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 미안하게 됐어!하지만 누군가는 이 ‘죄’를 뒤집어써야 했다.부회장이 금고의 내용물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으니 말이다.그녀가 부회장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으면 자신이 공격을 받을 게 뻔했다.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남자는 핸드백을 열어 휴대폰을 꺼냈다.발신자는 "박씨 유선전화"라고 되어있었다."정말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군요! 박시준 쪽 사람이니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가세요!" 박 씨 가문은 건드릴 수 없다는 걸 남자는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의뢰인이 청부한 일도 이미 완료했으니 말이다.아연은 풀려난 뒤, 바로 이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사모님, 방금 전에는 왜 끊으셨어요? 아직 안 들어오셨길래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거세요?" 이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아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외딴곳이라 가로등은 매우 어두웠고, 길 양쪽은 마치 쩍 벌린 야수의 입처럼 어두컴컴한 숲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소름이 끼쳤다."이모님, 혹시 기사님 지금 쉬고 계시나요? 저 지금 밖에 있는데... 택시가 안 잡혀서요." 드레스만 입고 있는 아연이었는지라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추워서 이가 막 떨렸다."방금 전에 회장님을 모시고 들어오셨어요. 어디에 계신지 알려주세요. 사모님 모시러 가라고 할게요.""알겠어요."아연은 자신의 위치를 이모님 휴대폰으로 발송했다.위치를 확인한 이모님은 바로 기사님에게 전달했다.기사가 아연을 데리러 출발한 뒤, 이모님은 박시준에게 가서 말했다. "사모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 지금 교외에 있더라고요. 이 시간에 혼자 교외에 가셨다는 게 아무래도 수상해요."시준은 이모님 휴대폰을 받아 아연의 위치를 확인했다.그곳은 매우 외딴곳이라 낮에도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박시준은 바로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몇 명 데리고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약 3시간 후, 진아연이 집으로 돌아왔다.기사는 차를 정원에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이모님은 의아
"제 말은 당신이 돈을 많이 벌어야 나한테 비싼 드레스와 구두를 선물할 수 있지 않겠어요?" 슬리퍼를 갈아 신은 뒤, 아연은 시준의 앞으로 가서 한마디 더 했다. "이렇게 비싼 옷과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었거든요."시준이 답했다. "그것참 안 됐네."얇은 입술로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아연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사실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그녀는 그가 돈을 물 쓰듯 낭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오뜨꾸뛰르 드레스를 벗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켰다.따뜻한 물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모호해졌다.다음날.아연은 아침 일찍 진명그룹에 왔다.오전 10시, 회의실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아연입니다. 오늘 이 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제가 어젯밤에 납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진아연은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씩 훑어봤다."정말요?! 아연 씨, 괜찮으세요?!" 누군가는 놀라며 말했다."네, 저는 괜찮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신 건 여러분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아연은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말했다. "지금 회사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이 우리 회사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그저 저렴한 가격으로 회사를 인수할 생각만 하고 있죠. 회사의 부채액 역시 꽤 많아, 인수 가격으로는 부채만 겨우 갚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사실 이제는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슈퍼 브레인 시스템을 이제 세상에 공개할 때가 되었습니다! 시스템을 발표하고 기자 회견을 열어 투자자들에게 새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분명히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겁니다!"누군가는 자신의 의견을 제안했다.다른 사람들도 몇몇 맞장구를 쳤다."우선 아버지께서 회사 매각을 원하지 않으셨다는 건 아마 여러분들도 다 아실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은 아직 미완성 상태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만큼 가치가 있지는 않을 겁니
