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연이 다시 달려들려 할 때, 무진이 바로 소지연을 밀어냈다.무진은 이런 옷차림의 소지연이 이런 인사불성 상태로 자신의 방에 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무진은 소지연을 그녀의 룸으로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아.” 돌연 소지연은 놀라며 넘어지는 척했다.잠시 방심했던 무진이 소지연에 걸려 같이 바닥으로 넘어졌다.무진의 몸이 바로 소지연의 몸 위로 떨어졌다.이런 상황이다 보니, 무진과 소지연은 친밀한 접촉을 할 수밖에 없었다.결정적인 순간에 무진이 얼른 몸을 뒤집어 반대쪽 바닥에 떨어졌다. 손만 소지연의 몸에 살짝 닿았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위에.무진이 얼른 일어나 소지연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무, 무진 오빠.” 야릇한 상황, 소지연은 무진을 인식하고 있었든 듯했다.소지연이 이렇게 한 목적은 바로 술에 잔뜩 취해 인사불성인 것처럼 해서 무진을 엮는 것이다.무진의 마음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또 무진이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하는 것.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지연의 음성을 들은 무진은 다른 생각은커녕 오히려 더 화가 났다.무진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구나?”소지연이 딸꾹질을 하며 넋을 잃은 채 무진을 바라보았다.“물론 알고 있었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무진 오빠를 모를 수가 없잖아요?”무진을 처음 본 순간부터 무진에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외국에서 힘들 때마다 무진이 자신을 일으키는 원동력이었다.자신의 실력을 더 쌓아야 무진의 곁에 있을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름 모를 계집애가 무진을 낚아채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무진을 자신의 손에 넣을 작정이었다.무진은 소지연을 붙잡아 일으켰다.“어차피 술에 취했으니 침대에 가서 자.”소지연은 속으로 은근히 기뻤다. ‘무진 오빠, 결국엔 밀어낼 생각은 포기하고 나와 함께 보낼 생각인 걸까?’여기엔 침대가 하나밖에 없다. 무진이 자신에게 침대에 가서 자라고 했으니, 그럼 무진
날이 밝으며 잠에서 깬 소지연, 하지만 일부러 계속 자는 척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비록 무진이 같은 공간에 있은 것뿐이라 해도 소지연은 만족했다.설사 무진과 아무런 일이 없었다 해도, 잠시 후에 송성연이 와서 자신과 무진침이 함께 있는 것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생각만 해도 소지연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확실히 송성연이 맞았다.성연은 평소 무진의 생활이 몹시 규칙적이라고 생각했다.이 시간이면 무진도 이미 일어났으리라 생각해 온 것이다.노크 소리를 들은 무진이 문을 열어 주었다.밤새 잠도 못 자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룸 내부 구조가 무척이나 단순해서, 문을 여는 순간 성연의 눈에 처음 들어온 건 바로 무진의 침대에 누워 있는 소지연이었다.성연은 순간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무진이 즉시 설명했다.“어제 술에 취한 상태로 여기로 달려와서는 잠 들었어. 이상한 생각하지 마.”정말이지 몹시도 유혹적인 장면이었다. 특히 소지연은 입은 옷이 너무 적었다.보통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보면 오해할 것이다.그러나 무진은 성연의 판단을 믿었다.평소 자신의 인격으로 봐서 절대 해서 안되는 짓은 하지 않았을 거라 믿을 거라고. 그래서 성연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성연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빛이 가득했고 창백했다.이런 장면을 처음 목격한 성연은 순간 멍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소지연과 강무진 사이에는 그저 세월만 고요히 쌓였을 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성연은 쭉 그렇게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사실에 정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성연이 물었다. “아침 먹으러 갈래요?”무진이 성연을 응시하며 말했다.“네 방에 가서 쉬어도 되겠어? 어젯밤에 잠을 못 잤어.”성연은 슬쩍 룸 안을 들여다보니, 테이블 위에 무진의 노트북이 아직 반짝거리고 있었다. 보
