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실제로 장 변호사에게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은 문소남이었지만, 문소남은 한 번도 장 변호사에게 이렇게 권위적으로 굴지 않았다.하지만 장인숙은 문소남의 어머니였고, 장 변호사는 그녀의 거친 말투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문소남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A시에서 상당한 자원을 손에 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앉으세요.” 소남은 냉랭한 표정으로 장인숙에게 한마디 건넸다. 그녀 뒤에 서 있는 우정희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장인숙은 콧방귀를 뀌며 단독 소파에 앉았다. 정희는 서 있는 게 불편한 듯
“네.”소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 변호사는 소남의 허락을 받은 후, 양성명과 함께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장 변호사가 떠난 후, 소남은 차가운 눈빛으로 장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별장으로 돌아가세요. 다시는 본가로 오지 마세요.” “걱정 마. 돈이 들어왔으니, 네가 나를 붙잡아도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 본가에도 다시는 가지 않을 거야.” 장인숙은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돈이 입금됐으니, 내일 당장 H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표를 예매해야겠어.’이제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장인숙이
정희는 계단 쪽에서 소리가 나자 즉시 그쪽을 바라보았다. ‘문소남일까?’ 그러나 그녀는 곧 실망하고 말았다. 계단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였고, 문소남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누나, 누나, 나 과자 먹고 싶어요. 우리한테 만들어 줄래요?” 헨리의 귀여운 목소리가 계단에서 울려 퍼졌다. 몇 초 후, 정희는 헨리가 원아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문소남이 정말 이 여자랑 같이 살고 있잖아? 게다가 아이들도 잘 따르는 것 같은데!’ 정희에 시점에서 문소남의 아이와 염 초설이라는 여자가 굉
원아는 처음에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지만, 장인숙이 자신을 그렇게 헐뜯는 말을 하자 얼굴빛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장인숙의 말은 자신이 아이들에게 해로운 약을 먹일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비록 아이들이 그 깊은 뜻까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장인숙은 아이들이 대체로 약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장인숙의 의도는 분명했다. 즉, 아이들이 ‘염초설’을 싫어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원아는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입장을 고려해 그럴 수 없었다. ‘난 지금 장인숙을 비난할 자격도 없는데...’헨리는
“내가 그걸 몰라서 그냥 나온 것 같아? 그렇다고 내가 무슨 말로 그 얘를 몰아 붙이겠니? 내 아들을 유혹했다고? 그런 건 이미 많은 여자가 해왔어. 그걸로 핑계를 댄다면, 끝도 없을 거야.” 장인숙은 코트를 여미며 말했다. 비록 소남과 ‘염초설’ 때문에 기분이 상했지만, 적어도 돈이 입금되었기에 장인속의 급한 불은 껐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정희는 잠시 멈칫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이 늙은이가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뭐야?' “맞아요, 사모님 말씀대로예요.” 정희는 어쩔 수 없이 장인숙의 말에 맞장구쳤다.
정희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만약 내가 진짜 문씨 가문의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장인숙의 뒤를 따라 빠르게 걸어갔고, 차에 올라탄 후 장인숙의 항공권을 예약하는 것을 도왔다. “사모님, 우리 내일 아침 일찍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니 오늘 하루만 본가에서 지내도록 하시죠? 그렇게 하려면 우선 사모님의 별장에 돌아가서 모든 짐을 정리하고 그다음에 그걸 본가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때요?” 정희는 계획을 세우며 물었다. “응, 그래.” 장인숙은 동의했다. ‘그래, 본가로 가야 운전기사
“이 도면의 요소 중에 어떤 게 더 나은지 한번 봐줄래요?” 소남은 왼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오른손으로는 마우스를 움직이며 물었다. “이게 사당의 설계도인가요?” 원아는 도면을 보며 물었지만, 그 목소리에는 확신이 묻어났다. “네, 꽃을 요소로 할지, 아니면 자연경치를 요소로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소남은 말하며 원아에게 자신이 오늘 하루 종일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꽃이든 자연경치이든, 모두 X시의 대표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선택하기 어려웠다. 원아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침실을 나서자마자 원아는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외출 준비를 했다.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목적지에 늦을 게 뻔했다. 헨리는 원아가 나가려는 걸 보고 서둘러 따라오며 말했다. “누나, 나가려는 거예요?” “응, 약속이 있어서 비비안 이모랑 쇼핑하기로 했거든.” 원아는 대답하며 옆에 있던 목도리를 집어 들어 거울 앞에서 단정하게 매었다. “비비안 이모!” 헨리의 눈이 반짝이더니 곧바로 원아에게 매달리며 말했다. “누나, 누나 나도 비비안 이모 보고 싶어요. 나도 데려가 줘요, 제발이요.” “우리 착한 헨리, 오늘은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