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이른 아침.박시준은 병원 특별 병실에 와 있었다.어젯밤에 시은이가 홍 아줌마가 끓여 준 국을 먹고 갑자기 의식을 잃어 잠자고 있었다.밤새 잔 시은은 잠에서 깨 눈을 부릅뜨고 있지만 넋이 나간 듯한 눈빛이었다.박시준이 도착하기 전까지 같은 상태였다."시은아, 오늘 좀 어때? 아직도 머리가 많이 아파?" 박시준의 부드럽고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시은의 얼굴에 표정을 보이기 시작했다."오빠, 왜 아연이 언니가 날 보러 안 와?" 시은은 조금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박시준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러다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연이는 오지 않을 거야. 시은아, 이젠 아연이랑 아이들 생각은 그만하자."시은은 더욱 슬펐다. "왜 나를 안 믿어 줘?... 내가 말했잖아, 아연이 언니가 나랑 말을 했고, 나한테 계속 질문을 했다고..."박시준은 창백한 동생의 얼굴을 보며 무지 마음이 아팠다. "너를 안 믿는 게 아니야, 그래 진아연이 너랑 얘기했다고 해, 하지만 그건 꿈에서일 거야.""그래?" 시은은 오빠를 쳐다보며 약간 어리둥절했다.정말 꿈에서 일어난 일인가?박시준은 "오빠도 어릴 때 꿈을 자주 꿨어, 마치 꿈속에서 본 모습과 들은 소리가 진짜처럼 엄청 생생할 때도 많았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꿈은 꿈일 뿐이야, 현실이 아니야." 라고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시은은 조금씩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아침 10시, 박시준은 병원에서 나와 회사로 이동했다.시은의 옆에는 홍 아줌마와 경호원이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박시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시은은 오늘 기분이 약간 다운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제 몹시 흥분된 상태에 비하면 현재 상태가 그녀의 건강이 회복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홍 아줌마의 말에 의하면 심윤이 처방한 진정제를 먹었다고 했는데, 혹시 그 약이 효과를 보인 건가?심윤...어젯밤 진아연이 박시준한테 심윤이랑 잘 살아라고 한 말에 박시준은 밤새 화가 가라앉지가 않았다.하지만 차분해지고
그러나 지금은 자리에 없었다. 휴대폰만 책상에 놓고 나갔다.이때다 싶은 마이크는 재빨리 그녀의 휴대폰에서 차단 명단을 찾았다."엥?"차단 명단에 박시준의 번호가 없었다!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서둘러 그녀의 전화를 내려놓았다.마침 이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진아연이 들어왔다."ST그룹에서 답장 왔어?"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가 데스크위에서 물컵을 집어들고 물 한 모금 마셨다."응, 반품 안한대." 마이크가 말했다. "너 혹시 무조건 반품하라고 할 거 아니지?"진아연은 물컵을 내려놓고 마이크를 쳐다보며 말했다. "점점 날 잘 알아가네. 하지만 내가 무조건 반품하라고 해도 그쪽에서는 안할 거야. 그러니까 그쪽이랑 얽매일 것도 없어."마이크는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진아연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쪽 회사에 100억 입금 해줘!"마이크: "???""아니야, 하지마." 진아연는 또 다시 마음을 바꾸고 침착하게 분석을 했다. "지금 돈을 환불해주면 박시준이 그냥 받진 않을 거야. 무지 화를 내겠지, 그러면 나 또 그 사람이랑 싸워야 돼."마이크: "맞아!""너 먼저 나가 봐! 나 혼자 조용히 좀 있고 싶어.""그래... 우리 회사 관련 기사는 안 보는 게 좋을 거야, 댓글도 웬만하면 보지마." 마이크는 나가기 전에 아연에게 부탁했다.이번 진명그룹 사건에 국내 다른 드론 생산 업체들은 힘을 모아 언론에 돈을 있는 껏 쏟은 듯했다.인터넷은 진명그룹과 진아연을 겨냥한 게시물들로 도배가 되었다.마이크가 나간 후 진아연은 노트북을 열었다.페이스북 실시간 검색어에는 떡하니 '진명그룹 사과', '진명그룹 파산', '진아연 사기꾼', '진아연 A국에서 꺼져' 등이 보였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아연이 무슨 하늘도 용서 못할 큰 죄라도 진 것처럼 보였다.윈드 시리즈 드론의 총 판매량은 약 7,000 대였다. 그 중에서도 박시준이 5,000 대를 사 갔다.그 말은 실제로 개인 고객에게 팔린 드론은 많아야 2,000대 정도라는 뜻이다.그럼에도
