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보니 웬 낯선 번호로 문자가 왔다.그는 바로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시은 씨를 보내드렸습니다. 그녀의 요구대로 유골을 바다로 뿌렸어요. 박시준 씨에게 상처를 안겨줘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전 속죄의 뜻으로 국내에 있는 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겠습니다. 위정 보냄.이를 악문 박시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한동안 가라앉힌 마음도 눈앞의 메시지에 전부 허투루 날아갔다!시은이가 죽었다. 이제 진짜 그의 곁을 떠났다!지성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내걸었다!남에게 헌혈하라고 수년 동안 심혈을 다해 보호해줬던 동생이 아니란 말이다!휴대폰을 쥐고 있는 그의 손가락 마디는 하얘졌고 휴대폰 화면이 어두워지자 다시 밝게 눌렀다.그는 부보를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위정이 보낸 메시지는 자꾸 눈에 거슬렸다.B국.진아연은 아이들과 지낼 곳을 마련하고 바로 최운석의 가족에게 연락해 빨리 만나려고 했다.이에 최운석의 가족은 그녀만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집에서 만날 수 있다고 알렸다.진아연은 아이들을 이모님에게 맡기고 바로 최운석의 집으로 향했다.전에 최운석에 관해 자세히 묻지 않았지만지금은 꽤 관심이 많았다.최씨 저택에 도착하자, 최운석의 동생이 그녀를 대접했다."윤 아가씨, 혹시 가족분들이 전부 B국 사람이신가요? 혹시 A국은 가보셨나요?"이에 최운석의 동생은 어리둥절했다. "아버님이 A국 분이세요. 그리고 어머님은 B국 사람입니다.""그렇군요. 그럼 최운석 씨는요? 아가씨와 같나요?""진 선생님, 혹시 치료에 도움이 돼서 묻는 질문이신가요?" 최운석의 동생은 아무래도 사적인 일들을 알리기 싫은 듯했다."도움이 됩니다. 치료를 진행하려면 환자의 질병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병을 앓기 전에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버님이 답해드릴 겁니다. 저는 오빠의 일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최운석의 동생은 말을 마치자, 바로 아버지한테
왠지 모르겠지만, 최운석 부자와 시은이, 박시준 사이에 남모를 관련이 있는 듯했다.이런 관계는 사회적이 아닌 의학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에 깜짝 놀랐다!요즘 너무 피곤했나? 왜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거지? A국과 B국은 가까운 나라가 아니고, 최운석의 아버님이 A국 사람이라고 해도 박씨 가문과 관계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었다.박씨 가문은 A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벌 가문으로 가족 내의 관계가 복잡하지만, 박시준의 곁에 오랫동안 있었던 그녀로서 만약 이런 일이 있었다면 들어봤을 거다.하지만 시은이에 관한 것 외에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이때, 차가 별장 앞에서 멈추자 그녀는 바로 문을 열고 내려왔다.차에서 내리자 웬 익숙한 그림자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아연아!" 그녀는 진아연을 보자 바로 인사하며 뛰어왔다.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진아연도 얼굴에 미소를 보였다.다름 아닌 바로 여소정이었다.여소정은 퇴원 후 어머니와 함께 B국으로 왔고진아연이 지성이와 B국으로 왔다는 소식에 바로 그녀를 찾아왔다."내일 온다고 하지 않았어?" 진아연은 갑작스레 나타난 여소정 때문에 조금 놀란 듯했다.여소정이 오늘 찾아올 줄 알았으면 최운석의 집에 가지 않았을 거였다."난 지성이가 보고 싶어서 왔지. 우리 지성이, 정말 잘생겼잖아. 나중에 아주 여자들을 홀리고 다닐걸." 여소정은 그녀의 팔을 끌어안고 거실로 들어갔다.이에 진아연은 웃으면서 말했다. "여자를 홀리고 다녀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안색도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괜찮을 거야." 여소정은 아기침대 옆에 서서 지성이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아연아, 구정에는 다시 돌아갈 거야?""그럴 생각이야. 너는?" 진아연은 그녀에게 물었다."난 내년 봄에 계절 학습이 있어서 당분간 돌아갈 계획이 없어." 여소정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 듯했지만 눈빛 속의 슬픔은 감출 수 없었다.아무래도 전에 받은 상처 때문에 사람이 완전히
