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이 이상한 맛의 국에 충격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 신 맛, 쓴 맛, 매운 맛이 섞여서 바늘로 코를 찌르는 고통에 땀이 끊임없이 났다.사레가 들렸어, 기침하고 싶은데…….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헛구역질이 나고 토하고 싶었다. 그러나 문씨 집안의 두 어른, 그리고 기대하는 얼굴로 자신이 국을 마시기를 기다리는 두 쌍둥이 아기를 마주한 임영은은 우아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추태를 부려서는 안 되고 이미지를 망쳐서도 안 되고 헛구역질을 해서도 안 된다. 그녀의 웃음은 이미 굳어진 얼굴 속으로 가라앉았다.
원아의 웃음소리를 듣고 임영은의 안색이 보기 흉해졌다. 설마 자신이 잘못 말했단 말인가? 자신은 임씨 가문에 들어간 후부터 귀족학교의 1급 교육을 받았고, 2년 동안 외국에서 유학했다. 원아 이 촌뜨기가 자신보다 예술 지식을 더 잘 알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임영은은 어릴 때부터 예술에 흥미가 없고 예술적인 물건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 주희진은 아주 좋아했다. 그 취향에 맞추려고 일부러 좋아하지도 않는 서양예술사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책을 펼치자마자 무미건조한 이론 지식, 예술가들의 성과가 이어져 졸렸다. 나중에는
일찍이 자신의 친딸을 잃고 임영은을 친자식으로 여겼는데, 지금 양녀의 눈에 억울한 눈물이 맺힌 모습을 보니 주희진의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는 위로해 주려 임영은을 안고 온화하게 말했다.“딸, 무슨 억울한 일이 있었는지 엄마한테 말해.”임영은은 문소남의 냉정한 태도에 대해 불평하려 하다가, 어머니의 문소남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봐 억지로 말을 삼키고 흐느껴 울며 말했다.“엄마, 소남씨가…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원아 그 여자한테는 엄청 잘해주고요. 오늘 문씨 집안에서 일부러 저를 망신시켰어요. 자기가 똑똑하다고 어르신
사윤이 온 후에 문소남에게 약을 처방하고 수액을 놓자 열이 마침내 내려가고, 원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하루 종일 그녀는 너무나도 바빴다. 일단 쌍둥이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갔고, 아이들이 좀 좋아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문소남이 병으로 앓아누웠다. 작은 아이, 큰 아이 모두 돌보느라 정신없던 하루.그녀가 문소남에게 약을 타줄 때, 그 짙은 약 냄새로 인해 속에서 갑자기 메스꺼움이 솟아올랐다.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에서 헛구역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한참 지나서야 메스꺼움이 좀 가라앉았다.그 때 원아의
원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소남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끊임없이 사윤에게 임신에 관한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물었다. 사윤이 당부하는 모든 것을 열심히 듣고, 기억하지 못할까 봐 녹음기로 녹음하고 심지어 나중에 자세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윤은 임산부의 출산 전후, 각종 문제의 발생과 해결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한 유명 임산부 서적 몇 권을 추천했다. 들으며 졸고 있는 원아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계속 기록하는 문소남. 둘 사이의 첫 아이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일 줄이야.사윤이 떠나기 전에 갑자기 씨익 웃으며 두
뜻밖에도 문앞에 서 있는 문예성을 보고, 자신이 분노하며 내뱉은 진실이 생각난 채은서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비록 문씨 가문의 이 기형적인 혼인관계가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으나, 평소 문예성 앞에서는 전 세계를 아들 앞에 갖다 줘도 부족할 정도로 좋은 어머니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그녀는 지금까지 문씨 가문에서 위태로운 지위로 지내왔고, 이후 생애 유일한 믿을 구석은 아들밖에 없다. 아들이 이대로 자신과 멀어지게 할 수는 없을 터.“아들아, 뭐라고 했니? 엄마는 몰라. 그리고 너 문소남이 지금 이미 쌍둥이도 있는
서재.문예성은 문을 열고 책상 앞에서 서류를 열심히 뒤적거리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의 형 문소남. 난방이 켜져 있는 서재 안에서 그는 검은 셔츠만 입고 있었다. 검은 셔츠가 그의 성숙함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교차된 긴 두 다리가 매혹적이다. 문예성은 새삼 사람 간의 차이가 크다고 느꼈다. 자신이 남자가 아니었다면, 그도 형에게 반했을 것이다. 형은 일벌레여서 휴가 기간에도 여전히 일 처리를 하고 있다. 책상 앞에 30분만 있어도 괴로운 문예성과는 참 다르다. 과연 존경할 만한 우상.복잡한 시선을 감지한 듯 문소남은 고개
원아는 생일파티에서 한창 다른 사모님들과 잡담을 하는 주희진을 보았다. 머리를 올리고 군청색 비단 자수가 수놓아진 치파오를 입은 채 속삭이는 그녀는 우아함의 대명사 같았다. 솔직히 원아는 주희진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여성을 본 적이 없다. 고상하게 보이지만 다른 사모님들처럼 오만함이 없고, 친절과 부드러움 속에 위엄을 갖추고 있다.주희진이 임영은의 일로 자신과 날카롭게 대립한 적이 있지만, 왠지 모르게 원아는 마음 속으로 그녀를 싫어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알 수 없는 가까운 느낌마저 들었다.“임 사모님은 정말 복이 많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