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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Author: 찹쌀몽
그 순간, 모든 사람이 나를 냉혈한이라고 욕했다.

사람들의 비난 속에서, 나는 나를 도발하는 소아연의 의기양양한 눈빛과 마주쳤다.

소아연이 우리 집에 들어온 이후로, 나는 그녀의 저 연약한 선량함 앞에서 번번이 패배했다.

소아연은 원래 자신에게조차 잔인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과거 나를 모함하기 위해 내 손을 붙잡고 스스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한 달 넘게 병원에 입원했을 때처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쥔 칼로 자기 목을 그으려 했다.

만약 심사언이 빠르게 반응하여 소아연의 손에서 칼을 빼앗지 못했더라면, 정말로 피가 사방에 튀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나도 소아연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심사언이 빠르게 막아선 덕분에 소아연이 현장에서 피를 흘리는 일은 없었지만, 칼날이 스치면서 살갗을 살짝 베었다.

그저 병원에 가서 조금만 치료하면 될 작은 상처였지만, 그것조차도 내 남편은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마음 아파했다.

심사언은 소아연을 안아 들고, 차갑고도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 뒤, 단숨에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과거 내가 심하게 다쳐 병원에 누워 있으며, 물 한 잔도 얻어 마시지 못했을 때조차도 내가 쇼한다며 차갑게 외면하던 그 모습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가슴이 습관처럼 아려왔다.

“어떻게 너 같은 악독한 애가 내 동생이냐?! 고이설, 분명히 말해두는데, 아연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오빠는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말을 내뱉고는 황급히 뒤따라 나갔다.

오빠를 따라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그 사람들은 나갈 때 일부러 내 어깨를 세게 밀치고 지나갔다.

나는 몇 번은 피했지만, 마지막은 피하지 못했다.

다행히 나는 재빠르게 몸을 뒤로 빼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힘에 밀려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면, 내 몸의 뼈마디가 남아나지 않고 부서졌을 것이다.

‘너무 서둘렀어. 저런 썩은 쓰레기 같은 인간은 빨리 손절하는 게 좋긴 하지만...’

‘앞으론 어떤 일이 있어도, 내 몸부터 지켜야겠어.’

고급 VIP룸의 소파는 푹신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곳에 쓰러졌음에도, 온몸이 뻐근하고 아파 견딜 수 없었다. 한참을 그 위에 그대로 널브러져 있다가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몸이 너무 피곤하고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계속 누워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택시를 잡아타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까 부딪친 관절이 계속 욱신거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고, 수면제를 여러 알 삼키고 나서야 비로소 깊이 잠들 수 있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운 물 한 바가지가 내 얼굴 위로 쏟아졌다.

내가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것은 엄마와 아빠의 격노한 얼굴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지금이 몇 시인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혹시 꿈속에 있는 건 아닐까.

너무 오랜만이었다.

분노에 찬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것이.

그래서인지, 이들이 정말 내 눈앞에 존재하는 게 맞는지조차 확신하기 어려웠다.

엄마가 다시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 한 바가지를 들고 와 내게 끼얹었다.

“고양설! 뻔뻔하게 잠이 오니?!”

“내가 너 같은 악독한 짐승을 낳았다니! 너, 네 동생을 죽게 할 작정이니?! 네 동생이 그렇게 싫으면 네가 죽어!!”

고양설, 이는 소아연이 우리 집에 입양된 후, 부모님이 내게 새롭게 지어준 이름이었다.

엄마는 말했다.

“넌 언니니까 언제나 동생을 먼저 배려해야 해. 그래서 말인데, 네 이름도 바꾸는 게 좋겠구나. 오늘부터 네 이름은 동생한테 잘 양보하라는 뜻으로 ‘고양설’이야.”

실은 그때도 난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아서 강하게 반발했다.

“엄마! 왜? 왜 동생 때문에 내 이름을 바꿔야 하는 거야? 난 싫어!”

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나는 단지 소아연보다 며칠 먼저 태어났을 뿐인데...

왜 내 모든 것을 빼앗겨야 했을까?

부모님도, 오빠도, 내 방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난감도, 학교로부터 주어지는 추천 자리도, 내가 노력해서 받은 상도. 그리고... 내 이름마저도...

도대체 나는 뭐지?

하지만 아무리 반항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절망 끝에서, 나는 죽음을 상상하며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갔다.

‘내가 죽으면 부모님이 후회할까?’

‘내가 죽으면 그제야 내 말을 들어줄까?’

