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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허태준의 왼쪽 팔뚝에는 얇은 거즈가 둘려져 있었다.

헐렁한 후드티가 마침 상처를 가려서 가까이서 봐도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심유진은 조용히 허태준이 거즈를 벗기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10센티미터 정도의 베인 자국이 드러났다.

허태준이 이미 상처를 헹구고 알코올로 소독해서 일찍이 피가 멈췄다.

경악할 정도의 상처가 아님에도 심유진의 마음은 찢어지듯 아팠다.

심유진은 손으로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계속 고이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

허태준은 동정심을 유발하고 싶었을 뿐 심유진을 울릴 생각은 없었다.

“작은 상처일 뿐이에요.”

그는 침착하게 심유진의 손에서 팔을 빼내고 다시 거즈를 빙빙 감았다.

“이틀 정도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다시는 위험한 일에 나서지 말아요.”

심유진은 그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당부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해결될 일에 굳이 나서지 말아요.”

다행히 둘째 아주머니는 힘이 약해서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를 상대하게 된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알겠어요.”

허태준은 순순히 대답했다.

“저 지금 진지해요.”

심유진은 허태준이 지금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심유진은 약속을 원했다.

“저...”

심유진이 눈을 깜빡이자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내려왔다.

“저 도저히 감당이 안 돼요.”

그녀는 목이 메고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만약 태준 씨한테 뭔 일이라도 생기면...”

심유진의 눈물을 보고 허태준은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긴 팔을 뻗어 심유진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는 머리를 숙여 심유진의 정수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심유진의 뜨거운 눈물이 그의 옷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저한테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을 거예요.”

허태준은 겁에 질린 그녀를 안심시켰다.

“저 꼭 건강하게 아무런 사고 없이 유진 씨와 별이 곁에 있을 거예요.”

심유진은 그의 허리를 꽉 감싸안아 몸이 더 찰싹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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