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센터 쪽에 프렌치 레스토랑이 하나 생겼는데 평판이 좋아요. 오늘 저녁에 그곳에서 식사할까요?”소남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티야는 문소남의 말에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3년 동안 끊임없이 문소남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애썼다. 그에 대한 사심 때문이었다. 티야는 소남처럼 훌륭한 남자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자기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내 그가 자신을 식사 자리에 초청했다. 마음 속으로는 도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원아’가 해외에 나가고 없는
원아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소남 씨가 정말 나를 찾는 걸 포기하는 걸까?’남자가 아이 셋을 키우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 자신을 대신할 다른 여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원아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원아가 아니었기에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힐 수 없었다. 장성은은 ‘염 교수’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평온한 얼굴에 질투심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덤덤한 성격 탓에
원아는 문소남이 오늘 이를 문씨 집안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가 티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장민재가 헨리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헨리가 고개를 돌려 ‘초설 누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누나, 안녕히 계세요.”원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원아도 곧바로 문을 닫았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문소남이 티야와 단 둘이 식사를 하면서 문씨 집안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숨긴 일이 가득했다.소파에 앉은 원아의 귀에 텔레비전에서
문현만은 손자 문소남이 너무 조심성이 없다고 생각했다.만약 그가 정말 티야라는 여자에게 관심이 있다면 사람들이 모두 그가 가짜 원아와의 혼인 관계가 끝났음을 인정한 후, 공식적인 발표를 해야 했다. 문소남의 이미지는 곧 T그룹의 이미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뉴스에 떠들썩하게 보도되면 소남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누명을 쓸지도 몰랐다. “할아버지, 제가 말하는 관심은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에요.”소남은 왜 티야와 함께 식사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문소남은 티야가 공포의 섬과 관계가 있다고 생
주소은은 조금 전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티야라는 의사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순수한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속으로 동준도 그걸 알아채길 바랐다. 티야는 또 ‘원아’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그녀가 기사를 보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나 뭐라나!하지만 분명 마음속으로는 ‘원아’가 기사를 보고, 문소남과 대판 싸우기라도 바라는지 몰랐다. 소은은 티야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동준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소은은 화천건축설계사무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며 동준에게 경고했다.“지금 원
원아는 티야의 SNS에 올라온 입장문을 다시 한번 읽었다. 그 아래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대부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들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문소남과 티야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었다. 분명히 무언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듯했다. 원아는 사람들의 써 놓은 글을 보면서 감탄했다.‘소남 씨같은 유명한 사업가가 비록 사회도덕에 위반되는 일로 기사가 나긴 했지만 이대로 사건이 마무리되길 원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거야.’‘아무래도 이번 일, 잠잠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누군가는 티야가 염치없는 나쁜 여자라며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며칠 동안 정시예 님은 매우 우울한 상태예요, 여사님이 상사라고 하시니 가서 위로 좀 잘 해주시고 이 말 좀 전해주세요. 아직 젊으니까 그 나쁜 남자는 잊어버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요. 그러면 나중에 또 좋은 사람과 만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맞이하게 될 테니까요.”간호사가 말했다.원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병실로 향했다. 1420병실 앞에 선 원아는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시예의 어머니인 김영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원아를 바라봤다. “누구시죠?”“염초설이라고 합니다
원아는 정시예 어머니 김영미의 말을 들으면서도 얼굴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정시예는 얼른 엄마에게 눈짓했다. 비록 ‘염초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이번 일을 해결하려면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그래서 시예는 역시 ‘슬픈 연극’을 시작했다.“엄마, 그만해요. 이번 일은 모두 내 탓이야. 다른 사람을 원망할 수 없어. 내가 바보여서 그래요.”김영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며칠 동안 두려움에 떨었다. 조재하 아내의 지시로 병원에 온 사람들이 딸 시예를 죽이려고 달려들었지만 정작 조재하는 얼굴 한 번 내밀지 않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