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으며 잠에서 깬 소지연, 하지만 일부러 계속 자는 척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비록 무진이 같은 공간에 있은 것뿐이라 해도 소지연은 만족했다.설사 무진과 아무런 일이 없었다 해도, 잠시 후에 송성연이 와서 자신과 무진침이 함께 있는 것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생각만 해도 소지연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확실히 송성연이 맞았다.성연은 평소 무진의 생활이 몹시 규칙적이라고 생각했다.이 시간이면 무진도 이미 일어났으리라 생각해 온 것이다.노크 소리를 들은 무진이 문을 열어 주었다.밤새 잠도 못 자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룸 내부 구조가 무척이나 단순해서, 문을 여는 순간 성연의 눈에 처음 들어온 건 바로 무진의 침대에 누워 있는 소지연이었다.성연은 순간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무진이 즉시 설명했다.“어제 술에 취한 상태로 여기로 달려와서는 잠 들었어. 이상한 생각하지 마.”정말이지 몹시도 유혹적인 장면이었다. 특히 소지연은 입은 옷이 너무 적었다.보통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보면 오해할 것이다.그러나 무진은 성연의 판단을 믿었다.평소 자신의 인격으로 봐서 절대 해서 안되는 짓은 하지 않았을 거라 믿을 거라고. 그래서 성연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성연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빛이 가득했고 창백했다.이런 장면을 처음 목격한 성연은 순간 멍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소지연과 강무진 사이에는 그저 세월만 고요히 쌓였을 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성연은 쭉 그렇게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사실에 정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성연이 물었다. “아침 먹으러 갈래요?”무진이 성연을 응시하며 말했다.“네 방에 가서 쉬어도 되겠어? 어젯밤에 잠을 못 잤어.”성연은 슬쩍 룸 안을 들여다보니, 테이블 위에 무진의 노트북이 아직 반짝거리고 있었다. 보
잠시 침대에 누워 있던 성연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조심조심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마 나가서 좀 걸으면 기분이 좋아질 테지.’성연은 혼자 식당에 가서 아침을 시켰다.주문한 아침 메뉴, 전복죽과 상큼한 나물 반찬 몇 가지는 아주 맛있어 보였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는 전복죽이 군침이 돌게 할 정도.하지만 맛있는 음식들을 눈앞에 두고서도 성연은 입맛이 하나도 없었다.저도 모르게 성연은 속으로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그러다 계속 생각했다. 조금 전 무진의 표정은 무척 평온했다. 게다가 무진이 자신을 속일 이유가 없었다. 무진이 말한 건 분명 사실일 것이다.‘두 사람, 바로 내 눈앞에서 그러지는 않겠지?’마음속으로 자신을 설득하려 애썼지만 여전히 의심을 완전히 이기지 못했다.무진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으면 어떡하나, 늘 생각하고 있었기에.소지연과 무진의 관계는 본시 평범하지 않았다. 육감적인 몸매의 소지연이 술을 마셨다. 그러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성연은 무진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했다.‘그리고 소지연은 도대체 왜 술에 취해서 무진의 룸으로 달려간 걸까? 작정한 게 아니라면 말이 안돼.’소지연의 행동으로 봐서 기본적으로 소지연에게 불량한 의도가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소지연은 방미정과는 달랐다.소지연은 아주 영악했다. 지금까지 숨기고 있다가 이제야 드러내다니, 정말 그 보통이 아니었다.앞으로 소지연을 많이 경계해야 할 것이다.이렇게 불량한 의도롤 가진 사람이 무진의 곁에 있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음식이 다 식도록 성연이 한 입도 먹지 않는 것을 본 종업원이 옆으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손님, 혹시 이곳 아침식사가 입에 맞지 않으세요? 바꿔드릴까요? 아니면, 어디 몸이라도 불편한지요?”종업원의 음성에 성연은 과연 수준 높은 리조트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만약 다른 곳이라면, 내가 먹든 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룸으로 돌아오니, 여전히 깊이 잠든 무진이 보였다.아까 자신이 나갈 때의 자세 그대로 바뀐 게 없었다.성연은 침대 옆에 놓인 소파에서 조용히 기다렸다.지금 마음이 무척이나 답답했다.