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진아연과 부회장은 회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아연아, 빨리 금고를 열어야 해. 하준기 쪽에서 계속 우리에게 회답을 재촉하고 있어. 그에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감히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손에 쥐고 카드가 없으니 원!"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젯밤에 아버지께서 비밀번호로 사용할 만한 숫자 몇 개를 적어 봤어요. 문제는 비밀번호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예요."부회장은 그녀에게서 메모지를 받아 적힌 숫자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디 한번 입력해 보자꾸나."두 사람은 비밀통로로 들어가 금고 앞에서 숫자를 조합해 하나씩 시도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일은 생각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수없이 실패를 거듭하자, 아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왕은지는 알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 집 도어록 비밀번호가 아버지와 왕은지의 생일을 조합한 거예요. 아버지가 아프시기 전에 왕은지에게 엄청 잘해주셨죠."부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왕은지가 우리 새 시스템의 가치를 알았다면 이미 챙기고 떠났겠지."아연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금고 안에 있는 물건 말인데요. 혹시 이미 누군가가 가져간 건 아니겠죠?"그 말을 들은 부회장의 표정은 순식간에 크게 바뀌었다. "절대 그럴 리 없어! 여기에는 전용 CCTV가 있어. 매일 지켜봤는데 우리 말고는 아무도 온 적 없어.""그래요? 비밀번호 없이 이 금고를 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메모지에 적은 이 숫자들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데."부회장은 생각에 잠긴 듯 방안을 왔다 갔다 하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완전히 열 수 없는 건 아니야. 비밀번호가 없다면, 금고를 부술 수밖에 없지. 다만 금고를 부수면 안에 들어있는 것도 파괴될 수 있어. 리스크가 꽤 크지."진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부회장이 다시 말했다. "좀 더 생각해 보자! 정말로 열 수 없을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금고를 부수도록 하자."진아연은 무언가를 생각하며 답했다. "네.""아연아, 너
부회장은 왕은지에게 사진을 보낸 후 오늘은 비밀통로에 계속 남아있기로 했다. 왕은지가 의외의 선물을 가져다 줄지 모르니까.만약 왕은지가 올바른 비밀번호를 제공한다면 아연을 바로 아웃시킬 예정이었다.그녀가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도록.약 30분 후 왕은지가 전화를 걸어왔다. "당신들이 시도했던 비밀번호 외에 나도 더 그럴듯한 숫자 조합이 생각나지 않아요. 하지만 적힌 걸 보니 장희원의 생일은 주민등록증에 있는 생일이더군요. 장희원의 진짜 생일은 주민등록증과 달라요. 진짜 생일 날짜로 바꿔서 하나씩 시도해 보세요.""알겠습니다!"두 시간 뒤...딸깍 소리와 함께 금고 문이 열렸다.왕은지의 추측이 맞았다. 장희원의 생일은 주민등록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일을 사용했어야 했다.진준이 설정한 비밀번호의 앞 세 자리는 장희원의 생일이고 마지막 세 자리는 아연의 생일이었다.정확한 비밀번호는 이 비밀통로에 있는 유일한 가족사진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그것은 진준이 그들 모녀를 생각하던 마음과 보상이었던 것이다.부회장과 왕은지는 그동안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금고가 열리는 것을 본 왕은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진준. 이 나쁜 자식! 나랑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었는데! 금고 비밀번호는 장희원과 진아연의 생일로 설정해?! 젠장, 그이가 죽지만 않았다면 기필코 한바탕 싸웠을 거예요!"금고를 연 부회장은 흥분하여 손이 떨렸고 눈에서는 빛이 났다.왕은지의 불평 따위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금고는 두 겹으로 이루어져있었다.밖은 암호식 자물쇠였고,안은 열쇠 혹은 얼굴인식을 통해 열수 있도록 되어있었다.열쇠는 비밀통로에 있었고 부회장과 다른 두 기술자는 그 위치를 알고 있었다.부회장은 열쇠를 꺼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하지만...크나큰 금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그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다."씨X! 이게 뭐야?!" 부회장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으로 금고를 내리쳤고, 몰려오는 고통에