시은이가 살아있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대중에게 이들의 관계를 공개하지 않았다.박시준은 단지 그녀가 바깥세상의 방해를 받을까봐 이런 선택을 했을 뿐이다.진아연도 그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해 박시준은 시은이의 지적장애가 부끄러워 남한테 알리기 싫었다고 생각했었다.다만 그는 시은이를 싫어한 적이 없었고 조금이라도 그런 감정이 있었다면 시은이는 아마 오래전에 죽었을지도 모른다.이제 시은이가 세상을 떠났으니 누가 그녀를 해치고 괴롭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시은이의 장례를 차리려고 결정한 박시준은 모든 일에 직접 나서서 준비했다.소식을 들은 한이는 마이크한테 시은이의 장례식에 가고 싶다 알렸고마이크는 바로 조지운에게 연락해 갈 수 있는지 물었다."손님 리스트는 대표님이 직접 작성한 겁니다. 마이크 씨와 한이의 이름이 없어요." 조지운은 마이크의 부탁에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이에 마이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연이의 이름은요? 혹시 아연이의 이름이 있으면, 저와 한이가 아연이를 대신해 갈게요.""없어요." 조지운은 단칼에 거절했다. "대표님은 회사 임원 몇 분과 오랫동안 협력해 온 고객 몇 분만 초대했어요. 진아연 씨뿐만 아니라 친구, 동창들도 초대하지 않았어요.""아... 한이가 마지막으로 시은 씨를 보고 싶어 하는데, 혹시 물어봐 주면 안 돼요? 혹시 안된다면 한이가 그를 아버지로 인정할 부분에 대해 꿈도 꾸지 마시라고 알려주세요. 시은 씨가 지성이 때문에 돌아갔어도 한이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마이크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버럭 했다."알겠어요.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물어볼게요."조지운은 전화를 끊고 물 한 모금 마시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한참 고민하다 그제야 박시준에게 연락했다.박시준이 전화를 받자 조지운은 한이가 시은이의 장례식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알렸고 한이를 도와 입을 열었다."대표님, 시은 아가씨도 생전에 한이 도련님과 사이좋은...""그래." 박시준은 조지운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바로 동의했다
"시체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어. 갑자기 왜? 혹시 시은 씨를 치료해서 죽은 사람이라도 되살리려고?" 마아크는 진아연의 말에 이런저런 생각 했다.이에 진아연은 머리가 아픈지 말을 이었다. "마이크, 나 그냥 물어본 거야. 내가 사람을 되살리는 능력이 있으면 세상 사람들 모두 죽는 일 없을 텐데. 그런 생각 하면 무섭지도 않아?"마이크: "그렇지. 위정 씨가 돌아온다는 말은 없던데, 아마 시체가 없지 않을까? 박시준 씨도 아마 시은 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어서 이런 결정을 했을 거야. 그렇지 않았으면 시은 씨를 위해 장례를 치르지 않았겠지.""그래.""진짜 돌아오지 않을 거야? 지성이도 아직 어린데 유모한테 맡기고 잠깐 돌아와도 되잖아." 마이크는 진아연이 돌아와 장례식에 참가하기를 바랐다.아무리 박시준과 사이가 나빠도 시은이와 이들의 관계는 항상 화목했었다."나도 시은 씨한테 미안해. 조금이라도 미리 알았다면 절대 이런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을 거야. 내가 진짜 어떻게 됐나 봐. B국에서 시은 씨와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만났는데 생김새도 시은 씨와 비슷하고 시은 씨의 혈액형과 똑같아 두 사람 혹시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거든..." 진아연은 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마이크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말이 없었다.그는 진아연이 B국에서 다른 환자를 도맡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방금 생각난 건데. 이들의 특별한 혈액형 때문에 이런 질병을 쉽게 앓은 게 아닐까 싶어!" 진아연은 말하면서 가슴이 아팠다.세상에는 여러모로 우연히 발생하는 일들이 많지만일반인이 접할 확률은 극히 낮았다.최운석과 시은이도 아무 관계가 없지만이들은 우연히 같은 혈액형과 같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었다.생김새가 닮아 보였던 건 아마 시은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아연아, 그럼 장례식은 참가하지 마. 난 네 상태가 걱정돼. " 마이크는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아연아, 생사 이외의 모든 일들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지
