혀 보지 못했다.“그렇게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이곳을 떠나도 당신의 집에 잘 돌아가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도 힘드실 거예요.” 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조수경은 무슨 무서운 일이 생각났는지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걸 깨닫고 해명했다.“성연 씨, 정말 숨기지 않겠어요. 누군가 줄곧 나를 귀찮게 하고 있어요. 내가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돌아간다면 결국 좋은 날이 없을 거예요.”“나는 조수경 씨의 성격이면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다고 믿어요. 당신 생각은요?” 성연이 눈썹을 찌푸렸다.사실 조금만 조사하면 조수경이 말한 게
엠파이어 하우스 부근의 한 커피숍 안.성연이 도착했을 때, 조수경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을 본 조수경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성연 씨, 여기에요.”성연은 다가가서 조수경의 맞은편에 앉았다.“무슨 일인지 솔직히 얘기하세요.”예쁘게 차려 입은 성연을 보자 조수경의 눈에서 또 한바탕 질투가 났다.‘약혼자가 있는데도 누구한테 보여주고 꼬시려고 이렇게 치장하고 나온 거야?’‘강씨 집안이 아니라면, 송성연 이 촌닭은 평생 이런 명품도 입을 수 없겠지.’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이미 성연을 전혀 쓸모없는 사람으로 폄하했다.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조수경이 가식적으로 성연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성연 씨,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오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날 밤에 나는 정말 무진 오빠를 부축하면서 쉬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가 무진 오빠를 부축하고 돌아가자고 했지만, 오빠는 기어이 거기가 자기 방이라고 말했어요. 바로... 당신이 봤던 모습으로 변했어요. 사실 나와 무진 오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성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지금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나는 여전히 당신이 무진 씨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겠어요.”“당연히 무진 오빠하고 거리를 둘 거예요. 저는 곧 회사를 떠날 거예요. 사직서는 이미 작성했어요.”조수경은 사직서를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성연은 반신반의하면서 결코 조수경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사직서 하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그래서 성연이 할 수 없이 말했다.“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겠어요.”조수경은 이를 악물었다.마음속으로는 성연이 속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조급해선 안 돼. 결국 방법이 있을 거야.’성연이 믿지 않는 걸 본 조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슬픈 눈빛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더욱 믿게끔 행동했다.성연이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조수경 씨, 뭘 마시고 싶으세요?”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이날 성연은 다시 조수경의 전화를 받았다.성연은 원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때 조수경의 표정과 태도를 모두 똑똑히 보았다.‘그럴듯하게 꾸몄지만 무슨 그럴 필요가 있겠어?’그러나 마침 심심하기도 해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조수경이 또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봐야지.’전화를 받은 성연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성연이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안 조수경이 먼저 말했다.[성연 씨,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 도시를 떠날 거예요. 이것으로 나는 정말 성연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겠어요.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건 성연씨 당신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예요.]‘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결코 농담이 아닐 거야.’성연은 조수경의 말을 약간은 믿었지만 완전히 다 믿지는 않았다.‘조수경 이 여자는 너무 잘 꾸미고 간교한 수작도 잘 부려.’ 성연은 반드시 방비하면서 조수경을 쉽게 믿지 말아야 했다.“조수경 씨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당신의 생각이니, 외부인인 제가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진 씨의 약혼녀인 제가 당신에게 무진 씨와 거리를 두라고 요구하는 것도 제 권리입니다.”성연은 담담하게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조수경에게 무슨 감정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았다.전화기 맞은편의 조수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살에 박혔지만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다.그러나 오늘의 목적을 생각하고 조수경은 참았다.조수경이 약간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저는 무진 오빠를 오빠처럼 생각했을 뿐이에요. 집에 일이 생기자 할머니, 고모, 그리고 무진 오빠가 제게 그렇게 잘해 준 건데 성연 씨가 오해한 거예요. 성연 씨를 만나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지난번에 만났을 때 불쾌하게 헤어졌다.성연은 조수경을 만나도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느꼈다.원래는 조수경을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성연의 심리를 간파한 듯이 조수경이 바로 입을 열고 강조했다.[저는 지금 바로 성연 씨 집 근처에 있어요. 여기서 성연 씨를 기다리고
