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박시준이 지금까지 좋아했던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다른 사람에게 약간이라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면 주변 사람들은 시준이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은 상대방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것이었다.박시준의 저택에 도착하자 경호원은 먼저 시준에게 다가갔다.아마도 그가 화를 낼까 두려워서 경호원은 그에게 해명했다. "사모님이 방금 차에서 제게 얘기했습니다. 어젯밤에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 탐지기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라구요."진아연은 현관에서 천천히 신발을 갈아신으며, 대놓고 엿들었다."그리고 매번 일부러 회장님을 화내시게 한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경호원은 계속 해명했다."걔는 입이 없대? 직접 말 못해?"경호원은 즉시 물러났고, 나가면서 아연에게 사나운 눈빛으로 경고를 보냈다.마치 박시준을 잘 달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아연은 한 걸음씩 시준을 향해 걸어갔다.시준의 맞은편 소파로 걸어가 앉은 뒤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려고 했다."싱글 파티에 갔다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네? 싱글 파티였어요? 저는 몰랐어요. 거기에 부자들이 많이 있다는 말을 듣고 투자자를 찾으러 간 건데요."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 그래서 투자는 받아냈어?""아니요. 들어간 지 10분도 안 돼 당신 경호원 전화를 받고 나왔죠.""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아연은 배가 조금 고파와서 과일 접시에서 사과를 집어 들고 한 입 깨물었다. "당신을 탓한다면 내게 돈이라도 줄 건가요?""꿈 깨.""흥! 그러니 당신 때문에 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왜 부회장과 개발팀 핵심 멤버를 해고해서 기분이 좋은가 보네?" 시준의 목소리가 여유롭게 들려왔다.아연은 사과를 깨물던 동작을 멈추고 예쁜눈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박시준 씨, 당신 나 좋아해요?"그렇지 않고서야 한 사람의 일을 이렇게 사사건건 조사할 필요가 있을까?질문을
진아연은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 여자가 살아있다면 자신은 지금 제삼자인가?만약 그 여자가 죽었다면 자신은 지금 그 여자의 대체품일 뿐인가?전자든 후자든 마음이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아연이 넋을 잃고 있는 동안 박시준 역시 다른 생각에 잠겼다."진아연, 박우진의 어디가 좋은지 말해봐!" 그는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담배 케이스를 꺼냈다."난 더 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아요." 아연의 목소리는 조금 우울했다.방금 전의 대화가 없었다면, 그녀는 계속하여 박우진 얘기로 그를 화나게 했을 것이다.비록 아주 유치한 행동이지만.하지만 박시준은 매번 작은 일로 그녀에게 성질을 부렸다.그녀는 무언가로 반격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루저인 걸 알고 나니 싫어진 거야?" 그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꼈으나 불은 붙이지 않았다."당신 눈에는 돈밖에 안 보이죠?" 아연이 그에게 되물었다."박우진이 나 좋다고 쫓아다닐 때 매일 제게 시를 써줬어요. 주말마다 저를 데리고 미술 전시회와 음악회를 보러 갔고요. 우리가 나눈 얘기도 전부 다 아름다운 것들에 관한 거였어요…""아름다운 것들? 터무니없는 것들이겠지! 대가리에 든 게 여자밖에 없으니 사업이 그렇게 망하는 거야." 시준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런 아름다움은 어리석고 부질없어!""박시준씨, 당신은 그럼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성숙하고 성공했나요? 난 열다섯 살 때는 잘생긴 남자애를 좋아했고, 열여섯 살 때는 성적 좋은 남자애를 좋아했어요. 열일곱 살 때는 농구 잘하는 남자애가 좋았고, 열여덟 살 때는 재능 있는 남자애가 좋았죠…""난 박우진을 좋아했었어요. 지금 그를 얼마나 싫어하든 전에 있었던 일들이 모두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어요.""닥쳐!" 박시준의 손가락 사이에 있던 담배는 두 동강이 나 있었고 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맴돌았다. "네 방으로 들어가!"진아연은 빨간 입술을 오므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방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너무 배고파서였다.그녀는 다이닝룸으로
