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되새겨보던 진아연은 숨이 가빠졌다.박시준이 진짜 자신을 좋아한다고?그렇지 않고서야 지 입으로 그랬던 유치하고 어리석은 일을 했을리가.그녀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그녀의 손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임신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원래 날씬한 데다 식단 조절을 하다 보니 임신한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5, 6개월이 됐을 때에도 조절된 식단 조절과 헐렁한 옷으로 배를 가릴 수는 있다.하지만 7개월, 8개월, 9개월 때는?임산부가 아무리 날씬해도 임신 3분기에는 반드시 배가 많이 나오게 되어있다.그때도 여전히 박시준 곁에 남아있으면 분명히 발각될게 뻔했다.그녀는 망연히 거리를 걸었다.코트는 손에 들려 있었고, 얇은 티셔츠만 입고 있었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박시준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매우 복잡했다.어젯밤 그녀가 그에게 한 대답처럼.감히 그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의 횡포와 강압적인 태도를 그녀는 매우 혐오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조금이지만 분명히 그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그녀는 인정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인정하기 어려웠을 뿐이었다.뱃속의 아이가 두 사람을 대립하게 만들었다.아이를 지켜내고 싶다면 그녀는 그를 떠나야 했다.하지만 사람은 로봇이 아니라서 뇌가 내리는 지시를 몸이 완전히 따른다는 보장이 없었다.그녀는 대체 언제부터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을까? 그녀도 답을 몰랐다.분명히 낙태를 강요받았을 때, 그녀는 그가 죽도록 미웠는데.그날 저녁.진아연은 박시준의 저택으로 돌아왔다.손에는 작은 선물함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선물함을 거실 테이블에 내려놓았다."이모님, 이건 박시준 씨에게 주는 거예요. 나중에 들어오면 저 대신 얘기해 주세요."이모님은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잘 생각하셨어요. 대표님을 기쁘게 해드리셔야 이 집에서도 더 편하게 지내실수 있잖아요.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게 아닌 자신을 위해 대
"회장님, 오늘 휠체어를 안 쓰신 것 같은데 다리는 괜찮으십니까?" 조지운이 걱정하며 물었다.그는 회장이 오늘 진아연과의 데이트 때문에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만약 휠체어를 타고 진아연과 데이트 한다면 확실히 진아연에게 안좋은 데이트 경험을 가져다 줄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이렇게 세심한 사람인데. 진아연이 몰라주다니.박시준은 두 사람의 팔을 밀어내며 냉담하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박시준, 술 한잔 콜?" 성빈은 다시 그의 팔을 잡았다. "강주승이 여기 있어. 내가 걔를 부를 테니까 같이 마시자."그의 우울한 표정을 보고 성빈은 조금 걱정되었다.강주승은 강진의 오빠이다.강진이 박시준을 화나게 한 후, 성빈은 강주승을 불러왔다.강씨 집안의 회사는 용천시에 있었다.강주승은 강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평소에는 용천시에 있었다.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박시준은 대답했다. "안 가."그는 엘리베이터로 곧장 걸어갔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평온하게 걷고 있었다.데이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다리는 잘 회복된 것 같았다.저녁 7시 반, 박시준이 집에 돌아왔다.이모님은 즉시 진아연이 준비한 선물을 그에게 건넸다."회장님, 이건 사모님이 준비한 선물이에요." 시준은 선물을 받았다. 뭐가 들어 있는지 꽤 무거웠다."지금 집에 없어요?" 그가 물었다."있어요. 사모님은 식사하고 논문 쓴다고 방에 계세요."박시준은 얇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선물 상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그녀가 그에게 선물을 준비했다고? 자기가 오후에 한 행동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깨달은 건가?모든 사람은 용서받을 기회가 한 번쯤은 있어야 한다.주동적으로 선물을 준비한 그녀의 태도에 마음속의 분노가 반으로 줄어들었다.그는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선물 상자를 열었다.그의 눈앞에 나타난 건 한 권의 책이었다.이 책의 제목이 아주 눈에 띄었다.책 제목은 였다.책 표지에는 무성하게 자란 인삼 한 뿌리가 그려있었다.박시준의
