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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9-26 19:00:00
전처럼 다시 차가워진 곽승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 웨이터분더러 다른 수영복을 가져오라고 했어. 지금 문 열고 가져갈래? 아니면 그냥 문 옆에 놔줘?”

“그냥 문 옆에 두고 넌 나가!”

고은서가 대답했다.

곽승재가 떠나려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복도에서 기다릴게.”

그는 이렇게 말한 후 수영복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고은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새 수영복을 꺼내 갈아입었다.

이번 수영복은 비교적 보수적인 디자인이었고, 어깨가 별로 드러나지 않은 상의에 하의는 반 길이 스커트였다. 입어보니 훨씬 자연스럽고 편했다.

그녀는 가운을 걸치고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섰다.

곽승재는 복도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곽승재의 검은 눈동자는 그녀의 몸에 잠깐 머물렀다. 가운 밑으로 드러난 길고 흰 다리를 보며 그는 입술을 살짝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자, 박지연 씨도 지금 온천 구역에 있어.”

고은서는 여전히 말 못 할 어색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내가 혼자 내려갈 테니 데려다 줄 필요는 없어.”

“오늘 여기는 우리들만 이용할 수 있게 예약된 곳이야. 대부분이 GS그룹 회사 사람들인데 넌 내 아내로서 내가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

곽승재가 말했다.

‘나에게 언제 신경 써준 적이 있다고 그래?’

고은서는 속으로 불평했다.

곽승재는 그녀의 속마음을 읽은 듯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예전엔 내가 소홀했어. 그때 못 해준 것들 지금 보충해 줄께.”

“...”

그의 상냥한 말투와 태도는 마치 어제 저택에서 싸웠던 일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고은서는 더 신경 쓰지 않았고, 어차피 이 며칠만 참으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 이 산장에는 GS그룹 사람들로 가득했다. 온천 구역으로 가는 길에 그녀는 이미 여러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녀와 곽승재를 보며 그들은 매우 예의 바르게 불렀다.

“대표님, 사모님.”

또 많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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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가 여시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러세요?”“두 분께 너무 큰 폐를 끼친 것 같아 정말 죄송하네요.”여시은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곽 대표님께서도 다쳤다고 들었는데 소파에서 주무시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요. 괜찮다면 저희 둘이 같은 방을 써도 될까요?”겁먹은 여시은의 모습과 품 안에 안긴 쿠아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고은서는 여시은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기에 그녀가 불편할까 봐 방과 침대를 양보하려 했다. 게다가 곽승재가 먼저 소파에서 자겠다고 하니 여시은에게 방을 양보하려던 참인데 여시은만 괜찮다면 고은서는 곽승재와 한방에서 지내는 것보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게 더 나았다.곽승재에게 문자를 보낸 고은서가 여시은에게 말했다.“시은 씨, 얼른 씻고 푹 쉬어요.”여시은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쿠아를 좀 안아 주시겠어요? 많이 놀랐을 거예요.”쿠아를 받아 안아 든 고은서는 몸을 작게 웅크리고 두려워하는 쿠아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고은서가 쿠아의 머리를 쓰다듬자 쿠아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그때 곽승재에게서 답장이 왔다.[상처가 아프네.][흉터를 제거하기 위해 서운에 온 거 아니었어? 그럼 상처는 이미 나아서 실밥도 풀었어야 하는 거 아니야?]고은서는 일부러 사실을 들춰가며 답했다.곽승재는 한참 지나고도 답장이 다시 오지 않았다.고은서도 콧방귀를 뀌며 더 이상 묻지 않고 쿠아를 달래며 시간을 보냈다.담이 작고 체력이 좋지 않아 보여 물을 조금 주려고 할 때 책상에 놓인 여시은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는 아빠라고 표시되어 있었다.혹시 급한 일인가 싶어 고은서는 욕실 문을 두드렸다.“시은 씨, 전화 왔어요. 아버지신 것 같아요.”“죄송하지만 대신 받아서 이따 다시 전화하겠다고 해주실래요?”여시은이 답했다.고은서는 여시은의 말대로 전화를 받았다.“시은아, 왜 이제야 전화를 받는 거야? 아직 서운에 있어?”고은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반대편에서 걱정스러운 목소