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진 성연은 휴대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며 답답한 마음을 풀며 시간을 보냈다.몇 시간 후, 푹 자고 눈을 뜬 무진은 자신의 곁에 있는 성연을 보며 무척 기분이 좋았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깨어나자마자 사랑하는 사람을 눈에 담는 느낌, 황홀할 정도로 좋았다.무진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성연은 바로 그때 침대에서 기척이 들리자 무진이 깼음을 바로 알아차렸다.고개를 들어 무진이 누운 방향을 슬쩍 돌아보았다.“깨어났는데, 배고프지 않아요? 가서 먹을 것 좀 사다 줄까요?”“괜찮아, 배고프지 않아. 너는 왜 나랑 같이 침대에 안 누워 있어?” 무진은 자신이 잠들 때 성연을 껴안고 누워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성연을 껴안고 있을 때면 늘 안심이 되었다.하지만 그도 이제 성연이 곁에 있어야만 잠이 드는 습관에서 벗어나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어리던 성연이 차츰 자라기 시작했기 때문.이전에는 잠시 참으면 되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자제력을 믿을 수가 없었다.충동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를까 겁이 났다.그래서 무진은 성연과 각방을 쓰며 잠을 잤다.하지만 성연이 있으면 더 깊이 잘 잘 수 있었다.“잠이 안 와서 아침을 먹으러 나갔어요.” 성연이 사실대로 대답했다.그녀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더군다나 혼자 출구가 없는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증거도 없으니, 무진을 억울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당장의 해결책은 무진과 소지연의 상황을 계속해서 관찰하는 것.무진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이 무진을 힐끗 쳐다본 후에 의견을 꺼냈다.“좀 피곤해서 그런지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이번 휴가, 서둘러 끝내면 안돼요? 역시 집에 있는 게 제일 편안
소지연도 때맞추어 ‘일어났다’.두 사람은 돌아가기로 한 사실을 소지연에게 알렸다.소지연이 그 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성연 씨, 왜 며칠 더 같이 놀지 않고?”그녀는 어젯밤 자신의 계획이 효과가 있었고, 성연과 무진 사이를 이간질하는 데 성공했음을 알아차렸다.비록 자신과 무진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송성연에게 그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았다. 적어도 자신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셈이다.이건 겨우 첫걸음일 뿐.앞으로 성연을 더 힘들게 해서 먼저 무진의 곁을 떠나게 만들 것이다.성연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이제 소지연의 생각을 알게 된 성연, 소지연에 대한 태도도 그전처럼 좋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여전히 예의를 지키되, 다소 냉담했다. 딱 봐도 소지연과 교류하고 싶어하지 않는 게 보였다.그러나 소지연은 전혀 보이지 않는 듯 웃으며 성연에게 말했다.“두 사람 모두 가고 난 다음, 나 혼자 여기 있어 봤자 재미없을 테니 나도 가야겠네.”성연은 아무런 이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무진이 소지연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안심할 수 있을 테니.소지연과 무진이 식사를 한 뒤에 함께 리조트를 떠났다.돌아가는 길, 소지연은 화제를 찾아 성연과 이야기를 나누려 했다.“성연 씨, 이제 곧 대학에 들어갈 거죠? 어느 대학에 갈 지 선택했어요?”소지연을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성연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다.그래서 앞 자리에서 운전 중이던 무진이 먼저 대답했다.“성연이는 유럽의 대학에 다닐 계획이야.”소지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정말? 이거 너무 공교롭네. 나 곧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서 일해야 하잖아요. 성연 씨도 유럽으로 가면 우리 같이 어울릴 수 있겠어요. 유럽은 내가 잘 알지. 성연 씨, 유럽에 도착하면 나에게 연락해요. 내가 데리고 여기저기 안내해 줄 테니까요.”소지연이 깜짝 기뻤던 것은 성연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 아니었다.무진이 때문이었다.평소 무진은 업무 관계로만 유럽 출장을 간