그녀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녀는 노트북을 닫았다!만약 그녀가 논문을 쓰고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너무 혼란스러워서 새 문서를 생성했다.그리고 계획을 작성했다.제목은 ‘3개월 내의 이혼 계획’이었다.그녀는 임신 7개월이 되기 전에 박시준과 이혼해야 한다.그래야만 임신 3분기를 들키지 않고 두 아이를 맞이할 수 있었다.순조롭게 이혼을 할 수 없다면 최후의 방법으로는 도망가는 것 밖에 없었다.박시준의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이건 최악의 경우다.그녀는 A 국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A 국에서 생활하기를 원했기에 아이들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랄 수 있기를 바랐다.방금 그녀의 경계하는 행동은 박시준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그가 그녀의 논문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건가?아니면 논문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건가?그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한 것을 보자 그녀는 즉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제가 준 책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하며 몸을 돌려 그와 문 사이를 지나 밖으로 나갔다. "이 책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이 책에는 이치를 논하는 거 외에도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 많거든요. 저자는 제 멘토님의 멘토인데 아주 대단한 분이세요."그녀는 말하며 거실로 걸어가 테이블 위에 던져진 책을 집어 들었다.박시준은 그녀가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말을 끊는 것을 잊어버렸다."할 일 없을 때 보세요. 어느 챕터부터 읽든 상관없어요." 그녀가 덧붙였다.이모님이 물었다. "그렇게 좋은 책이에요? 사모님 얘기를 들으니 저도 사고 싶어지네요.""그럼 제가 내일 사드릴게요." 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아유, 어떻게 그래요? 그냥 제가 가서 사면 돼요.""사양하지 마세요. 엄청 싼 책이에요. 서점에서 할인하는 중이거든요. 1,500원 밖에 안 해요." 아연이 가격을 말하자 이모의 미소가 조금 굳어졌다.책의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난감했기 때문이다.박시준을 화나게 한 다음 2,000원도
진아연은 그의 뜨겁고 진지한 눈빛에 입술이 바짝 말라들었다."먼저 가자고한 일 말인가요?"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해명했다. "제 친구가 문자로 공연이 끝나면 당신과 같이 사진 찍고 싶다고 했어요. 당신은 낯선 사람과 사진 찍는걸 싫어할거라 생각했고. 나도 왜 당신과 함께 있는지 해명하고 싶지 않았어요.""왜?"얼음 같은 한 글자였다."말하자면 너무 길잖아요… 게다가 당신과 저는 차이가 너무 크잖아요. 신분뿐만 아니라… 나이도 그렇고. 제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우린 아직 많이 유치한데… 만약 우리 둘의 관계 때문에 친구가 당신을 자주 찾아가면 짜증 날 거잖아요? 시끄러운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은 거 아니에요?"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언제든지 이혼할 수 있다는 거였다. 평생을 맹세한 사이가 아니니까.오늘 친구에게 그들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내일 바로 이혼하게 되면… 얼마나 쪽팔린 일인가.모든 게 끝난 후 말하는 게 나았다.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대답은 그를 많이 진정시켰다.그녀의 생각이 완전히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그는 그녀의 친구들과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녀 외에는 어리고 유치한 사람들을 알고 싶지 않았다."방으로 돌아가!" 그의 얇은 입술이 뻥긋했다. 그녀는 면죄부를 받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바나나 껍질을 벗기고 집요하게 그에게 건넸다. "제가 산 바나나예요. 바나나 좋아하거든요. 일반 바나나보다 더 맛있어요. 먹어봐요."그녀는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바나나 껍질이 조금 검게 변한 것을 본 그는 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의 호의를 차마 저버릴 수가 없었다.껍질을 벗긴 바나나를 받아 자그맣게 한입 물었다.입에 들어왔을 때 약간 신맛이 났다.씹고 나니 조금씩 단맛이 나기 시작했다.전체적으로는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지고 찰기가 있었다. 식감은 확실히 일반 바나나와 달랐다."껍질 쪽이 조금 갈변하긴 했지만 속이 상한 건 아니에요." 그녀의 눈은 밤하늘의 별