별장.아연이 거실로 들어오자 이모님은 바로 그녀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했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셨어요."이모님이 탁자 위의 흰색 선물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색드레스가 나타났다."그 사람이 준 거 맞아요?" 드레스를 보며 아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네. 저녁에 디너 파티가 있는데 같이 참석하셔야 할 거예요. 신발도 있어요!" 이모님이 또 다른 상자를 들고 와서 열었다. 그 속에는 예쁜 구두가 들어 있었다.집어든 한쪽 신발의 킬힐을 보며 아연은 근심이 앞서기 시작했다."왜 절 데려가려는 거죠? 그쪽 사람들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체면이 깎일 걱정은 안 되나 보죠?"이모님이 답했다. "회장님께서 사모님을 데려가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실 거예요. 사모님, 지나간 일은 이제 그만 생각하세요. 앞으로 회장님과 잘 지내시면 되잖아요."아연은 고개를 들어 이모남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이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고 생각하시나요? 날 데리고 참석하려는 진짜 목적이 뭔지는 아직 몰라요!""사모님, 전에 임신한 게 정말 박우진 씨의 아이예요? 전 사모님께서 그러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아연은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에요. 더는 얘기하지 마세요."그녀는 상자에서 드레스를 꺼냈다."입어 볼게요.""네, 그래요."그날 저녁.프란힐스.흰색드레스를 입은 진아연이 1층 연회장에 나타났다.거대한 수정 샹들리에 아래에 선 그녀는 요정처럼 눈부셨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저 여자는 누구지?" 엄청 미인이네요.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요?""진아연인 거 같아요. 그 파산 직전에 놓인 진명그룹의 장녀, 진아연!""아! 기억나요! 여기는 왜 왔죠? 누가 여기에 초대했지? 근데 저 드레스는 샤넬의 최신 오뜨꾸뛰르인 거 같은데. 그룹이 파산하게 생겼다면서 돈은 어디서 난 걸까요?"여자들은 진아연을 보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아연이 연회장을 둘러보았지만 박시준은 보이지
아연은 맞장구쳤다. "네, 돈 엄청 많아요. 다만 늙고 못생겼고, 몸도 좋지 않아요."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뭐라고???"늙고 못생기고 몸도 허약한 부자라... 누구일까?"진 아가씨, 2층으로 모시겠습니다." 웨이터가 다가와 그녀에게 알렸다.진아연은 고개를 들었다.건물 안은 모두 아트리움 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다.아연이 있는 1층에서 2층 난간을 볼 수 있었다.박시준의 경호원이 난간 안쪽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아연은 웨이터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방금까지 아연을 조롱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오늘 디너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상류층이었다.다만 상류층 안에도 계급이 나누어진다.예를 들자면 오늘 밤 일반 부자들은 1층 연회장에 머물 수 있으며.사회에 영향력이 거대한 사람들만 2층으로 갈 수 있었다."진아연이 2층에 올라가다니. 스폰서가 대체 누구인 거죠?!""저도 몰라요! 우리는 2층으로 갈 수 없잖아요. 진아연 저 여자 능력 하나는 좋네요! 아무리 스폰서가 늙고 못생겼다 해도, 이건 대박인데!""제가 알기론, 오늘 참석한 분들 중에 연세 있으신 분은 없는데요!""그럼 방금 진아연이 지금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건가요?"모두 일제히 2층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2층.여기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큰 원탁에는 10명 남짓 앉아 있었는데 다 남자였다.진아연은 박시준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테이블은 진수성찬으로 가득했다.진아연은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식사하자고 절 여기까지 부른건 아니죠?"박시준은 찌푸린 표정의 그녀를 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우진이도 올 거야. 나 출장 갔을 때 둘이 몰래 만나지 않았어? 정정당당하게 만나라고 여기로 데려온 거야."아연은 그가 이런 이유로 자신을 부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그녀가 박우진과 여전히 매일 함께하고 싶어 할 거라 생각한 것 같았다.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저녁을 먹지 않았던 탓에 아연은 너무 배고파 그와
