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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 화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엄마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원아의 절친 이연이었다.

“안녕, 너랑 영상통화 한지 오래됐는데 날 일부러 피하는 거야?”이연은 투덜대며 말했다.“너 정말 영국 갈 생각이었어?그쪽에서 누가 괴롭히면 어떡해?”

“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외국에서는 침실에서 남녀가 섞여 산다고 하던데, 네가 반드시 주의해야 해. 내 말 뭔지 알지? 내가 너에게 솔직하게 말할게, 만약 외국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낼 시 안전조치 잘 해야 되!”이연은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뒤에는 작은 TV가 걸려 있었고

TV에서는 연예뉴스가 나왔다. 어느 한 56세의 부유한 상인이 최근에 딸이 하나 생겼다고 말했으며 딸의 엄마는 미스터리로 남겨졌다.

“원아야!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이연은 화면 속 원아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재빨리 휴대전화를 흔들면서 말했다.

“왜 그래? 겁주지 마!”

원아는 엄청 예민해졌다, 퇴원할 때 그녀는 분명 다시는 뱃속에 임신했던 아기를 생각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기의 몸속에서는 그녀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완전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생각해 봐야 아무 소용 없었다.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영상통화를 끊고 찬물에 세수를 했는데도 진정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 엄마한테 버림받은 탓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잊지 못했다. 엄마 없는 아이,하루하루 늙어가는 할아버지,외지에서 일하는 아빠, 이웃들의 끊임없는 수군거림 , 수많은 상처들이 그녀의 어린 시절로 가득 채워졌다.

그녀는 열등감으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며 자랐다.

엄마 없는 아이가 왜 괴롭힘을 당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끔 그녀는 엄마를 미워했다.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는 온통 TV 연예 뉴스에 나왔던 화면들이었다. 반백이 넘은 부유한 상인이 딸 하나를 얻었고, 딸 엄마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자신마저도 아이를 낳고 도망가 버리는 엄마가 되어버렸다.

허겁지겁 침실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부유한 상인과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 부상은 머리숱이 적은 편이지만 몸매를 잘 유지하고 있으며 키도 작지 않은 56세 남자였다.

원아는 이 사람이 아기의 아빠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지, 음성도 검색해야지!”

원아는 다시 이 사람의 관련 동영상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이 사람의 목소리가 그날 밤 그 목소리인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아무도 찾지 못했다.

절망스러웠다.

……

A 시 동성 구역.

부잣집 문 씨 집안에서는 한창 식사할 시간이었다, 별장 식탁에는 가지각색의 반찬들이 가득했다.

집안의 모든 가족들도 거의 다 모였다, 두 도우미 아주머니도 아기 침대를 밀고 어르신 곁으로 다가왔다.

어르신은 휠체어에 앉아 아기 침대에 누워있는 귀여운 증손자를 보며“이 아이는 문소남을 똑 닮았어, 어른이 되면 또 큰 인물이 될 것이야!”라고 말하며 매우 기뻐하셨다.

식탁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따라서 웃었다.

설령 화가 나더라도 감히 내색을 못 냈다.

어르신은 오랫동안 증손자를 보고 나서야 고개를 들고 온 가족에게 말했다: “오늘 우리 문 씨 집안은 모두 문소남의 덕분이야, 만약 그가 2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벌써 망했을 것이야! 이에 대해 너희들 중 누가 의견이 있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또한 동의한다는 사람도 없었다.

어르신은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바퀴 둘러보더니“나는 이젠 늙었으니 문 씨 집안의 모든 것을 젊은이들에게 맡기겠다, 예성아, 너도 앞으로 네 형을 많이 따라 배워라!”라고 말했다.

문예성은“예” 하고 대답하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님, 이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채는 서는 곧바로 일어나서 말했다, “문소남은 아버님의 손자이고, 우리 예성이는 아버님의 손자가 아닌가요? 내 아들 예성이가 대체 소남이보다 못한 게 무엇이에요?”

문소남이 오늘 자리에 없어서 채은서가 직접 일어나서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은 평생 아들이 하나였고 그 아들이 문소남과 문예성 두 아들을 낳았다.

문소남은 성숙하고 진중하며 수단이 제법이어서 직장에서는 한결같았다.

반면 문예성은 바람둥이였고 수단은 많았지만 모두 여자한테 써먹었으며

사업에 대해서는 관심이 일도 없었다.

어르신은 채은서를 무시하고 누구에게 권력을 넘겨주느냐는 중요한 일이라면서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잘못 행동하면 문 씨 가문의 백 년 기업을 망친다고 말했다.“소남이한테 영상통화를 걸어라, 상의할 일이 있다.”라며 옆에 있는 하인에게 분부하셨고 곧바로 영상통화가 이어졌다.

“할아버지,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십니까?”외국에 출장 중인 문소 남은 사무실에서 할아버지와 통화했다.

“내 증손자란 놈의 이름을 지어줄까 하는데 내 생각에는 문훈 기 라고 부르면 어떤지 해서 그런다, 훈, 훈남이라는 훈, 기, 기둥이라는 기. 커서 멋있는 기둥이 되어라 하는 뜻으로 말이야. 네 생각에는 어떠냐?”라고 어르신께서 말했다.

채은서는 어르신한테 무시당하고 화가 낫지만 참아야만 했다.

물소 남은 눈썹을 찡그리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할아버지, 훈자는 그대로 두시고 기자 대신 우아하다는 아 자로 바꾸면 어떨까요? 문훈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문훈아.”

“좋구나!”어르신은 유모차에 타고 있는 증손자의 얼굴을 쳐다보며“이름이 생겼네, 오늘부터 너를 훈아라고 불러야겠다.”라고 말했다.

증손녀의 이름을 짓는 일은 어르신께서 관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기 아빠는 딸이 공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딸 이름은 철이 들면 직접 고르게 할려고 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외국으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원아는 원선미와 함께 떠나지 않았다, 이혜진은 원선미를 한 달 일찍 영국에 보냈다.

“영국에 가면 우리 원아랑 선미를 잘 돌봐줘.”원강수는 공항에서 이강에게 정중하게 부탁했다.

이강은 키가 180CM이었고, 표준 미남이며, 이연의 친오빠였다, 그는 일찍 유학을 가려고 결심했지만 어느 나라에 갈지 결정하지 못했다.

여동생의 말에 원아가 영국에 간다는 말을 듣고 그는 두말없이 원아랑 영국에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모든 남자의 마음속 첫사랑처럼, 원아는 이강의 첫사랑이었다.

“원아를 잘 돌봐줘.”이연은 오빠의 귀에 “원선미한테는 신경 꺼!”라고 속삭였다.

원아는 고개를 돌려 늙어가는 아빠를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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