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에 들어서자 이연은 기자들의 카메라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너무 긴장한 나머지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이연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현욱의 안내에 따라 회의장 대표석으로 향했고, 그의 손짓에 따라 옆자리에 앉았다.이연도 마음가짐을 확실히 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기왕 송현욱을 선택했으니 카메라를 마주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게다가 송현욱이 자신으로 인해 기자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아 곤경에라도 처할까 봐 최상의 자세와 기에 눌리지 않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송현욱이 자리에 앉자 무
또 다른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질문하면서 날카롭게 말했다.현욱은 눈썹을 치켜올렸다.‘허, 박씨 가문에서 나한테 찌질남이라는 꼬리표라도 붙이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건가? 그럼 나도 이제부터 예의 없이 나가주지!’현욱은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말을 한 이유는, 그저 조금이라도 박인서의 체면에 금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니, 체면은 눈치 빠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지, 박인서 같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었다.“집안끼리 정략결혼은 원래 서로에 대해 사랑 같은 것이 없습니다. 저와 박인서 씨의 약혼도 송
기자들은 모두 현욱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회의장 중앙에서 대형 스크린이 내려왔고 곧 현욱이 말한 내용들이 프로젝션을 통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제가 박인서 씨에게 파혼을 제안한 것은, 박씨 가문의 사업 위기와는 별개로 박인서 씨의 사생활이 너무 지저분했고 제가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에 배우자로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이연 씨를 제가 사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필 제가 파혼을 결심하고 진행했을 때 박씨 가문의 기업 도산될 위기에 처해지게 된 것입
박씨 가문도 지고 박인서도 졌다.항상 단정하고 우아하며 온화한 박씨 가문의 아가씨였던 박인서는 사생활에서는 그렇게 잘 놀고 지저분한 사람이었고, 이제는 아무런 이미지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박씨 가문은 박인서를 통해 가문의 위기를 넘겨보려고 하였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차라리 송현욱보다 못하고 조금 더 나이도 많더라도 이 난장판을 수습할 수 있는 남자를 찾는 것이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일단 이제 이 자료가 공개되고 나면 박씨 가문의 이 난장판을 수습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박씨 가문은 완전히 현욱에게 졌다
‘하지만 그때 현욱 씨는 나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 역시도 먼저 묻지 않았기에 마지막에 우리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말았던 거야.’이연은 생각할수록 더욱 현욱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현욱 씨는 나와 함께하기 위해 그렇게 힘들게 노력하고 있었는데, 난 오히려 끊임없이 현욱 씨를 의심하고 떠나라고 현욱 씨를 밀어냈고 이 남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어, 심지어는 현욱 씨는 나 때문에 매일 술에 취해 몸을 많이 상했을 거야.’“현욱 씨, 이젠 당신이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는 한, 절대 내가 먼저 당신 곁을 떠나는 일은 절
박인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연보다 먼저 공식적으로 공개를 한 건 나야, 둘이 4년 전부터 사귀었어도 뭐 어때? 계속 공개하지 않았잖아. 공식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이연이 나와 비교나 될 수 있겠어?’한동안 생방송을 지켜보던 박인서는 송현욱이 병원 진료 문서를 대형 스크린에 공개하는 것을 보고 순간 악몽이라도 꾼 것럼 날카롭게 외쳤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박인우도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벼댔다.“병원 진료는 외부로 유출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송현욱이 가지고 있는 거지?”그는 누구보다도 박인서의 사생
“지금은 나갈 수 없어!” 박인우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박씨 가문은 원래 가부장적이었다. 하지만 박인서에게 수단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이나 희망을 가지고 기회를 주었지만 모든 것이 무산되었다. 그녀는 박인우가 병원장을 만나러 간사이에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았는데 현재 여론은 이미 그녀를 뒤돌아섰고, 박인서는 아연실색하며 안색 또한 창백하게 변했다. 고작 송현욱이 생방송을 끝 마친지 30분 만에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이다. 이연과 송현욱에 대한 욕설의 바다에서 박인서에 대한 귓속말 토론으로 바뀌었고, 박인서도 이렇게 급속도로 변
그는 더 이상 박씨 가문이 더 많은 보복을 당하게 할 수도 없었고,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가문에 상처를 더하게 할 수는 없었다. 박인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로 땅에 주저앉았다.“아니야, 나 아직 가치 있어! 나 우리 집안을 위해 더 많은 이익을 만들어 줄 수 있어.”박인우는 박인서의 이기적인 하소연을 들으며 분노했다. 밖에 기자들이 아니었다면 진작 이 병원을 떠났을 것이다. “가치? 박인서, 지금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널 어떻게 생각할지 한 번 물어봐. 진짜 명문가 집안이면 널 받아들일 수 있겠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