"네. 계속 거실에 있었는데 사모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박시준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인가?논문을 쓰러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사모님한테 연락해 볼게요." 이모님은 빠른 걸음으로 거실을 나갔다.한편.진아연은 프란힐스에서 나올 때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차에 끌려간 후 누군가가 그녀에게 안대를 씌우고 두 손을 묶었다.이후 차는 1시간 가량 달리다가 멈췄다.그녀는 방으로 끌려갔고 의자에 앉혀졌다.안대가 풀리면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 아가씨, 죄송합니다. 저는 청부를 받아 당신을 여기로 데려왔습니다. 협조만 하시면 당신을 해치지 않겠습니다."아연은 새하얀 방을 둘러보았고, 시선은 눈앞의 낯선 남자의 얼굴에 멈췄다.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하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나를 해치지 않는다면 저도 최대한 협조할게요. 단 불법적인 일은 안 할 거니까, 강요해도 소용없어요." 진아연은 그와 협상하기 시작했다.낯선 남자는 껄껄 웃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 같이 힘없고 작은 체구로 무슨 불법적인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그는 진아연의 묶인 손을 풀고 거짓말 탐지기를 그녀의 몸에 연결했다."거짓말 탐지기입니다.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단 진실만을 말해야 합니다. 거짓은 바로 들통나니까요. 거짓말을 하는 순간, 당신은 오늘 밤 이곳을 무사히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알겠습니까?"아연은 거짓말 탐지기를 보고는 잠시 침묵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거짓말은 안 해요.""좋아요 눈치가 빠르군요!" 남자는 그녀의 태도에 매우 만족했고 심문을 시작하였다. "이름이 무엇입니까?""진아연.""당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려줬습니까?""아니요." 진아연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녀가 대답한 후, 남자는 모니터 화면을 보았다.그녀의 여러 수치들은 모두 정상 범위 내에 있었고, 거짓이 아님을 나타냈다.
박우진, 미안하게 됐어!하지만 누군가는 이 ‘죄’를 뒤집어써야 했다.부회장이 금고의 내용물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으니 말이다.그녀가 부회장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으면 자신이 공격을 받을 게 뻔했다.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남자는 핸드백을 열어 휴대폰을 꺼냈다.발신자는 "박씨 유선전화"라고 되어있었다."정말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군요! 박시준 쪽 사람이니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가세요!" 박 씨 가문은 건드릴 수 없다는 걸 남자는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의뢰인이 청부한 일도 이미 완료했으니 말이다.아연은 풀려난 뒤, 바로 이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사모님, 방금 전에는 왜 끊으셨어요? 아직 안 들어오셨길래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거세요?" 이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아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외딴곳이라 가로등은 매우 어두웠고, 길 양쪽은 마치 쩍 벌린 야수의 입처럼 어두컴컴한 숲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소름이 끼쳤다."이모님, 혹시 기사님 지금 쉬고 계시나요? 저 지금 밖에 있는데... 택시가 안 잡혀서요." 드레스만 입고 있는 아연이었는지라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추워서 이가 막 떨렸다."방금 전에 회장님을 모시고 들어오셨어요. 어디에 계신지 알려주세요. 사모님 모시러 가라고 할게요.""알겠어요."아연은 자신의 위치를 이모님 휴대폰으로 발송했다.위치를 확인한 이모님은 바로 기사님에게 전달했다.기사가 아연을 데리러 출발한 뒤, 이모님은 박시준에게 가서 말했다. "사모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 지금 교외에 있더라고요. 이 시간에 혼자 교외에 가셨다는 게 아무래도 수상해요."시준은 이모님 휴대폰을 받아 아연의 위치를 확인했다.그곳은 매우 외딴곳이라 낮에도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박시준은 바로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몇 명 데리고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약 3시간 후, 진아연이 집으로 돌아왔다.기사는 차를 정원에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이모님은 의아