"강주승 씨는 박시준 씨의 약점을 찾았는데 당분간 알릴 생각이 없고 중요한 순간에 터뜨릴 거라 알렸습니다. 자세히 언제 공개할지는 말하지 않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강주승 씨는 생각이 깊은 분이어서 저를 믿지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와 계속 협력 중이니 조금만 더 저에게 시간을 준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상자를 돌려드리겠습니다." 왕은지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비웃었다. "왕은지 씨가 상자 안에 저를 위협하는 물건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설마 저한테 돌려주겠어요?"이에 왕완지는 멍해졌다.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했다.왜 박시준이 화를 내는 거지?"전 그냥 상자가 강주승 씨한테 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이제 확인했으니 저한테 쓸모가 없어졌네요. 왕은지 씨, 전 당신이 지금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박시준은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전화 저편에서 듣고 있던 왕은지는 그의 목소리에 간담이 서늘했다."박시준 씨! 저 아무것도 꾸미지 않았어요! 제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제가 미워하는 사람은 진아연이지 절대 박시준 씨가 아닙니다! 박시준 씨의 사업이든 생활이든, 모두 저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진아연도 제 생활의 일부입니다. 왕은지 씨의 딸은 박우진 때문에 죽은 겁니다. 진명그룹은 진준 씨가 진아연에게 남겨준 회사입니다. 과거에 괴롭히던 진아연이 이제 자기보다 잘 살고 능력도 뛰어나니까 질투심에 이성을 잃어 진아연을 적수로 보는 거잖아요." 박시준은 그녀가 말을 끊고 딱 잘라 말했다.그의 말을 들던 왕은지는 갑자기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당분간은 죽이지 않겠습니다. 죽음은 일종의 해탈이라고 생각하는데, 살아야 더 많은 고통을 느낄 수 있죠. 그리 쉽게 죽일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박시준은 천천히 말을 이었지만, 왕은지는 그의 말에 공포를 느꼈다.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는 왕은지는 바로 답했다. "박시준 씨, 잊지 마세요. 애당초 제가 나서
그는 살면서 남한테 위협받는 걸 제일 싫어했다.강주승이 그의 약점을 결정적인 순간에 터뜨리겠다고?그런 강주승에게 기회를 줄 박시준인가?강주승이 이를 써먹지 않으면 이대로 상자와 함께 사라져 줘야지!오늘 밤의 화재로 죽지 않아도 저택은 활활 타오르는 불에 재가 됐을 게 분명했다.고요한 밤은 금세 요란한 앰뷸런스 소리로 시끄러워졌다.스타팰리스 별장, 자고 있던 한이도 바깥의 소리에 깨어났다.그는 저 멀리 보이는 붉은 불빛에 놀라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어둠 속을 헤매며 주춤주춤 마이크의 방으로 걸어갔다.방금 잠이 든 마이크는 피곤한지 바깥의 소동에 깨지 않았다."밖에 하늘이 빨개요." 한이는 창문 쪽을 가리키며 마이크를 깨워 보여줬다.이에 마이크는 눈을 비비며 창밖의 상황을 보더니 바로 휴대폰을 꺼내 뉴스를 확인했다."도심의 주택가에 불이 났네. 왜 폭발했는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고 화재가 어마어마하게 난 모양이야." 마이크는 뉴스를 보여주며 하품을 했다.한이는 그의 말을 듣자 떠나지 않고 제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마이크는 심각한 그의 표정에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한이 형, 엄마 보고 싶지? 며칠만 지나면 너와 라엘이를 데리고 B국으로 갈게.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일단 빨리 자자!""그리고 밖에 화재가 일어나 무섭겠지만 우리 동네까지 번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마음 놓고 가서 자!" 마이크는 그가 걱정할까 봐 말을 덧붙였다.마이크가 진아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 한이도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다.그는 지금 귓가에 들리는 앰뷸런스 소리와 어두운 밤의 훤히 밝히는 불빛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이번 화재로 누군가는 죽게 된다는 생각에 못내 마음이 무거워졌다.감성적인 아이가 아니었던 한이는 아마 시은이의 떠나면서 어린 마음속에 트라우마가 남았을지도 몰랐다.다음 날 아침, 도심 주택의 화재 사건이 뉴스 헤드라인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화재는 고급 주택 단지에서 발생했고사고가 발생한 집뿐만 아니라 위층, 아래층 모든 주민에