한바탕 격렬했던 정사가 끝난 후, 조수경은 이 약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은 후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오직 본능만 남았던 것이다.그동안 조수경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다.손민철은 조수경의 이런 행동에 더욱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조수경의 어깨를 껴안고 말했다.“필요하다면 더 큰 프로젝트를 줄게. WS그룹에서의 당신의 지위가 더 확고하게 될 거야.”조수경은 원래 한번 시험해 보려는 마음이었다.뜻밖에도 손민철이 여기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약을 구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이 약이야 말로 조수경이 오늘 손민철을 만난 목적이었다.다만 손민철의 말은 의외의 놀라움을 주었다.지금 손민철은 확실히 조수경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주었다.WS그룹에서 조수경의 지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만약 머리를 굴려서 손민철이 기꺼이 자신을 힘껏 돕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조수경은 손민철의 어깨에 기댄 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당신은 내게 정말 잘해 줘.”그런데 당신은 언제 돌아가서 나하고 결혼할 거야? 지금 아버지가 하루 종일 나를 재촉하고 있어.” 손민철은 단지 투정하는 듯이 말했지만, 조수경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조수경은 손민철을 보면서 애교를 부렸다.“우리는 지금도 좋지 않아?”“하지만 정하면 더 좋지. 우리 둘은 당당하게 함께 할 수 있어, 설마 당신은 그러고 싶지 않은 거야?” 손민철은 조수경을 떠보았다.조수경은 지금 어쨌든 손민철이라는 이 조력자를 잃을 수 없다.그래서 손민철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지금 우리의 큰 계획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결혼은 성공한 뒤에 다시 이야기해. 만약 강무진이 우리가 결혼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를 WS그룹에 남겨두겠어? 지금 강씨 가문에서 순전히 동정 때문에 나를 받아들였는데, 나는 이 보호막을 잃고 싶지 않아”손민철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기본적으로 조수경이 말하는 대로 하는 것일뿐.지
오늘 조수경은 청순한 재스민 같은 평소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오늘은 빨간색의 깊은 브이넥 원피스를 입었는데, 원래 겉에 숄을 하나 더 걸쳤다.방금 문을 열러 나올 때에 숄은 이미 벗어버린 뒤.조수경은 또 손민철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나 오늘 예뻐?”“아름다워, 너는 언제나 가장 아름다워.” 손민철은 이미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조수경이 손민철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당신은 왜 매번 그렇게 조급해?”“너 때문이야, 내가 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매번 나를 이렇게 유혹하는데.” 손민철이 다가가서 조수경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조수경은 거부하지 않고 손민철의 목을 껴안았다.“오늘 어쩐 일이야? 웬일로 나를 찾을 마음이 생겼어?” 손민철은 정말 어렵게 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느꼈다.“일이 없으면 당신을 찾을 수 없어?” 조수경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손민철이 넋을 잃게 만들었다.손민철이 좀 더 진도를 나가려고 하자, 조수경이 손을 붙잡고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손민철의 눈은 이미 욕망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지금 막히자 더 짜증이 났다.“왜 그래? 나를 오라고 해놓고 나를 가지고 놀려는 거야?”조수경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 지금 나한테 그런 나쁜 말투로 말한 거야?”그리고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상황을 파악한 손민철이 얼른 구슬리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 당신이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조수경 잠시 생각했다.‘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손민철을 수중에 꽉 쥐지 못했을 거야.’‘지금 이 시점에서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야 해.’‘그럼 바로 손민철부터야.’“나는 당신하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 늘 그런 식이면 전혀 새로운 게 없잖아.”“어떻게 놀고 싶은데?” 손민철도 물론 자극적으로 즐기고 싶었지만, 매번 조수경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지금 조수경이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