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은의 눈밑에서 극도로 짙은 증오가 뿜어져 나오고, 이내 일어나서 장인숙을 찾으러 문씨 집안으로 가기로 결정했다.장인숙은 어리석은 데다 재물을 탐하는 편이고, 허영심도 있지. 그녀를 먼저 해치우고, 다음으로 집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 어르신, 또 그 다음으로는 자신의 부모를 끼어들게 하면…? 임영은은 마지막에는 분명 문소남이 순순히 따를 것이라고 믿었다.T그룹.사윤이 원아의 몸을 진찰한 결과, 손목이 빨갛게 부어 약간 당겨진 것을 제외하고 다른 곳은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놀란 게 더 심했다. 88층에서
문씨 가문 저택.정성껏 치장한 임영은이 장인숙을 비롯한 한 무리의 사모님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가정부는 할아버지와 쌍둥이와 함께 근처 공원에 산책하러 나갔고, 채은서가 친정으로 돌아간 상황이기 때문에 장인숙이 이렇게 기를 펴고 문씨 가문 저택에서 놀이판을 벌일 수 있었다.“또 탔어!”오늘 연거푸 여러 번 돈을 탄 장인숙이 큰 웃음소리로 득의양양하게 카드를 섞었다.“오늘 벌써 몇 번이나 타셨어요, 운도 좋으시지, 대단하세요.”옆에서 임영은이 듣기 좋은 말을 했다.“아유, 난 안 할래. 오늘 운이 나빠서 한 번도
문씨 저택 거실에 걸려있는 유화, 그리고 문소남의 침실에 걸려있는 수많은 그림. 원아는 모두 골동품을 사 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문소남이 직접 그린 거라니.그녀도 사실 그림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회화에 재능이 있어 영국에서 유학할 때 한동안 유화를 배우면서 선생님의 칭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배우는 데 돈이 많이 들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던 때라 시간과 체력도 없어서 계속 이어나갈 수 없었다. 화실을 지나갈 때마다 다른 이들이 정신을 집중하며 캔버스를 채우는 걸 볼 때마다 부러웠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
미각이 이상한 맛의 국에 충격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 신 맛, 쓴 맛, 매운 맛이 섞여서 바늘로 코를 찌르는 고통에 땀이 끊임없이 났다.사레가 들렸어, 기침하고 싶은데…….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헛구역질이 나고 토하고 싶었다. 그러나 문씨 집안의 두 어른, 그리고 기대하는 얼굴로 자신이 국을 마시기를 기다리는 두 쌍둥이 아기를 마주한 임영은은 우아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추태를 부려서는 안 되고 이미지를 망쳐서도 안 되고 헛구역질을 해서도 안 된다. 그녀의 웃음은 이미 굳어진 얼굴 속으로 가라앉았다.
원아의 웃음소리를 듣고 임영은의 안색이 보기 흉해졌다. 설마 자신이 잘못 말했단 말인가? 자신은 임씨 가문에 들어간 후부터 귀족학교의 1급 교육을 받았고, 2년 동안 외국에서 유학했다. 원아 이 촌뜨기가 자신보다 예술 지식을 더 잘 알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임영은은 어릴 때부터 예술에 흥미가 없고 예술적인 물건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 주희진은 아주 좋아했다. 그 취향에 맞추려고 일부러 좋아하지도 않는 서양예술사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책을 펼치자마자 무미건조한 이론 지식, 예술가들의 성과가 이어져 졸렸다. 나중에는
일찍이 자신의 친딸을 잃고 임영은을 친자식으로 여겼는데, 지금 양녀의 눈에 억울한 눈물이 맺힌 모습을 보니 주희진의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는 위로해 주려 임영은을 안고 온화하게 말했다.“딸, 무슨 억울한 일이 있었는지 엄마한테 말해.”임영은은 문소남의 냉정한 태도에 대해 불평하려 하다가, 어머니의 문소남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봐 억지로 말을 삼키고 흐느껴 울며 말했다.“엄마, 소남씨가…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원아 그 여자한테는 엄청 잘해주고요. 오늘 문씨 집안에서 일부러 저를 망신시켰어요. 자기가 똑똑하다고 어르신
사윤이 온 후에 문소남에게 약을 처방하고 수액을 놓자 열이 마침내 내려가고, 원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하루 종일 그녀는 너무나도 바빴다. 일단 쌍둥이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갔고, 아이들이 좀 좋아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문소남이 병으로 앓아누웠다. 작은 아이, 큰 아이 모두 돌보느라 정신없던 하루.그녀가 문소남에게 약을 타줄 때, 그 짙은 약 냄새로 인해 속에서 갑자기 메스꺼움이 솟아올랐다.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에서 헛구역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한참 지나서야 메스꺼움이 좀 가라앉았다.그 때 원아의
원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소남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끊임없이 사윤에게 임신에 관한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물었다. 사윤이 당부하는 모든 것을 열심히 듣고, 기억하지 못할까 봐 녹음기로 녹음하고 심지어 나중에 자세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윤은 임산부의 출산 전후, 각종 문제의 발생과 해결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한 유명 임산부 서적 몇 권을 추천했다. 들으며 졸고 있는 원아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계속 기록하는 문소남. 둘 사이의 첫 아이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일 줄이야.사윤이 떠나기 전에 갑자기 씨익 웃으며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