저녁 식사 후 박시준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는 병원에 시은이 보러 가야 했다.박가네 일가족도 한 명씩 떠났다.박 부인도 방에 들어갔다. 박우진은 심윤의 방으로 들어갔다.심윤이 임신 된 것을 공개하고부터 그는 본가로 들어와 생활하고 있었다."심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박우진은 방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삼촌이 어떤 사람인데요, 그런 우리 삼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다니요. 이젠 선생님을 작은 엄마라고 불러야 되는건가요?"심윤은 얼굴에 우아하면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제가 박시준 씨랑 약혼을 하고 나면 제가 박시준의 약혼녀 아니겠어요, 약혼녀랑 부인이 뭐 다를 거 있나요?""축하합니다! 그런데요..." 박우진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삼촌이 선생님 뱃속의 아이를 의심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나중에라도 삼촌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을지는 그 아이에 달려있잖아요."심윤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 아이 난 절대 살아서 태어나게 안할 거예요."박우진은 깜짝 놀랐다."아이가 태어나면 박시준 씨가 분명히 친자 확인을 할 거예요." 심윤의 목소리는 여느때보다 차가웠다. "그때 가서 자기 아이가 아닌 것을 알게 되면 무조건 저랑은 헤어지자고 할 거고 우진 씨도 끝이에요."박우진은 입술까지 떨렸다. "그래서 물어 보는 거잖아요, 혹시라도 친자 확인 감정 결과를 조작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요.""그런 방법이 어디 있어요? 박시준씨가 저보고 직접 건드리라고 하겠어요? 지금도 몰래 시은 씨를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전문가를 찾고 있거든요... 만약에 시준 씨가 시은 씨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으면 그 자리로 저를 쫓아낼 수도 있어요."박우진은 심윤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 심 선생님, 역시 훌륭하십니다, 두 번의 수술이 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되다니. 그러니까 저희 삼촌이 마음을 바꿔 선생님과 약혼까지 하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근데 저라면 약혼이 뭡니까, 당장 결혼식을 올렸을 겁니다."
"가사도우미 아줌마랑 경호원이 있잖아, 우리 같이 술자리 가진지도 꽤 오래됐어." 성빈은 살짝 박시준 가까이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아연이 오늘 출국했어."박시준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갑자기 술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성빈은 미리 옥상 레스토랑을 예약을 해 놨다.두 사람은 손에 술 한 병씩 들고 옥상 난간 옆에 나란히 서서 드넓은 밤하늘과 별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술잔을 기울였다.초봄의 저녁은 조금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두 사람은 이 쌀쌀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한 병을 다 마신 후 성빈이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너 혹시 심윤이가 시은이 수술을 해 줬다고 고마운 마음에 걔랑 약혼을 하기로 한 거야?""우리 엄마도, 진아연도 하나같이 심윤이랑 잘 살래. 시은이 이유도 있긴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야." 박시준은 고개를 살짝 들고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서 보이는 그의 목라인은 무지 섹시하면서 멋있었다. "진아연이 하루 빨리 나랑 관계를 깨긋이 정리하고 싶어하거든, 그래서 그렇게 해 주려고."이제 박시준이 심윤이랑 약혼까지 할 생각이니 진아연도 만족스러워 할것이다."그런 표정 안하면 안 돼? 그냥 약혼이잖아, 결혼도 아니고. 그리고 결혼을 한다고 해도 언제든지 이혼 할 수 있잖아." 성빈은 박시준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자, 좀더 마시자."...일주일 후.스타팰리스 유치원.시은이가 갑자기 한이와 라엘의 교실 문앞에 나타났다.이번에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없었다.예전에는 볼 때마다 그녀의 얼굴엔 다정한 미소를 보였었다.한이와 라엘은 교실에서 나왔다."한이야, 라엘아, 나 너희들한테 마지막 인사 하러 왔어..." 시은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 고였다."왠 마지막 인사? 혹시 그 쓰레기 아빠가... 아니 박시준 그 나쁜 사람이 이제 다시 우리 찾아오지 말래?" 라엘은 하마터면 사실을 말해 버릴 뻔했다.시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눈
