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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장

그녀는 오늘 아침에 정신이 없어 아무 생각없이 입었다.

더욱이 그녀는 오랫동안 밖에 머물 생각이 없었다.

"커피 마시러 가자." 그가 말했다.

"못 마셔요." 그녀는 방금 먹은 점심이 너무 배가 불렀다. "그냥 산책해요."

"그래."

그의 코트는 그녀의 어깨에 걸쳐져 있었고, 마치 그의 숨결이 그녀의 몸 속에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가 박시준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결코 밖에서 이렇게 산책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저번에 전화... 네가 오해한 거야." 그는 침묵을 깨며 천천히 말했다. "시은이를 언급한 이유는... 그녀를 방패막이로 삼으려고 했던 게 아니야."

그의 진심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진아연은 마음이 진정되었다.

전화로 그렇게 말했다면 그녀는 또 무심코 반박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시은이를 말한 이유가 뭐예요? 박시준 씨, 우리 이제 어린애들 아니에요. 그냥 솔직하게 말해줘요." 그녀는 애꿎은 길가에 놓인 돌멩이를 차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하이힐을 신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었다. 중심을 약간 잃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

그는 바로 그녀를 껴안았다.

두 사람의 얼굴은 서로의 눈에 담긴 감정까지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가까웠다.

"발 괜찮아?" 그는 약간 잠긴 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재빨리 그의 팔을 밀치고는 가만히 서 있다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커피나 마시자." 그는 머뭇거리다가 이 말을 하고는 근처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박시준 씨, 나 커피 마시기 싫어요." 그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만약... 예전에 나였다면 마시기 싫었어도 당신의 기분에 맞춰 따라갔었겠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죠."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사실 그가 커피를 고집한 것은 자신이 먹고 싶었던 건이 아닌 그녀가 추위를 잘 탄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발을 또 다칠까봐 걱정되서 그랬던 것이다.

두 사람의 거리는 1미터 정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였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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