잠시 침대에 누워 있던 성연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조심조심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마 나가서 좀 걸으면 기분이 좋아질 테지.’성연은 혼자 식당에 가서 아침을 시켰다.주문한 아침 메뉴, 전복죽과 상큼한 나물 반찬 몇 가지는 아주 맛있어 보였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는 전복죽이 군침이 돌게 할 정도.하지만 맛있는 음식들을 눈앞에 두고서도 성연은 입맛이 하나도 없었다.저도 모르게 성연은 속으로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그러다 계속 생각했다. 조금 전 무진의 표정은 무척 평온했다. 게다가 무진이 자신을 속일 이유가 없었다. 무진이 말한 건 분명 사실일 것이다.‘두 사람, 바로 내 눈앞에서 그러지는 않겠지?’마음속으로 자신을 설득하려 애썼지만 여전히 의심을 완전히 이기지 못했다.무진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으면 어떡하나, 늘 생각하고 있었기에.소지연과 무진의 관계는 본시 평범하지 않았다. 육감적인 몸매의 소지연이 술을 마셨다. 그러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성연은 무진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했다.‘그리고 소지연은 도대체 왜 술에 취해서 무진의 룸으로 달려간 걸까? 작정한 게 아니라면 말이 안돼.’소지연의 행동으로 봐서 기본적으로 소지연에게 불량한 의도가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소지연은 방미정과는 달랐다.소지연은 아주 영악했다. 지금까지 숨기고 있다가 이제야 드러내다니, 정말 그 보통이 아니었다.앞으로 소지연을 많이 경계해야 할 것이다.이렇게 불량한 의도롤 가진 사람이 무진의 곁에 있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음식이 다 식도록 성연이 한 입도 먹지 않는 것을 본 종업원이 옆으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손님, 혹시 이곳 아침식사가 입에 맞지 않으세요? 바꿔드릴까요? 아니면, 어디 몸이라도 불편한지요?”종업원의 음성에 성연은 과연 수준 높은 리조트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만약 다른 곳이라면, 내가 먹든 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룸으로 돌아오니, 여전히 깊이 잠든 무진이 보였다.아까 자신이 나갈 때의 자세 그대로 바뀐 게 없었다.성연은 침대 옆에 놓인 소파에서 조용히 기다렸다.지금 마음이 무척이나 답답했다.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진 성연은 휴대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며 답답한 마음을 풀며 시간을 보냈다.몇 시간 후, 푹 자고 눈을 뜬 무진은 자신의 곁에 있는 성연을 보며 무척 기분이 좋았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깨어나자마자 사랑하는 사람을 눈에 담는 느낌, 황홀할 정도로 좋았다.무진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성연은 바로 그때 침대에서 기척이 들리자 무진이 깼음을 바로 알아차렸다.고개를 들어 무진이 누운 방향을 슬쩍 돌아보았다.“깨어났는데, 배고프지 않아요? 가서 먹을 것 좀 사다 줄까요?”“괜찮아, 배고프지 않아. 너는 왜 나랑 같이 침대에 안 누워 있어?” 무진은 자신이 잠들 때 성연을 껴안고 누워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성연을 껴안고 있을 때면 늘 안심이 되었다.하지만 그도 이제 성연이 곁에 있어야만 잠이 드는 습관에서 벗어나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어리던 성연이 차츰 자라기 시작했기 때문.이전에는 잠시 참으면 되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자제력을 믿을 수가 없었다.충동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를까 겁이 났다.그래서 무진은 성연과 각방을 쓰며 잠을 잤다.하지만 성연이 있으면 더 깊이 잘 잘 수 있었다.“잠이 안 와서 아침을 먹으러 나갔어요.” 성연이 사실대로 대답했다.그녀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더군다나 혼자 출구가 없는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증거도 없으니, 무진을 억울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당장의 해결책은 무진과 소지연의 상황을 계속해서 관찰하는 것.무진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이 무진을 힐끗 쳐다본 후에 의견을 꺼냈다.“좀 피곤해서 그런지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이번 휴가, 서둘러 끝내면 안돼요? 역시 집에 있는 게 제일 편안
