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회? 음악회?무슨 일이지??"20대 초반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로 골라봐."조지운은 바로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티켓을 예약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다음 날 오전.ST그룹.박시준은 오늘 개인 일정으로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성빈과 조지운은 회사에서 편하게 박시준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다."진아연이랑 갈 거라고 말한 거랑 다를 게 없잖아요." 지운이 웃으며 얘기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갑자기 진도가 확 나가는데. 얼마 전까지도 이혼할 거 같았잖아요!"성빈은 바로 분석했다. "또 잤나 보지. 시준이가 마음은 돌덩이 같아도, 일단 진아연에게 빠지게 된거면 마음속으론 죽도록 미워할지 몰라도 몸이 쉽게 컨트롤되지 않지."조지운 "강 부장님이 알게 되면 펄쩍 뛰겠는데요.""강진한테 말하지 마. 안 그래도 요즘 밤마다 술에 떡이 되어 있는데. 그러면 시준이가 자기를 불쌍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하나봐…" 성빈은 감탄했다. "그녀가 진아연에게 질 줄은 몰랐어.""인연이란 참 이상해요. 게다가 회장님께서는 오늘 하루 일정을 모두 뒤로 미루셨어요. 무슨 대단한 개인적인 일이 있으신지.""시준의 개인적인 일은 묻지 않는 게 좋아."지운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제가 어찌 감히."A대.의과 대학.오늘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신경내과 전문가인 노경민의 강연이 있는 날이다.진아연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 일찍 학교 강당에 왔다.일찍 오느라 왔지만 남은 건 뒤쪽 자리밖에 없었다.강연은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11시 반에 끝났다.강연이 끝나자 아연은 재빨리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노경민 교수님을 매우 존경했다.이번에 드디어 노경민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는데, 그녀는 교수님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교수님의 일행을 따라 행정부 빌딩까지 갔다.그녀가 행정부 건물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주차돼있는 검은색 벤틀리를 발견했다.이런 고급 자동차는 언제 봐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호원이 진아연을 밖으로 끌어내면서 조금 시끄러워졌다.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쪽을 향했다.진아연의 가녀린 모습을 본 박시준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진아연, 여긴 무슨 일이야?"아연은 바로 경호원의 팔을 떨쳐내고 옷을 정리한 뒤 총장실 안으로 들어갔다."노 교수님을 찾아뵈러 왔어요." 그녀는 박시준 앞으로 걸어가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도 노 교수님을 찾아온 거예요?"노경민 교수는 두 사람을 훑어본 뒤 안경을 올리며 물었다. "두 사람 아는 사이인가?" 진아연이 익숙한 사이는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박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교수님, 제 일은 꼭 비밀로 해주십시오.""걱정 말게. 의학 배우려면 먼저 덕을 닦아야 하는 법이니까.""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노경민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박시준은 긴 다리를 뻗어 진아연 곁을 지나치면서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약간 혼란스러웠다.그는 왜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을까?게다가 방금 그가 노경민 교수에게 한 말은 뭐지? 무슨 비밀을 숨겼는데?"학생, 나 찾아 온 건가?" 노경민 교수의 말이 아연을 사색에서 끌어냈다. "10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무슨 질문이라도 있는가?"아연은 바로 준비했던 문서를 꺼냈다. "노 교수님, 안녕하세요.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저는 A대 의과 대학 4학년 진아연입니다. 이건 제가 노 교수님의 임상 사례를 기반으로 작성한 논문인데, 전부 다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라서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추측한 부분이 많은데, 틀린 부분이 있으면 노 교수님께 실례가 될 거 같아 한 번 봐주셨으면 합니다."노 교수는 그녀가 건네는 논문을 받았다.......박시준은 차에 탄 후 깊은 눈으로 행정부 빌딩 바라보았다.진아연이 의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그는 그녀가 예술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의 정보가 잘못된 건가?그는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운아, 전에 네가 말하기
