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의 여러 말에도 원아는 아무렇지 않았다.그녀는 만년필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자, 이제 다들 할 말 끝나셨나요? 그렇다면 주주 단톡방에 있는 문자를 다시 보시고 비서실에서 올린 회의 시간이 몇 시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시간개념도 없는 여자가 대표 대행을 꿈꾸다니 너무 웃기지 않습니까?”주진웅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주주 단톡방을 확인했다.그는 회의 시간이 오전 10시 06분으로 공지된 것을 보고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원아를 노려보았다. ‘이 여자 대체 뭐야?’
“티나!”그녀는 원아가 무엇을 원하는지 즉시 알아챘다. 그녀는 가방에서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 관계 증명서를 꺼내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그것은 문소남과 원아가 진짜 부부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게다가 혼인신고 날짜도 3개월 전으로 한참 되었다.이를 본 주주들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 서류들이 가짜일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윤은 충격을 받은 듯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꽉 쥐며 질투와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원아를 노려보았다. ‘문소남이 정말 이 여자와 결혼을 했단 말이야? 그가 왜!’회의실이 조용해졌다.원아를
남궁산이 가져온 소식을 들은 원아는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동안 수심이 가득했던 얼굴에 마침내 희색이 감돌았다.“남궁산 씨, 그 말이 정말이에요? 소남 씨가 정말 살아 있어요? 지금 어디에 있는데요? 정말 제 남편이 맞아요? 정말 그가 맞는다면, 왜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건가요?”남궁산은 원아의 초조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괴로웠다.그는 한 묶음의 자료를 원아에게 건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실은, 사진 속 사람이 정말 형님인지 분명하진 않아요. 그렇게 추측할 뿐입니다.”원아는 그가 건네준 사진을 자세히 보았
두 여자가 떠난 후, 채은서는 그녀가 매수해 두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문예성은 손에 선물을 들고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다.오늘은 그의 어머니의 생신이라 늘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던 그도 모처럼 집에 일찍 돌아왔다.그는 어머니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최근 며칠 동안 어머니는 하늘과 결혼하라며 그를 들들 볶았다. 그 일로 둘은 사이가 틀어졌다. 그는 감정이 상해 집에 오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인만큼 아들로서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집에 돌아
수술실 밖은 사람들도 가득했다. 문 노인과 동준 그리고 주소은과 이연 심지어 원아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장인숙까지 와 있었다.장인숙은 원아가 싫었지만, 그녀가 자기 아들의 아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이곳에 달려오게 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원아가 낳을 아기가 자기 아들이 혈육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최근 아들을 잃고 모든 분노와 원망을 원아에게 쏟아 놓았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했던 것이 후회됐다.물론 그녀가 후회하는 것은 원아 때문이 아니었다. 어차피 그녀는 자신과는 상관없었다. 다만 혹시
지금은 의료기술이 발달해 난산으로 산모나 아이가 사망할 확률이 크게 낮아졌지만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 란 법은 없었다…….모인 사람 중 동준이 가장 이성적이었다. 그는 사람을 보는 눈이 매우 좋았다.동준은 예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고 확신했고.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했다. 곧, 그도 예성이 했던 것처럼 분만실 문을 세게 걷어차기 시작했다.문소남 대표님도 사라진 시점에 원아 대표님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됐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회사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었다. 그리 튼튼하지
원아는 병상에 누워있었다. 자궁이 수축하며 몰려오는 통증은 마치 배에 불이 붙은 것도 같고, 찢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해지는 고통에 그녀의 의식은 흐릿해졌다.하지만 잠시 후, 원아는 마음이 기뻤다. 마침내,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똑똑히 들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아기가 의사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보았다.이 아기는 소남의 자식이면서 두 사람의 사랑의 증거였다. 더욱이 피로 연결된 가족이었다. ……원아가 순조롭게 남자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모든 사람이 기뻐했다. 특히 문 노인과 장인숙은 뛸 듯이 기뻐했다.
원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희진은 그녀가 또 슬픔에 잠기려 하자 다독이며 달랬다.“원아 씨, 출산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우는 건 좋지 않아요. 안 그러면 산후병으로 나중에 고생하기에 십상이에요. 지금은 이모 말 듣는 게 좋아요. 사실, 지금은 기뻐할 때 아니에요? 헨리가 이렇게 무사히, 건강하게 태어난 일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어요?”원아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며, 잠든 아기의 귀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동생은 왜 먹고 자기만 해요? 혹시 돼지 아니에요? 왜 저랑 오빠랑은 안 노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