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가 T그룹에 도착하자마자 1층 로비에서 누군가 초조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큰일 났어요! 어떤 사람이 C동 꼭대기에서 자살하려고 해요. 입주자 손 씨예요. 손인국이요. 빨리 사람을 불러주세요!”그 말을 들은 원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서둘러 그를 따라가는 도중에 소남을 만났다.“그 입주자 손 씨 말이에요. 그 사람이 지금 C동에서 자살하려고 한대요.”원아가 허둥지둥 말했다.소남이 원아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일의 경위를 다 알고 있어.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 내가 처리할게. 넌 여기
“원아!”문소남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그의 동공이 놀라서 끊임없이 수축되고 있다. 운좋게도 위급한 순간에 문소남이 손을 뻗어 원아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원아의 몸이 공중에 거꾸로 매달리고,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린다. 검은 머리에 가려진 수수하고 창백한 얼굴. 몸 아래 수백 미터의 거리를 보고 멀미가 난 그녀는 놀라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손은 죽어라 손안국의 팔을 잡아당기고 있다.“원아, 조금만 견뎌요, 구해줄 테니까!”문소남의 손도 떨리고 있다. 원아가 끌려가는 것을 본 순간 그의 심장과 호흡은
원아는 목소리를 낮추고 그의 몸에 볼을 비비며 끊임없이 사과했다.“소남씨, 미안, 미안해요……. 그냥 손 선생님을 구하고 싶었을 뿐, 이런 위험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 다음에는 절대 이렇게 무모한 행동 하지 않을게요, 화 내지 마세요.”“당신이 무슨 스파이더맨이라도 되는 줄 알아요? 자기 몸도 못 지키면서 영웅 노릇을 하다니! 바보! 그때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아요? 당신이 떨어지는 순간,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는 알아요?”문소남이 몸을 돌려 눈시울을 붉혔다.하늘도 알 것이다. 그녀가 떨어지는 순간, 그의 마음이 얼마나
임 씨 집안.임영은은 오늘 별 일도 없어서 그냥 집에 있었다. 임문정과 주희진 모두 일을 하러 갔고, 가정부도 고향에 돌아가 설날 명절을 보내기로 해서 그녀 혼자만 집에 있는 상황. 밥을 하기도 귀찮아서 냉장고에서 라면 하나를 꺼내 끓여 먹기 시작했다.먹으면서 텔레비전을 켜서 채널을 한 곳에 고정했다. 그녀가 주연으로 출연한 사극 드라마가 오늘 이 채널에서 첫 방송된다. 드라마의 방송시간이 다가왔는데도 여러 광고가 뜨며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그 순간, 텔레비전 화면이 전환되며 방화 사건의 최신 뉴스가
임영은의 눈밑에서 극도로 짙은 증오가 뿜어져 나오고, 이내 일어나서 장인숙을 찾으러 문씨 집안으로 가기로 결정했다.장인숙은 어리석은 데다 재물을 탐하는 편이고, 허영심도 있지. 그녀를 먼저 해치우고, 다음으로 집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 어르신, 또 그 다음으로는 자신의 부모를 끼어들게 하면…? 임영은은 마지막에는 분명 문소남이 순순히 따를 것이라고 믿었다.T그룹.사윤이 원아의 몸을 진찰한 결과, 손목이 빨갛게 부어 약간 당겨진 것을 제외하고 다른 곳은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놀란 게 더 심했다. 88층에서
문씨 가문 저택.정성껏 치장한 임영은이 장인숙을 비롯한 한 무리의 사모님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가정부는 할아버지와 쌍둥이와 함께 근처 공원에 산책하러 나갔고, 채은서가 친정으로 돌아간 상황이기 때문에 장인숙이 이렇게 기를 펴고 문씨 가문 저택에서 놀이판을 벌일 수 있었다.“또 탔어!”오늘 연거푸 여러 번 돈을 탄 장인숙이 큰 웃음소리로 득의양양하게 카드를 섞었다.“오늘 벌써 몇 번이나 타셨어요, 운도 좋으시지, 대단하세요.”옆에서 임영은이 듣기 좋은 말을 했다.“아유, 난 안 할래. 오늘 운이 나빠서 한 번도
문씨 저택 거실에 걸려있는 유화, 그리고 문소남의 침실에 걸려있는 수많은 그림. 원아는 모두 골동품을 사 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문소남이 직접 그린 거라니.그녀도 사실 그림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회화에 재능이 있어 영국에서 유학할 때 한동안 유화를 배우면서 선생님의 칭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배우는 데 돈이 많이 들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던 때라 시간과 체력도 없어서 계속 이어나갈 수 없었다. 화실을 지나갈 때마다 다른 이들이 정신을 집중하며 캔버스를 채우는 걸 볼 때마다 부러웠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
미각이 이상한 맛의 국에 충격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 신 맛, 쓴 맛, 매운 맛이 섞여서 바늘로 코를 찌르는 고통에 땀이 끊임없이 났다.사레가 들렸어, 기침하고 싶은데…….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헛구역질이 나고 토하고 싶었다. 그러나 문씨 집안의 두 어른, 그리고 기대하는 얼굴로 자신이 국을 마시기를 기다리는 두 쌍둥이 아기를 마주한 임영은은 우아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추태를 부려서는 안 되고 이미지를 망쳐서도 안 되고 헛구역질을 해서도 안 된다. 그녀의 웃음은 이미 굳어진 얼굴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