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녀가 연기한 다른 배역들은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그 뒤 임영은이 여주인공 역을 맡은 후속작은 역대급 라인업을 자랑하는 대작이었다. 당시 최고의 스타 설도영는 물론 노련한 일급 배우 이종건까지 그녀 옆에 붙였다. 뿐만 아니라 어느 실력파 여배우는 무려 100억에 가까운 출연료에 매수되다시피 하며 임영은을 위한 서브 여주로 출연했었다.제작진이 출연진에게 거액의 출연료를 제시한 것은 당연히 임영은을 띄우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칠국의 난’이 상영된 뒤, 대중들의 반응은 냉담했다.차마 눈 뜨고 봐 줄 수 없는 임영은의 오그라
문소남의 말에 임문정이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살짝 취기가 오른 얼굴로 문소남의 어깨를 연거푸 툭툭 치며 말했다. “문소남 씨, 그 문제라면 걱정 말아요. 담당자에게 얘기해서 내일 당장 심사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문 대표는 내 딸 아이를 잘 챙겨주길 바랍니다.”임문정은 문소남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물도 잘 생겼을 뿐 아니라, 대화를 통해 그의 영민함과 능력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문 대표라고 부르던 호칭이 어느새 소남 씨로 바뀌었다. 함께
남주 루이스와 여주 보니는 서로를 무척이나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와 도덕적 질타를 견디지 못한 이 가련한 연인은 결국 헤어지게 된다.마지막에 독이 든 커피 잔을 든 채 조용히 보니의 앞에 선 루이스는 너무나 사랑해서 가슴이 아파하며 보니에게 말한다. “보니, 사랑해. 네가 어떤 사람이든,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그냥 널 사랑하는 거야.”치명적인 독약이 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단숨에 다 마셨다.이야기를 읽으며 원아는 우울해졌다.원죄, 인간의 사랑과 욕망에서 비롯된다.사랑은 생물적 본능
원아는 마음 한 켠이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꽉 채워지는 듯했다.문소남이 그녀를 꽉 껴안았다. 자신의 심장 소리에 맞추어 쿵쿵하고 힘차게 뛰는 문소남의 심장 소리가 자신의 원아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문소남이 부드럽게 원아의 입술을 머금었다.그의 여인은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여전히 풋풋하고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온몸에서 맡아지는 달콤한 그녀의 향기에 참기 힘들어진 그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저…… 소…… 소남 씨…….” 문소남의 애무에 거의 넘어갈 뻔하던 원아가 순간 이성을 찾으며 선을 넘지 못하도록 문소남을 말
지금 아이들이 바로 옆에 있는 이상 여기에서 그의 욕망을 허락할 수는 없었다. 애써 침을 삼키며 다시 한 번 타이르듯이 말했다. “늦었어요, 얼른 자요…….”“응.” 문소남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담담히 대답했다.아직 덜 말라 물기가 남아있는 머리카락 마저 청량하면서도…… 섹시했다.문소남의 따뜻한 손바닥이 원아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최상급 비단을 쓰다듬는 느낌처럼 그녀의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감촉이 좋았다. “다음 달 7일은 이혜진 모녀의 기소 건으로 재판이 열리는 날이죠?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인간이기를 포기한 사악한
난데없이 들려운 어린 음성에 문소남은 깜짝 놀랐다.언제 깨어났는지 두 녀석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엄마 아빠를 빤히 쳐다보았다.당황한 문소남은 허둥지둥 몸을 돌려 원아의 곁에 누우며 손에 잡히는 대로 이불을 당겨 두 사람의 몸을 덮었다.더욱 난처한 표정의 원아는 창피한 나머지 당장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어린 두 녀석 때문에 좋다 말은 문소남의 잘생긴 얼굴에 욕구불만의 짜증이 차올랐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얼굴의 아이들 눈빛을 보면서 도저히 화를 낼 수는 없었다.“아빠,
취기가 제대로 오른 장정안은 무대 한 가운데서 적극적으로 몸을 붙여오는 여자들을 방종스럽게 시시덕거렸다. 완전히 카사노바가 따로 없었다.여자들에게 인기 좋은 장정안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여자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왔다.이곳의 여자들은 예쁘고 애교도 많은 데다 무엇보다 그, 장정안을 사랑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원아 네 따위가 뭔데?!청순한 얼굴 빼면 아무것도 아니면서!성깔도 더러운데다 남자의 환심도 살 줄 모르는, 게다가 사촌 동생이랑 아이까지 둘이나 낳은 닳고 닳은 여자가 아닌가 말이다. 자신의 발바닥에도 못 미치는 여자를
어두컴컴한 불 빛아래 술에 찌들어가는 끈적이는 밤, 장정안은 팔에 붕대를 싸맨 채 바에 홀로 앉아 있었다.짙은 검은 속눈썹에 가려진 심오한 눈 빛 덕에 잔인한 폭군 같은 기운이 좀 가신듯 했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제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그의 반대편에 자리잡고 앉은 뽀얀 피부의 그녀가 명함을 그의 손에 쥐어주었고 장정안은 명함을 통해 그녀가 경호 변호사 사무소의 고급 변호인 소현임을 알게 되었다.문득 떠오르는 잊고 있었던 지난 날의 기억들.장정안은 그들과 대학 동기였고 공부를 잘하기로 소문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