  • 어게인, 비긴   제552화

    고은서도 쿠아를 구하고 싶었지만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여시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시은 씨, 먼저 나가요. 쿠아는 괜찮을 거예요!”“쿠아도 생명이 있는 아이예요! 제가 구해야 해요!”여시은이 고집을 부리며 쿠아 쪽으로 가려고 해서 그녀를 잡고 있던 고은서는 넘어질 뻔했다.다행히 곽승재가 빠르게 고은서를 붙잡아 세운 뒤 여시은까지 멈춰 세웠다.“소방대원들이 왔어요. 그들이 구해줄 거예요.”곽승재가 단호하게 말했다.고은서가 고개를 돌리며 막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보였다.여시은도 그들을 발견하고 즉시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제 고양이가 안에 있어요. 꼭 먼저 구해주세요.”소방대원들이 약속하자 여시은은 고은서의 부축을 받으며 곽승재와 함께 안전 통로로 향했다.계단에는 이미 소식을 들은 여행객들로 가득 차 있어 매우 혼잡했다.조금만 실수하면 넘어질 위험도 있었고 밀려드는 사람들에 짓밟힐 위험도 있었다.고은서가 걱정된 곽승재는 그녀를 꼭 껴안으며 보호했다.그로 인해 고은서는 여시은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저는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여시은은 이 상황에서도 점점 침착해 보였다.그러나 목욕 가운을 입은 채 젖은 머리를 한 그녀는 비 맞은 강아지처럼 처량해 보였다.고은서는 그런 여시은이 신경 쓰였지만 곽승재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데리고 아래로 향했다.아래로 갈수록 사람들은 더 많아졌지만 곽승재의 보호 덕분에 고은서는 부딪히거나 다치지 않았다.호텔 밖으로 나오지 광장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모여 있었고 소방대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사다리차도 준비해 두었다.“괜찮아?”곽승재가 물었다.고은서는 긴장감으로 물든 잘생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어깨 상처는 괜찮아?”‘조금 전까지 나를 보호하느라 끌어안고 사람들 틈에서 치였으니 부상이 심해졌을지도 몰라...’곽승재가 어깨를 살짝 움직이며 답했다.“큰 문제 없어. 나중에 병원 가서 한 번 볼게.”그들이 대화하는 동안 여시은도 소방대원의 보호 아

  • 어게인, 비긴   제551화

    송민준은 문자로 이전에 부탁했던 백씨 가문 산업과 관련된 일을 처리했음을 알려왔다.비록 민시후에게서 사전에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고은서는 송민준의 문자를 받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건넸다.[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민아에게 듣기로는 친구가 되셨다면서요? 은서 씨 모습을 보고 정신 차렸는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하네요. 이전에 민아는 시후의 아내가 되어 현모양처가 되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날도 오네요. 정말 놀라워요. 부모님께서도 아시면 기뻐하실 거예요. 은서 씨, 앞으로도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네. 감사해요. 민준 씨.]고은서는 송민준과 예의상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다른 요청은 하지 않았다.송민준이 그녀를 도운 건 송민아의 가정부 진숙희 때문이긴 하지만 송민준 정도의 사람이라면 고은서와 백유미 사이의 갈등을 모를 리 없었다.처음 송민준을 끌어들일 때는 시험해 보려는 마음이었다.하지만 결과가 나왔으니 더 이상 그에게 다른 도움을 청할 생각은 없었다.원지훈의 전화를 받고, 송민준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고은서는 피곤함이 몰려왔다.그녀는 더 이상 곽승재의 인스타를 신경 쓸 힘도 없었다.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울리는 화재 경보음에 고은서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복도에서도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여실히 느껴졌다.하지만 해성 호텔에 있을 때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터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신하기 전에 함부로 나가기가 망설여 진 고은서였다.내선 전화를 들고 프런트에 문의하려던 찰나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곽승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서야! 안에 있어? 빨리 문 열어!”동시에 고은서의 핸드폰 화면에 곽승재의 연락이 떠올랐다.“무슨 일이야?”고은서는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화재 경보가 떴어. 빨리 나와!”고은서는 화재라는 말에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내선 전화를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곽승재가 초조한 표정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어게인, 비긴   제550화

