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그녀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바람은 그녀를 진정시켰다.그는 방금 그녀에게 그녀 아니면 안 되는 게 아니라 했다.그 뜻을 생각해 보면 그녀가 계속 이혼을 주장하면 언젠가 동의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그렇게 생각하니 초조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렸다.집에 도착한 뒤, 이모님과 기사님이 박시준을 부축하여 차에서 내리게 했다.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걸 보고 진아연은 조용히 방으로 돌아갔다.잠시 후, 이모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 "사모님, 대표님이 저희가 손대지 못하게 해서요. 사모님께서 도와주세요! 얼굴을 좀 닦아 드리고 옷만 갈아입혀드리면 되세요."얼굴을 닦고 잠옷을 갈아입히라고?그가 지금 식물인간 상태였다면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게 아니다!술을 많이 마신 상태이긴 했어도 완전히 취해 뻗은 게 아니었다.방금 돌아오는 길에서도 둘이 싸우기까지 했는대."그냥 자게 놔두는 게 어때요?" 아연이 제안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알아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겠죠. 그냥 내버려 두죠."이모님은 경악했다. "어떻게 그래요? 잠깐만 도와주시면 되요! 사모님께서 옷을 갈아입혀 드리시면 그렇게 저항하지 않을 거예요."2층, 침실.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박시준은 잠이 든 것처럼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이모는 아연을 침대로 떠밀었다."대표님께서 술을 많이 마셔서 잠을 설치시다가 토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진아연은 이모님이 이어서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갔다.거부하려던 찰나 이모님이 이어 말했다. "대표님 다리가 중요한 회복 기간이라 다치시면 안 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안 그러면 이후의 재활 치료에 영향줄 거래요. 그래서 말인데 오늘 밤은 함께 주무세요!"아연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결국은 거절하지 못했다.인지상정상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잠이 드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굴을 닦아 드려도 괜찮아요… 옷
"취해도 그놈의 성질머리 어디 안 가네." 그의 얼굴을 닦아주며 그녀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댔다. "누구는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요? 아오, 술 냄새야… 결벽증 있는 거 아니었어요? 다 뻥인가 봐? 다리만 완전히 회복되었어도 당신이 죽든 살든 신경 안 썼을 거야."그녀가 하는 잔소리를 들으면서 그의 호흡은 점차 평온해졌고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그녀의 목소리에는 최면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의 몸을 닦은 후, 실크 이불을 당겨 덮어줬다.화장실에 대야와 수건을 놓고 다시 침대 옆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드디어 숨 좀 돌릴 수 있게 되었다!그녀는 침대에 앉아 방을 둘러보았다.이곳에서 생활한 3개월 동안 CCTV에 찍혔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방에 있던 CCTV는 제거됐겠지?박시준의 성질은 괴팍하고 거칠어도 변태는 아니었다.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베개와 이불을 가져왔다.밤중에 시준은 여러 번 일어났다.술이 깨지 않은 듯 그는 침대 위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렇게 둘은 평화롭게 하룻밤을 보냈다.다음 날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비춰 들어왔다.큰 침대 위 아연의 팔은 시준의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그녀의 다리는 그의 허벅지 위에 올려져 있었다.매우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시준은 두통으로 깨어났다. 일어나자 코앞에 있는 아연의 작은 얼굴이 보였다.텔레파시가 통한 듯.그가 눈을 뜬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그녀도 눈을 떴다.눈이 마주쳤고, 공기는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찼다.취기는 많이 사라졌다.그녀는 곧 자신의 팔과 다리가 그를 누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가 아무 행동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넘길지 생각했다.그녀는 천천히 다리를 들어 올렸다…"안색이 아주 좋은 걸 보니 푹 잤나 보네?" 그의 목젖이 움직였고 목소리는 조금 쉬어 있었다.그의 질문에 그녀의 다리가 허공에서 어색하게 멈췄다."뭐, 그
