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저희는 안 피곤해요. 오히려 운전을 한 아빠가 더 피곤하시죠. 그리고 집에 일만 없었다면 아빠가 이렇게 서둘러 올 필요도 없었을 거예요.” 훈아가 일부러 모른 척하며, 태연하게 뼈 있는 말을 했다. 장인숙의 얼굴에 걸린 웃음이 순간 굳어졌다. 아이들이야 의도 없이 한 말일 수 있지만, 그 말들이 장인숙에게는 꽤나 거슬렸다. 장인숙은 아이들의 말을 크게 문제 삼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자신이 너무 속 좁아 보일 테니까. 게다가 소남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인숙이 소남을 걱정하
이 이야기를 듣자, 예성은 1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기부 행사 생각이 났다.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소남에게 물었다. “형, 이번에도 보육원에 기부할 거예요?” “응, 여전히 보육원에 기부할 거다.” 소남은 대답했다. T그룹은 매년 보육원에 물품을 기부하는 선행을 해오고 있었다. “그럼, 형 저도 참여할게요. 우리 송희가 안 입는 옷들도 많이 있으니까, 그 옷들도 보육원에 아이들에게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예성은 기뻐하며 말했다. 문씨 가문에서 기부하는 물품은 항상 모두 새것이었다.“아빠!” 송희는
“왜 못 입는 옷이라고 그러는 거니? 둘째도 낳아야 하는 데 올해 꼭 둘째 낳아! 송희 혼자면 얼마나 쓸쓸하겠니? 동생이 있어야 같이 놀 수도 있고 더 즐겁게 놀 거 아니니.”채은서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예성에게 둘째를 재촉했다. 문현만은 자손이 많은 것을 좋아했다. 소남과 원아가 한꺼번에 셋을 낳았을 때 문현만은 그만큼 기뻐했으니, 채은서도 예성과 하늘이 좀 더 노력해서 둘째를 낳기를 바랐다. 이렇게 해야 문씨 가문도 장인숙 쪽과 유산 문제에서 경쟁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엄마...” 예성은 난감했다.
이때 하늘이 늦게 식사 자리에 합류했지만, 이미 둘째에 관한 이야기는 끝난 상태였다. 하늘은 송희의 얼굴빛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송희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송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젓가락을 잡은 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자신이 더 이야기하면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었다. 문현만은 집사에게 말했다. “김 집사, 이제 음식을 올리라고 하게.” “예, 알겠습니다...” 김 집사는 잠시 망설였다. 문씨 가문의 가족들은 다 자리에 앉았지만, 한 사람이 더 있었
“아니.” 소남이 대답했다. 아이들은 영리했으니, 본가에 갔을 때 증조할아버지가 자신들을 서재로 보낸 이유가 장인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빠, 할머니가 무슨 사고를 친 거예요?” 헨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소남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헨리는 이내 자조적인 듯 말했다. “알았어요. 어른들 일은 아이들이 몰라도 되죠.” 이때 소남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옆에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전화를 받았다. “누구시죠?” [여보세요, 문소남 대표님.
세 아이도 원아가 이미 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누구도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소남이 방 문을 열었지만, 원아는 방 안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가 어딨을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구 상자를 맞은편 방에 놓아두고, 그는 서재로 향해 문 앞에서 가볍게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원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남은 문을 열고 들어가 그녀를 보았다. 원아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책상 위에는 어떤 장비가 놓여 있었는데, 그녀는 손에 약물을 조제하고 있었다. 소남은 그녀가 정
장인숙은 경찰의 말 속 의미를 깨달았다. 즉, 자신의 돈은 아마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혹시 운 좋게 돌려받는다고 해도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고,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찾을 가능성은 더욱 작아질 터였다. “그럼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죠?” 장인숙은 초조하게 물었고, 당장이라도 눈앞의 경찰을 재촉해 사건을 빨리 해결해 달라고 하고 싶었다. “장 여사님,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일단 돌아가셔서 기다리시고 계세요.” 경찰은 말했다. 그녀가 진술서에 서명하고 지장을 찍자, 이제 할 일은
“네. 당신이 다 아는 사람들이니 신경 쓸 필요없어요.” 소남은 이미 장 변호사와 공증사무소 직원을 불러놓은 상태였다. 잠시 후 장인숙이 올 예정이었다. ‘아는 사람들...’ 원아는 마음속으로 되새겼다.‘그럼 내가 자리를 피할 필요는 없겠네.’ 소남을 바라보며, 원아는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혹시 장인숙인가?' 어제 장인숙과 관련된 일에 대해 소남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아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30분 후, 장 변호사가 공증사무소 직원을 데리고 집에 도착했다. 거실에서 장 변호사를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