    고은서는 그가 건네주는 물을 받지 않았고 여행 체험에 당첨된 일도 묻지 않았다.그녀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바꾸고 박지연에게 온승준에 관해 물었다.“온승준은 세미나로 간 후로 연락 있어?”“어제 전화 왔는데 바빠서 못 받았어.”박지연이 답했다.“그리고?”“없어. 이게 다야. 나도 다시 연락하지 않았고 온승준도 다시 연락 오지 않았고.”“결정은 내렸어?”박지연의 고은서의 물음에 한참 침묵하면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혼할 거야. 그런데 이혼하고 나면 남남이 된다고 생각할 때마다 아쉽긴 해. 하지만 더 잡고 있어 보았자 의미가 없잖아. 요즘 직장 일 때문에 바삐 보내다 보니까 결혼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곤 해. 이제부터 일에만 몰두하려고.”고은서는 박지연의 선택을 지지했다.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려보니 곽승재가 여전히 물병을 들고 선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날씨가 엄청 좋았는데 밝은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뚫고 곽승재를 비추면서 남다른 분위기를 조성했다.‘왜 갑자기 외로워 보이는 거지? 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고은서는 곽승재의 외모에 취해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자신에게 주의를 줬다.“난 힘들어서 먼저 호텔로 돌아가서 쉴게.”고은서는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관광버스를 타고 혼자 호텔로 돌아갔다.그녀는 폭신한 침대에 누워 자신의 인스타를 확인했는데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눌러주었다.그 밑엔 민시후의 댓글도 달려있었다.[판다 하나 입양한 걸 가지고 입이 귀에 걸렸네. 돌아오면 네가 좋아하는 동물들을 모아서 내가 동물원 하나 차려줄게.][감사하지만 사양할게요. 해성에 동물원이 이미 충분하게 많아서요. 차라리 보너스 상금을 더 두툼하게 넣어주세요.]고은서는 민시후의 댓글을 답장해준 후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가 인스타를 올린 지 일 분도 안 됐을 때 곽승재가 그녀와 똑같은 인스타 내용을 업데이트해 올린 걸 발견했다.그의 사진은 한 장도 없었고 다 그녀의 단독

  • 어게인, 비긴   제549화

    그러나 큰소리를 치던 고은서는 아무리 고민해 봐도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끝내는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대로 진주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진주처럼 이쁘고 소중히 여기는 존재라는 뜻이에요. 비록 듣자마자 탄복할 만한 이름은 아니지만 기억하기 쉽잖아요. 게다가 진주라는 이름이 여자애한테 엄청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고은서가 진지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곽승재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좋네. 그 이름으로 해.”“저도 우리 집 쿠아 이름처럼 엄청 좋은 것 같아요!”여시은도 맞장구를 쳤다.직원들은 당연하게도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이름을 확정한 후 직원은 고은서에게 기념증서를 증여하면서 그녀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알려주었다.그중에는 직접 사육사를 통해 아기 판다의 성장 근황을 알 수 있는 혜택과 수시로 현장에 보러 올 수 있는 혜택이 포함되어 있었다.고은서는 자신이 직접 이름을 지어준 판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매우 좋았다.“은서 씨, 곽 대표님, 괜찮으면 카톡 아이디 알려주세요. 방금전에 찍은 사진이랑 동영상 보내드릴게요.”여시은이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그러나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고은서와 달리 곽승재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저는 필요 없으니까 은서한테만 보내시면 돼요.”“그래요.”고은서의 카톡을 추가한 후 여시은은 가방에서 만년필을 꺼내 곽승재에게 건네주었다.“곽 대표님, 이거 돌려드릴게요. 기회가 없어서 계속 못 돌려줬어요. 그렇다고 저녁에 곽 대표님 방 문을 두드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마침 생각났을 때 돌려드리려고요.”하지만 곽승재는 담담하게 거절했다.“그저 만년필뿐인데 굳이 돌려주지 않아도 돼요.”“혹시 쿠아가 물었다고 꺼리시는 건가요? 그럼 제가 새 만년필을 장만해서 회사로 보내드릴게요.”“괜찮습니다.”곽승재가 또 한 번 사양했다.이를 본 여시은도 더는 강요하지 않고 나긋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나온 지 한참 되는데 쿠아가 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서 먼저 돌아가 볼

