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탁’하는 소리를 내며 원아의 손에서 떨어졌다. 카톡에서 이연은 원아와 음성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이었다.[원아, 너 괜찮니? 왜 그렇게 시끄러워? 또 대표님과 갈등이 생긴 거 아니야?]소남은 이연의 목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통화를 종료했다. “놔줘요.” 원아는 소남에게 잡힌 채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는 원아가 말을 듣지 않는 토끼처럼 계속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는 답답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힘껏 누르고 턱을 들어 올렸다.“또 성질을 부리는 거야, 응?”원아는 그의 발을 한 번 걷어찼다.“이렇게
원아는 굶주린 늑대와도 같은 소남의 얼굴을 보자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그녀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막상 불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남자만이 가진 애처로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우리 벌써 삼 개월이나 되었어. 의사도 이쯤 되면 괜찮다고 했잖아. 내가 조심할게. 응?”다른 사람에겐 냉정하고 금욕적으로 보이는 소남이 원아 앞에서는 굶주린 개처럼 변했다. 원아는 그가 지금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알기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고민했다.잠시 후, 그가 최근 몇 개월간 찬물로 목욕하는 것을
원아는 그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 주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의 보살핌에 감동한 나머지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원아는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 바닐라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마음 또한 달콤해졌다.원아는 한 입 베어 먹은 케이크를 소남에게 내밀었다. “당신도 먹어봐요.”그는 사실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아의 볼에 사랑스럽게 패인 보조개를 보고는 그녀가 아무렇게나 베어 문 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 “정말이네, 아주 달군.”소남은 원아를 가리켜 한 말
인숙은 영은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아직 원아의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인숙은 자기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 하필 지금,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다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때문에 소남과 영은의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그녀는 허둥지둥 영은의 손을 잡고 달래듯 말했다. “아이가 생긴 건 우리도 몰랐어. 그 애가 뻔뻔하게 혼전 임신 사실을 알려올 줄 누가 알았겠니?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문씨 집안은 재산이 많으니 아이 한 명쯤 키우는 건 일도 아니야. 아줌마랑 내가 돌보면
인숙은 서운한 얼굴로 영은을 바라봤다. 예전 같았으면, 영은은 틀림없이 소남이 올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아니에요, 어머님. 아무래도 소남 씨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 무리일 것 같아요. 전 늦어서 이만 가볼게요.”“그래, 다음에 올 때는 미리 전화해. 운전사에게 데리러 가라고 할게.” 인숙은 영은이 준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환하게 웃었다.문 노인도 영은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문씨 고택에서 나온 영은은 차를 몰고 고속도로 위를 빠르게 달렸다. 그녀는 운전하면
주말에 원아가 외출을 준비하는 것을 본 쌍둥이가 같이 가자며 떼를 썼다. 할아버지가 걱정되어 서두르던 원아는 시간이 없는 데다 마음까지 급해져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로 결정했다. 차가 A시 중앙 백화점 옆 상가건물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뒤쪽 카시트에 앉아 있던 원원이 원아를 불렀다. “엄마, 나 배가 아파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아무래도 어젯밤 엄마 말을 듣지 않고 멜론을 많이 먹은 탓에 배탈이 난 것 같았다. 얼굴을 찡그리며 울 것 같은 표정의 딸을 보자 원아는 운전기사인 민석에게 부탁해 차를 근처 주차장에 세웠다.
검은 차가 원아 모녀를 덮치는 것을 본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날카로운 비명이 공기를 가르고 울려 퍼졌다. 소리를 들은 원아는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차를 발견했다. 원아의 눈이 커졌다. 차가 너무 빨리 오고 있어 피할 겨를이 없었다. 순간, 원아는 원원을 세게 밀쳤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쾅!!!검은 차는 원아를 세게 들이받았다. 원아는 날개가 찢긴 나비처럼 바닥을 구르며 멀리 날아갔다. 원아는 필사적으로 아랫배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곧 아래쪽에서 피가 흘러
병원에서, 원아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공기가 불안정하게 흘렀다.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나왔다.민석과 쌍둥이는 급히 의사 앞으로 달려가 초조한 얼굴로 원아의 상태를 물었다.훈아는 더욱 작은 몸을 움츠린 채 숨을 죽이고 의사의 얼굴을 바라봤다. 중년 의사가 마스크를 벗고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환자의 보호자가 누구시죠? 지금 환자의 상태가 매우 위급합니다.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 전에 보호자의 서명이 필요합니다.”“선생님, 환자분은 저희 사모님입니다. 저는 수술 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