소지연도 때맞추어 ‘일어났다’.두 사람은 돌아가기로 한 사실을 소지연에게 알렸다.소지연이 그 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성연 씨, 왜 며칠 더 같이 놀지 않고?”그녀는 어젯밤 자신의 계획이 효과가 있었고, 성연과 무진 사이를 이간질하는 데 성공했음을 알아차렸다.비록 자신과 무진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송성연에게 그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았다. 적어도 자신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셈이다.이건 겨우 첫걸음일 뿐.앞으로 성연을 더 힘들게 해서 먼저 무진의 곁을 떠나게 만들 것이다.성연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이제 소지연의 생각을 알게 된 성연, 소지연에 대한 태도도 그전처럼 좋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여전히 예의를 지키되, 다소 냉담했다. 딱 봐도 소지연과 교류하고 싶어하지 않는 게 보였다.그러나 소지연은 전혀 보이지 않는 듯 웃으며 성연에게 말했다.“두 사람 모두 가고 난 다음, 나 혼자 여기 있어 봤자 재미없을 테니 나도 가야겠네.”성연은 아무런 이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무진이 소지연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안심할 수 있을 테니.소지연과 무진이 식사를 한 뒤에 함께 리조트를 떠났다.돌아가는 길, 소지연은 화제를 찾아 성연과 이야기를 나누려 했다.“성연 씨, 이제 곧 대학에 들어갈 거죠? 어느 대학에 갈 지 선택했어요?”소지연을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성연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다.그래서 앞 자리에서 운전 중이던 무진이 먼저 대답했다.“성연이는 유럽의 대학에 다닐 계획이야.”소지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정말? 이거 너무 공교롭네. 나 곧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서 일해야 하잖아요. 성연 씨도 유럽으로 가면 우리 같이 어울릴 수 있겠어요. 유럽은 내가 잘 알지. 성연 씨, 유럽에 도착하면 나에게 연락해요. 내가 데리고 여기저기 안내해 줄 테니까요.”소지연이 깜짝 기뻤던 것은 성연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 아니었다.무진이 때문이었다.평소 무진은 업무 관계로만 유럽 출장을 간
성연이 집으로 돌아온 후, 소지연이 찾아오지도 않고 며칠간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그날 성연은 디저트를 연구해 볼 생각에 주방에 있다가 곽연철의 전화를 받았다.보통 곽연철은 별일 없으면 절대 자신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그것도 이때에 말이다.무슨 큰일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에요? 곽 대표님?” 성연이 손을 닦으며 물었다.전화기 저편의 곽연철이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성연도에게 말했다.“은성그룹이 최근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제왕그룹의 프로젝트 몇 개를 고발했습니다. 게다가 강일헌과 강진성이 방금 우리 사무실에 왔다가 갔는데, 바로 당근과 채찍으로 우리 제왕그룹을 압박해서 은성그룹 편에 서게 하려는 목적입니다.”지금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은성그룹이 제왕그룹을 회유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제왕그룹은 WS그룹과 합작한 이후, 업계 내의 위상이 꽤 높아진 상태다.제왕그룹 덕분에 WS그룹의 위상도 더욱 공고해졌고.다시 말해 제왕그룹은 WS그룹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두 그룹의 합작은 이미 처음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었으며, 영업이익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합작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강일헌과 강진성의 목적은 제왕그룹이 은성그룹에 투자하게 하는 것.‘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성연이 주먹을 꼭 쥐었다.“저들이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원래 강씨 가문을 떠나면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모두 힘을 잃고 어느 정도 정리될 거라고 예상했다.그런데 저들은 이전보다 더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했다.무진은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정말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저들의 도덕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저들의 스타일이죠.”곽연철이 조롱의 어투로 말했다.“정말 수고했어요, 곽 대표님.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곽 대표 아니었으면 제왕그룹은 지금 난리가 났을 테죠.”성연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둘째, 셋째 일가 쪽은