제목 아래의 내용은 매우 짧았다.진아연은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도무지 수가 떠오르지 않았나 보다.그래서 내용은 단 한 마디로 되어 있었다. "올해 내로 박시준과 이혼하기."그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그는 이미 변했고 그녀를 위해 양보하고 있는데 그녀는 그를 떠나기 위해 밤새 고민하고 있었다.이 '계획' 문서의 생성 시간은 어젯밤이었다.얼마나 가식적인 여자인가!한편으로는 그에게 선물을 주고 고맙다고 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방에서 이혼 계획을 짜고 있었다니!그녀가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가장 다른 건 그녀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것을.그는 그녀의 노트북을 힘주어 닫고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ST그룹.임원진 회의.오늘 박시준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심상치 않았다.그가 회의실에 들어간 이후로 계속 표정이 차가웠고 약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그의 표정을 본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각 부서를 담당하는 부장들은 꼿꼿이 앉아 숨을 크게 쉬지도 못했다.이상했다.분명히 3/4 분기 회사의 실적은 목표를 초과했는데 회장님은 왜 저렇게 화가 나계시지?회의 내내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냉담하게 각 부장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회의가 끝나자 딱 한 마디 했다. "그럼 이만."그러고는 먼저 회의실을 떠났다.조지운이 따라 나가려고 할 때 한 부장이 그를 불렀다."조 비서님, 회장님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저희 3분기 실적이 만족스럽지 않으신 건가요? 회장님께서 만족하지 못하셨다면 말씀하셔도 됩니다… 최선을 다해 달성하겠습니다!""회장님은 오늘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참말로 이상한 일입니다. 혹시 회장님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나 계획이라도 있으신 건가요?"모두가 조지운을 둘러싸고 그에게서 직접적인 정보를 얻고자 했다.조지운은 안경을 추슬려 올리며 추측했다. "여러분의 3분기 실적은 매우 좋았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매우 만족하셨을 겁니다. 기분이 안 좋으신 건 회사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인연인 거죠!""우리 진이만 불쌍하게 됐네."조지운이 말했다. "강 회장님,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강 부장님이 매우 훌륭한 여자인 건 맞습니다만 10년 동안 회장님 옆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회장님께서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10년, 20년을 더 있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강주승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조언 고맙다."그날 밤.박시준은 회사 경영진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성빈은 그와 술을 마셨다.오늘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 이유를 몰랐다.그래서 모두가 그를 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그의 눈에 취기가 돌기 시작하자, 성빈은 그의 앞에 놓인 술잔을 치웠다."시준이 너 오늘 하루 종일 몇 마디 하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냐?" 성빈은 그에게 주스를 건넸다.박시준은 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눈을 살짝 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연이가 이혼하려 해. 내가 그렇게 못난 놈이야?"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말문이 막혔다. "…"회장님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진아연의 뇌 구조가 일반 사람들과 다른 거 아니야?회장님은 외모가 준수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천재이기도 하다.그를 사모하는 여자들을 줄 세우면 남극까지 세울 수 있을 것이다.진아연은 뭘 믿고 회장님에게 상처를 주는 거지?!!"성빈 형, 진아연을 어떻게 생각해요?" 조지운이 물었다."그냥 평범한 대학생. 아, 평범하지는 않지. 얼굴은 꽤 이쁘던데. 강진이가 조금 공격적인 외모라면 진아연은 따스한 봄바람 같은 옆집 소녀?""아직 진아연을 본 적 없는데! 전화해서 나오라고 하는 게 어때요?" 누군가 제안했다.성빈은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시준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는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는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시준아, 진아연에게 연락해서 너 데리러 오라고 할까?" 성빈이 물었다.시준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었다.대답하지 않았다.성빈은 그가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별장.진아연은 책상에 앉아 논문
