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서재에서 약상자를 찾아 들고 소남의 피로 물든 셔츠를 벗겼다. 그의 가슴 에는 흉터가 여러 군데 있었다.그것은 그가 지난 2년 동안 공포의 섬에 있을 때 난 것으로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원아가 깜짝 놀란 것은 그가 가슴에 총을 맞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원아는 눈물을 머금고 감히 그의 상처에 손도 대지 못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알코올 솜을 집어 바깥쪽의 피만 닦아냈다. 그녀는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 “소남 씨, 조금만 참아요. 내가 바로 사윤에게 전
침실.설도엽이 도망친 후로 임영은은 내내 혼란스러웠다.경찰이 그녀를 오랫동안 심문했지만, 그녀는 마치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이 무고한 피해자 행세를 했다. 또 정신이 나간 척하며 아무런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경찰이 떠난 뒤, 영은은 기절하듯 침대에 쓰러졌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기다란 창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평소에 아름답기만 했던 하늘은 칼에 잘려 산산조각이 났고, 바스락거리는 나무의 그림자는 사람을 잡아먹는 악마가 되어 그녀를 위협했다.갑자기 광풍이 불어 창살이 ‘탁탁’ 하는 소리를 내었고, 곧 침실의
원아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그 말은 마치 가시처럼 영은을 찔렀다.그녀는 원아의 말에 하마터면 침착함을 잃고 당황할 뻔했다.그 곳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영은을 향했고 그녀는 거대한 족쇄라도 차고 있는 사람처럼 온몸이 무거웠다. 그녀는 벌건 눈을 닦으며 눈물을 흘렸다. “언니, 그게 무슨 뜻이죠? 설마 내가 설도엽과 손이라도 잡고 결탁했다고 의심하는 거예요? 설씨 가문이 군인 집안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설씨 가문 큰 아들 설도철과 셋째 아들 설도엽 모두 군인이고, 두 사람 모두 특수부대에 있었다는 것은 A시 상
미자 아주머니는 너무 놀라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녀는 청소기 손잡이를 잡은 채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아니에요. 영은 아가씨, 저는 목걸이가 왜 제 가방에 있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분명 오해예요.”영은은 냉소하며 차갑게 말했다.“오해? 미자 아주머니, 이 2억짜리 목걸이가 당신의 가방에서 나왔어요. 누굴 속이려는 거예요? 목걸이가 다리가 달려서 아주머니의 가방으로 들어갔을까요? 아니면. 제가 그렇게 속이기 쉬운 사람으로 보이던가요?”미자 아주머니는 가슴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영은을 바라보며 간절히 말했다. “영
주희진은 미자 아주머니의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마치 그녀의 모든 말을 믿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임씨 저택에서 일하면서 늘 착실하고 거짓이 없었다. 그러나 주희진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는 영은을 보며 마음이 약해져 그녀를 의심하던 마음도 옅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주희진은 영은의 들썩이는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한숨을 쉬었다.“영은아, 엄마에게 미자 아주머니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분히 말해 주겠니?”영은은 옷 소매로 눈물을 닦더니 기침을 하며 애절하게 말했다.“엄마, 저는 엄마가 제게 선물해 준 다이아몬드
하지윤이 대표실에 들어가자마자, 옆으로 돌아앉아 있는 문소남을 보았다.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우아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있어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소남은 한손으로는 서류를 뒤적였고 다른 손에는 커피잔을 들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하지윤의 발자국 소리를 들은 듯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마침 정오라 한창 화창할 때였다.80 층 높이의 사무실에는 햇빛이 더욱 잘 들었다.은은한 금빛 햇살이 긴 창문을 지나 그의 몸 위로 떨어졌
하지윤은 문소남의 반응에 조금 놀랐다. 그녀는 한 번도 그가 이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그는 마치 사람을 죽일 듯 한 얼굴이었다.그녀가 당황한 기색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문소남이 먼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지윤 부장, 그만 두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 부장이 T그룹의 공신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힘들어 하면서까지 꼭 당신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하 부장도 꽤 많이 피곤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참에 푹 쉬도록 하세요 그동안 수고했어요.”‘
하지윤은 등을 곧게 펴고 앉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아마도 감정이란 것은 이렇게 갑자기, 이유도 모르게 찾아오는 것 같아요. 인생에서 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고 그만큼 유혹도 많죠. 저도 제가 당신에게 이렇게 첫눈에 반할 줄은 몰랐어요. 저는 아직도 당신을 처음 만났던 날을 잊지 못해요, 그 많은 면접관들 속에서 오직 당신만이 빛이 났던 것을 기억해요. 그후로 당신은 제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고, 앞으로 살아봤자 얼마나 살겠어요 어차피 짧은 인생 후회가 남지 않도록 당신에게 감정을 숨기면서 살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살면서 정말 좋아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