진아연은 말했다. "응. 자율 주행 시스템을 현실화한다는 게 너무 꿈같은 얘기인 거 같아. 아무리 첨단 컴퓨터 시스템이라 해도 과연 인간의 두뇌를 능가할 수 있을까? 나 자신도 이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이 안서는데 투자자는 더 말할 것도 없지.""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마. 실용성이 아니라 창의성을 위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부자들도 많아. 오늘 밤 파티가 있는데 재벌 2세들도 많이 나온데. 나랑 같이 갈래? 누가 알아? 너한테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있을지?" "됐어! 재벌 2세가 무슨 소용이야? 재벌 1세면 몰라도.""재벌 1세도 있다던데.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여소정은 사실대로 말했다. "나도 가기 싫은데 아빠가 억지로 가라고 시켜서 그래. 소개팅 약속하셨데. 불쌍한 중생 구해준다고 생각하고 한 번 만 같이 가줘. 부탁이야. 제에발~"진아연은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 알았어."저녁 7시.여소정은 진아연을 데리고 A시의 한 오래된 5성급 호텔로 들어갔다."아연아, 들어가면 흩어져서 움직이자. 그래야 네가 투자 받아내기도 더 쉬워질 거야."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소개팅한다는 거 잊지 않았거든? 방해꾼은 되고 싶진 않아.""하하, 휴대폰 계속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고.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으면 문자할게.""OK." 두 사람은 호텔에 들어가 따로 연회장에 입장했다.아연은 음료 코너로 가서 주스를 받아 구석 쪽 자리를 찾아 앉았다.그녀는 소정의 소개팅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지켜볼 계획이었다.여소정의 집안은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상장회사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꽤 이름있고, 부유한 집안이었다.그런 그녀의 집에서 그녀를 위해 알선한 소개팅이라면 그쪽도 비슷한 집안일 것이다.이제 남은 건 외모, 나이, 성격이었다.얼마 후, 어디서 본 듯한 잘생긴 얼굴이 아연의 눈에 들어왔다.소정의 소개팅 상대가 왜 조금 낯익은 느낌이 드는 걸까?!저 남자, 하준기 같은데?!전에 하준기가 진명그룹에 왔을 때 아연은 그와 만난
10분 뒤, 진아연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전화를 받은 후 여소정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서둘러 출구로 향했다.황급히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하준기는 미소를 지었다.진아연 간이 부었나?감히 박시준 몰래 밖에 나와 놀다니.얌전하게 박시준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아?박시준만한 남자가 또 어디 있다고?저 여자의 머릿속엔 뭐가 들어 있는지 정말 모겠다니까.여소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장을 보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해?"초비상 사태. 다음에 만나면 얘기하자!"아연에게 전화를 한 건 박시준의 경호원이었다.그는 그녀에게 호텔 정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거역할 경우 그녀의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아연은 시준의 경호원에게 트라우마가 있다.그의 경호원들은 매우 무자비했기 때문이다.그것은 박시준이 준 권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두려워했다.그녀가 호텔에서 나와 기다린 지 15분도 되지 않아 검은색 벤틀리가 그녀 앞에 멈췄다.차 창문이 내려지면서 어두운 얼굴의 경호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진아연은 곧바로 뒷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부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달리기 시작했다."진 아가씨, 회장님께서 몇 달 동안 키운 야생 짐승도 고마움에 충성을 다 했을 겁니다. 양심에 찔리지도 않습니까?" 경호원이 놀리며 말했다."지금 내가 짐승보다도 못하다는 말인가요?" 아연은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네. 당신은 짐승보다도 못합니다. 그동안 회장님 댁에서 공짜로 먹고 자고 하면서 회장님을 화나게 하는 것 말고는 한 게 뭐가 있습니까?" 경호원의 어조는 혐오로 가득 차 있었다."내가 그 집에서 공짜로 먹고 자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요? 내가 그렇게 싫으면, 그 사람에게 이혼하라고 설득하지 그래요?" 아연이 경호원에게 되물었다."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회장님께선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지르셨기에 당신같이 멍청한 여자를 좋아하게 된 건지!""당신이야말로 바보 같은데요. 어딜 봐서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것 같나요? 시간 나면
