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다른 사람에게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이연은 마음속으로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 눈에 띄는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보면서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고, 결국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댓글에 반박할 능력조차 없네...’이연은 핸드폰을 한쪽으로 던져두고 이마에 손을 올렸다.만약 누군가가 이연의 모습을 본다면, 그녀가 인터넷 댓글에 졌다는 것을 분명히 알 것이다.‘누가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확인해보니 송현욱에게서 온 전화였다.그녀는 받지 않
어제는 윤수정이 화가 나서 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고 또 누가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또 누군가가 현욱의 고집으로 화가 나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생긴다면 현욱은 불효라는 오명을 짊어져야 하고, 이연도 욕을 먹게 될 것이다.이연이 보기엔, 자신은 이미 충분히 욕을 많이 먹어서 좀 더 먹어도 상관없지만, 현욱이 가족들과 너무 사이가 나빠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현욱은 심호흡을 하며 곧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당신은 잠시 그곳에 있어.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우리 집에서 일하는 이모님한테 보내라고 할
원아는 이연의 어쩔 수 없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헨리는 머리를 흔들며 일부러 소리를 낮춰 말했다.“이모, 우리 숙제 그렇게 쉬지 않아요.”“그래, 쉽지 않아. 나도 알아. 하지만 너희들은...”이연은 한숨을 쉬었다.“너무 똑똑해서 이모가 실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없잖아.”“그래, 애들은 과외가 필요 없지만, 이따가 검사는 필요해요. 연이 씨, 제가 주방에 가서 이모님을 도와야 하니까 이따가 아이들 숙제 검사해 줄 수 있어요?”원아가 말했다.“네! 주신 임무 잘 완수하겠습니다! 약속드려요!”이연은 원아에게 ‘OK’
특히 헨리는 예전에는 엄마에게 의지하던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은 독립적으로 변했다.식사 후.원아는 세 아이의 숙제장 밑에 소남의 글씨를 모방하여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이연은 원아의 글씨를 보면서 신기해했다.‘이전에 나도 중요한 서류를 문 대표에게 서명받은 적이 있는데, 문 대표의 서명에 익숙한 편이라 얼핏 봐도 아는 데 초설 씨가 한 서명이 진짜 문 대표의 서명과 똑같아!’원아는 서명한 후 아이들에게 숙제장을 책가방에 다시 넣으라고 했다.다음은 아이들이 만화영화를 보는 시간이었다.원아는 이번에도 아이들과 함께 있지 않고
“그래요, 알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연이 씨가 여기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원아는 어둡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보아하니, 송씨 집안 어른들이 이번에는 연이를 송현욱에게서 떼어놓으려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아.’‘하지만, 연이가 또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지?’‘일반 가정에서 태어나 온갖 고생을 다 겪었고, 이건 연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운명이 그렇게 타고 난 걸 어쩌란 말이야.’‘그리고 연이가 겪은 일들은 오히려 송재훈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연이야말로 진정한 피해자였는데.’원
왜냐하면 이연의 일을 처리하다가 송씨 집안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그들이 기분이 상하게 되면 소남에게 잘못을 돌려 두 집안의 공동사업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만약 해결이 안되면 상황을 봐서 어떻게 할지 다시 결정하면 돼요.]소남의 말이 길어졌다.원아는 그의 말을 들으며 드디어 조금 편안해졌다.‘소남 씨는 내가 연이를 잘 지킬 수 있도록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다행이네...’“네.”이번에 그녀가 짧게 대답했을 때, 약간의 떨림과
송재훈은 자신이 ‘염초설’ 때문에 입은 모든 손해를 생각하면 그녀가 몹시 미웠고, 여기서 그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그러나 당장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이곳은 문소남의 집이고, 그가 문소남에게 입찰 사업계획서를 훔친 사람을 찾아 넘기겠다고 한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송재훈의 회사 직원들은 자신이 한 일이라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심지어 전에 훔쳐온 입찰 사업계획서의 수정에 참여했던 양석훈은 송재훈을 대신해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며 최대한 빨리 사직서를 내고 직
“쓸데없는 말을 이렇게 많이 해서 뭐해, 이연 그 염치없는 여자를 빨리 내놓아!”재훈은 ‘염초설’의 가식적인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문소남이 아니었다면 이 염초설도 이렇게 거만할 수 없었겠지! 그냥 내가 하룻밤 가지고 놀 수 있는 여자였을 뿐일 텐데!’“염치없다고요? 재훈 도련님, 너무 심한 말씀을 하시네요. 연이 씨가 왜 염치없는 여잔가요?”원아의 표정이 변했다. 까무잡잡한 눈동자가 평온을 잃고 재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연이 염치없지! 지금 경고하는데, 아무리 문소남이 네 편을 들어줘도 이연을 빨리 우리한테 넘기는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