스타팰리스 별장.침실.아침 6시에 집에 들어온 진아연은 시차 때문에 피곤한지 바로 방에 들어가 잤다.라엘은 조급히 엄마 옆에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고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일어나봐요! 할 말이 있어요, 아주 중요한 말이에요! 어서 일어나봐요!"깊은 잠에 빠진 진아연은 어렴풋하게 딸의 목소리가 들려와 애써 눈을 떠 봤다."엄마, 시은이가 곧 죽는데요! 시은이 좀 살려 주세요!" 엄마가 눈을 뜬 것을 본 라엘은 바로 울음을 터뜨리면 말했다.딸의 말에 진아연도 바로 정신이 들었다.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자 라엘의 옆에 서 있는 시은이가 보였다.마음 같아서는 당연히 거절하고 싶었지만 입을 여는 순간 또 마음이 바뀌었다. "시은 씨, 왜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말해 줄 수 있어요?"이때 홍 아줌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시은 아가씨가 이번에 수술을 하고 나서는 계속 정신 상태가 좋지 않아요. 늘 졸리다고 하고 자고 나도 정신이 없고 그래요, 그것도 매일 그런 상태예요.""병원에서 관련 검사를 해 봤나요?" 진아연이 물었다.홍 아줌마는 고개를 저었다. "심 선생님이 이건 수술 후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했어요, 그냥 휴식을 많이 취하면 괜찮을 거라고요."진아연: "하지만 아줌마도 그렇고 시은이 본인도 이게 정상이 아니라고 느끼는 거죠?"홍 아줌마는 머뭇거렸다. "제가 뭘 알겠어요, 그저 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따를 뿐이죠. 그런데 시은 아가씨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병원에 가서 검사부터 받아 보세요!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병원이라고 못 가나요?"홍 아줌마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결정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건 좀 그래요, 심 선생님이 뭐라 할까 걱정도 되고요.""그렇다고 지금 시은을 저한테 데리고 오면 어떡해요, 심윤 씨가 알면 더 안 좋아할텐데요."홍 아줌마: "제가 데리고 온 게 아니라, 시은 아가씨가 여기에 오자해서 왔어요. 진 아가씨, 죄송하지만 시은 씨 데리고 병원에 가서 한번
이제 일주일 뒤면 박시준과 심윤은 약혼을 한다.박시준의 전처로서 진아연은 박시준과 이제는 어떠한 관련도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오후 3시.시은의 검사는 드디어 끝났다. 홍 아줌마는 시은이를 데리고 집으로 귀가를 했다.진아연도 운전하여 회사로 향했다.그가 출국한 지난 한 주 동안, 진명그룹은 모든 반품 제품에 대한 보상을 모두 마쳤다.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설날 전후로 예약되었던 모든 주문은 취소 처리를 했다.따라서 진명그룹이 이번에 본 손해 금액은 보상금 전체를 넘어, 손해가 어마어마했다.한 기업에 있어서 이건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자본이 넉넉치 않은 회사였으면 아마 얼마 버티지 못하고 파산이 되었을 것이다.지금 회사 내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걱정에 빠져 있었다. 회사가 이런 처지니 일자리를 언제 잃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회사에 도착한 진아연은 경영진들을 사무실로 불렀다."진 대표님, 이제 저희 어떻게 해야 합니까?""현재 주문이 끊긴 상태고, 생산 라인도 멈춘 상태입니다. 생산 쪽 직원들의 불만이 대단합니다.""다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꼼꼼히 체크를 잘 했다면 이렇게 큰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겁니다." 품질 부서 팀장은 자책했다.진아연은 그들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부서로 돌아가 직원들한테 전하세요. 지금 할 일이 없는 경우 집에 가서 쉬라고. 대신 급여는 그대로 다 드린다고 하세요. 이번 건은 품질 부서 책임이 큽니다. 잘못은 했죠, 하지만 이번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다시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하세요. 다음에 또 똑같은 실수를 할 경우, 그때는 알아서 그만두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업계는 우리를 웃음거리로 보고 있습니다!" 라고 부회장이 말했다.진아연은 물 한 모금 마셨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비서가 들어와 보고했다. "진 대표님, 골든 테크 조 부회장님이 지금 대표님을 만나려고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진아연은 지난