그의 몸에는 술 냄새와 은은한 담배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아연은 성빈 뒤에 있던 남자들이 휴대폰을 꺼내들어 그와 그녀의 사진을 찍고 있는 걸 발견했다.이 사람들은 성빈과 한 패겠지.그녀는 박시준을 힘껏 밀어냈다.그러면서 그가 넘어질까봐 재빨리 그의 팔을 움켜잡았다.기사가 보고 도와주러 왔다.두 사람은 박시준을 부축하여 뒷좌석에 앉혔다.아연이 그에게 안전벨트를 착용시키자 기사는 물 한 병을 건넸다.땀을 뻘뻘 흘리던 아연은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사모님, 물은 회장님 드리는 건데…"얼굴이 붉어진 아연은 즉시 물병을 시준의 손에 건네며 물었다. "물 마실래요?"약간 인상을 찌푸린채 눈을 감고있는 그는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그녀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못 들은 건지, 아니면 듣고도 대답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알 수 없었다.기사가 아연에게 제안했다. "사모님, 물을 먹여드리는 게 좋겠는데요."진아연은 난감함에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그의 목뒤로 손을 가져가 그의 머리를 받치려 했다.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피부에 닿자마자 그의 눈이 떠졌다.그녀는 재빨리 손을 거둬들이고 물병을 들어 물을 마셨다.박시준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컴퓨터에 있는 이혼 계획을 떠올렸다.그 계획을 어떻게 실행하려나.차는 천천히 출발했고, 묘한 분위기가 둘 사이를 감돌았다.진아연은 곁눈질로 자신을 계속 바라보는 박시준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졌다.물 한 병이 빠르게 비워졌다.그는 그녀의 손에서 들린 병을 빼앗아 옆으로 던졌다.쿵 소리와 함께 침묵이 깨졌다."내가 그 잡종을 지우라 해서 나와 이혼하려는 거지."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들려왔다.도망칠 수 없는 그녀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박시준 씨, 당신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 건 당신의 권리 맞아요. 하지만 당신은 내게서 엄마가 될 권리를 박탈할 수 없어요. 나는 아이를 갖고 싶고, 엄마가 되고 싶어요. 말해봐요. 당신과 이혼하는 것 외에 어떻게 하면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둘 사
찬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그녀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바람은 그녀를 진정시켰다.그는 방금 그녀에게 그녀 아니면 안 되는 게 아니라 했다.그 뜻을 생각해 보면 그녀가 계속 이혼을 주장하면 언젠가 동의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그렇게 생각하니 초조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렸다.집에 도착한 뒤, 이모님과 기사님이 박시준을 부축하여 차에서 내리게 했다.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걸 보고 진아연은 조용히 방으로 돌아갔다.잠시 후, 이모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 "사모님, 대표님이 저희가 손대지 못하게 해서요. 사모님께서 도와주세요! 얼굴을 좀 닦아 드리고 옷만 갈아입혀드리면 되세요."얼굴을 닦고 잠옷을 갈아입히라고?그가 지금 식물인간 상태였다면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게 아니다!술을 많이 마신 상태이긴 했어도 완전히 취해 뻗은 게 아니었다.방금 돌아오는 길에서도 둘이 싸우기까지 했는대."그냥 자게 놔두는 게 어때요?" 아연이 제안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알아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겠죠. 그냥 내버려 두죠."이모님은 경악했다. "어떻게 그래요? 잠깐만 도와주시면 되요! 사모님께서 옷을 갈아입혀 드리시면 그렇게 저항하지 않을 거예요."2층, 침실.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박시준은 잠이 든 것처럼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이모는 아연을 침대로 떠밀었다."대표님께서 술을 많이 마셔서 잠을 설치시다가 토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진아연은 이모님이 이어서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갔다.거부하려던 찰나 이모님이 이어 말했다. "대표님 다리가 중요한 회복 기간이라 다치시면 안 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안 그러면 이후의 재활 치료에 영향줄 거래요. 그래서 말인데 오늘 밤은 함께 주무세요!"아연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결국은 거절하지 못했다.인지상정상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잠이 드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굴을 닦아 드려도 괜찮아요…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