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떠난 후 그는 주치의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 괜찮습니다. 오실 필요 없습니다."의사는 약간 당황했다. "박 대표님, 이미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가서 살펴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그는 전화를 끊었다.손을 들어 이마의 온도를 만졌다. 조금 뜨거웠다.진아연이 오기 전까지 그는 자신이 열이 나고 있는 것을 몰랐다.몸이 조금 불편하긴 해도 업무에 지장은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온 후 그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그는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오늘 밤 일어난 일을 잊으려고 할 때마다 지성의 작은 얼굴이 떠올랐다.지성의 작은 얼굴과 밝고 호기심에 가득 찬 눈은 눈 부신 빛처럼 어두운 구름을 뚫고 안개를 흩어 버렸다.의사가 박시준의 집에 도착했을 때 박시준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의사는 그의 이마를 만져보고 체온이 너무 높다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전자 체온계를 꺼내 그의 이마에 비추었다.디스플레이에 숫자가 나타났다. 38.9℃.일반적으로 체온이 38.5도를 초과하면 해열제를 복용해야 한다.박시준은 지금 자고 있어서 의사는 그에게 링거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다음 날 아침, 박시준은 눈을 떴다.그의 열은 내렸다. 몸의 무거움도 사라졌고 머리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시은의 사건 후 그는 매일 슬픔에 잠을 못 이뤘고, 긴 시간의 휴식 부족으로 두통을 앓았다.이번 감기는 그가 제대로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었다.잠을 잘 자고 나니 정신이 훨씬 맑아졌다. 기분도 이전처럼 우울하지 않았다.그는 이불을 젖히고 앉았다.침대 옆 탁자에는 주치의가 남긴 약과 메모가 있었다.메모를 집어 드니 위에는 약 복용 설명과 당부하는 글이 적혀있었다.그는 메모를 내려놓고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열었다.오늘은 눈이 내리지 않았다.마당의 눈도 곧 녹을 것처럼 보였고 황금빛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그는 몸을 돌려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 샤워를 마친 그는 루즈한 가
이 아이가 박시준을 닮았기 때문이다.시은이가 아직 살아 있어 지성을 보게 된다면 지성이를 매우 이뻐해 줄 것이다.시은처럼 착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 때문에 아버지와 아들이 멀어지는 것을 참을 수 있을까?홍 아줌마는 이 말을 한 뒤 다이닝 룸에서 나왔다.박시준의 손에 든 숟가락이 죽 그릇에 떨어졌다.진아연은 오늘 지성을 데리고 B국으로 갔다.이렇게 급히 간 걸 보면 정말 화가 난 모양이다.그녀는 어젯밤 그에게 혼자서도 지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성을 데리고 B국에 간 것이다. 보지 못하면 심란해질 일도 없을 테니까.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하는데 왜 조금도 기쁘지 않을까?그의 마음속에는 심지어 바로 B국에 가 그녀를 찾고 싶은 충동까지 생겼다!다만 그는 이 생각을 금세 접어버렸을 뿐이다.그녀가 아이를 데려간 것도 어쩌면 좋은 일이다. 그러면 그에겐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식힐 시간도 충분해지니까....진아연이 지성을 데리고 B국에 간 건 일시로 결정한 일이었다.지성이는 아직 너무 어려 장거리 비행에 적합하지 않았다.그러나 그녀는 밤새 뒤척였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계속 박시준의 차가운 눈빛이 떠올랐다.그녀는 억울하게 비난을 받아도 되지만, 지성이까지 비난을 받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홧김에 올해는 B국에서 온 가족과 함께 구정을 보내기로 했다.그녀는 먼저 지성을 B국으로 데려간 다음, 구정 전에 마이크에게 한이와 라엘을 데려오게 해 모이기로 했다.집에서 한이든 라엘이든, 그리고 마이크까지 모두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줬다.그녀는 그들이 따라주는 것에 매우 감사했다. 그녀가 때때로 제멋대로일지라도 그들은 그녀를 너그러이 받아주었다.이번에 이렇게 갑자기 떠난 건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환자를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바로 그 시은과 혈액형도 같고 병도 같을 뿐만 아니라 외모도 조금 비슷한 남자였다.이 남자의 이름은 최운석이었다.구름 운자에 돌 석자. 이 두 글자를 조합하니 모순되면서
