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임혜정은 장인숙과 공모하여 주희진이 낳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딸을 그곳의 불량소녀가 낳은 죽은 아기로 바꿔치기했다.정신을 차린 주희진은, 난산으로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반쯤 정신이 나갔다.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고,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죽은 아기를 품에 안고 한사코 놓지 않았다. 그녀는 눈이 퉁퉁 부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울었다.자신과 남편의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책하며 자신을 원망했다. 산송장 같은 그녀의 모습에 임혜정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하지만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
소남은 원아를 침실로 안고 들어가며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방에 들어가서 자야지.”그의 품에 안긴 원아는 마치 작은 고양이 같았다. 그녀는 잠에서 덜 깬 듯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금방 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이렇게 늦을 줄은 몰랐어요.”“일이 좀 많았어. VIVI 그룹과의 합작 프로젝트에 문제가 좀 생겼거든. ‘가정부 방화사건’ 재판도 곧 열릴 거고. 이것들이 다 해결이 되고 나면 당신과 우리 아기에게 집중하도록 할게.”소남은 그녀를 큰 침대에 눕혔다.“복잡하고 힘든 일이네요” 원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영은은 미친 사람처럼 병상에 웅크리고 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분명히 6월의 무더운 날씨였지만, 그녀는 두꺼운 이불을 몸에 칭칭 감고 있었다.그녀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 몇 명이 그녀를 제압하고 진정제를 주사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셌다! 게다가 그녀가 임씨 가문의 딸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지 못했다. 주희진은 눈물을 흘리며 영은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영리하고 철이 들었던 딸이 갑자기 왜 이런 모습으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딸이 실종되기 전
오수희의 말은 마치 폭탄처럼 희진의 몸에 떨어져 내려, 순식간에 펑! 하고 터져 버렸다. 깨진 파편들이 하나하나 그녀의 심장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희진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오수희의 팔을 꽉 잡고는 멍하니 있었다.“수희야, 너…… 너 방금 뭐라고 했어?”“잘 들어. 네 친딸은 아직 멀쩡히 살아 있어. 네가 출산했을 때 아이가 죽지 않았다는 말이야.”희진에게 잡힌 팔이 조여왔다. 수희는 한숨을 내쉬었다.“희진아, 살살 좀 잡아. 나 너무 아파.”희진은 깜짝 놀라며 잡았던 팔을 놓
희진은 장인숙의 행동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게 뭔데? 대체 무얼 묻고 싶은 거야? 우리가 한때 좋은 친구 사이였던 건 맞지만, 오랫동안 연락 없이 지냈으니 할 이야기가 그리 많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 혹시 네 딸과 우리 아들의 결혼에 대해서 상의할 게 있어? 근데, 이런 문제는 당사자 의견이 중요하지. 난 결정권이 없어. 우리 아들, 주관이 뚜렷한 건 너도 잘 알고 있지? 엄마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어.”“물론 영은이 기어코 우리 문씨 집안에 시집오고 싶
원아는 며칠 더 집에서 쉬기로 했지만, 마음은 당장이라도 회사에 출근하고 싶었다.오랫동안 집에서 쉬고만 있자니 지루함이 몰려왔다.지금은 인터넷 기술이 발달해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영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동체를 벗어나 혼자 있다 보니 외롭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팀에 들어가도 적응이 더딜까 봐 걱정이 됐다.소남은 원아의 거듭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무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그녀의 회사 복귀를 허락했다. 그는 유독 원아에 대해서는 냉정하지 못했다. 원아는 업무에 복귀해서 평소처럼
‘원아가 대체 왜 서현의 미움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괴롭히고,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먹이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야!’서현의 말을 들은 소은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소리가 나게 책상 위에 놓았다.그 소리에 서현이 고개를 돌렸다. 소은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봤다. “서 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혼전임신이 왜요? 눈에 거슬리나요? 혼전 임신한 여자가 팀장님한테 무슨 신세라도 졌어요? 밥을 달라고 해요 아님, 물을 달라고 해요? 도대체 왜 그렇게 남의 일에 참견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오랫동안 원아와 함께 외식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 소남은 그녀를 데리고 한 고급 레스토랑을 찾았다.그곳은 오수희가 운영하는 곳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은은한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커다란 창문을 통해 아름다운 호수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모든 메뉴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었다. 소남은 단골손님이라 오수희가 나와 직접 맞이했다.그녀는 마지막 요리를 식탁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소남아, 그동안 뭘 하느라 바빴니? 이렇게 오랜만에 오고 말이야. 이모가 널 얼마나 보고싶어 했는데!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