성연이 집으로 돌아온 후, 소지연이 찾아오지도 않고 며칠간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그날 성연은 디저트를 연구해 볼 생각에 주방에 있다가 곽연철의 전화를 받았다.보통 곽연철은 별일 없으면 절대 자신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그것도 이때에 말이다.무슨 큰일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에요? 곽 대표님?” 성연이 손을 닦으며 물었다.전화기 저편의 곽연철이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성연도에게 말했다.“은성그룹이 최근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제왕그룹의 프로젝트 몇 개를 고발했습니다. 게다가 강일헌과 강진성이 방금 우리 사무실에 왔다가 갔는데, 바로 당근과 채찍으로 우리 제왕그룹을 압박해서 은성그룹 편에 서게 하려는 목적입니다.”지금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은성그룹이 제왕그룹을 회유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제왕그룹은 WS그룹과 합작한 이후, 업계 내의 위상이 꽤 높아진 상태다.제왕그룹 덕분에 WS그룹의 위상도 더욱 공고해졌고.다시 말해 제왕그룹은 WS그룹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두 그룹의 합작은 이미 처음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었으며, 영업이익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합작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강일헌과 강진성의 목적은 제왕그룹이 은성그룹에 투자하게 하는 것.‘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성연이 주먹을 꼭 쥐었다.“저들이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원래 강씨 가문을 떠나면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모두 힘을 잃고 어느 정도 정리될 거라고 예상했다.그런데 저들은 이전보다 더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했다.무진은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정말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저들의 도덕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저들의 스타일이죠.”곽연철이 조롱의 어투로 말했다.“정말 수고했어요, 곽 대표님.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곽 대표 아니었으면 제왕그룹은 지금 난리가 났을 테죠.”성연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둘째, 셋째 일가 쪽은
성연은 자신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바로 무진에게 전달했다.깊이 숨겨진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곽연철 핑계를 대었다.“곽연철 대표가 무지 귀찮았는지 전화로 나한테 잠깐 불만을 표현했어요. 그런데 무진씨한테는 바로 말하지 못하겠던 모양이에요. 아마도 바쁜 무진시를 번거롭게 한다고 생각했겠죠.”성연이 전하는 말을 듣고 있던 무진은 곧장 안색이 어두워졌다.어찌 되었든 곽연철 대표와 제왕그룹은 자신을 돕다가 이런 말도 안되는 수난을 당한 것이다.둘째, 셋째 일가 쪽 사람들은 반드시 제대로 손볼 필요가 있었다.“이 일에 대해 곽연철 대표를 찾아가 대화를 좀 나눠야겠군. 전화로는 부족해.”곽연철이 둘째, 셋째 일가 쪽의 공격을 받았으니, 직접 만나서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네, 내가 곽연철 대표에게 전화할게요.” 성연이 무진의 말을 받았다.협력 업체를 대하는 부분에 있어서 무진은 할 말이 없었다.성연은 이 일에 대해 무진이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처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무진은 곽연철을 직접 찾아 가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생각인 모양이다.그럼으로써 곽연철 대표의 마음이 누그러지며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이 결코 손해보지 않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하게 될 터.먼저 시간 약속을 정하고, 그날 오후에 성연은 무진과 함께 카페에서 곽연철을 만났다.그런데 곽연철의 입가에 든 멍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강일헌과 강진성이 사무실로 쳐들어와 소란을 피웠음을 알 수 있었다.곽연철의 얼굴에 난 상처가 누구의 작품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성연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었다.“강일헌과 강진성, 진짜 선을 넘네요!”‘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다니, 기회만 되면 시간을 내서라도 저들을 훈계해야겠군. 사람 좀 되라고 말이야.’곽연철이 손을 내저었다.“송성연 양, 내 상처는 괜찮습니다.”다른 사람들이 볼 때, 자신과 성연의 관계는 그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일 뿐.그래서 조금 전 곽연철은 성연을 부를 때 강무진