마이크는 이번 화재를 간결하게 메시지로 편집해 진아연에게 보냈고 박시준의 사진도 몰래 찍어 같이 보냈다.같은 시각, B국은 밤 10시가 되었고진아연은 침대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마이크의 소식을 확인한 그녀는 박시준의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이해하려 했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지 그가 왜 갑자기 강씨 가문 형제를 죽이려는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다.지성이의 조산 때문에 강진을 끝장내려 했다 해도 왜 강주승의 집을 선택한 거지? 그리고 왜 이런 시기를 선택한 거지?아무래도 그와 강씨 가문 형제 사이에 다른 일이 있던 것 같았다.전과 같았으면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겠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기력이 없었다.그녀는 약 80%의 정력을 세 아이한테 쏟아야 했고.남은 힘도 최운석의 치료에 집중해야 했다.그리고 진아연은 최운석의 가족들과 약속했다. 구정을 보낸 후 바로 최운석의 첫 수술을 진행하고1차 수술 마친 후 치료 효과에 따라 2차 수술의 진행 여부를 확인할 거라 알렸다.마이크는 진아연의 답장이 없자 아이들의 사진을 그녀한테 보냈다.이에 진아연은 참지 못해 답장했다. 라엘의 눈이 너무 빨갛네? 혹시 운 거야?마이크: 응. 영당에 시은 씨의 영정 사진을 세워놨는데 보자마자 울었어.진아연은 그의 답장에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만약 그녀가 같은 자리에 있어도 참지 못해 울었을 거였다.잠깐의 침묵 끝에 그녀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그 사람은 어때?마이크: 그 사람이라니? 한이를 말하는 거야? 아니면 박시준 씨?진아연은 마이크의 답장을 보더니 어색한 듯 숨을 내쉬었다.마이크도 일부러 그녀를 놀리고 싶었던 거지, 화나게 할 생각은 없었다. 한이는 울지는 않았는데,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어. 박시준 씨도 마찬가지야. 역시 부자는 부자인가 봐. 두 사람 진짜 똑같다니까.진아연은 그의 답장을 보면서 피곤함이 몰려와 서서히 잠이 들었다.이제 시은이도 편히 쉴 수 있고 모든 아픔도 치유될 거다.A국, 병원.왕은지는 소식을 듣
강주승은 왕은지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눈 속에 눈물이 고여있었고 증오로 가득 찼다.아직 목숨도 붙어있건만! 감히 왕은지 따위가 그를 무시다니!박시준이 그를 무시한다 쳐도 왕은지는 뭔데 그를 무시하는 거지?추도회 현장.의식이 끝난 후, 시은이의 개인 물품은 차에 실렸고그녀의 유물은 박 부인의 무덤 옆에 묻힐 계획이다.장례식에 참가한 손님들은 점심 식사 때문에 호텔로 향했고마이크도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갈 생각이었지만 라엘과 한이는 박시준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박시준은 시은이의 유물을 직접 묘지로 보낼 생각이었다.마이크: "박시준 씨는 묘지에 가려는 거 같은데 너희들도 갈 거야?"이에 한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곁에 있던 라엘이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러면 같이 가자." 마이크는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공동묘지로 향했다.묘지가 산 근처에 위치해서 그런지 한기가 몸서리치게 만들었다.시은이의 유품이 하관한 후 위에 묘비가 세워졌고박시준은 묘비에 시은이의 웃는 사진을 보며 천천히 몸을 숙여 하얀 백합 한 송이를 앞에 놓아줬다."시은아,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이런 바보 같은 행동하면 안 돼."라엘이는 그의 말을 듣더니 바로 중얼거렸다. "시은 언니는 바보 아니에요! 바보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시은이 언니는 모르는 게 없단 말이에요."마이크는 급히 라엘이에게 말하지 말라고 눈치를 줬다."시은이 언니는 엄마가 언니의 수술을 해줬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엄마를 좋아하고 저와 오빠, 그리고 동생도 좋아해 주는 거예요..." 지금 말하지 않으면 더는 말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 라엘이는 슬픈 마음에 계속 말을 이었다. "만약 저한테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떻게든 시은 언니가 헌혈하지 못하게 막았을 거예요. 동생도 좋지만, 시은 언니를 잃는 건 싫으니까요."박시준은 라엘의 말을 듣더니 갑자기 몸이 굳어버렸다.진아연이 시은이에게 수술을 해줬다고?수술해 준 사람이 진아연이다니!그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기분이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