전에 미행을 당한 적이 있기에 한이는 바로 경계심을 높였다.그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김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휴대폰은 김세연이 선물한 것이다. 어린이 맞춤형 휴대폰이었고, 연락처에는 김세연의 개인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한이가 김세연에게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고 말하자 김세연은 즉시 경호원을 불러 한이가 차에서 내리는 곳에 보냈다.한이의 뒤를 따라오던 검은색 세단은 그가 차에서 내리자 그의 옆을 빠르게 지나쳤다!마치 미행이 아니라 그냥 같은 길이었던 것처럼."혼자 왔어? 경호원은 왜 안 데려왔어?" 김세연은 그의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김세연은 라엘을 데리고 회사의 연습실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다."곧 구정이라, 경호원 아저씨에게 휴가를 줬어요." 한이가 말했다."네 엄마가 알면 분명 걱정하실 텐데." 김세연은 잠시 생각한 뒤 그와 상의했다. "널 미행하던 사람은 네 옆에 지금 경호원이 없는 걸 알고 미행한 걸 거야. 네 옆에 경호원 2명 붙여줄게. B국에 가서 엄마랑 만나기 전까지 무슨 일도 생기면 안 되니까."한이는 경호원이 따라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가 지금 동생을 돌보느라 많이 힘든데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엄마가 얼마나 힘들지를 고려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라엘이 오늘 춤을 배웠는데 그렇게 좋지 못할 수도 있어. 이따가 라엘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칭찬해주는 게 어때?" 김세연이 세심하게 물었다.정신을 딴 데 팔고 있던 한이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자신을 미행하던 사람을 누가 보낸 건지 생각하고 있었다.강진인가? 하지만 강진은 지금 겁에 질려 모습을 드러낼 엄두조차 못 낼 건데.아니면 왕은지? 묘비 일은 그녀가 한 것이다. 그녀는 지성이 죽기를 간절히 바랐으니 그와 그의 여동생이 죽기도 바랐을 것이다.왜 박시준은 그녀를 처리하지 않았을까?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엄마가 어젯밤에 지성을 데리고 그를 찾아갔다가 오늘 아침 일찍 B국에 가기로 결정한 건 분명
한이는 라엘의 단호한 눈빛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 "힘내."한편.박우진은 사무실 창가에 서서 현란한 불빛으로 물들어진 도시를 보고 있었다.사람으로 가득 찬 번화한 도심은 밤의 시작을 알렸다.평소라면 이미 퇴근하고 신나게 놀고 있을 그였지만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삼촌에 의해 회사가 파산되고 거액의 빚까지 짊어지게 된 지금자신의 어리석음에도 후회하지만, 더 많은 건 그에 대한 증오였다.박시준 조카라는 명의하에 아무 생각 없이 놀고 마음 편히 살아온 그를 죽이는 건 박시준한테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었다.그래도 하나뿐인 아들이기에 아버지는 며칠 동안 계속 박시준에게 연락해 혈육의 정을 봐서 용서를 구하려 했지만, 박시준은 그의 전화를 실장에게 맡기고 끝까지 연락받지 않았다.박우진은 박시준의 무정함에 마음속은 오로지 증오로 가득했다!그를 위해 어머님도 돌아가신 마당에 잘 살아보려 했지만, 왜 이런 거액의 빚까지 짊어지게 하는 거지?이는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박한이 들어왔다."가자! 내일부터 이곳은 네 회사가 아니야. 네 삼촌이 무정한 것도 무정한 거지만, 넌 양심도 없는 어리석은 바보 자식이야! 내 아들만 아니었으면 나까지 이런 꼴이 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너 같은 살인범도 감싸주지 않았을 거라고!" 박한은 차가운 모습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아빠, 저도 제 죄를 알고 있어요. 그래도 이미 엎이진 물이잖아요. 인제 와서 저를 원망해 봤자 무슨 소용일까요? 제가 이런 지경이 된 건 아빠의 잘못된 교육에도 책임 있어요." 박우진은 뒤돌아서서 박한을 보며 말했다.이에 박한은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부자 두 사람은 붉어진 눈시울로 회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고가정부는 이미 식사를 차려놨다.다만 입맛이 없는 박한은 그저 술만 마셨다."집이라도 팔자! 이건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이야. 집을 팔고 빚을 갚자. 그리고 네가 어떻게 살든 더는 신경 쓰지