  • 어게인, 비긴   제548화

    심지어 아기 판다를 안는 시간도 십 분 이내로 제한되어 있었다.그러나 짧디짧은 십 분이라고 해도 뽀송뽀송하고 포동포동한 아기 판다를 만질 수 있다는 거에 고은서는 만족하고 있었다.아기 판다는 고은서의 품에 앉아 그녀가 쥐여준 사과 조각을 야금야금 먹었다.고은서는 아기 판다의 귀여운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얼굴을 아기 판다 몸에 대고 비볐다.곽승재는 그녀의 곁에 서서 폰을 들고 이 순간을 대신 기록해주고 있었다.고은서는 눈이 반달 모양이 될 정도로 기뻐하며 웃고 있었다. 비록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곽승재는 그녀가 얼마나 환하게 웃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특히 아기 판다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만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옆에서 보고만 있던 곽승재도 따라 기분이 좋아졌다.십 분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새로 지나가 버렸다. 고은서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아기 판다를 사육사한테 돌려주고 밖으로 나왔다.“진짜 너무 귀엽지 않아?”밖으로 나온 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기쁨을 곽승재와 공유했다.“특히 사과 먹을 때 왼손과 오른손에 쥐고 있는 걸 한 입씩 바꿔가며 먹는 거 봤어? 그 작은 손으로 사과를 입에 넣으려고 하는 모습이 왜 저리도 귀여운지.”곽승재도 옆에서 직접 보고 심지어 동영상까지 찍었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아기 판다 흉내를 내는 고은서를 보자 또 남다른 기분이었다.그는 고은서에게 그녀가 판다보다 더 귀엽다고 알려주고 싶었다.그러나 이 말을 한다고 해도 아마 돌아오는 고은서의 불쾌한 표정일 뿐일 것이다.그는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더 보고 싶으면 한 번 더 봐도 돼.”고은서는 확실히 그러고 싶었다. 곽승재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예약 명액이 원래도 제한되어 있었고 그녀가 한 번 더 들어가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괜찮아. 아무튼 내일 것도 예약했으니까 내일 다시 오면 돼.”이후 오후 내내 기분이 좋아진 고은서는 기지

  • 어게인, 비긴   제547화

    벨 소리를 들은 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폰을 꺼내려고 했다.그러다 갑자기 자신이 얼마 전에 벨 소리를 바꿨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바로 이때, 옆에 있던 곽승재가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다.이를 본 고은서는 약간 의아했다.‘곽승재가 내가 녹음한 벨 소리를 사용한다고?’그녀는 그가 이미 삭제한 줄로만 알고 있을 뿐 저장해놓고 이렇게 당당하게 사용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전에는 그렇게 애원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이젠 나도 쓰지 않는 벨 소리를 갑자기 바꾼다고?’고은서는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곽승재가 전화를 끊자마자 고은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벨 소리 지워.”그러나 곽승재는 침묵으로 자신의 태도를 표시했다.“대체 어쩌자는 거야? 은서라고 다정하게 부르면서 내가 녹음한 벨 소리를 사용하면 내가 감동하면서 생각을 바꿀 것 같아?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이런 쓸데없는 일은 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일로 내가 생각을 바꾸는 일은 없을 테니까.”고은서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널 어떻게 부르든 무슨 벨 소리를 사용하든 다 내 자유야. 너는 간섭할 권리가 없어. 그리고 감동 받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야. 그저 내 진심을 전달하고 싶었을 뿐이야.”“어떤 진심? 수단을 가리지 않고 너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민시후를 돌려보내는 거?”“민 회장님이 편찮으신 건 사실이야. 그리고 난 그저 이 사실을 민시후 형한테만 이 사실을 알렸을 뿐, 나머지는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더는 곽승재와 다투고 싶지 않았던 고은서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아기 판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지금 민시후 때문에 화내는 거야?”곽승재가 그녀를 따라가며 물었다.그의 물음에 고은서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답했다.“당연한 거 아니야?”“민시후 너랑 안 어울려.”곽승재는 입술을 달싹이며 고민 끝에 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민시후가 나랑 안 어울린다고? 그럼 누가 나랑 어울리는데? 설마

