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아, 네가 아까 그 말만 안 했더라면, 아마 우리는 지금쯤 문씨 가문의 고택으로 갈 수 있었을지도 몰라.” 장인숙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아까 가구를 핑계로 고택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정희의 말 때문에 그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 “네? 사모님, 제가 무슨 말을 잘못했나요?” 정희는 의아했다. 사실 정희가 한 말은 틀린 게 아니었다. 장인숙의 피부 상태가 워낙 예민해서 새 가구가 자극을 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피부에 자극이 심해지면, 장인숙은 바로 병원에 가서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
정희의 손재주가 좋지 않았다면, 장인숙은 아마도 정희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정희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피부가 좀 붉어지셨네요. 제가 진정 케어를 해드릴게요.” “그래? 그래서 피부가 팽팽하게 당기는 느낌이 있었나 보네.” 장인숙은 얼굴을 만지며 거칠고 주름진 감촉에 짜증이 나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따라와. 내 별장에 파우더룸이 있어. 거기엔 미용 기구도 몇 개 있을 거야. 네가 쓸 수 있을지 확인해봐.” “네, 사모님. 제가 도구를 가져오겠
문현만은 고개를 연신 저으며 말했다. “재미없기는, 역시 소남이가 돌아오는 설날 밤에나 나랑 바둑 한 판 둬 주겠지.” 김 집사는 미소를 지었다. 이 집에서 문현만과 바둑을 둘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소남뿐이었다. 문현만이 다시 말했다. “핸드폰 좀 가져와 봐. 소남 에미가 데려왔다는 그 여자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네, 어르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집사는 문현만의 방으로 가서 핸드폰을 들고 와 건넸다. 문현만은 소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소남이 전화를 받았다. [네, 할아버지.]
문현만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장인숙만 시비를 걸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없을 텐데요. 명절이니 저도 굳이 싸우고 싶지는 않아요.” 채은서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 ‘나와 장인숙 사이의 앙금은 그대로지만, 그게 쉽게 해결될 문제겠어?’ 문현만은 더 이상 채은서의 말을 받아치지 않았다. 채은서가 장인숙과 다투지 않겠다는 말은 믿기 힘들었다. 채은서는 문현만이 더 이상 말을 받지 않자 눈치를 보고 더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문현만의 심기를 건드려봐야 좋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설날이
소남은 원아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사다리를 계수나무 옆에 세웠다. “어떻게 걸지 생각했어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소남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쥐며 말했다. “사실 원래 정원 설계사가 이곳에 미리 자리를 마련해 두었어요.” 원아는 놀라며 물었다. “정말이에요?” 정원 배치에 있어서는 설계사가 훨씬 뛰어날 것이 분명했다. 만약 설계사가 미리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면, 그 자리에 맞춰 장식을 걸기만 하면 훌륭한 결과가 나올 것이 틀림없었다. “이모
“이모님, 일 년 내내 우리 집안에서 일해 주셨잖아요. 이건 받으셔야 해요. 이건 이모님의 설날 보너스예요.” 소남은 단호하게 말했다. 문씨 고택의 다른 고용인들은 돌아가며 일하지만, 이곳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만큼 설날 동안은 오현자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하고자 한 것이었다. “대표님, 이미 보너스를 주셨잖아요.” 오현자는 여전히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며 거절했다. 그러자 원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모님, 받으세요. 이건 보너스가 아니라 용돈이에요. 문 대표님 말씀대로, 예전에도 문씨 고택
소남은 만두 속 재료를 준비하고, 원아는 밀가루 반죽을 하며 만두피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각자 역할을 맡아 협력하니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훈아는 손에 핸드폰을 들고 동생들의 재촉에 따라 주방 문가에서 그 따뜻한 장면을 촬영했다. 촬영을 마친 후, 훈아는는 조용히 주방을 빠져나와 소파에 앉았다. 헨리가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형, 찍었어?” 원원은 훈아의 핸드폰을 가져가며 말했다. “우리 오빠가 하는 일이니까 당연히 찍었겠지, 내가 한 번 볼게.” 원원은 핸드폰 사진첩을 열었다. 가장 최근에 찍힌
원아는 주방에서 따끈따끈한 떡국 한 그릇을 내오며 말했다. “만두만으로는 좀 심심할 것 같아서 떡국도 끓였단다.”“대박! 누나, 어떻게 제가 떡국도 먹고 싶어 하는 걸 알았어요?” 헨리가 웃으며 말했다.“언니가 너랑 마음이 통한 거야.” 원원은 만두 한 입을 먹고 만족스럽게 말했다. “정말 맛있어요! 언니, 나중에 저한테 만두 만드는 법 가르쳐주세요.”“그럼, 네가 배우고 싶다면 언제든지.” 원아는 아직 아이가 어리니 이런 걸 배우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지만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을 꺾고 싶진 않았다.“좋아요!” 원원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