박시준은 전화를 끊고 사무실에서 나왔다.일반인은 아무나 수면제를 살 수 없다.그렇다면 수면제는 어디에서 왔을까?박시준의 저택.검정색 롤스로이스가 마당에 나타나자, 이모님은 시은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박시준은 성큼성큼 거실로 걸어 들어왔다.홍 아줌마는 바로 건강 검진서를 건네주었다."이모님이 시은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 받은 겁니까?" 그는 홍 아줌마를 쳐다보며 물었다.홍 아줌마는 감히 박시준을 쳐다보지 못했다.진아연이 박시준이 물어봐도 자기 이름은 언급하지 말라고 부탁했었다."진 아가씨가 같이 갔습니다." 그러나 박시준을 면전에 두고 홍 아줌마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시은 아가씨가 오늘 진 아가씨의 두 아이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진아연이 귀국했어요?" 박시준은 홍 아줌마의 말을 끊었다."네, 오늘 아침에 돌아왔다고 했어요. 진 아가씨가 안 간다고 했는데 제가 꼭 시은 아가씨를 데리고 병원에 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시은 아가씨가 오늘 아침부터 계속 자기가 죽을 거라고 해서 너무 걱정돼서 그랬어요.""왜 심윤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박시준의 이성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진아연 이름 석자만 들어도 이젠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홍 아줌마는 난감해하며 말했다. "제가 몇 번이나 심 선생님께 시은 아가씨의 몸상태를 말했습니다. 하지만 심 선생님은 매번 괜찮다고 수술 후 정상적인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시은 아가씨가 이렇게 계속 힘이 다 빠져있는 모습을 보는 게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네." 박시준은 체크리스트를 받아 들고 자세히 보았다. "수면제는 어떻게 된 거예요?""제 생각에는 심 선생님이 준 이 안정제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아요." 홍 아줌마는 조심스럽게 말하며 하얀색 약병을 박시준에게 건네 주었다.박시준은 약병을 받아 뚜껑을 열어 보았다.안에는 하얀 알약들이 들어 있었다.한 시간 후.심윤이 도착했다.거실의 분위기는 여느때보다 침침하고 조용했다.그는 테이블 위의 하얀색 약병을 보자마자
방에서 시은은 이모님의 도움으로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박시준은 계속 자책을 하고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시은이가 계속 어지럽고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박시준도 잘 쉬지를 못했다.시은이가 머리가 계속 어지럽고 불편한 이유가 수면제 때문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정말로 진아연이 시은을 데리고 병원에 안 갔다면 계속 수면제를 먹었을 것이다.박시준은 진아연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으나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다음날.이른 아침.이모님이 진아연 집 앞에 나타났다.진아연에게는 매우 의외였다. 그녀는 바로 이모님을 집 안으로 모셨다."아연 아가씨, 미리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해요." 이모님은 들고 온 박스 두 개를 진아연에게 건넸다. "이건 제가 직접 담근 김치예요, 아가씨가 예전에 제일 좋아했던 거예요. 생각나서 가져다 주려고 왔어요.""고마워요! 그런데 이렇게 이른 아침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진아연은 이모님께 물 한 잔을 따라 드렸다.이모님은 조금 뻘쭘했다. "그게요, 대표님께서 아가씨한테 고맙다고 전해 달래요. 어제 아가씨가 시은 아가씨를 병원에 안 데리고 갔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진아연의 얼굴에서 방금 전의 미소가 사라졌다."아연 아가씨, 시은 아가씨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잘 모를 거예요." 이모님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렸다. "심윤 선생님이 홍 아줌마한테 말할 때는 시은 아가씨에게 3일 동안만 약을 먹이라고 했다는데, 홍 아줌마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홍 아줌마가 어제 밤새 저를 붙잡고 울면서 하소연했어요... 사실 전 심윤 선생님보다 홍 아줌마 말을 더 믿고 있어요. 어쨋든 시은 아가씨를 돌본 것도 벌써 20년이 넘는데 아가씨를 해칠 일은 절대 하지 않았을 거예요."진아연은 이모님의 말에서 포인트를 꼭 집어냈다. "홍 아줌마가 시은 씨를 20년을 돌봐 줬어요? 그럼 시은 씨가 20년 전부터 박 씨네에 있었던 거네요?"이모님: "아마도 그렇겠죠! 홍 아줌마가 늘 저한테 시은 아가씨는 불쌍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