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다 둘러본 후, 소남은 차를 몰고 가족들을 태우고 근처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차가 별장을 나서자, 원아는 외벽 근처에 서 있는 몇몇 사람을 발견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었지만, 모두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아빠, 저 사람들이 왜 여기 서 있어요?” 헨리는 차창에 몸을 기댄 채 밖을 내다보며 물었다.소남은 차창 밖을 한 번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저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러 온 거야.”“건축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인가요?” 원아도 궁금한 듯 물었다.소남은 그제야 차창 밖을 한 번
“어머니가 할아버지께 연락했다고요?” 소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장인숙이 감히 문현만에게 직접 연락해 귀찮게 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융통성이 없이 대담할 줄은 몰랐네.’[그냥 전화 한 통이었다. 큰일을 일으키지는 못할 거다. 넌 다른 생각하지 말고 휴가나 잘 즐겨라. 그럼 끊는다.] 문현만은 소남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후 안심했다. 비록 소남이 X 시에 온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문현만은 장인숙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문현만은 또한 소남이 최근 매우 힘들었다는 것을 알고
헨리는 작은 미식가였다. 원아가 직접 만들어서 양념한 것이 밖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맞장구를 쳤다.“프로 먹방러야.” 소남은 헨리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헨리는 해맑게 웃으며 소남을 바라보았다. 식재료를 다 산 후, 소남은 두 개의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나왔고, 원아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그의 옆을 따라 걸었다. 식재료를 차에 실은 후, 소남은 송현욱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메시지를 확인한 후, 그는 원아에게 말했다. “현욱이하고 이연 씨가 이미 X 시에 도착했다고 하네
“당신과 함께 있으면 세상의 모든 원칙과 편견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소남이 말했다. ‘원아만 내 곁에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해.’원아는 소남의 말을 듣고, 손에 들고 있던 닭 날개를 그의 앞에 놓았다. “꽃 칼질할 줄 아세요?”“꽃 칼질?” 소남은 주방에 잘 들어오지 않아 요리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다. 그 말도 처음 듣는 생소한 용어였다.원아는 닭 날개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칼을 들어 앞뒤로 두 번씩 칼집을 냈다. “이렇게 해야 양념이 잘 배요.”“이건 간단하네요.” 소남은 그녀에게서 칼을 받아 들고 바로 칼질
“난 당신이 욕실에서 아예 안 나올 줄 알았어요.”“그럴 리가요... 송 대표님과 연이 씨 도착했으니, 이제 내려가죠.” 원아는 말하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소남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따라갔다. 아직 마음속에 욕망의 불씨가 남아 있었지만, 원아의 수줍어하는 모습에 기분이 꽤 좋아졌다.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소파에 앉아 있던 송현욱과 이연이 눈에 들어왔다. 옆에는 네 개의 커다란 여행 가방이 놓여 있었다.현욱은 소남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 우리 문 대표님, 드디어 내려오셨
소남은 소파에 앉아 차갑게 송현욱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현욱은 이연과 결혼한 것을 자랑하며 은근히 도발하고 있었다. 소남은 속이 불편했다.“문 대표님, 주인답게 행동하셔야죠. 설마 염 교수님에게 제 짐을 들어달라고 하실 건 아니겠죠? 이 짐이 꽤 무거운데요.” 현욱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소남을 향해 도발적으로 말했다.원아가 수고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소남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내가 해.”현욱은 두 개의 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젊은 동생이, 무거운 거 들 테니까, 형님이 가벼운 걸 드세요.” 소
이연은 과거에 송재훈에게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강요당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 몸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일을 해야 했다. 젊었을 땐 괜찮을 줄 알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때 당시 무리한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그때의 무모함이 자신의 몸을 혹사 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괜찮아요, 지금부터 조리해도 늦지 않았어요.” 원아는 핸드폰을 꺼내 처방전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연이 씨가 아직 젊으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요. 병원에서 이미 진찰받았죠?”“네, 여러 가지 검사를
송현욱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원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염 교수님, 정말로 큰 문제는 없는 거죠?”“큰 문제는 없어요. 현대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문제들일 뿐이니까요. 잘 조리하면 나쁜 상황은 없을 거예요.” 원아는 이연의 계획을 알기에 일부러 더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현욱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연의 손을 꼭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나 때문이야, 내가 널 잘 보살피지 못해서 그래.”이연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현욱이 잘못한 건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몸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런 작은 문제가 생긴 것이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