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염 교수에게 진현석을 소개해줬어?”소남이 다시 물었다.티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염 교수님이 말씀은 안 하셨지만, 워낙 존경하는 어르신이라 소개팅을 주선받았을 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뜻밖에도 이렇게 귀찮은 상대를 만날 줄은 몰랐을 겁니다.”소남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염 교수가 소개팅을 한 걸 티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거네?”“네, 그런데 염 교수님이 그 남자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다고 하셔서 보고를 안 드렸습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티나는 고개를
소남은 소개팅의 경과를 알고 화가 났지만 뭐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왜냐하면 임문정도 그때는 ‘염초설’이 바로 원아라는 사실을 확실히 몰랐기 때문이다.심지어 지금도 주희진은 여전히 모르고 있다.소남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진현석이 또 회사에 찾아와서 원아를 괴롭혔어요. 저도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그 사람을 한 번 제대로 혼내 주어야겠어요.”진현석은 임문정의 부하 직원이니 소남은 자신이 미리 임문정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문정은 소남을 막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에 주희진이 이미 직접 진현석을 만나서 많은
원아는 갑자기 조마조마하고 불안해졌다.소개팅에 대해 원아는 줄곧 숨기려고 했는데, 지금 소남이 알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을 느꼈다.원아는 핸드폰을 들고 티나의 톡을 찾아 물었다.[티나 씨, 혹시 대표님이 언제 돌아왔는지 알아요?][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밥을 사서 돌아왔을 때 대표님은 이미 사무실에 앉아 계셨어요. 언제 돌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동 비서님께 물어보시면 더 잘 알 수 있을 겁니다.]티나는 소남이 자신을 찾아 이야기를 나눈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비록 티나도 ‘염 교수’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원아의 훑어보는 눈빛은 비록 조심스럽지만 소남은 알아차렸다.그는 손을 들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안부를 묻기 전에 냉담하게 말했다.“회의 시작합시다.”말이 막 끝나자 사람들은 주위의 온도가 몇 도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이 자리에 있는 직원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모두 얌전하게 앉아 소남에게 지적을 받을 준비를 했다.동준이 PPT를 준비한 뒤 회의는 순서대로 시작했다.소남 옆에 앉은 원아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소남은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고, 심지어 목소리 톤도 더욱 차가워졌다.
회의 서류를 챙긴 원아는 노트북을 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뒤에 또 몇몇 부장들이 있었는데, 부장들이 속닥거리는 것을 들어보니, 모두 소남이 기분이 좋지 않은 원인을 추측하고 있었다.“이봐, 대표님 부인이 외국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대표님의 기분이 그렇게 나빠진 걸 수도 있어.”한 부장이 말했다.“그럴 리는 없을 걸요. 사모님이 기억을 잃은 후부터 대표님과의 사이가 나빠졌다면서요? 그럼 사모님이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대표님은 기분에 영향을 받진 않겠죠.”“그건 말하기 어렵죠.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누구도 대표님을 이
원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수빈이 이의가 없는 것을 보고, 아마도 동준이 미리 말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럼 부탁드립니다.”말하고 나서 돌아서서 비서실 밖으로 나갔다.수빈은 목을 길게 빼고 원아가 떠나는 걸 보고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맥이 있는 사람은 정말 부러워요. 몇 마디만 하니까 이 서류들이 또다시 내 손에 들어왔네요.”티나는 수빈의 앞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어서 그런 말들을 다 들었고, 뒤돌아보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바로 ‘염 교수’를 위해 대변했다.“본인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이 일들을 똑같이 남에
소남은 원아가 눈을 피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마음속으로 무력감이 가득했다.결국 원아는 소남의 냉담한 눈빛 뒤의 무력감과 갈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늦었는데 염 교수, 직접 한번 말해봐요, 염 교수님은 어떤 벌을 받아야 할까요?”소남의 침울한 목소리는 약간 화가 난 듯했다.원아는 깜짝 놀랐다. 그는 쓸데없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그녀는 소남이 냉담하게 ‘차에 타요’라는 한마디만 할 줄 알았는데, 그리고 어쨌든 자신은 진짜 늦지도 않았다.그러나 소남은 원아 생각대로 하지 않고 직접 그녀에게 어떤 벌을 받아야 하
“당신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구나.” 소남은 긴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음속의 화가 진정될 방법이 없었다.‘맞아요.’ 원아는 고개를 숙이고 속으로 말했다.‘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사랑하는 남자와 내 친자식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었겠어요?’소남은 경적을 울리며 앞차를 추월하고 참지 못하고 여전히 그녀에게 물었다.“당신 왜 소개팅 했어?”원아는 고개를 들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남 씨가 결국 알았어...’“해명해봐요.” 소남은 얼굴을 옆으로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 그는 원아가 직접 해명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