내가 응급실로 이송된 후, 병원에서는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바빴다. 소아연의 생일 파티를 챙기느라...

그래서 두 분은 내 수술 동의서 따위엔 관심도 없었고, 내가 죽고 싶으면 그냥 죽게 내버려두라고 했다.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아... 다 소용없구나.’

‘무슨 짓을 하든, 어떻게 몸부림치든...’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

나는 후에 성장하고 힘이 생기자마자, 가장 먼저 ‘고이설’이라는 내 이름을 되찾았다.

즉, 다시 개명한 것.

‘고이설’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라는 존재였다.

나는 존재만으로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이 세상에서 당당히 ‘나’로 살아갈 자격이 있는 셈이었다.

“처음부터 네가 이렇게 독한 짐승인 줄 알았으면, 낳자마자 그냥 목을 졸라 죽여버려야 했어!”

엄마의 그 살벌한 표정은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방금 태어난 나를 서슴없이 목 졸라 죽일 것만 같았다.

나는 얼굴의 물기를 쓱 닦으며 웃었다.

“엄마,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엄마의 얼굴이 굳었다.

“뭐가 늦지 않았다는 거야?”

“지금이라도 저를 목 졸라 죽이면 되잖아요. 아, 걱정하진 마세요. 유서는 미리 써 놓을게요. 그리고 아빠한테 정신병 이력 좀 만들어 달라고 하면 돼요. 그럼 엄마는 감옥 안 가도 될 테니까요.”

실은 나는 살고 싶었다.

진심으로, 간절히.

하지만 엄마는 나에게 생명을 준 사람이니까, 만약 엄마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날 죽이고 싶다면, 나는 반항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엄마가 나를 죽이는 것은 단지 엄마가 준 이 생명을 돌려주는 것뿐이니까.

“너... 너...!”

엄마는 격분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을 헐떡이며 분노로 떨리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말했다.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그냥 죽어버렸으면 됐잖아!”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게요.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왜 안 죽은 걸까요?”

‘죽었다면, 다들 행복했을 텐데.’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울 필요도 없었을 텐데.’

엄마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내 말을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라서일까, 아니면 내가 내뱉은 이 처참한 말들이 조금이라도 모성애를 자극한 걸까?

잠시 흔들리던 엄마는 이내 힘이 풀린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네 동생한테 그런 말을 하면 되겠니?”

“너도 알잖아. 네 동생은 어릴 때부터 착하고 순진한 애야. 너한테 그런 말 들으면...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넌 언니잖아. 동생을 좀 아껴줄 순 없는 거야?”

나는 엄마를 바라봤다. 나는 진심으로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었다.

“엄마, 그럼 엄마는 왜 저를 아껴줄 생각을 안 하시는 거예요?”

“제가 그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로 병원에 석 달 넘게 누워 있을 때도, 엄마는 단 한 번도 저를 보러 오지 않았잖아요.”

“자그마치 석 달이에요, 엄마. 석 달 동안 엄마의 친딸인 저는 병원에 누워 있었다고요.”

하지만, 내가 아무리 목이 터져라 외쳐도 이 말은 절대로 엄마의 마음에 와닿지 않을 것이었다.

‘말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

아빠는 지겨운 듯 손을 휘저었다.

“됐고, 인제 그만 징징거리고 일어나. 당장 병원에 가서 아연이한테 사과부터 해!”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리고 네 입으로 사언이랑 아연이가 잘 어울린다고 했다며? 그럼 당장 가서 사언이랑 이혼해.”

“몇 년을 버텼어도, 결국 사언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할 때도 됐잖아?”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아빠는 단호하게 쐐기를 박았다.

“절벽에서 떨어지고, 차디찬 바닷물에서 그리 오래 버틴 몸으로 애나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네. 괜히 남의 인생 망치지 말고 깔끔하게 정리해.”

엄마도 조용히 맞장구쳤다.

“맞아, 네가 정말 사언이를 사랑한다면, 인제 그만 놔줘.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길 바라야 하는 거 아니니?”

나는 부모님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부모님은 내가 얼마나 크게 다쳤는지 모르는 게 아니었다.

‘몰랐던 게 아니었어. 단지, 아무렇지 않았던 거라고.’

‘내 가치는, 두 사람한테 딱 그 정도였던 거야.’

‘병원에 오지 않은 것도... 내가 살아남은 걸 아쉬워하는 것도...’

‘두 사람한테는 그냥 당연한 일이었다고.’

나는 웃었다.

“그래요, 이젠 놔줄게요. 그 두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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