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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작가: 류한나
전처럼 다시 차가워진 곽승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 웨이터분더러 다른 수영복을 가져오라고 했어. 지금 문 열고 가져갈래? 아니면 그냥 문 옆에 놔줘?”

“그냥 문 옆에 두고 넌 나가!”

고은서가 대답했다.

곽승재가 떠나려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복도에서 기다릴게.”

그는 이렇게 말한 후 수영복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고은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새 수영복을 꺼내 갈아입었다.

이번 수영복은 비교적 보수적인 디자인이었고, 어깨가 별로 드러나지 않은 상의에 하의는 반 길이 스커트였다. 입어보니 훨씬 자연스럽고 편했다.

그녀는 가운을 걸치고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섰다.

곽승재는 복도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곽승재의 검은 눈동자는 그녀의 몸에 잠깐 머물렀다. 가운 밑으로 드러난 길고 흰 다리를 보며 그는 입술을 살짝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자, 박지연 씨도 지금 온천 구역에 있어.”

고은서는 여전히 말 못 할 어색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내가 혼자 내려갈 테니 데려다 줄 필요는 없어.”

“오늘 여기는 우리들만 이용할 수 있게 예약된 곳이야. 대부분이 GS그룹 회사 사람들인데 넌 내 아내로서 내가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

곽승재가 말했다.

‘나에게 언제 신경 써준 적이 있다고 그래?’

고은서는 속으로 불평했다.

곽승재는 그녀의 속마음을 읽은 듯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예전엔 내가 소홀했어. 그때 못 해준 것들 지금 보충해 줄께.”

“...”

그의 상냥한 말투와 태도는 마치 어제 저택에서 싸웠던 일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고은서는 더 신경 쓰지 않았고, 어차피 이 며칠만 참으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 이 산장에는 GS그룹 사람들로 가득했다. 온천 구역으로 가는 길에 그녀는 이미 여러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녀와 곽승재를 보며 그들은 매우 예의 바르게 불렀다.

“대표님, 사모님.”

또 많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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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박지연이 말했다.“더 할 말 없으면 먼저 가볼게.”“아직 할 말 있어!”온승준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그날 내가 술에 취했던 날 밤, 차 안에서 잠들어 버렸어. 유 닥터가 운전기사에게 날 부축해 집으로 올려보내라고 했어. 나는 유 닥터가 돌아가지 않은 줄도 몰랐어. 그저 침대 옆에 앉아 밤을 보냈을 뿐 우린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온승준이 드물게 상황을 설명했다.박지연은 지금 이 상황이 우스웠다.“왜 나한테 설명하는 거야? 우리 지금 아무 사이도 아니야.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나랑 무슨 상관이야?”온승준은 박지연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끝까지 하고 싶던 말을 이어갔다.“지연아, 네가 우리 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 혹시라도 널 찾으러 가면 폐를 끼칠까 봐 요즘 너를 찾지 않았어. 하지만 이 일은 꼭 말해주고 싶었어.”온승준은 평소 잘 하지 않던 긴말을 이어가며 다소 급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는 것이 눈에 보였다.박지연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온승준, 이미 이혼한 사이에 무슨 해명이야? 이혼 하기 전에는 이런 얘기 하지도 않았잖아. 그때는 내가 오해할지 걱정도 하지 않았지?”온승준이 솔직히 답했다.“내가 그런 부분에 소홀했어. 난 우리가 꽤 잘 지낸다고 생각했어. 네가 그렇게 많은 걸 참고 있었는지는 몰랐어.”“몰랐다고?”박지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따지듯 말했다.“당신 어머니가 유혜린을 집에 부르고 날 불러 요리시켰던 날 내가 손을 데었을 때 당신은 날 병원에 데려다주지도 않고 내 상태를 물어보지도 않았어. 그런데 우리 사이가 원만했다고? 내가 정말 서운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한 거야? 온승준, 모든 걸 둔감했던 탓이라고 돌리지 마. 넌 내가 알아서 나을 거로 생각했겠지. 그래서 나에게 시간 쓰는 걸 낭비라고 여긴 거야.”온승준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지연아, 그런 게 아니라 그때 내가 병원에 같이 가겠다고 고집