"제 말은 당신이 돈을 많이 벌어야 나한테 비싼 드레스와 구두를 선물할 수 있지 않겠어요?" 슬리퍼를 갈아 신은 뒤, 아연은 시준의 앞으로 가서 한마디 더 했다. "이렇게 비싼 옷과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었거든요."시준이 답했다. "그것참 안 됐네."얇은 입술로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아연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사실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그녀는 그가 돈을 물 쓰듯 낭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오뜨꾸뛰르 드레스를 벗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켰다.따뜻한 물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모호해졌다.다음날.아연은 아침 일찍 진명그룹에 왔다.오전 10시, 회의실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아연입니다. 오늘 이 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제가 어젯밤에 납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진아연은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씩 훑어봤다."정말요?! 아연 씨, 괜찮으세요?!" 누군가는 놀라며 말했다."네, 저는 괜찮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신 건 여러분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아연은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말했다. "지금 회사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이 우리 회사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그저 저렴한 가격으로 회사를 인수할 생각만 하고 있죠. 회사의 부채액 역시 꽤 많아, 인수 가격으로는 부채만 겨우 갚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사실 이제는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슈퍼 브레인 시스템을 이제 세상에 공개할 때가 되었습니다! 시스템을 발표하고 기자 회견을 열어 투자자들에게 새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분명히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겁니다!"누군가는 자신의 의견을 제안했다.다른 사람들도 몇몇 맞장구를 쳤다."우선 아버지께서 회사 매각을 원하지 않으셨다는 건 아마 여러분들도 다 아실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은 아직 미완성 상태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만큼 가치가 있지는 않을 겁니
진아연은 말했다. "응. 자율 주행 시스템을 현실화한다는 게 너무 꿈같은 얘기인 거 같아. 아무리 첨단 컴퓨터 시스템이라 해도 과연 인간의 두뇌를 능가할 수 있을까? 나 자신도 이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이 안서는데 투자자는 더 말할 것도 없지.""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마. 실용성이 아니라 창의성을 위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부자들도 많아. 오늘 밤 파티가 있는데 재벌 2세들도 많이 나온데. 나랑 같이 갈래? 누가 알아? 너한테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있을지?" "됐어! 재벌 2세가 무슨 소용이야? 재벌 1세면 몰라도.""재벌 1세도 있다던데.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여소정은 사실대로 말했다. "나도 가기 싫은데 아빠가 억지로 가라고 시켜서 그래. 소개팅 약속하셨데. 불쌍한 중생 구해준다고 생각하고 한 번 만 같이 가줘. 부탁이야. 제에발~"진아연은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 알았어."저녁 7시.여소정은 진아연을 데리고 A시의 한 오래된 5성급 호텔로 들어갔다."아연아, 들어가면 흩어져서 움직이자. 그래야 네가 투자 받아내기도 더 쉬워질 거야."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소개팅한다는 거 잊지 않았거든? 방해꾼은 되고 싶진 않아.""하하, 휴대폰 계속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고.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으면 문자할게.""OK." 두 사람은 호텔에 들어가 따로 연회장에 입장했다.아연은 음료 코너로 가서 주스를 받아 구석 쪽 자리를 찾아 앉았다.그녀는 소정의 소개팅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지켜볼 계획이었다.여소정의 집안은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상장회사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꽤 이름있고, 부유한 집안이었다.그런 그녀의 집에서 그녀를 위해 알선한 소개팅이라면 그쪽도 비슷한 집안일 것이다.이제 남은 건 외모, 나이, 성격이었다.얼마 후, 어디서 본 듯한 잘생긴 얼굴이 아연의 눈에 들어왔다.소정의 소개팅 상대가 왜 조금 낯익은 느낌이 드는 걸까?!저 남자, 하준기 같은데?!전에 하준기가 진명그룹에 왔을 때 아연은 그와 만난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