아마도 박시준이 지금까지 좋아했던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다른 사람에게 약간이라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면 주변 사람들은 시준이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은 상대방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것이었다.박시준의 저택에 도착하자 경호원은 먼저 시준에게 다가갔다.아마도 그가 화를 낼까 두려워서 경호원은 그에게 해명했다. "사모님이 방금 차에서 제게 얘기했습니다. 어젯밤에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 탐지기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라구요."진아연은 현관에서 천천히 신발을 갈아신으며, 대놓고 엿들었다."그리고 매번 일부러 회장님을 화내시게 한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경호원은 계속 해명했다."걔는 입이 없대? 직접 말 못해?"경호원은 즉시 물러났고, 나가면서 아연에게 사나운 눈빛으로 경고를 보냈다.마치 박시준을 잘 달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아연은 한 걸음씩 시준을 향해 걸어갔다.시준의 맞은편 소파로 걸어가 앉은 뒤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려고 했다."싱글 파티에 갔다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네? 싱글 파티였어요? 저는 몰랐어요. 거기에 부자들이 많이 있다는 말을 듣고 투자자를 찾으러 간 건데요."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 그래서 투자는 받아냈어?""아니요. 들어간 지 10분도 안 돼 당신 경호원 전화를 받고 나왔죠.""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아연은 배가 조금 고파와서 과일 접시에서 사과를 집어 들고 한 입 깨물었다. "당신을 탓한다면 내게 돈이라도 줄 건가요?""꿈 깨.""흥! 그러니 당신 때문에 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왜 부회장과 개발팀 핵심 멤버를 해고해서 기분이 좋은가 보네?" 시준의 목소리가 여유롭게 들려왔다.아연은 사과를 깨물던 동작을 멈추고 예쁜눈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박시준 씨, 당신 나 좋아해요?"그렇지 않고서야 한 사람의 일을 이렇게 사사건건 조사할 필요가 있을까?질문을
진아연은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 여자가 살아있다면 자신은 지금 제삼자인가?만약 그 여자가 죽었다면 자신은 지금 그 여자의 대체품일 뿐인가?전자든 후자든 마음이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아연이 넋을 잃고 있는 동안 박시준 역시 다른 생각에 잠겼다."진아연, 박우진의 어디가 좋은지 말해봐!" 그는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담배 케이스를 꺼냈다."난 더 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아요." 아연의 목소리는 조금 우울했다.방금 전의 대화가 없었다면, 그녀는 계속하여 박우진 얘기로 그를 화나게 했을 것이다.비록 아주 유치한 행동이지만.하지만 박시준은 매번 작은 일로 그녀에게 성질을 부렸다.그녀는 무언가로 반격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루저인 걸 알고 나니 싫어진 거야?" 그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꼈으나 불은 붙이지 않았다."당신 눈에는 돈밖에 안 보이죠?" 아연이 그에게 되물었다."박우진이 나 좋다고 쫓아다닐 때 매일 제게 시를 써줬어요. 주말마다 저를 데리고 미술 전시회와 음악회를 보러 갔고요. 우리가 나눈 얘기도 전부 다 아름다운 것들에 관한 거였어요…""아름다운 것들? 터무니없는 것들이겠지! 대가리에 든 게 여자밖에 없으니 사업이 그렇게 망하는 거야." 시준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런 아름다움은 어리석고 부질없어!""박시준씨, 당신은 그럼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성숙하고 성공했나요? 난 열다섯 살 때는 잘생긴 남자애를 좋아했고, 열여섯 살 때는 성적 좋은 남자애를 좋아했어요. 열일곱 살 때는 농구 잘하는 남자애가 좋았고, 열여덟 살 때는 재능 있는 남자애가 좋았죠…""난 박우진을 좋아했었어요. 지금 그를 얼마나 싫어하든 전에 있었던 일들이 모두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어요.""닥쳐!" 박시준의 손가락 사이에 있던 담배는 두 동강이 나 있었고 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맴돌았다. "네 방으로 들어가!"진아연은 빨간 입술을 오므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방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너무 배고파서였다.그녀는 다이닝룸으로
