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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장

진아연은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여소정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하준기와 좋아진 것이 아닌가?

"소정아, 왜 그래?! 울지 말고 무슨 일이야?!" 진아연은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 코트를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연아, 나... 못 하겠어... 무서워..." 여소정은 울음을 꾹 참는 듯이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무서워 하지마. 설마 하준기 씨랑 아직 같이 있어? 내가 갈까?" 진아연은 불안했다.

여소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박시준의 아버지의 그림자가 평생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여소정 역시 납치 사건의 후유증이... 오랫동안 아니 평생 영향을 미칠 것이 당연했다.

여소정은 울면서 '와줘.' 라고 말하자마자 바로 침실에서 뛰쳐나왔다.

나갈 때, 이모님은 소리를 듣고 나왔다.

"아연 씨, 벌써 12시인데 어디가세요?"

시간이 몇 시든지 그녀는 가야만 했다.

"네. 오늘 밤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진아연은 집에서 바로 나갔다.

유럽풍 빌라.

하준기는 손에 따뜻한 물 한 컵을 들고 여소정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소정아, 울지마. 자, 먼저 물 좀 마셔. 진아연 씨 곧 올거야."

하준기는 머리가 아파왔다.

그는 여소정 사이와의 길다 긴 시련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될 지 누가 알았겠는가!

"미안... 해..." 여소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끌어 안으며 울부짖었다. "안 마실래... 그냥 혼자 있고 싶어... 가서... 자!"

하준기는 너무나도 걱정됐다. "내가 어떻게 널 혼자 두고 가?"

"으흑... 널 보면... 힘들어..." 여소정은 더욱더 울부짖기 시작했다.

하준기는 바로 일어났다. "아, 알겠어. 울지마.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하준기는 물잔을 내려놓고 침실에서 거실로 나왔다.

그는 우울했다. 이 기분을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잠시 뒤, 초인종이 울렸다.

하준기는 문을 열었다.

진아연은 하준기에게 인사할 시간도 없이 바로 침실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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