  • 어게인, 비긴   제705화

    박지연과 육현석은 병원에서 먼저 의사로부터 조수연의 상태를 확인했다.조수연은 이마에 타박상을 입었고 팔꿈치와 몸 여러 곳에 찰과상이 있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허리와 다리로 다양한 정도의 골절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야 했다.다행히 에스컬레이터 높이가 높지 않았고 조수연이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아 내상을 입지 않았다.상태를 확인한 후 병실로 병문안 가려던 박지연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온승준을 발견했다.캐주얼한 옷을 입은 온승준은 큰 키에 곧은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늘 무표정하던 잘생긴 얼굴에는 약간의 피곤함마저 느껴졌다.육현석이 먼저 앞으로 나서며 부하가 준비한 선물 상자를 온승준에게 건넸다.“온승준 씨, 오늘 밤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님의 치료비와 관련 비용은 백화점에서 책임지겠습니다. 혹시 어머님께서 다른 요구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너무 무리한 요구는 하지 말아야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니 백화점 측에서도 즉각 대처하지 못한 것도 당연한 일이야.”박지연이 덧붙였다.조수연은 자신을 귀부인으로 여기는 사람이어서 돈을 뜯어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화풀이 삼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가능성은 있었다.박지연의 말을 듣고도 온승준의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육현석의 선물도 받지 않고 입을 열었다.“육현석 씨, 경찰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오늘 밤은 저희 어머니가 잘못한 일이니 여러분과는 무관합니다. 이 얘기를 하려고 나온 거예요. 그러니 그 어떤 배상도 책임도 필요 없습니다.”“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져야 할 책임은 반드시 지겠습니다. 경찰 쪽은 제 변호사가 처리 중이고 이후 문제도 변호사를 통해 협의하도록 하시죠. 저희는 여사님을 방문하여 직접 사과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왔습니다.”온승준이 완곡히 거절했다.“괜찮습니다. 어머니는 주무시고 계십니다. 깨어나시면 다녀가셨다고 전해 드리겠습니다.”온승준의 말을 듣고 박지연은 조수연이 사실 잠들지 않았음을 바로 알아차렸다.‘오

  • 어게인, 비긴   제704화

    그러나 박지연은 실패했다.그 후로 박지연은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두려워졌다.하지만 지금 육현석은 그녀의 옆에 앉아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었다.그는 그녀의 모든 걱정을 고려하고 해결책까지 내놓았다.심지어 그녀가 성공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기까지 했다.이런 진심 어린 마음에 어떤 여자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박지연은 드물게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육현석, 나는 네가 이렇게까지 좋아해 줄 만한 사람이 아니야. 네가 실망할까 봐 두려워.”육현석이 낮게 웃으며 답했다.“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널 좋아한 건 내 선택이야. 넌 그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 없고 다른 사람이랑 널 비교할 필요도 없어. 지연아, 너는 이미 그 자체로도 훌륭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야.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한 번의 실패한 결혼 때문에 너 자신을 의심하지 마.”육현석의 말에 박지연은 다시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지금껏 자신을 이렇게 감동하게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육현석이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여자를 많이 만나본 사람답게 능숙한 말솜씨로 현혹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지연은 그저 그에게 감사했다.박지연도 진심을 담아 입을 열었다.“육현석, 고마워. 네 말처럼 나는 방금 실패한 결혼에서 벗어난 상태라 이렇게 빨리 새로운 감정을 시작할 용기가 없어. 네가 한 말들은 정말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나 때문에 너를 바꾸지는 마. 사업하기 싫으면 굳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돼. 성공적인 사업가라는 이미지가 남자의 매력을 더해주는 건 맞지만 내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단지 그것만은 아니야. 네가 무리하면 오히려 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육현석이 웃으며 답했다.“사실 꼭 너 때문에 변하려는 건 아니야. 우리 아버지도 이제 곧 환갑이잖아.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가업을 물려받길 바라셨어. 그동안은 좀 더 놀고 싶어서 미뤘던 건데 이제는 놀

  • 어게인, 비긴   제703화

    박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육현석을 바라보았다.육현석은 그녀가 묻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입을 열었다.“사실 오래전부터 너한테 친구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었어. 막 이혼해서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건 알아. 그래서 내 감정을 마음 깊숙이 숨긴다고 숨겼어. 네가 내 고백에 놀라 멀어질까 봐 두려웠거든.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아.”육현석은 단호한 눈빛으로 박지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지연아, 좋아해.”이미 어렴풋이 예감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육현석에게 직접 들으니 박지연은 여전히 놀라웠다.조건 좋은 육현석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명문가의 아가씨들도 많았다.‘조건 좋은 아가씨들은 뒤로하고 나를 좋아한다고? 그것도 오래전부터?’“조건이 좋으니 더 좋은 여자가 어울린다는 말로 나를 거절하지는 마. 나도 많은 여자를 만나봤고 새로운 사람에게 끌린 적도 있어. 하지만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대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너에 대한 내 감정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야. 나는 낙관적이고 자신감 있는 네 모습, 밝고 활기찬 네 모습 그리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좋아. 당연히 너의 그 착한 마음도 좋아.”육현석은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는 듯 솔직하게 말했다.“나는 왜 그 사람들이 너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돼. 네가 말하지 않아도 가끔 너에게서 느껴지는 슬픔이 네가 행복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줘. 그런 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박지연은 그의 진심 어린 말에 계속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날 좋아하고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날 보며 마음 아파하며까지 아껴줄 줄은 몰랐네. 육현석은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나에게 호감을 품었어.’“육현석, 우리...”“지연아, 나 거절하지 말아줘. 나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육현석은 부드럽게 박지연이 하려던 말을 제지했다.“네가 사업적으로 성공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 그런 남자가 너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