박우진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럼 삼촌이 진짜 정신병에 걸렸었어요?"박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정신 질환에도 경증과 중증이 나뉘어. 네 삼촌이 진짜 병을 앓았어도 그때 이후로 단 한 번도 발작하지 않았어.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아무리 사업에 성공하셨어도 감정적인 측면을 보면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죠. 아연이는 삼촌과 이혼하고 아이의 입양권을 넘기지 않았어요. 두 사람 아무 감정 없을 리가 없잖아요? 혹시 모르지만 아연이는 삼촌이 병을 앓고 있는 걸 전부터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헤어진 게 분명해요!" 박우진은 자기의 추측을 알렸다.박한은 박우진 말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아빠, 이제 저희한테 잃을 것도 없어요. 저희가 강주승 씨의 편을 든다고 삼촌이 저희한테 뭘 어쩌겠어요? 아무 재산도 없는 저희한테 더는 뺏어갈 것도 없잖아요! 저는 강주승 씨에게 협력할 생각입니다." 증오에 눈이 먼 박우진은 자기 결정을 알렸다.이에 박한은 술잔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강주승 씨한테 알려주고, 그리고 어찌할 생각이야? 네 삼촌이 자기 아버지를 죽였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뭐 어쩌자는 거야? 그때 일이 벌어지고 네 할머니는 바로 나서서 보호했어. 할머니도 책임을 묻지 않았는데 누가 감히 이 일로 그의 죄를 묻겠어?" 박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리고 너무 오래된 일이야!" 박한은 덧붙여 말을 이었다."아빠, 삼촌보다 약한 이유는 그만큼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아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박우진은 술을 따라주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이런 추문이 터지면 강한 타격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강주승 씨도 삼촌의 약점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겠죠.""그래도 시준이는 내 친동생이야!""그래도 아빠의 아내를 죽이고 아들의 회사 파산까지 이르게 만들었어요! 그래도 친동생으로 여길 겁니까? 나중에 임종까지 지켜줄 거라 생각하세요?" 박한은 박우진의 말에 당황했다.30분
휴대폰을 보니 웬 낯선 번호로 문자가 왔다.그는 바로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시은 씨를 보내드렸습니다. 그녀의 요구대로 유골을 바다로 뿌렸어요. 박시준 씨에게 상처를 안겨줘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전 속죄의 뜻으로 국내에 있는 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겠습니다. 위정 보냄.이를 악문 박시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한동안 가라앉힌 마음도 눈앞의 메시지에 전부 허투루 날아갔다!시은이가 죽었다. 이제 진짜 그의 곁을 떠났다!지성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내걸었다!남에게 헌혈하라고 수년 동안 심혈을 다해 보호해줬던 동생이 아니란 말이다!휴대폰을 쥐고 있는 그의 손가락 마디는 하얘졌고 휴대폰 화면이 어두워지자 다시 밝게 눌렀다.그는 부보를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위정이 보낸 메시지는 자꾸 눈에 거슬렸다.B국.진아연은 아이들과 지낼 곳을 마련하고 바로 최운석의 가족에게 연락해 빨리 만나려고 했다.이에 최운석의 가족은 그녀만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집에서 만날 수 있다고 알렸다.진아연은 아이들을 이모님에게 맡기고 바로 최운석의 집으로 향했다.전에 최운석에 관해 자세히 묻지 않았지만지금은 꽤 관심이 많았다.최씨 저택에 도착하자, 최운석의 동생이 그녀를 대접했다."윤 아가씨, 혹시 가족분들이 전부 B국 사람이신가요? 혹시 A국은 가보셨나요?"이에 최운석의 동생은 어리둥절했다. "아버님이 A국 분이세요. 그리고 어머님은 B국 사람입니다.""그렇군요. 그럼 최운석 씨는요? 아가씨와 같나요?""진 선생님, 혹시 치료에 도움이 돼서 묻는 질문이신가요?" 최운석의 동생은 아무래도 사적인 일들을 알리기 싫은 듯했다."도움이 됩니다. 치료를 진행하려면 환자의 질병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병을 앓기 전에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버님이 답해드릴 겁니다. 저는 오빠의 일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최운석의 동생은 말을 마치자, 바로 아버지한테
