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지도 몰랐다. 조사에 임한 몇몇 감독관들도 지친 상태였다. 몇 시간에 걸친 조사에도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자, 상의 끝에 서현을 먼저 돌려보내기로 했다. 서현은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수고로우시겠지만, 이번 일은 반드시 엄중하게 벌해야 해요. 그녀는 인품에 문제가 있는 사람입니다. 임신한 채 부정행위를 하다니, 그녀의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를 부끄럽게 여길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자를 엄벌하지 않으면 다른 수험생들에게도 피해가 갈 거예요.”“서현
한순간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서현은 문소남이 나타나자 이제 자신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런 물러설 곳도 없는 지금, 그녀는 여전히 우기기 시작했다.“대표님, 저는 정말 원아가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보았어요. 저는 바로 그녀의 뒤에 앉았기 때문에 똑똑히 보았어요.”“그래요?” 그의 차가운 눈빛이 서현을 쏘아보았다. 서현은 깜짝 놀라 간담이 서늘해졌다. 약혼식에서 원아가 문소남 대표와 문씨 가문에 모욕을 준 일을 알고 있던 서현은 이제 그가 원아에게서 마음이 떠났다고 생각했다.게다가 그 후로 그는 임영은과의 스캔
그때 동준이 저쪽에서 달려왔다.그는 이곳에 오는 도중에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 그는 소남의 곁으로 가서 공손하게 인사했다.“대표님. 저 왔습니다.”“총감독님, 시험장에 있던 모든 수험생의 자료를 연락처를 포함하여 동 비서에게 주십시오.”소남은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했다.총감독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문 대표님.”소남은 원아를 안고 싸늘한 표정으로 이 총감독과 다른 감독관들을 노려보았다.“이 사람은 몸도 약하고 임신 중입니다. 시간이 이렇게 늦었으니, 제가 데리고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괜찮겠
깊은 밤이었다.원아는 시험장에서 억울하게 부정행위로 모함당하는 꿈을 꾸었다. 서현은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수치스러운 부정행위자라고 욕했다!주변의 구경꾼들은 모두 냉담한 표정으로 방관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비웃으며 서현을 따라 함께 욕했다!아무도 그녀의 결백을 믿지 않았다!“아니, 난 그러지 않았어요…….”원아는 땀에 흠뻑 젖은 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원아, 너 같은 부정행위를 한 자의 앞길은 이미 망가졌어. 너는 평생 건축가가 될 생각 하지 마.
문소남 일행은 차를 몰고 지리산을 향해 달렸다.지리산의 경치는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산봉우리는 구름과 안개에 휩싸여 마치 신선의 나라에 온 듯 신비로웠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덕에 매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우뚝 솟은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산 밑자락에 모여들어 자연적인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맑은 물은 마치 푸르스름한 비취가 땅에 박혀 있는 모양 같았다, 그곳의 이름은 천은제였다. 일행은 차를 몰고 유명한 민박집 ‘아름다운 세월’로 향했다. 민박집은 천은제 옆에 자
보라는 익준을 보는 순간, 성택의 작은 손을 꼭 쥔 채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는 심지어 어린 성택의 뒤로 숨기까지 했다. 비록 그의 키는 자신의 다리까지 오지 않았지만 말이었다. 익준은 보라가 자신을 피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많은 사람 앞에서 화를 낼 수는 없었기에, 자기 아들을 괜히 흘겨보았다. 성택은 아빠를 보고 웃으며 당당한 태도로 보라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익준은 눈에 거슬리는 이 아이를 천은제에 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그는 보라가 자신을 거부하는 것을 보고 매우 우울해졌다
두 아이의 시합은 어른들의 관심을 끌었다. 모두 기대감으로 흥분한 상태였다. 소남과 원아도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구경했다.어리지만 날렵한 두 아이가 풀밭에서 대결을 펼쳤다. 훈아는 무예의 바탕이 탄탄하고 주먹과 발이 모두 날렵해 그의 무예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성택은 기본 바탕은 조금 약했지만, 실전 경험이 풍부해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승부는 쉽게 나지 않았다. 시합이 더 오래가면, 두 아이에게 남는 것은 상처뿐일지 몰랐다. “이제 그만하렴.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훈
그는 임신한 원아를 조심스럽게 보호하고 있었는데, 보는 이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다정한 모습이었다. 관광객들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을 보고 몰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소남은 원아를 부축해 계속 걸었고, 둘의 뒷모습은 관광객들의 눈에 이미 하나의 풍경으로 여겨졌다. 뒤쪽, 멀지 않은 곳에서 중년 부부가 딸과 함께 걷고 있었다. 그들은 깡충깡충 뛰며 즐거워하는 딸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부인은 딸의 몸이 많이 좋아진 것을 보며 기뻐하다가, 갑자기 강제 철거 사건을 떠올렸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여보,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