미술 전시회? 음악회?무슨 일이지??"20대 초반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로 골라봐."조지운은 바로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티켓을 예약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다음 날 오전.ST그룹.박시준은 오늘 개인 일정으로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성빈과 조지운은 회사에서 편하게 박시준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다."진아연이랑 갈 거라고 말한 거랑 다를 게 없잖아요." 지운이 웃으며 얘기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갑자기 진도가 확 나가는데. 얼마 전까지도 이혼할 거 같았잖아요!"성빈은 바로 분석했다. "또 잤나 보지. 시준이가 마음은 돌덩이 같아도, 일단 진아연에게 빠지게 된거면 마음속으론 죽도록 미워할지 몰라도 몸이 쉽게 컨트롤되지 않지."조지운 "강 부장님이 알게 되면 펄쩍 뛰겠는데요.""강진한테 말하지 마. 안 그래도 요즘 밤마다 술에 떡이 되어 있는데. 그러면 시준이가 자기를 불쌍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하나봐…" 성빈은 감탄했다. "그녀가 진아연에게 질 줄은 몰랐어.""인연이란 참 이상해요. 게다가 회장님께서는 오늘 하루 일정을 모두 뒤로 미루셨어요. 무슨 대단한 개인적인 일이 있으신지.""시준의 개인적인 일은 묻지 않는 게 좋아."지운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제가 어찌 감히."A대.의과 대학.오늘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신경내과 전문가인 노경민의 강연이 있는 날이다.진아연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 일찍 학교 강당에 왔다.일찍 오느라 왔지만 남은 건 뒤쪽 자리밖에 없었다.강연은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11시 반에 끝났다.강연이 끝나자 아연은 재빨리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노경민 교수님을 매우 존경했다.이번에 드디어 노경민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는데, 그녀는 교수님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교수님의 일행을 따라 행정부 빌딩까지 갔다.그녀가 행정부 건물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주차돼있는 검은색 벤틀리를 발견했다.이런 고급 자동차는 언제 봐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호원이 진아연을 밖으로 끌어내면서 조금 시끄러워졌다.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쪽을 향했다.진아연의 가녀린 모습을 본 박시준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진아연, 여긴 무슨 일이야?"아연은 바로 경호원의 팔을 떨쳐내고 옷을 정리한 뒤 총장실 안으로 들어갔다."노 교수님을 찾아뵈러 왔어요." 그녀는 박시준 앞으로 걸어가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도 노 교수님을 찾아온 거예요?"노경민 교수는 두 사람을 훑어본 뒤 안경을 올리며 물었다. "두 사람 아는 사이인가?" 진아연이 익숙한 사이는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박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교수님, 제 일은 꼭 비밀로 해주십시오.""걱정 말게. 의학 배우려면 먼저 덕을 닦아야 하는 법이니까.""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노경민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박시준은 긴 다리를 뻗어 진아연 곁을 지나치면서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약간 혼란스러웠다.그는 왜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을까?게다가 방금 그가 노경민 교수에게 한 말은 뭐지? 무슨 비밀을 숨겼는데?"학생, 나 찾아 온 건가?" 노경민 교수의 말이 아연을 사색에서 끌어냈다. "10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무슨 질문이라도 있는가?"아연은 바로 준비했던 문서를 꺼냈다. "노 교수님, 안녕하세요.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저는 A대 의과 대학 4학년 진아연입니다. 이건 제가 노 교수님의 임상 사례를 기반으로 작성한 논문인데, 전부 다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라서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추측한 부분이 많은데, 틀린 부분이 있으면 노 교수님께 실례가 될 거 같아 한 번 봐주셨으면 합니다."노 교수는 그녀가 건네는 논문을 받았다.......박시준은 차에 탄 후 깊은 눈으로 행정부 빌딩 바라보았다.진아연이 의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그는 그녀가 예술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의 정보가 잘못된 건가?그는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운아, 전에 네가 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