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 아줌마……."원아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었다.문훈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원아를 바라보고 있었다.장 씨 집안은 문소남의 가족도 초대한 것이다.호텔 레스토랑의 VIP 룸 내부는 아주 호화로웠고, 큰 원탁에 사람들이 가득 둘러앉아있었다. 그녀가 아는 사람도 있고 그녀가 모르는 사람도 있었으며, 테이블 위에는 값비싼 요리와 술도 가득 차려져 있었다.원원이의 작은 얼굴도 디저트 사이에서 보였다. 원아의 눈에 험악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문소남이 들어왔고, 원아는 갑자기 주위가 온통 어두워지는 듯한 느
"내가 바래다줄게."곧 룸에서 문소남의 세 식구가 나갔다.원아의 안색이 좀 누그러졌다.호텔 밖.장정안은 차 문을 열고 훈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녀석, 여동생을 잘 돌봐주는 구나."문훈아는 여동생을 차에 태우고 나서 물었다."큰아버지 원아 아줌마가 부인이라니 무슨 뜻이에요?""앞으로 네가 원아 아줌마를 만나면 큰어머니라고 불러야 한다는 뜻이지." 장정안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에게 설명했다. 설명을 마친 후 그는 다시 원아를 닮은 아이의 얼굴을 한 번 보았다.호텔 로비에서 정부 부처의 한 인사가 문소남을 발
문소남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녀가 진퇴양난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비벼 끄더니, 핸드폰을 들고 일어나 회의실을 떠났다.회의실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고, 그는 다른 쪽 문으로 나갔다.원아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한참만에 자신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 생각해내고,칸막이로 다가가 기계를 켰다. 그녀는 이어폰을 끼고 스크린에 나타난 회의 장면을 눈으로 보면서 중점을 잡고 노트북 컴퓨터의 키보드를 끊임없이 두드리며 기록했다. 회의 내용
"내가 원아 씨 집 아래에서 할아버지 돌아오기를 기다려 준 보상이라고 생각해요."원아가 대답했다. "네."퇴근할 시간이 되어 커피잔을 씻으러 나갔던 원아는 밖에서 바쁘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이연과 마주쳤다.이연이 원아에게 말했다. "퇴근하면 너희 집에 갈게. 우리 얘기 좀 하자."주소은이 다가왔다."내가 좀 전에 원아 씨와 저녁에 술 한잔하기로 약속했는데, 만약 이연 씨가 얘기하려는 거 내가 알아도 괜찮다면 우리 셋이 함께 마실까요?"이연은 주소은을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퇴근 후.
장 씨 집안 저택.장인덕은 어두운 표정으로 2층 베란다에 서 있었다. 그의 아내는 위층으로 올라와서 한참을 찾다가 겨우 남편을 찾아냈다."당신은 어떻게 할 거예요?" 그녀는 남편의 성질을 잘 알고 있다. 보통 그는 분노를 잘 폭발시키지 않지만, 한번 폭발하면 아들도 쉽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아무리 나쁜 놈이라고 해도, 장정안은 결국 자신이 낳은 아들이고, 어머니 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아들을 감싸고 싶어 하는 법이다. 장인덕이 콧방귀를 뀌었다."당신 아들이 돌아오면 먼저 그놈이 어떻게 문 어르신에게 합리적으로 설명
"지난번에 원원이가 있어서 물어보기 불편했는데, 전화해도 안 받더라. 이제 말해봐, 너 뭐 하는 거야? 겨우 내 아들 옆에서 사라지나 했더니, 이번에는 내 조카를 건드려? 너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나는 아무런 속셈도 없어요. 왜 당신 조카에게 무슨 속셈인지 묻지 않죠?" 원아가 말했다.장인숙이 냉소하며 말했다. "사촌 오빠와 결혼하다니 너무 파렴치하지 않니? 네 할아버지와 네 아버지는 너를 이렇게 가르쳤니?"원아는 차분하게 장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태에서 가져온 나쁜 유전자일 수도 있죠." 말을 마친 원아는 장
문소남이 문 앞에 섰다.그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나가는 길이 꽉 막혀 버렸다. 하나뿐인 출입문이 그의 몸에 의해 단단히 막혀 원아는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장인숙은 좀 전까지 소파에 앉아 내내 침묵하고 있었다. 장 씨네 이쪽에는 오빠 장인덕과 사이가 좋지 않아도 새언니라고 불러야 하는 사람이 있고, 문 씨네 이쪽에는 시아버지가 있다.그녀에게는 나서서 말할 자격이 전혀 없는 것 같아 답답했는데, 이제 늘 주인 노릇을 하던 아들이 왔다.거실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고, 장
원아는 화를 참기만 해서 만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는 아니다. 외숙모는 아무 말도 못 했고, 손이 좀 떨렸다."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두 분이 아들을 잘 타일러서 가능한 한 빨리 원아에게 사과하고, 우리 문 씨 집안에도 사과해 주기를 바랍니다." 문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차가운 얼굴로 일어섰다.장인덕은 문소남의 가족들을 따라 나가 배웅했다. 장정안의 모친은 나가지 않았다. 가사도우미는 주방 입구에 서 있었지만, 감히 나가서 탁자 위의 찻주전자와 찻잔을 치우지 못했다.……장인덕은 문소남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