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아이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마침내 수술에 들어갔고,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돼, 엄마와 아기 둘 중 하나만 살릴 수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교통이 좋지 않고, 또 외진 곳이라 구급차를 불러 큰 병원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았다. 임혜정은 엄마와 아기, 둘 다 지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장인숙은 주희진과 직접적인 친족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대신하여 서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주희진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었
그렇게 임혜정은 장인숙과 공모하여 주희진이 낳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딸을 그곳의 불량소녀가 낳은 죽은 아기로 바꿔치기했다.정신을 차린 주희진은, 난산으로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반쯤 정신이 나갔다.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고,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죽은 아기를 품에 안고 한사코 놓지 않았다. 그녀는 눈이 퉁퉁 부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울었다.자신과 남편의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책하며 자신을 원망했다. 산송장 같은 그녀의 모습에 임혜정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하지만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
소남은 원아를 침실로 안고 들어가며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방에 들어가서 자야지.”그의 품에 안긴 원아는 마치 작은 고양이 같았다. 그녀는 잠에서 덜 깬 듯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금방 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이렇게 늦을 줄은 몰랐어요.”“일이 좀 많았어. VIVI 그룹과의 합작 프로젝트에 문제가 좀 생겼거든. ‘가정부 방화사건’ 재판도 곧 열릴 거고. 이것들이 다 해결이 되고 나면 당신과 우리 아기에게 집중하도록 할게.”소남은 그녀를 큰 침대에 눕혔다.“복잡하고 힘든 일이네요” 원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영은은 미친 사람처럼 병상에 웅크리고 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분명히 6월의 무더운 날씨였지만, 그녀는 두꺼운 이불을 몸에 칭칭 감고 있었다.그녀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 몇 명이 그녀를 제압하고 진정제를 주사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셌다! 게다가 그녀가 임씨 가문의 딸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지 못했다. 주희진은 눈물을 흘리며 영은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영리하고 철이 들었던 딸이 갑자기 왜 이런 모습으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딸이 실종되기 전
오수희의 말은 마치 폭탄처럼 희진의 몸에 떨어져 내려, 순식간에 펑! 하고 터져 버렸다. 깨진 파편들이 하나하나 그녀의 심장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희진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오수희의 팔을 꽉 잡고는 멍하니 있었다.“수희야, 너…… 너 방금 뭐라고 했어?”“잘 들어. 네 친딸은 아직 멀쩡히 살아 있어. 네가 출산했을 때 아이가 죽지 않았다는 말이야.”희진에게 잡힌 팔이 조여왔다. 수희는 한숨을 내쉬었다.“희진아, 살살 좀 잡아. 나 너무 아파.”희진은 깜짝 놀라며 잡았던 팔을 놓
희진은 장인숙의 행동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게 뭔데? 대체 무얼 묻고 싶은 거야? 우리가 한때 좋은 친구 사이였던 건 맞지만, 오랫동안 연락 없이 지냈으니 할 이야기가 그리 많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 혹시 네 딸과 우리 아들의 결혼에 대해서 상의할 게 있어? 근데, 이런 문제는 당사자 의견이 중요하지. 난 결정권이 없어. 우리 아들, 주관이 뚜렷한 건 너도 잘 알고 있지? 엄마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어.”“물론 영은이 기어코 우리 문씨 집안에 시집오고 싶
원아는 며칠 더 집에서 쉬기로 했지만, 마음은 당장이라도 회사에 출근하고 싶었다.오랫동안 집에서 쉬고만 있자니 지루함이 몰려왔다.지금은 인터넷 기술이 발달해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영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동체를 벗어나 혼자 있다 보니 외롭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팀에 들어가도 적응이 더딜까 봐 걱정이 됐다.소남은 원아의 거듭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무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그녀의 회사 복귀를 허락했다. 그는 유독 원아에 대해서는 냉정하지 못했다. 원아는 업무에 복귀해서 평소처럼
‘원아가 대체 왜 서현의 미움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괴롭히고,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먹이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야!’서현의 말을 들은 소은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소리가 나게 책상 위에 놓았다.그 소리에 서현이 고개를 돌렸다. 소은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봤다. “서 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혼전임신이 왜요? 눈에 거슬리나요? 혼전 임신한 여자가 팀장님한테 무슨 신세라도 졌어요? 밥을 달라고 해요 아님, 물을 달라고 해요? 도대체 왜 그렇게 남의 일에 참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