  • 어게인, 비긴   제702화

    고은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 어머니도 쉬운 사람이 아닌 데 가면 혼나기만 하는 거 아니야? 가지 말고 온 선생님께 전화해서 상황 물어보고 돈 좀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박지연이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도 본인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내가 안 가면 분명 이 일을 빌미로 병원에 찾아와서 매일 소란을 피울 거야. 조용히 살려면 내가 가야 해.”화가 난 고은서가 답했다.“스스로 일을 벌여 놓고 왜 네게 화내는 거야? 정말 예전 버릇 그대로네! 이전처럼 네가 고분고분하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거잖아. 같이 가자. 난 그 여자가 또 소란을 피운다고 해도 두렵지 않아. 네 편이 하나라도 있어야지.”“됐어. 네가 가면 또 무슨 모진 말을 할지 몰라. 그런 여자 때문에 네가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아.”박지연이 거절했다.“걱정하지 마. 나도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아. 온 선생님 앞에서 상황을 명확히 설명할 거야. 그래도 계속 억지를 부리면 나도 더는 참지 않을 거야.”“은서야, 너는 돌아가. 내가 같이 갈게.”육현석이 나섰다.“백화점에서 일이 벌어졌으니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 그런 만큼 병문안 가서 어떤 속셈인지 묻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제대로 확인해야지. 그래야 마음이 편해.”육현석이 타당한 이유를 덧붙였다.육현석이 동행하면 박지연이 손해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온 선생님에게도 육현석을 보여주면 지연이가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음을 분명히 알릴 수 있겠지. 일거양득이겠어.’고은서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그럼 잘됐네. 두 사람이 같이 가. 난 외삼촌 선물부터 사야겠어.”박지연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고은서가 떠난 뒤 박지연은 육현석의 차에 올랐다.운전기사가 운전하고 두 사람은 뒷좌석에 앉았다.“오늘은 정말 폐를 끼쳤네. 미안해.”박지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단순히 쇼핑하러 나왔을 뿐인데 운 없게도 조수연을 우연히 만나 육현석까지 휘말리게 했어.’육현석이 웃으며 답했다.“별일도 아닌데 뭐. 우

  • 어게인, 비긴   제701화

    조수연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 사람들의 표정이 의미심장해졌다.모두가 박지연과 육현석을 바라보았다.“불륜이라뇨! 지연이는 이미 당신 아들이랑 이혼했잖아요. 새 연애를 시작하는 게 무슨 죄라도 되나요?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 조금 전 유혜린이 당신 아들에게 깊은 감정을 품어서 아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하더니 다른 사람이 지연이한테 관심을 가졌다고 불륜이라고 단정하나요? 이중잣대 아니에요?”주위 사람들은 다시 조수연을 쳐다보며 그녀가 변명하기를 기다리는 듯했다.“누가 이중잣대란 거야!”조수연은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박지연은 승준이랑 이혼하기도 전에 이 남자와 엮였어. 저 남자는 처음부터 지연이에게 불순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고! 우리 승준이야 순진해서 지연이 말에 넘어갔겠지만...”조수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현석의 강렬한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육현석의 외모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싸늘한 눈빛은 조수연을 움찔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육현석의 시선에 조수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와 동시에 조수연은 박지연이 이혼 전날 했던 말을 떠올렸다.“저를 모욕하면 저도 이제 더 이상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거예요.”자기 남편과 아들이 가진 사회적 지위를 떠올린 조수연은 그들에게 피해가 갈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보내오는 시선에 조수연은 굴복하기 싫어서 아예 머리를 감싸며 울기 시작했다.“아이고. 머리가 너무 아프네. 다리도 아프고... 이러다가 걷지도 못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애먼 사람을 괴롭히네. 경찰은 안 불렀어? 신고할 거야!”이러한 상황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유혜린은 조수연을 달래며 머리를 문질러 주었다.“대표님.”그 순간 정장을 입은 몇몇 회사 임원들이 다가왔다.그들은 육현석에게 공손히 물었다.“여기는 어떻게 처리할까요?”“우선 이분을 병원으로 모시고 가세요. 관련된 CCTV와 증인들을 최대한 빠르게 확보해 경찰 조사에 협조하도록 하세요.”“알겠습니다.”육현석의 말을

