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문소남이 두 아이를 데리고 ‘라이프’같은 영화를 보러 갔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그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친구나 회사 동료들이 SNS에 올린 것들을 봤다. 다들 영화의 어떤 장면이 무섭고, 피비린내 나며, 심지어는 역겹다고 말하고 있었다.원아는 문소남을 한 번 흘겨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데리고 저택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원원이는 원아의 어깨에 나른하게 엎드려 있다가, 문소남 옆을 지나갈 때 고개를 들고 입을 삐죽거리며 아빠를 노려보았다. 대단한 뒷배를 얻은 듯한 그 모습에 문소남은 어이가
“다른 할 말 없으면 가볼게요.” 원아는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고, 혼자 남은 장인숙은 장신구함을 들고 방 안에 멍하니 서있었다.20분 후 장인숙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주방에서 원원이에게 가져다줄 물을 따르고 있는 원아에게 다가갔다. “미안하구나. 장신구 이런 거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말로는 사과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거만했다.물을 따르던 원아는 동작을 멈추고, 장인숙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은 나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재벌과 결혼했다고 아버지가 말했는데, 대충 계산해도 이십 년이 넘었네요.
문소남은 좀 전까지 다른 생각을 하느라, 아이와 놀아주는 데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딸 옆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틀림없이 원아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원아가 와서 문소남을 노려보더니, 쪼그려 앉아 아이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원원이가 다시 원아에게 안겨 엎드렸다.원아는 아이를 안아 달래며 돌아서다가, 문소남의 복잡한 눈빛과 마주치자,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아이와 놀아줄 줄 모르면 다른 일을 하는 게 좋겠어요.”두 아이는 그녀의 아이와 거의 같은 나이다. 원아는 자신의 아이도 지금 아빠에게 이런 대
그를 이복 오빠로 볼 수 없다면 결국 남남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그는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어쩌면 어려울지 모르지만,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식사 후에, 문 어르신은 원 씨 할아버지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원아에게 말했다. “내가 많이 외롭단다. 너희 할아버지도 그럴 거야. 우리 두 노인은 같이 바둑도 둘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어서 참 좋구나. 그래서 내가 너희 할아버지를 여기서 며칠 머물게 하기로 결정했다.”원아는 동의하지 않았다. “안 돼요. 집안 사람들을 너무 귀찮게 하는 일이에
이강은 밥을 먹으러 방에서 나왔다. 이연도 같이 나와 손을 씻으러 간다고 말했지만, 오빠가 밥 먹는 것을 보고 살금살금 다시 오빠의 방으로 갔다.그녀는 노트북 가방을 집어 들고 잠시 만지작거렸지만, 가방은 비밀번호가 있어야 열 수 있는 것이었고, 재질이 특수해서 가위로 자를 수도 없었다. “또 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 이렇게 꼭꼭 감추지?” 이연은 화가 나서 할 수만 있으면 노트북 가방을 부수고 싶을 정도였다. ……밤이 깊었다.검은색 레인지로버가 차들이 줄지어 달리는 거리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말쑥한 검은색 정장 차림
문소남이 피는 담배고 그가 사용하던 라이터다. 원아는 그가 사용하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그의 차로 할아버지를 모시고 문 씨 저택으로 갔으니, 할아버지를 데리러 집에 왔었을 것이다. 담배와 라이터는 그가 놓고 간 것이리라.어릴 때 그녀는 할아버지의 담뱃대에 담배를 채운 다음 성냥을 그어 담뱃대의 잎담배에 불을 붙이는 일을 좋아했었다.“할아버지 저는 몇 살이 되어야 담배를 피울 수 있어요?” 그녀는 순진하게도, 어린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면 담배를 피우는 것이 당연하며, 모든 사람이 다 완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
"형수님이…… 형수님은……."문예성은 감히 진실을 말할 수 없었고, 또 똑똑한 문소남을 속일 수 있는 어떤 거짓말도 생각나지 않았다.그는 입을 열었지만,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버벅거렸다.문소남은 매섭게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다음 차 열쇠를 들고나가려 했다."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는데 어떻게 운전을 해? 내일 깨면 후회할 거야!" 문예성은 문소남이 술에 취한 것을 본 적이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형에게 무슨 사고가 일어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어디 가고 싶으면, 내가 기사에게 차를 몰고 데려다주라고 할게?"문
"문밖에 있는 그 남자의 눈동자에서 사랑을 봤단 말이야.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그런 사랑!""당신은 빨리 당신 소설이나 봐, 나도 축구 경기를 볼 테니까……."……이연은 아침 일찍 원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정말 데리러 안 가도 돼? 나는 어차피 지나가는 길이잖아.""괜찮아, 병원에 가야 돼." 원아는 스피커폰을 켜서 세면대에 놓은 다음 세수를 하면서 이연에게 말했다.그녀는 이연이 엉망이 된 그녀의 모습을 볼까 봐 두려웠다."그래, 알았어. 아침 챙겨 먹는 거 잊지 말고! 건강이 제일 중요해." 이연은 말을 마치고 종료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