  • 어게인, 비긴   제546화

    민시후는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내 착각인가? 왜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지? 아니야. 쓸쓸하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하루종일 이리저리 날뛰면서 다른 사람을 놀리지 못해 안달이나 하는 사람을 내가 왜 걱정하는 거야.’그녀는 호텔로 돌아가자마자 프론트 데스크 직원에게 그녀의 방에 누구도 함부로 들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곽승재가 전보다 많이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고은서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갔다.그날 저녁, 고은서는 꿀잠을 잤다.이튿날, 그녀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조식 먹으러 내려갔다.때마침 여시은도 조식 먹으러 내려왔다. 그녀는 귀여운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올리 묶은 채 어제와 같이 고양이 이동장을 메고 있었는데 청순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었다.여시은은 고은서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은서 씨, 좋은 아침이에요!”“시은 씨, 쿠아도 좋은 아침이에요.”고은서가 쿠아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인사했다.아침 식사 후, 고은서는 아기 판다를 볼 생각에 들떠있었다.“시은 씨도 같이 가지 않을래요?”여시은은 고은서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저야 좋죠. 마침 저도 아기 판다 보러 가려고 했어요.”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며 호텔 문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고은서는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곽승재를 발견했다.그는 오늘 정장 대신 세련된 일상복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남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훤칠한 몸매와 뛰어난 얼굴을 가진 그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관광버스 앞에 서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의사 보러 간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지?’“은서야.”곽승재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향해 걸어왔는데 그의 손에는 판다 키링이 쥐어져 있었다.“호텔에서 판매하길래 네 가방에 달면 좋을 것 같아서 하나 샀어.”곽승재가 말하면서 그녀의 가방에 달아주려고 했다.“괜찮아. 나 스스로 하나 사면 돼.”고은서가 그의 손을 피하

  • 어게인, 비긴   제545화

    쓸데없는 물음이었다. 그녀가 그 이유를 알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전에 몇 번이고 물어봐도 날 놀리면서 안 알려주더니 이번엔 진짜 알려주려는 건가?’“이유가 뭔데?”고은서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알고 싶으면 같이 뒷좌석에 앉아줘. 그래야 말하기 편하잖아.”민시후가 껄렁거리며 말했다.망설임도 잠시, 고은서는 이내 뒷좌석에 올라탔다.그녀는 민시후와 곽승재 사이의 모순에 관해 너무 알고 싶었다.게다가 차에 기사도 있었고 민시후가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물론 기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알고 있는 민시후는 사람을 함부로 대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민시후도 그녀를 따라 뒷좌석에 앉았다.문을 닫은 후 민시후는 폰을 꺼내 그녀와 함께 셀카 한 장을 찍고 누군가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어딘가로 음성메시지를 보내며 깐족댔다.“곽 대표, 봤지? 고은서가 날 공항까지 데려다주면서 심지어 나랑 같이 앉기 위해 뒷좌석에 탔다니까. 당신은 날 못 이겨.”‘왜 갑자기 진지하게 슬픈 감정에 젖어있는 것처럼 곽승재 얘기를 먼저 꺼내냐 했더니 곽승재랑 내기 한 거였어?’“그만 쳐다봐. 나도 곽승재한테 당하고만 있을 수 없잖아. 받은 만큼 돌려줘야지.”“아까 둘이 만나서 내기하자고 했어?”고은서가 눈이 휘둥그레서 물었다.방금 전, 민시후가 짐을 가지고 내려가려고 할 때 차마 이렇게 쉽게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부러 곽승재를 찾아가 그녀가 그를 공항까지 데려다줄 거라 하면서 도발했던 것이다.“고은서 이젠 당신 차에 앉으려고도 안 하지? 그런데 어쩌나, 내 차에는 엄청 잘 앉는데. 내가 직접 운전할 때면 내 옆 조수석에 앉아주고 내가 뒷좌석에 앉을 때면 또 나랑 같이 뒷좌석에 앉아주고 하는데.”그는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는 곽승재를 보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말을 보탰다.“왜? 못 믿겠어? 그럼 기다려. 내가 증명해 보일 테니까.”지금 이 시각, 민시후는 고은서를 보면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답했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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