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숙은 소남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마음이 급해졌다. 신용카드는 이미 한도가 초과됐고, 이번에 돈을 갚지 않으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도 몰랐다.장인숙의 친구들 중에는 은행 쪽과 관련된 남편을 둔 부인도 있었는데, 만약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소문이 퍼지게 될 것이다.“소남아, 너 정말 엄마가 굶어 죽는 것을 보고 싶어?”장인숙은 다시 눈물을 흘렸다. 아까보다는 더 간절한 표정이었다. 소남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여전히 냉담한 표정이었다.그녀는 이런 아들의 태도에 이미 익숙해졌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지 않았
장인숙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한 30분 정도.”“네, 사모님, 일단 모공이 완전히 열리도록 온열 마사지부터 할게요.”예은이 물수건으로 장인숙의 눈을 가렸다.장인숙은 얼굴에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그녀는 약간 불편함을 느끼며 물었다.“예은아, 왜 요즘 피부가 이상한 것 같지? 조금만 자극이 와도 이상해.”예은이 스킨케어를 꺼내려다 말고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사모님, 그건 피부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예요. 뽀얗고 투명한 피부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한 건 당연하죠. 생각해 보세요. 매일 거친 일로 피부가 좋
예은은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찾아 장인숙에게 불러주었다.장인숙은 번호를 적어 두었다.예은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사모님, 그 분인 누구인지 여쭤봐도 될까요?”“네가 알 것 없어.” 장인숙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의자에 누웠다. “너희들 먼저 나가. 나는 좀 쉬어야겠어.”예은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서서 장인숙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다은과 같이 밖으로 나갔다.두 자매는 일층으로 내려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언니, 사모님이 지명 오빠의 연락처를 받아서 무얼 하려는 걸까?” 다은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다.“나도 몰라.
어린 송희는 기분이 나빴다.“그런 게 어디 있어요? 원원은 자기가 원해서 읽는 거예요.” 원아는 혹시라도 송희가 기분이 나쁠까 봐 눈치를 살피며 화제를 돌렸다.“송희도 엄청 많이 컸구나! 참. 얼마 전에 내가 원원 주려고 발레복을 하나 샀는데, 사이즈가 작지 뭐예요. 혹시, 송희도 발레를 배울 생각이면 그 옷을 가져다줄까요? 아직 한번도 안 입은 새 옷이에요. 송희가 입으면 정말 예쁠 것 같아요.”“좋아요! 형수님, 감사합니다.” 그러잖아도 송희에게 발레를 가르치려고 하던 참이었다. 이하늘은 발레복을 여기저기서 찾아보더니
“예성은 자존심이 센 아이니까 우리가 상관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 소남은 원원의 손에 있는 책을 다시 딸과 같이 읽기 시작했다.그는 예성과 형제 사이로, 서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딸이 읽어주는 시에 집중했다.2층.이하늘은 예성의 방에서 송희를 안고 달래고 있었다.어린 송희는 엄마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울지 마, 엄마가 발레복을 사올게.” 이하늘은 딸이 하는 말을 전해 듣고는 속으로 화가 났다.예성은 원래 여러 방면에서 소남보다 못한 남자였다. 그런데 이제는 딸에게 발레 복
원아는 한 손에는 훈아의 책가방을 들고, 한 손에는 부드러운 발레 복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발레 복은 다림질을 해 놓았기 때문에 가방 대신 투명한 커버를 씌워 놓았다. 송희는 원원의 발레복을 보고 예성의 손을 잡아당겼다.“아빠, 저도 저런 발레복을 사주세요.”예성은 딸의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고 원아에게 물었다.“형수님, 이 발레 복은 어디에서 샀어요?”“이건 형이 외국에서 주문 제작한 거예요.” 원아는 민망한 듯 대답했다. 어젯밤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했기 때문이었다.예성은 그런 것쯤은 자신도 할 수 있을 거라 생
“네, 선생님.” 원원은 원아가 들고 있던 발레 복을 받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원아는 딸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원이 탈의실에서 뛰쳐나왔는데, 아직 옷을 갈아 입지 않은 채 원아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엄마!”원아는 고개를 돌려 딸을 바라보았다.“왜 아직 옷 갈아입지 않았니?”“옷이 망가졌어요.” 원원은 발레복을 원아 앞에 내밀었다.“그럴 리가 없는데? 오늘 다림질하면서 확인했거든.” 원아는 눈썹을 찡그리고 발레복을 펼쳤다. 원원의 말처럼 치마에 연결되어 있던 레이스 끈이 떨어져 있
원아는 소남이 손을 잡아주자 따뜻한 기운에 통증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원아는 고개를 저었다.“어쩌면 실수로 뜯겼는지도 모르죠…….”소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주문 제작한 가게는 백 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옷 제작 기술이 뛰어났다.원아는 그가 누군가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송희는 아직 어린아이였다. 그녀가 그랬다면 실수였을 것이고, 혼날까 봐 말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원아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원원이 발레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마침, 다음 순서가 원원의 차례였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