왠지 모르겠지만, 최운석 부자와 시은이, 박시준 사이에 남모를 관련이 있는 듯했다.이런 관계는 사회적이 아닌 의학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에 깜짝 놀랐다!요즘 너무 피곤했나? 왜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거지? A국과 B국은 가까운 나라가 아니고, 최운석의 아버님이 A국 사람이라고 해도 박씨 가문과 관계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었다.박씨 가문은 A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벌 가문으로 가족 내의 관계가 복잡하지만, 박시준의 곁에 오랫동안 있었던 그녀로서 만약 이런 일이 있었다면 들어봤을 거다.하지만 시은이에 관한 것 외에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이때, 차가 별장 앞에서 멈추자 그녀는 바로 문을 열고 내려왔다.차에서 내리자 웬 익숙한 그림자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아연아!" 그녀는 진아연을 보자 바로 인사하며 뛰어왔다.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진아연도 얼굴에 미소를 보였다.다름 아닌 바로 여소정이었다.여소정은 퇴원 후 어머니와 함께 B국으로 왔고진아연이 지성이와 B국으로 왔다는 소식에 바로 그녀를 찾아왔다."내일 온다고 하지 않았어?" 진아연은 갑작스레 나타난 여소정 때문에 조금 놀란 듯했다.여소정이 오늘 찾아올 줄 알았으면 최운석의 집에 가지 않았을 거였다."난 지성이가 보고 싶어서 왔지. 우리 지성이, 정말 잘생겼잖아. 나중에 아주 여자들을 홀리고 다닐걸." 여소정은 그녀의 팔을 끌어안고 거실로 들어갔다.이에 진아연은 웃으면서 말했다. "여자를 홀리고 다녀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안색도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괜찮을 거야." 여소정은 아기침대 옆에 서서 지성이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아연아, 구정에는 다시 돌아갈 거야?""그럴 생각이야. 너는?" 진아연은 그녀에게 물었다."난 내년 봄에 계절 학습이 있어서 당분간 돌아갈 계획이 없어." 여소정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 듯했지만 눈빛 속의 슬픔은 감출 수 없었다.아무래도 전에 받은 상처 때문에 사람이 완전히
시은이가 살아있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대중에게 이들의 관계를 공개하지 않았다.박시준은 단지 그녀가 바깥세상의 방해를 받을까봐 이런 선택을 했을 뿐이다.진아연도 그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해 박시준은 시은이의 지적장애가 부끄러워 남한테 알리기 싫었다고 생각했었다.다만 그는 시은이를 싫어한 적이 없었고 조금이라도 그런 감정이 있었다면 시은이는 아마 오래전에 죽었을지도 모른다.이제 시은이가 세상을 떠났으니 누가 그녀를 해치고 괴롭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시은이의 장례를 차리려고 결정한 박시준은 모든 일에 직접 나서서 준비했다.소식을 들은 한이는 마이크한테 시은이의 장례식에 가고 싶다 알렸고마이크는 바로 조지운에게 연락해 갈 수 있는지 물었다."손님 리스트는 대표님이 직접 작성한 겁니다. 마이크 씨와 한이의 이름이 없어요." 조지운은 마이크의 부탁에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이에 마이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연이의 이름은요? 혹시 아연이의 이름이 있으면, 저와 한이가 아연이를 대신해 갈게요.""없어요." 조지운은 단칼에 거절했다. "대표님은 회사 임원 몇 분과 오랫동안 협력해 온 고객 몇 분만 초대했어요. 진아연 씨뿐만 아니라 친구, 동창들도 초대하지 않았어요.""아... 한이가 마지막으로 시은 씨를 보고 싶어 하는데, 혹시 물어봐 주면 안 돼요? 혹시 안된다면 한이가 그를 아버지로 인정할 부분에 대해 꿈도 꾸지 마시라고 알려주세요. 시은 씨가 지성이 때문에 돌아갔어도 한이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마이크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버럭 했다."알겠어요.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물어볼게요."조지운은 전화를 끊고 물 한 모금 마시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한참 고민하다 그제야 박시준에게 연락했다.박시준이 전화를 받자 조지운은 한이가 시은이의 장례식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알렸고 한이를 도와 입을 열었다."대표님, 시은 아가씨도 생전에 한이 도련님과 사이좋은...""그래." 박시준은 조지운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바로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