성연은 자신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바로 무진에게 전달했다.깊이 숨겨진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곽연철 핑계를 대었다.“곽연철 대표가 무지 귀찮았는지 전화로 나한테 잠깐 불만을 표현했어요. 그런데 무진씨한테는 바로 말하지 못하겠던 모양이에요. 아마도 바쁜 무진시를 번거롭게 한다고 생각했겠죠.”성연이 전하는 말을 듣고 있던 무진은 곧장 안색이 어두워졌다.어찌 되었든 곽연철 대표와 제왕그룹은 자신을 돕다가 이런 말도 안되는 수난을 당한 것이다.둘째, 셋째 일가 쪽 사람들은 반드시 제대로 손볼 필요가 있었다.“이 일에 대해 곽연철 대표를 찾아가 대화를 좀 나눠야겠군. 전화로는 부족해.”곽연철이 둘째, 셋째 일가 쪽의 공격을 받았으니, 직접 만나서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네, 내가 곽연철 대표에게 전화할게요.” 성연이 무진의 말을 받았다.협력 업체를 대하는 부분에 있어서 무진은 할 말이 없었다.성연은 이 일에 대해 무진이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처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무진은 곽연철을 직접 찾아 가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생각인 모양이다.그럼으로써 곽연철 대표의 마음이 누그러지며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이 결코 손해보지 않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하게 될 터.먼저 시간 약속을 정하고, 그날 오후에 성연은 무진과 함께 카페에서 곽연철을 만났다.그런데 곽연철의 입가에 든 멍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강일헌과 강진성이 사무실로 쳐들어와 소란을 피웠음을 알 수 있었다.곽연철의 얼굴에 난 상처가 누구의 작품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성연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었다.“강일헌과 강진성, 진짜 선을 넘네요!”‘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다니, 기회만 되면 시간을 내서라도 저들을 훈계해야겠군. 사람 좀 되라고 말이야.’곽연철이 손을 내저었다.“송성연 양, 내 상처는 괜찮습니다.”다른 사람들이 볼 때, 자신과 성연의 관계는 그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일 뿐.그래서 조금 전 곽연철은 성연을 부를 때 강무진
무진이 곽연철을 대신해서 나설 것이 분명했다.출자해서 제왕그룹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첫걸음일 뿐.충분한 성의를 보이며 자신과 합작을 진행한 곽연철을 자신이 어떻게 서운하게 할 수 있겠는가?저녁에 무진은 김남수를 데리고 북성의 한 고급 바에 있는 강일헌을 찾아 갔다.김남수는 항상 무진의 주위에 몸을 숨긴 채로 무진의 안전을 지켜온 고수였다.평상시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김남수이지만, 이번에 특수한 성격의 임무를 맡기고자 무진이 불러냈다.손건호는 최근에 긴급히 처리해야 할 다른 일로 빈번히 출장을 다니는 바람에 불러내기가 쉽지 않아 김남수를 대신 불러낸 참이다.강일헌은 이 순간에도 화끈한 몸매의 미녀 둘을 양쪽에 껴안은 채 비몽사몽 술에 취해 있었다.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한 지금의 생활이 우쭐거릴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주위는 온통 그를 향해 아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해 더 의기양양한 기분이었다.강일헌이 한창 사치스러운 환락을 즐기고 있을 때, 난데없이 소파에서 강제로 끌려내려 왔다.바로 인상을 쓰며 노발대발하던 강일헌이 고개를 들자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강무진이 보였다.싸늘한 얼굴의 무진은 암암리에 숨기고 있던 냉기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 강일헌은 그저 입술을 떨기만 할 뿐 한마디도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무진을 본 사람들은 슬슬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 자리를 떴다.어디까지나 저 위 세계 신들의 싸움, 두 사람 누구에게도 밉보이는 건 좋지 않으니, 아무래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을 터.순식간에 룸 안이 텅텅 비어 버렸다.무진이 강일헌을 향해 바로 경고를 날렸다.“오늘부터 제왕그룹은 WS그룹 소속이야. 만약 한 번 더 감히 제왕그룹에 손을 댄다면 더 이상 날 원망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강일헌은 여전히 억지를 부리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헤이, 무진 형, 지금 우리 둘째, 셋째 일가가 강씨 집안에서 떨어져 나온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뭘 어쩌시려고? 굳이 우리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을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