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른 아침부터 낚시하던 한 중년남성에 의해 발견되었다. 남자가 휘두른 낚싯대가 어쩌다 내 몸에 걸리자, 아무리 잡아당겨도 낚싯바늘은 빠지지 않았다. 낚싯바늘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내가 물속에 떠 있었고, 남자는 혼비백산하여 낚싯대도 내동댕이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나를 물 밖으로 끌어 올렸을 때, 나는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응급처치에 참여한 의사들은 내가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가족들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나의 마지막을 준비하러 왔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바닥에 흩어져 깨진 유리 조각을 본 남자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조용하던 병실 분위기는 한층 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병원에서까지 화풀이한다고 물건을 던지고 부수고... 도대체 언제쯤 철이 들 거야?” ‘화풀이? 이 사람이 지금 누구 얘기를 하는 거지?’ 그가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문득 무엇인가 떠올린 듯 입술을 다문다. 한숨과 함께 터져나온 말이었다.“아연이가 네 생떼 때문에 퇴원도 못 하고 있어. 오늘 안으로 사과하려 가지 않으면 그녀가 완전히 떠난다니까.”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나를 침대
하루아침에 남편이라는 존재가 생겨버린 탓인지, 나는 아무리 침대에 누워있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가장 친한 친구 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나는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 내가 크게 다쳤다는 걸 알면, 걱정할 게 뻔하니까. 그래서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지안이도 그동안 나에게 연락을 해 오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내 상태를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걸어 연결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억울함이 밀려왔다. “야, 내가 연락 안 하면, 너는 나한테 평생 연락 안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 한 달 동안, 나는 가만히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나와 ‘내 법적’인 남편, 그리고 소아연 사이의 관계를 샅샅이 조사했다.나는 심사언과 연애 끝에 결혼했고, 줄곧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믿어왔다.그리고 심사언을 위해 가진 것을 다 쏟아부으며 창업을 도왔고, 남편의 건강을 더 잘 돌보겠다는 이유로 학업까지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되었다.그런데 심사언은 날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을 뿐이었다. 그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내 의붓동생, 소아연이었다.소아연이 돌아온 뒤,
그 순간, 모든 사람이 나를 냉혈한이라고 욕했다. 사람들의 비난 속에서, 나는 나를 도발하는 소아연의 의기양양한 눈빛과 마주쳤다. 소아연이 우리 집에 들어온 이후로, 나는 그녀의 저 연약한 선량함 앞에서 번번이 패배했다. 소아연은 원래 자신에게조차 잔인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과거 나를 모함하기 위해 내 손을 붙잡고 스스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한 달 넘게 병원에 입원했을 때처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쥔 칼로 자기 목을 그으려 했다. 만약 심사언이 빠르게 반응하여 소아연의
나에게 뭔가 더 모진 말을 말하려던 엄마는, 내 말을 들은 순간 놀라 입을 다물었다. 내가 이렇게 엄마의 이야기를 순순히 받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엄마와 함께 나에게 벌컥 화를 내려던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나였다면 때려죽인다 해도 절대 이혼하겠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을 것이었다. 나의 뜻밖의 반응에 놀라 충격에 빠진 부모님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직은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아서 움직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굳이 병원으로 가서 사과하라
나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사람, 술에 취한 척하면서 나에게 무슨 수작을 걸 생각인가?’ 그런데 그의 반응은 그것보다 더 위험했다. “여보, 나 왔어...” 남자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곧장 나를 향해 몸을 던졌다. ‘미쳤어? 이 덩치가 나를 덮치면, 나는 진짜 뼈도 못 추릴 텐데!’ 나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틀어 피했다. 쿵! 허공을 가른 심사언의 거대한 몸은 바닥에 그대로 처박혔다. 충격에 바닥이 울렸다. “여보...” 비틀거리며 나를 향해 손을
심사언도 속으로 아침마다 먹던 해장국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쯤이면, 고이설에게 적당한 퇴로를 열어줄 때도 될 것 같아.’ ‘그래, 너무 몰아붙이면 안 돼. 한 번쯤은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한참을 손을 뻗어 기다렸는데,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심사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리고 뭔가 이상해서 눈을 뜨자 깜짝 놀랐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내가... 왜?!’ 심사언이 손을 들여다보니, 유리 파편이 박힌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내가... 왜