미술 전시회? 음악회?무슨 일이지??"20대 초반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로 골라봐."조지운은 바로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티켓을 예약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다음 날 오전.ST그룹.박시준은 오늘 개인 일정으로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성빈과 조지운은 회사에서 편하게 박시준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다."진아연이랑 갈 거라고 말한 거랑 다를 게 없잖아요." 지운이 웃으며 얘기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갑자기 진도가 확 나가는데. 얼마 전까지도 이혼할 거 같았잖아요!"성빈은 바로 분석했다. "또 잤나 보지. 시준이가 마음은 돌덩이 같아도, 일단 진아연에게 빠지게 된거면 마음속으론 죽도록 미워할지 몰라도 몸이 쉽게 컨트롤되지 않지."조지운 "강 부장님이 알게 되면 펄쩍 뛰겠는데요.""강진한테 말하지 마. 안 그래도 요즘 밤마다 술에 떡이 되어 있는데. 그러면 시준이가 자기를 불쌍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하나봐…" 성빈은 감탄했다. "그녀가 진아연에게 질 줄은 몰랐어.""인연이란 참 이상해요. 게다가 회장님께서는 오늘 하루 일정을 모두 뒤로 미루셨어요. 무슨 대단한 개인적인 일이 있으신지.""시준의 개인적인 일은 묻지 않는 게 좋아."지운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제가 어찌 감히."A대.의과 대학.오늘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신경내과 전문가인 노경민의 강연이 있는 날이다.진아연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 일찍 학교 강당에 왔다.일찍 오느라 왔지만 남은 건 뒤쪽 자리밖에 없었다.강연은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11시 반에 끝났다.강연이 끝나자 아연은 재빨리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노경민 교수님을 매우 존경했다.이번에 드디어 노경민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는데, 그녀는 교수님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교수님의 일행을 따라 행정부 빌딩까지 갔다.그녀가 행정부 건물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주차돼있는 검은색 벤틀리를 발견했다.이런 고급 자동차는 언제 봐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호원이 진아연을 밖으로 끌어내면서 조금 시끄러워졌다.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쪽을 향했다.진아연의 가녀린 모습을 본 박시준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진아연, 여긴 무슨 일이야?"아연은 바로 경호원의 팔을 떨쳐내고 옷을 정리한 뒤 총장실 안으로 들어갔다."노 교수님을 찾아뵈러 왔어요." 그녀는 박시준 앞으로 걸어가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도 노 교수님을 찾아온 거예요?"노경민 교수는 두 사람을 훑어본 뒤 안경을 올리며 물었다. "두 사람 아는 사이인가?" 진아연이 익숙한 사이는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박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교수님, 제 일은 꼭 비밀로 해주십시오.""걱정 말게. 의학 배우려면 먼저 덕을 닦아야 하는 법이니까.""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노경민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박시준은 긴 다리를 뻗어 진아연 곁을 지나치면서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약간 혼란스러웠다.그는 왜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을까?게다가 방금 그가 노경민 교수에게 한 말은 뭐지? 무슨 비밀을 숨겼는데?"학생, 나 찾아 온 건가?" 노경민 교수의 말이 아연을 사색에서 끌어냈다. "10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무슨 질문이라도 있는가?"아연은 바로 준비했던 문서를 꺼냈다. "노 교수님, 안녕하세요.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저는 A대 의과 대학 4학년 진아연입니다. 이건 제가 노 교수님의 임상 사례를 기반으로 작성한 논문인데, 전부 다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라서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추측한 부분이 많은데, 틀린 부분이 있으면 노 교수님께 실례가 될 거 같아 한 번 봐주셨으면 합니다."노 교수는 그녀가 건네는 논문을 받았다.......박시준은 차에 탄 후 깊은 눈으로 행정부 빌딩 바라보았다.진아연이 의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그는 그녀가 예술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의 정보가 잘못된 건가?그는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운아, 전에 네가 말하기
