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은 소세아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세아는 쇼핑몰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핸드폰이 진동하자 그녀는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확인했고, 영은의 전화였다.세아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여보세요. 영은아, 생각해 봤어?]“병원으로 와.”영은은 짧게 말했다.세아는 시즌 최신 컬렉션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지금 할 일이 있어서 그러는 데. 전화로 얘기하면 안될까? 내가 페트르에게 전해줄게.]“전화는 누군가 엿들을 수 있어서 신뢰가 안 가. 네가 오지 않으면, 이 일은 없었던 걸로 할 거야.”영은은 짜증
“알겠어.”영은은 세아와 협력하기로 했다.“그럼 난 이만 돌아갈게. 좋은 소식을 기대해. 좋은 친구로서 내가 꼭 최고가로 네 일을 처리해 줄게. 어쨌든 너도 불쌍한 사람 아니겠어?”세아는 영은에게 동정하는 척했지만, 사실 영은의 생사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돈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면, 세아가 이렇게 여러 번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세아가 떠난 후, 영은은 주사액을 바라보았다. 거의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간호 호출 버튼을 눌렀다.수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무슨 일이세요?”“주사액이 거의 다 떨어졌어요.
페트르는 결정을 내렸다.“그걸 어떻게 장담해요? 이식 수술은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수술인데. 하지만 설령 영은이가 수술대에서 죽는다고 해도, 사장님에게 손해는 없잖아요?”세아의 말이 페트르의 마음에 쏙 들었다.“맞아, 네 말이 맞아.”페트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그리고, 혹시 그 여자 쪽에 이미 양인표가 사장님의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며칠 동안 휴가를 떠나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 하면 상대방의 경계심도 풀어지겠죠.”세아는 덧붙였다.옆 도시에서 새로 생긴 리조트가 있어서 그녀는
하지만 소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페트르가 R국으로 돌아가려는 거라면, 소세아를 데려가지 않았을 거예요.”소남은 페트르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외국에서 데려온 여자를 R국으로 데려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페트르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소세아는 단지 돈과 매력으로 페트르에게 접근한 여자에 불과했다. 페트르의 냉정한 판단으로는 그런 여자가 자신의 곁에 설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원아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페트르가 호텔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그가 자신에
다만, 운이 따랐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에런이 우연히 예약한 KTX 표가 페트르와 같은 열차라니, 덕분에 손지범이 계속해서 그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KTX 안에서, 페트르는 불만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말한 새로운 교통수단이 바로 이거야?”“맞아요, 이게 KTX예요. R국에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편화되진 않았을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KTX가 비행기보다 훨씬 편리하답니다.”세아는 방금 산 커피를 들고 대답했다.어제 페트르가 B시로의 휴가에 동행하기로 동의한 후, 세아에게 카드 한 장을 건네며 그 안의 돈으로 마음껏
페트르는 소세아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너희 나라 리조트는 이 정도 수준밖에 없나?”페트르는 앞좌석의 운전기사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아닙니다, 손님. 현재 차량에 만족하지 않으신다면, 더 고급 차량을 선택하셔도 됩니다. 다만,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운전기사는 페트르의 불만을 눈치채고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내가 돈이 없어 보여?”페트르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운전기사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운전기사는 손님의 요청에 따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차분
에런은 보고를 마친 후,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보스, 왜 이 ‘이원리조트’라는 이름이 이렇게 익숙할까요?”“안익준이 개발한 리조트잖아.”소남이 상기시켜 주었다.“아, 맞네요! 그랬죠. 그러니까 제가 이 이름을 기억하는군요.”에런은 손뼉을 치며 기억해냈다. 당시 안익준이 자신에게 리조트로 초대하겠다고 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결국 가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페트르가 휴가를 보내는 곳이 하필 자기 보스와 친분이 있는 사람의 리조트라니, 에런은 이번에도 운이 따랐다고 느꼈다.“보스, 이 정도면 진짜 신이 우리를 돕는
점심시간.동준은 도시락을 들고 소남의 대표실로 갔다. 문이 열려 있었기에 그는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대표님, 현자 이모님께서 대표님과 염 교수님을 위해 점심을 준비해 주셨습니다.”“들어와.”소남이 말했다. 그는 지금 마르코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10분 전, 마르코스는 페트르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속셈을 파악해 보겠다고 했고, 소남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동준은 도시락을 조심스럽게 책상 한쪽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다른 지시가 없으시면 저는 먼저 식사하러 가겠습니다.”“그래.”소남의 시선은 여전히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