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의 인기척이 사라지고, 밤이 깊어 공기가 더욱 차가워진 후에야, 소남은 자신의 침실로 돌아와 남은 업무를 처리했다. 원아가 납치당하기 전, 소남은 훈아를 문씨 가문의 후계자로 양성하여, 대학교를 졸업한 아이에게 T그룹을 인수하게 하고 원아와 함께 세계 일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남은 빨리 일을 처리하여 원아를 자신의 곁으로 돌려놓을 생각만 하고 있었다. 소남이 느릿느릿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 한 통을 걸었다. 동준의 부주의로 인해 소포의 주소가 노출된 것이었기에, 그는 한밤중에 동준에게 연락하는 것을
원아가 생각하기엔, 그렇더라도 임문정 부부가 분명히 여전히 자신을 의심할 것 같다.원아는 다소 난처했지만, 그래도 일단 승낙했다.“네, 제가 점심때 가겠습니다.”“그래. 그럼 나도 초설이 일을 방해하지 않을게.” 주희진은 ‘초설’이 승낙하는 것을 보고 말투가 경쾌해졌다. 마치 ‘초설’이 소개팅에 나가기만 한다면 반드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주희진 눈에는 ‘초설’은 아주 우수한 사람이고, 임문정이 추천한 그 사람도 아주 우수하니 이렇게 비슷하게 훌륭한 남녀가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서로를 마음에 들어할 것이다. 게
티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원아는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우리 동생은 아주 좋은 애지만, 티나 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닐 거예요.”왜냐하면 공포의 섬 출신 인간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교수님, 전 괜찮아요. 근데 교수님은 그냥 소개팅 하시면 되잖아요. 왜 그렇게 마음이 불편하세요? 만나기 싫으시면 그냥 만나지 마세요.”티나는 알렉세이에 대해 더는 말하지 않고 바로 화제를 원아의 소개팅으로 돌렸다.“소개팅을 주선해 주신 분은 내가 매우 존경하는 분이에요. 그분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원아는 동준이 말하는 걸로 보아 소남은 사무실에 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차라리 잘된 일이다. 소남이 자신이 선을 보는 광경을 볼 수 없으니까.동준은 원아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고 1층을 누른 뒤 물었다. “교수님, 어디 가서 드세요? 같이 드실래요?”“저는 약속이 있어요.”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동준의 권유를 거절했다.‘약속이 있다고요?’동준은 눈썹을 찌푸렸다. ‘염 교수는 이 회사에서 티나와 조금 친하게 지내는 것뿐이고, 항상 혼자 다니던데 누구와 약속을 잡은 거지? 설마 동생
“안녕하세요, 염초설 씨.”주희진은 둘을 보며 마치 벌써 둘이 결혼하는 것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며 말했다.“소개도 시켜주었으니 이젠 너희들 둘이서 이야기할래? 이모는 먼저 갈게.”원아는 주희진의 손을 붙들며 말했다.“이모, 그냥 저희랑 식사 함께 하시고 가세요. 점심시간인데 식사는 하셔야죠.”“맞습니다, 점심을 안 드시면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맞은편에 있는 현석도 말했다.진현석도 자신과 ‘염초설’의 소개팅 자리지만 구식 소개팅과는 다르기 때문에 주희진을 돌려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럼, 그래...”
‘근데 만약 문 대표님께 알려드렸다가는 오늘 우리 회사 전체 직원들은 하루 종일 보스의 화풀이를 견뎌야 할 가능성도 있어서...’‘하지만 아무 말 안 했다가 대표님이 마음에 든 여자를 딴 남자한테 뺏기면 어떡해?’동준은 고민했다.회사에 들어서자마자 티나를 마주쳤다. 그녀는 손에 도시락을 들고 있었다. 보아하니 음식도 포장해 온 것 같다.“티나 씨,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았어요?”“제가 좀 늦게 내려갔더니 한식당에 자리가 없어서 포장할 수밖에 없었어요.”티나는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한식당에서 포장했어요?” 동
“저기, 동 비서님, 말씀 안 드릴 거죠?”“말씀드릴 겁니다.”동준은 티나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고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말씀 안 드리면 안 돼요? 그 남자는 잘생기긴 했지만 우리 대표님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서 염 교수님이 마음에 안 드셨을 텐데요...”티나도 편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싶다. 지금 이미 충분히 바쁜데, 만약에 문 대표가 기분이 나빠지면 직원들은 더욱 바빠질 것이다. 어쩌면 집에 가서 쉴 시간도 없을지도 모른다.“만약 염 교수님이 그 남자를 정말 마음에 들어하시면요?” 동준은 반문했다. 지금
현석은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제가 미처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했네요.”“괜찮아요, 초설 씨의 근무환경은 저와 다를 테니까요. 그럼 먼저 일어날까요?” 원아는 현석이 쉽게 자신을 데려다 주는 것을 단념하고, 주희진도 말을 얹지 않는 것을 보고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현석이 계속 고집을 부리면,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골치가 아파지니까.하지만 현석은 대범한 사람이라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니, 원아는 자신이 앞으로 냉담한 태도로 현석을 대하면,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현석도 시간이 지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