진아연은 난감했다. "휴… 어쩔 수 없었어. 돈 때문에 새어머니가 나한테 결혼을 강요한 거야. 아직 이혼하지 못했어!""뭐? 그 X년 그러고도 사람이야?! 아연아!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어? 우리 경찰서 가자!"아연은 그녀를 말렸다. "네가 생각하는 거처럼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 그 사람과 나는 하늘과 땅이야. 언제든지 이혼할 수 있어."소정은 여전히 매우 흥분했다. "그 사람 누구야? 나한테만 알려줘. 네 남편… 니 서방…아이씨! 왜 이리 어색하지?""많이 어색하지. 이혼하고 나면 누군지 말해줄게.""안 돼! 지금 당장 알려줘! 내가 가서 그 남자랑 말하게!"아연은 소정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녀에게 말한다면, 진짜로 박시준을 찾아갈 게 뻔했다.아연과 시준의 관계는 이미 충분히 불편한데, 소정이까지 그러면 설상가상으로 더 복잡해진다."자기야~먼저 하준기에 대해 마저 조사해 줘! 그때 가면 내 남편이 누구인지 말해줄게." 아연은 그녀를 설득시켰다."으이구! 아주 자연스럽게 남편이라 부르네. 평소에도 많이 불렀나 봐?" 소정이 놀렸다.아연은 얼굴을 붉히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정말 그렇게 불러도 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을 거야. 그도 강요받은 거니까.""그건 좀 불쌍한데? 난 또 어떤 개자식이 널 갖기 위해 벌인 짓인 줄 알았지…""스톱! 너 소설을 너무 많이 봤구나!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여소정은 고개를 저으며 유감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럼 선배에겐 기회가 없는 거네. 선배가 너한테 관심 있는 거 너도 알고 있었지?"아연의 표정이 굳어버렸다."됐어! 그렇게 쳐다보지 마… 네가 선배를 좋아하지 않는 건 나도 알아. 나중에 설득해 봐야겠어… 우리 오후에 음악회나 가자! 마스터 클래스 음악회래! 필하모닉 홀에서!" 소정이 화제를 바꿨다.그때 아연의 휴대폰이 울렸다.새로운 문자 메시지가 와있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터치했다.발신자는 낯선 번호였다.하지만 문자를 보니 조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오후
경호원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진아연은 심호흡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여소정이 점심에 얘기한 음악회가 바로 이곳에서 열리는 거였다!하지만 그녀는 거절했다.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이곳에 온 것이다!다만 박시준과 함께.그러다 홀에서 소정과 마주치면 얼마나 창피할까!그녀의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속으로는 소정과 부딪히지 않기를 기도했다.이렇게 큰 홀에서 둘의 좌석과 가까울 확률은?조지운은 박시준을 위해 한 줄을 통째로 예약했다.그것도 맨 앞줄을.아연은 들어서자마자 박시준을 발견했다.맨 앞줄에는 박시준 한 사람밖에 없었다.도도하고 시크하게 앉아 있는 그의 몸에서는 비범한 아우라가 뿜겨져 나오고 있었다.아직 공연이 시작되지 않아 그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아연은 발이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이건 눈에 띄어도 너무 띄잖아!무슨 생각으로 그녀를 음악회에 데려온 거지?어젯밤 그가 그녀와 박우진을 뭐라 했는지 잊은 건가?그녀가 예술이 아름답다고 하자 그는 그런 아름다움은 부질없는 것이라 말했다."가만히 서서 뭐 합니까? 안 가고!" 경호원은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화난 표정으로 째려보았다."아저씨, 제가 좀 추워서 그러는데요… 외투 좀 빌려주시지 않을래요?" 아연은 경호원의 검은 외투를 바라보며 공손하게 물었다.경호원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외투를 열어 보였다.외투안에는 신형 무기들이 여러 개 숨겨져 있었다!헉!아연은 오금이 저리는 듯했고 도망치듯 박시준에게 갔다.그의 곁으로 다가간 그녀는 2초간 머뭇거리다가 그와 좌석 1개를 두고 앉았다.박시준은 둘 사이의 빈 좌석을 보더니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지?자기를 싫어하는건가?"좀 더워서요…" 아연이 해명했다.시준의 다른 한쪽에 앉은 경호원은 언성을 높여 물었다. "또 무슨 꿍꿍이입니까? 방금은 춥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아연은 난감함에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했다. "무슨