세상에는 친딸에게도 아랑곳하지 않는 엄마도 있지만,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감수할 수 있는 엄마도 있었다.나는 박만화처럼 솔직한 엄마가 좋았다. 그리고 박만화 같은 엄마를 둔 딸이 부러웠다.“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여기서 나가든 못 나가든, 언니가 딸과 평생 편하게 살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내 말이 끝나자, 박만화의 눈가가 붉어지며 울컥한 감정을 애써 참는 듯했다.박만화는 정말 좋은 엄마였다. 간신히 지켜낸 딸과 함께 정말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그래서 나에게 한가지 약속했다.“사모님, 여
엄기준 변호사가 보석 절차를 처리하러 나간 후, 나는 다시 구치소 안의 생활실로 돌아왔다. 챙길 것도 딱히 없었고,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던 터라 그냥 자리에서 눈이라도 붙이려는 순간, 누군가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내 뒤엔 금속으로 된 수납장이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부딪치면 그 충격에 크게 다칠 수밖에 없는 거리. 하물며 온몸에 철심이 박힌 내 몸은, 한 번만 잘못 넘어져도 반신불수는 각오해야 했다.‘이대로 밀리면 끝이야.’나는 전혀 방심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나는 생각에 잠겨
심사언은 내가 갑자기 그와 소아연을 이어주려는 듯한 말을 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불쾌하게 말했다.“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랑 아연이는 그런 사이 아니라고. 앞으로도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왜 자꾸 나랑 아연이를 엮는 건데?”‘왜냐하면, 당신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그 애니까.’‘그렇게까지 아끼고 지키는 모습이, 도대체 사랑이 아니면 뭔데?’‘우리 엄마 말대로, 사랑에 ‘과거’가 그렇게 중요하면, 이 세상에 다시 시작할 사랑은 하나도 없지. 옛날 황제도 새어머니랑 결혼했다는데, 너는 왜 못 해?’‘나더러
내가 그렇게 물었을 때, 심사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럴 수밖에 없었다.심사언이 말한 내가 소아연을 해친 ‘그 일’ 말고는, 나는 단 한 번도 누굴 해치거나, 도덕적으로 선을 넘은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내가 계속 물었다. “심사언, 우리는 8년이나 알고 지냈어. 사귄 건 7년이고. 그런데 당신은... 단 한 번도 내 됨됨이를 믿어주지 않았어.” “누가 영상 하나 들이밀자, 아무 확인도 없이,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했지. 그걸 보고 ‘이설이가 그랬을 거야’라고 확신했잖아.”“그렇게 쉽게, 나를 믿는 대신 의심을 택
다음 날 아침, 구치소 직원이 와서 내 이름을 불렀다. 면회가 있다는 말에 나는 당연히 엄기준 변호사가 보석 절차를 준비해서 왔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면회실 유리창 너머로 나타난 사람은... 심사언이었다.심사언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눈가엔 온통 핏줄이 터져 있었고, 밤새 단 한숨도 못 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런 상태는 오히려 구치소에서 불안과 두려움 속에 밤을 보낸 나보다도 더 초라해 보였다.그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곧 익숙한 목소리로 말했다.“하룻밤 지났으니까, 이제 생각 좀 정리됐
엄마의 눈빛은 잠시나마 흔들렸다. 그제야 문득 떠올린 듯했다. 내가 엄마가 열 달 동안 품에 안고 세상에 낳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친딸’이라는 사실을.오빠의 시선은 그보다 훨씬 복잡했지만, 그 복잡함 속에 가장 도드라진 건 묘한 안도감이었다. 내가 구속되어 수년간 살아야 한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그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인생이 된다. 완전히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오빠는 그 사실에... 속으로 안심하고 있었다.결국, 나를 감옥에 넣은 건 내 친부모, 피 한 방울 다르지 않은 오빠, 그리고... 함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감싸며 ‘공식 사과만 하면 된다’고 말하던 심사언조차 더는 그런 태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남자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지금이 마지막이야. 이 기회마저 놓치면, 감옥에서 나올 수 없을지도 몰라.”심사언이 그렇게 말했을 때는 이미 마음을 정한 듯했다. 내가 계속 버티고, 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는 결국 나를 직접 법정에 세울 것이다. 소아연이 심사언의 아버지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을 때의 나이는 겨우 열아홉이었다. 한참 아름다워야 할 나이에, 인생이 무너졌다. 그 뒤로도 소아연
“당신, 진짜 감옥 가고 싶어?!”나는 더 또박또박 말했다. “감옥에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어. 나는 법이 가장 공정한 판단을 해줄 거라고 믿어.”심사언은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당신 정말 대단해. 증거가 눈앞에 이렇게 뻔히 있는데도, 아직도 아니라고 잡아떼?” 나는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리고 당신... 혹시... 내가 한 짓이 아닐 가능성은 생각해 봤어?” “안 했다고? 그럼 영상 속 여자는 뭐야? 그게 본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영상 속 사람
정말 모두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심사언과 나 사이의 상황이 한순간에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예전의 심사언은 성공한 뒤 백마 탄 공주 같은 첫사랑에게 잘해주고, 그와 함께 바닥부터 올라온 조강지처인 나를 무시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가진 거 다 내던지며 심사언을 도왔는데, 결국 돌아온 건 냉대와 외면이었다.그런데 지금? 심사언은 나를 미친 듯이 사랑하고, 내가 뭘 하든 무조건 감싸주고, 보호하는 남편이 되었다. 그렇게까지 망가뜨린 소꿉친구 여동생을 두고도, 나를 감싸겠다며 날 감옥에 안 보내려고 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