진아연은 난감했다. "휴… 어쩔 수 없었어. 돈 때문에 새어머니가 나한테 결혼을 강요한 거야. 아직 이혼하지 못했어!""뭐? 그 X년 그러고도 사람이야?! 아연아!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어? 우리 경찰서 가자!"아연은 그녀를 말렸다. "네가 생각하는 거처럼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 그 사람과 나는 하늘과 땅이야. 언제든지 이혼할 수 있어."소정은 여전히 매우 흥분했다. "그 사람 누구야? 나한테만 알려줘. 네 남편… 니 서방…아이씨! 왜 이리 어색하지?""많이 어색하지. 이혼하고 나면 누군지 말해줄게.""안 돼! 지금 당장 알려줘! 내가 가서 그 남자랑 말하게!"아연은 소정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녀에게 말한다면, 진짜로 박시준을 찾아갈 게 뻔했다.아연과 시준의 관계는 이미 충분히 불편한데, 소정이까지 그러면 설상가상으로 더 복잡해진다."자기야~먼저 하준기에 대해 마저 조사해 줘! 그때 가면 내 남편이 누구인지 말해줄게." 아연은 그녀를 설득시켰다."으이구! 아주 자연스럽게 남편이라 부르네. 평소에도 많이 불렀나 봐?" 소정이 놀렸다.아연은 얼굴을 붉히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정말 그렇게 불러도 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을 거야. 그도 강요받은 거니까.""그건 좀 불쌍한데? 난 또 어떤 개자식이 널 갖기 위해 벌인 짓인 줄 알았지…""스톱! 너 소설을 너무 많이 봤구나!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여소정은 고개를 저으며 유감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럼 선배에겐 기회가 없는 거네. 선배가 너한테 관심 있는 거 너도 알고 있었지?"아연의 표정이 굳어버렸다."됐어! 그렇게 쳐다보지 마… 네가 선배를 좋아하지 않는 건 나도 알아. 나중에 설득해 봐야겠어… 우리 오후에 음악회나 가자! 마스터 클래스 음악회래! 필하모닉 홀에서!" 소정이 화제를 바꿨다.그때 아연의 휴대폰이 울렸다.새로운 문자 메시지가 와있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터치했다.발신자는 낯선 번호였다.하지만 문자를 보니 조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오후
경호원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진아연은 심호흡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여소정이 점심에 얘기한 음악회가 바로 이곳에서 열리는 거였다!하지만 그녀는 거절했다.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이곳에 온 것이다!다만 박시준과 함께.그러다 홀에서 소정과 마주치면 얼마나 창피할까!그녀의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속으로는 소정과 부딪히지 않기를 기도했다.이렇게 큰 홀에서 둘의 좌석과 가까울 확률은?조지운은 박시준을 위해 한 줄을 통째로 예약했다.그것도 맨 앞줄을.아연은 들어서자마자 박시준을 발견했다.맨 앞줄에는 박시준 한 사람밖에 없었다.도도하고 시크하게 앉아 있는 그의 몸에서는 비범한 아우라가 뿜겨져 나오고 있었다.아직 공연이 시작되지 않아 그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아연은 발이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이건 눈에 띄어도 너무 띄잖아!무슨 생각으로 그녀를 음악회에 데려온 거지?어젯밤 그가 그녀와 박우진을 뭐라 했는지 잊은 건가?그녀가 예술이 아름답다고 하자 그는 그런 아름다움은 부질없는 것이라 말했다."가만히 서서 뭐 합니까? 안 가고!" 경호원은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화난 표정으로 째려보았다."아저씨, 제가 좀 추워서 그러는데요… 외투 좀 빌려주시지 않을래요?" 아연은 경호원의 검은 외투를 바라보며 공손하게 물었다.경호원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외투를 열어 보였다.외투안에는 신형 무기들이 여러 개 숨겨져 있었다!헉!아연은 오금이 저리는 듯했고 도망치듯 박시준에게 갔다.그의 곁으로 다가간 그녀는 2초간 머뭇거리다가 그와 좌석 1개를 두고 앉았다.박시준은 둘 사이의 빈 좌석을 보더니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지?자기를 싫어하는건가?"좀 더워서요…" 아연이 해명했다.시준의 다른 한쪽에 앉은 경호원은 언성을 높여 물었다. "또 무슨 꿍꿍이입니까? 방금은 춥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아연은 난감함에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했다. "무슨