  • 어게인, 비긴   제700화

    박지연이 온승준한테 전화를 걸려고 하는 순간 조수연이 갑자기 그녀에게 덮쳐들었다.박지연은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피했다.“아악!”조수연은 비명소리와 함께 휘청거리더니 하행하는 에스컬레이터 위로 넘어졌다.퉁퉁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수연은 그대로 아래층으로 떨어졌다.“어머님!”유혜린은 소리를 지르면서 조수연을 향해 달려갔다.큰 소란 소리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다.박지연은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와 구급차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박지연은 습관적으로 폰을 고은서한테 건네주고 달려 내려가 조수연의 상태를 확인했다.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고은서는 멍해 있었다.그녀는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조수연은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허리와 다리를 다쳤는지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유혜린은 그녀의 상태를 검사하고 있었고 박지연은 그녀의 이마에 있는 상처를 간단히 처치해주고 있었다.그러나 조수연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박지연한테 살인범이라면서 신고하겠다고 자신에게 손대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질렀다.고은서는 조수연의 상태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렇게 소리 지르는 거 봐서는 내상을 입거나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네.’그녀는 고민 끝에 온승준한테 전화 쳤다.다행히 수술 일정이 없어서인지 그는 이내 전화를 받았다.“은서 씨?”“네, 저예요.”고은서는 자초지종을 온승준한테 알려주면서 그를 재촉했다.“지금 119에 전화 했는데 구급차가 곧 도착할 거예요. 얼른 가보세요.”전화를 끊자마자 박지연의 폰이 또 울렸다.발신자는 다름 아닌 육현석이었다.조수연을 보살피는 박지연 대신 고은서가 전화를 받았다.“육현석 씨, 지연이랑 저한테 지금 급한 일이 발생해서 지연한테 나중에 연락하라고 할게요.”“무슨 일 있어요? 지금 어디예요?”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육현석은 바짝 긴장되었다.자초지종을 다 알려주기에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고은서는 육현석에게 쇼핑몰 이름을 알려주면서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했다.“금방 갈

  • 어게인, 비긴   제699화

    박지연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온승준의 어머니 조수연과 그의 첫사랑 유혜린이었다.조수연은 유혜린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서 있었는데 두 사람은 마치 친모녀 같았다.두 사람은 박지연의 말을 듣기라도 한 건지 조수연은 표정이 거의 썩어 있었고 유혜린은 그나마 괜찮아 보였다.심지어 그녀는 먼저 박지연을 향해 인사했다.“지연 씨, 여기서 만나네요. 친구랑 쇼핑 중인가요?”박지연은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 고은서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가자.”“이혼을 협박 수단으로 삼는 여자를 누가 좋아해.”조수연이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어떤 사람은 진짜 존재하는 것 자체가 화를 불러온다니까. 승준이가 그렇게 취했는데도 모르는 척하고. 혜린이가 제때 가서 집까지 데려다주고 밤새 보살피지 않았더라면 큰일 났을 거야.”박지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발걸음을 멈췄다.옆에 있던 고은서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조수연 씨, 입은 삐뚤어도 말은 바르게 해야죠. 그날 회식은 지연이 부문 회식이었거든요. 당신이 아들이 기어코 고집부리며 따라간 거예요. 술도 스스로 마신 건데 지연이랑 무슨 상관이에요!”그러나 조수연은 여전히 피식거리며 비아냥거렸다.“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면서 우리를 가해자로 만드는 게 좋은 사람이야? 승준이가 착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바보처럼 저 애를 쫓아다녀서 그렇지.”“지연이가 없는 말을 했어요?”고은서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연이한테 잘해준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지연이가 온씨 집안에서 언제 한 번 편하게 지낸 적이 있어요?”“승준이한테 시집온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친구로 남편이랑 남편 가족을 잘 챙기라고 타이르기는커녕 승준이랑 이혼하라고 시키고 정말 친구를 사귀어도 하필 이런 애를 사귀고 난리야. 이게 다 네 탓이야!”“나만 욕하면 됐지 왜 은서까지 끌어들이고 난리세요!”박지연이 더는 참지 못하고 호통쳤다.“당신 아들한테 시집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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