그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왜 그녀는 친구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걸까?그와 함께 있는 게 쪽팔리기라도 한 건가?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었다.진아연의 긴장이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다행이다! 소정에게 들키지 않았으니.소정이는 어디에 앉았을까?뒤돌아보고 싶었지만 이성이 호기심을 억눌렀다.여소정은 다른 친구와 함께 다섯 번째 줄에 앉아 있었다."첫 줄에 앉은 사람은 누구야? 좌석이 저렇게 많은 데 세 사람만 앉다니. 가관이다 정말!" 소정이 친구에게 속삭이며 불평을 늘여놓았다.친구가 분석했다. "돈이 남아도는 거지! 다섯 번째 줄도 한 좌석에 20만이 넘는데. 첫 줄은 얼마나 비싸겠냐? 딱 봐도 첫 줄을 통째로 예약한 거구만. 가운데 저 남자 뒤통수만 봐도 돈 많게 생겼어. 왼쪽에 저 여잔 딸이거나 애인이겠지. 오른쪽에 저 건장한 남자는 보디가드고."여소정도 친구의 분석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왼쪽의 저 여자 내 절친이랑 닮았어!" 소정은 진아연의 뒤통수를 보며 중얼거렸다."뒤통수만 봐도 닮은 거 알아?""그래서 절친인 거지! 내가 걔 뒷모습에 얼마나 익숙한데!" 소정은 보면 볼수록 그 여자의 뒷모습이 아연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폰을 꺼내 첫 줄을 향해 사진을 찍었다."찍지 마! 촬영 금지잖아!" 친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직접 첫 줄에 가서 보든가 하지!""됐어. 공연 곧 시작될 거야." 말하면서 소정은 아연에게 사진을 보냈다.진아연의 휴대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했다.폰을 꺼내자 여소정이 보낸 문자가 보였다. "아연아, 사진 속 이 여자 봐봐. 뒷모습이 너랑 닮지 않았어?아연은 심장이 터질 뻔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그런 모습을 본 박시준은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그의 얼굴을 본 여소정은 너무 흥분해서 숨이 멎는 것 같았다."뭐야! 너무 잘생겼잖아!""뭐야! 저 사람 박시준이잖아?!""저 사람이 박시준이라고?!""응! 내가 경제학과인 거 잊었어? 저 사람에
곰곰히 되새겨보던 진아연은 숨이 가빠졌다.박시준이 진짜 자신을 좋아한다고?그렇지 않고서야 지 입으로 그랬던 유치하고 어리석은 일을 했을리가.그녀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그녀의 손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임신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원래 날씬한 데다 식단 조절을 하다 보니 임신한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5, 6개월이 됐을 때에도 조절된 식단 조절과 헐렁한 옷으로 배를 가릴 수는 있다.하지만 7개월, 8개월, 9개월 때는?임산부가 아무리 날씬해도 임신 3분기에는 반드시 배가 많이 나오게 되어있다.그때도 여전히 박시준 곁에 남아있으면 분명히 발각될게 뻔했다.그녀는 망연히 거리를 걸었다.코트는 손에 들려 있었고, 얇은 티셔츠만 입고 있었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박시준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매우 복잡했다.어젯밤 그녀가 그에게 한 대답처럼.감히 그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의 횡포와 강압적인 태도를 그녀는 매우 혐오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조금이지만 분명히 그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그녀는 인정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인정하기 어려웠을 뿐이었다.뱃속의 아이가 두 사람을 대립하게 만들었다.아이를 지켜내고 싶다면 그녀는 그를 떠나야 했다.하지만 사람은 로봇이 아니라서 뇌가 내리는 지시를 몸이 완전히 따른다는 보장이 없었다.그녀는 대체 언제부터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을까? 그녀도 답을 몰랐다.분명히 낙태를 강요받았을 때, 그녀는 그가 죽도록 미웠는데.그날 저녁.진아연은 박시준의 저택으로 돌아왔다.손에는 작은 선물함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선물함을 거실 테이블에 내려놓았다."이모님, 이건 박시준 씨에게 주는 거예요. 나중에 들어오면 저 대신 얘기해 주세요."이모님은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잘 생각하셨어요. 대표님을 기쁘게 해드리셔야 이 집에서도 더 편하게 지내실수 있잖아요.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게 아닌 자신을 위해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