그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왜 그녀는 친구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걸까?그와 함께 있는 게 쪽팔리기라도 한 건가?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었다.진아연의 긴장이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다행이다! 소정에게 들키지 않았으니.소정이는 어디에 앉았을까?뒤돌아보고 싶었지만 이성이 호기심을 억눌렀다.여소정은 다른 친구와 함께 다섯 번째 줄에 앉아 있었다."첫 줄에 앉은 사람은 누구야? 좌석이 저렇게 많은 데 세 사람만 앉다니. 가관이다 정말!" 소정이 친구에게 속삭이며 불평을 늘여놓았다.친구가 분석했다. "돈이 남아도는 거지! 다섯 번째 줄도 한 좌석에 20만이 넘는데. 첫 줄은 얼마나 비싸겠냐? 딱 봐도 첫 줄을 통째로 예약한 거구만. 가운데 저 남자 뒤통수만 봐도 돈 많게 생겼어. 왼쪽에 저 여잔 딸이거나 애인이겠지. 오른쪽에 저 건장한 남자는 보디가드고."여소정도 친구의 분석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왼쪽의 저 여자 내 절친이랑 닮았어!" 소정은 진아연의 뒤통수를 보며 중얼거렸다."뒤통수만 봐도 닮은 거 알아?""그래서 절친인 거지! 내가 걔 뒷모습에 얼마나 익숙한데!" 소정은 보면 볼수록 그 여자의 뒷모습이 아연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폰을 꺼내 첫 줄을 향해 사진을 찍었다."찍지 마! 촬영 금지잖아!" 친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직접 첫 줄에 가서 보든가 하지!""됐어. 공연 곧 시작될 거야." 말하면서 소정은 아연에게 사진을 보냈다.진아연의 휴대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했다.폰을 꺼내자 여소정이 보낸 문자가 보였다. "아연아, 사진 속 이 여자 봐봐. 뒷모습이 너랑 닮지 않았어?아연은 심장이 터질 뻔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그런 모습을 본 박시준은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그의 얼굴을 본 여소정은 너무 흥분해서 숨이 멎는 것 같았다."뭐야! 너무 잘생겼잖아!""뭐야! 저 사람 박시준이잖아?!""저 사람이 박시준이라고?!""응! 내가 경제학과인 거 잊었어? 저 사람에
곰곰히 되새겨보던 진아연은 숨이 가빠졌다.박시준이 진짜 자신을 좋아한다고?그렇지 않고서야 지 입으로 그랬던 유치하고 어리석은 일을 했을리가.그녀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그녀의 손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임신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원래 날씬한 데다 식단 조절을 하다 보니 임신한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5, 6개월이 됐을 때에도 조절된 식단 조절과 헐렁한 옷으로 배를 가릴 수는 있다.하지만 7개월, 8개월, 9개월 때는?임산부가 아무리 날씬해도 임신 3분기에는 반드시 배가 많이 나오게 되어있다.그때도 여전히 박시준 곁에 남아있으면 분명히 발각될게 뻔했다.그녀는 망연히 거리를 걸었다.코트는 손에 들려 있었고, 얇은 티셔츠만 입고 있었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박시준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매우 복잡했다.어젯밤 그녀가 그에게 한 대답처럼.감히 그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의 횡포와 강압적인 태도를 그녀는 매우 혐오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조금이지만 분명히 그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그녀는 인정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인정하기 어려웠을 뿐이었다.뱃속의 아이가 두 사람을 대립하게 만들었다.아이를 지켜내고 싶다면 그녀는 그를 떠나야 했다.하지만 사람은 로봇이 아니라서 뇌가 내리는 지시를 몸이 완전히 따른다는 보장이 없었다.그녀는 대체 언제부터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을까? 그녀도 답을 몰랐다.분명히 낙태를 강요받았을 때, 그녀는 그가 죽도록 미웠는데.그날 저녁.진아연은 박시준의 저택으로 돌아왔다.손에는 작은 선물함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선물함을 거실 테이블에 내려놓았다."이모님, 이건 박시준 씨에게 주는 거예요. 나중에 들어오면 저 대신 얘기해 주세요."이모님은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잘 생각하셨어요. 대표님을 기쁘게 해드리셔야 이 집에서도 더 편하게 지내실수 있잖아요.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게 아닌 자신을 위해 대