무진이 곽연철을 대신해서 나설 것이 분명했다.출자해서 제왕그룹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첫걸음일 뿐.충분한 성의를 보이며 자신과 합작을 진행한 곽연철을 자신이 어떻게 서운하게 할 수 있겠는가?저녁에 무진은 김남수를 데리고 북성의 한 고급 바에 있는 강일헌을 찾아 갔다.김남수는 항상 무진의 주위에 몸을 숨긴 채로 무진의 안전을 지켜온 고수였다.평상시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김남수이지만, 이번에 특수한 성격의 임무를 맡기고자 무진이 불러냈다.손건호는 최근에 긴급히 처리해야 할 다른 일로 빈번히 출장을 다니는 바람에 불러내기가 쉽지 않아 김남수를 대신 불러낸 참이다.강일헌은 이 순간에도 화끈한 몸매의 미녀 둘을 양쪽에 껴안은 채 비몽사몽 술에 취해 있었다.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한 지금의 생활이 우쭐거릴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주위는 온통 그를 향해 아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해 더 의기양양한 기분이었다.강일헌이 한창 사치스러운 환락을 즐기고 있을 때, 난데없이 소파에서 강제로 끌려내려 왔다.바로 인상을 쓰며 노발대발하던 강일헌이 고개를 들자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강무진이 보였다.싸늘한 얼굴의 무진은 암암리에 숨기고 있던 냉기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 강일헌은 그저 입술을 떨기만 할 뿐 한마디도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무진을 본 사람들은 슬슬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 자리를 떴다.어디까지나 저 위 세계 신들의 싸움, 두 사람 누구에게도 밉보이는 건 좋지 않으니, 아무래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을 터.순식간에 룸 안이 텅텅 비어 버렸다.무진이 강일헌을 향해 바로 경고를 날렸다.“오늘부터 제왕그룹은 WS그룹 소속이야. 만약 한 번 더 감히 제왕그룹에 손을 댄다면 더 이상 날 원망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강일헌은 여전히 억지를 부리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헤이, 무진 형, 지금 우리 둘째, 셋째 일가가 강씨 집안에서 떨어져 나온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뭘 어쩌시려고? 굳이 우리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을
팅팅 부은 얼굴로 강일헌이 집으로 돌아왔다. 옷에 묻은 먼지와 얼룩도 지우지 못한 채.거실에 앉아 있다가 형편없는 모습을 한 강일헌을 본 강명재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온종일 밖에서 고군분투하며 이런저런 방법을 짜내고 하는 게 모두 누구를 위한 건데?’‘그런데 내 아들이 이렇게나 변변치 못하다니.’테이블을 두드리며 아들 강일헌을 향해 분노를 터트렸다.“이런 꼴로 또 어디에 가서 빈둥거린 게냐?”평소라면 아들 강일헌이 어떻게 논다 해도 상관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은성그룹의 일거수일투족을 강무진이 지켜보고 있는 아주 중차대한 시기가 아닌가.어디에서든 아주 사소한 실수만 저질러도 성공을 눈앞에 두고 실패할 수 있었다.그런데 아들 강일헌이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짜증나게 하는 것이다.‘하, 어쩌다 이런 쓸모없는 아들을 낳았는지?’안 그래도 강무진에게서 수모를 당하고 들어온 차에, 아버지 강명재가 자신에게 분노를 터트리자 강일언은 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스물이 훌쩍 넘은 사내대장부가 눈가가 붉어진 채 아버지에게 미주알고주알 자초지종을 털어놓으며 변명했다.강명재는 강일헌의 얼굴이 강무진의 작품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그리고 사실 강일헌과 강진성 두 사람이 제왕그룹에 가서 소란을 피운 것도 따지고 보면, 강명재, 강명기 두 어른의 지시에 따른 것.강무진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강무진은 전혀 자신들의 입장을 생각해 주지 않았다!강명재는 어두운 얼굴로 강일헌을 힐끗 쳐다본 후에 입을 열었다.“어서 가서 상처를 처치하지 않고 뭐해! 강무진과 붙어서 이런 꼴이나 되다니, 그 놈과 맞설 생각은 다시는 하지도 마. 그야말로 망신스럽다!”아버지 강명재의 허락이 떨어진 후에야 강일헌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상처를 치료했다.거실에 혼자 있던 강명재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이번에 강무진이 한 일을 보면 정말이지 이쪽에 인정사정 봐주지 않은 셈이다.즉 다시 말해, 앞으로 은성그룹과 WS그룹은 서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