"회장님, 오늘 휠체어를 안 쓰신 것 같은데 다리는 괜찮으십니까?" 조지운이 걱정하며 물었다.그는 회장이 오늘 진아연과의 데이트 때문에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만약 휠체어를 타고 진아연과 데이트 한다면 확실히 진아연에게 안좋은 데이트 경험을 가져다 줄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이렇게 세심한 사람인데. 진아연이 몰라주다니.박시준은 두 사람의 팔을 밀어내며 냉담하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박시준, 술 한잔 콜?" 성빈은 다시 그의 팔을 잡았다. "강주승이 여기 있어. 내가 걔를 부를 테니까 같이 마시자."그의 우울한 표정을 보고 성빈은 조금 걱정되었다.강주승은 강진의 오빠이다.강진이 박시준을 화나게 한 후, 성빈은 강주승을 불러왔다.강씨 집안의 회사는 용천시에 있었다.강주승은 강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평소에는 용천시에 있었다.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박시준은 대답했다. "안 가."그는 엘리베이터로 곧장 걸어갔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평온하게 걷고 있었다.데이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다리는 잘 회복된 것 같았다.저녁 7시 반, 박시준이 집에 돌아왔다.이모님은 즉시 진아연이 준비한 선물을 그에게 건넸다."회장님, 이건 사모님이 준비한 선물이에요." 시준은 선물을 받았다. 뭐가 들어 있는지 꽤 무거웠다."지금 집에 없어요?" 그가 물었다."있어요. 사모님은 식사하고 논문 쓴다고 방에 계세요."박시준은 얇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선물 상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그녀가 그에게 선물을 준비했다고? 자기가 오후에 한 행동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깨달은 건가?모든 사람은 용서받을 기회가 한 번쯤은 있어야 한다.주동적으로 선물을 준비한 그녀의 태도에 마음속의 분노가 반으로 줄어들었다.그는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선물 상자를 열었다.그의 눈앞에 나타난 건 한 권의 책이었다.이 책의 제목이 아주 눈에 띄었다.책 제목은 였다.책 표지에는 무성하게 자란 인삼 한 뿌리가 그려있었다.박시준의
그녀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녀는 노트북을 닫았다!만약 그녀가 논문을 쓰고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너무 혼란스러워서 새 문서를 생성했다.그리고 계획을 작성했다.제목은 ‘3개월 내의 이혼 계획’이었다.그녀는 임신 7개월이 되기 전에 박시준과 이혼해야 한다.그래야만 임신 3분기를 들키지 않고 두 아이를 맞이할 수 있었다.순조롭게 이혼을 할 수 없다면 최후의 방법으로는 도망가는 것 밖에 없었다.박시준의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이건 최악의 경우다.그녀는 A 국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A 국에서 생활하기를 원했기에 아이들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랄 수 있기를 바랐다.방금 그녀의 경계하는 행동은 박시준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그가 그녀의 논문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건가?아니면 논문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건가?그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한 것을 보자 그녀는 즉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제가 준 책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하며 몸을 돌려 그와 문 사이를 지나 밖으로 나갔다. "이 책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이 책에는 이치를 논하는 거 외에도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 많거든요. 저자는 제 멘토님의 멘토인데 아주 대단한 분이세요."그녀는 말하며 거실로 걸어가 테이블 위에 던져진 책을 집어 들었다.박시준은 그녀가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말을 끊는 것을 잊어버렸다."할 일 없을 때 보세요. 어느 챕터부터 읽든 상관없어요." 그녀가 덧붙였다.이모님이 물었다. "그렇게 좋은 책이에요? 사모님 얘기를 들으니 저도 사고 싶어지네요.""그럼 제가 내일 사드릴게요." 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아유, 어떻게 그래요? 그냥 제가 가서 사면 돼요.""사양하지 마세요. 엄청 싼 책이에요. 서점에서 할인하는 중이거든요. 1,500원 밖에 안 해요." 아연이 가격을 말하자 이모의 미소가 조금 굳어졌다.책의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난감했기 때문이다.박시준을 화나게 한 다음 2,000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