여소정은 메뉴판을 든 채 그를 쳐다봤다. "그쪽은 지난번에 되게 이쁘게 차려입어서 남자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물론, 남자를 좋아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전 모든 성적 취향을 존중해요."물을 마시던 하준기는 하마터면 물을 뿜을뻔 했다."나에 대한 오해가 너무 크시네. 난 이성애자입니다. 여자만 좋아해요.""나도 섹시한 스타일은 아니거든요.""알았어요! 그럼 오늘 서로에 대해 다시 알아볼까요?" 하준기가 그녀에게 친절하게 손을 내밀었다.진아연을 도와 하준기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여소정은 그와 악수했다.주문을 마치고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한 시간 후."아는 형 중에 엄청 빨리 결혼한 형이 있어요. 자기 아내에게 사실 마음이 있긴 한데, 그걸 표현하기가 쑥스러운가 봐요. 얼마 전에 아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나를 통해 아내를 도와주려 했거든요." 하준기는 와인을 조금 마신 후 이야깃거리를 꺼냈다. "웃긴 건, 그 형 아내가 내가 그 형과 아는 사이인 걸 모르는 거예요. 그 형 아내가 저를 처음 만나러 나왔을 때 그 형은 매우 분해했어요. 아내가 그렇게 함부로 낯선 사람을 만나러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대요… 웃기지 않아요?"여소정이 놀랐다. "제 친구도 저번에 갑자기 자기에게 남편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누구인지도 안 알려주면서 말이에요! 걔는 계속 이혼하고 싶어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하하, 정말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네요.""맞아요! 아무튼 저는 급하게 결혼 안 해요.""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눈 소정은 그의 은행 계좌에 실제로 2,500억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법을 찾기로 결정했다."평소에 물건 살 때 휴대폰으로 결제하시나요. 아니면 카드로 결제하시나요?" 소정은 아무 일도 아닌 척 물었다."모바일 결제하죠. 그게 훨씬 편하니까요.""근데 모바일 결제에는 한도가 있지 않나요?""전 너무 비싼 물건은 거의 사지 않아요.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부
"실례합니다. 진아연 아가씨 되십니까?" 중저음의 따뜻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였다.진아연: "네. 누구시죠?"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신화 투자의 강주승이라고 합니다. 인사팀 직원을 통해서 전화번호를 전달 받아 투자 제안을 드리고 싶어 직접 전화를 드렸습니다." 라고 강주승은 말했다.진아연: "신화 투자요?" "네. 오늘 만나 뵙고자 하는데 진 아가씨께서 시간이 되실지 궁금하네요. 마침 제가 이쪽에 일이 있어 회사 근처에 나와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강주승의 목소리는 제법 진지했다.진아연은 고민 끝에 만나기로 했다.약속 장소를 정한 후, 진아연은 회사 인사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화 투자의 강주승이라는 분, 아시나요?" 인사 팀장: "네. 아주 훌륭한 투자자이십니다. 신화 투자는 국내 10대 투자 은행 중 하나입니다. 저희 부서로 직접 전화를 주셔서 물어보시길래 바로 전화번호를 드렸습니다." 진아연: "알겠습니다." "혹시 만나실 때 제가 같이 가드릴까요? 혹시 혼자 만나 뵙기가 그러시다면요." 라고 팀장은 말했다.조 부회장이 사임한 뒤, 회사의 많은 것들이 바뀌어 직원들이 많이 퇴사했다.좋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이대로 간다면 회사는 더 이상 버티긴 힘들것이다.진아연: "아니에요. 주말인데 푹 쉬세요."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진아연은 인터넷에 강주승에 대해 검색했다.강주승이 나온 기사 사진을 본 뒤, 그녀는 깜짝 놀랐다.이렇게 젊은 사람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의 나이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같은 나이의 강주승과 박시준. 박시준은 매우 성숙해 보였지만 강주승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강주승의 사진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답을 얻었다.사진 속의 강주승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박시준은 항상 굳은 표정이었다.그린 아일랜드 카페.진아연은 카페로 들어섰고 강주승은 바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진아연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말했다. "강 대표님, 안녕하세요." "하하, 너무 예의 차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하지만... 거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강주승은 바로 이어서 말했다. "투자자가 되겠습니다." 진아연은 놀라 눈이 갑자기 커졌다. "강 대표님, 정말인가요?" "네, 진심입니다. 다만 투자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논의 드릴 게 있습니다."강주승은 서류 하나를 꺼냈다. "이건 저와 저의 팀이 만든 기획서입니다. 현재 진명그룹의 개발 기획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저희 역시 자선사업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죠." 진아연은 그가 건네준 자료를 대충 넘기며 살폈다."강 대표님, 우선 이 기획서 제가 잘 검토한 뒤, 다시 상의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아, 그리고 또 말씀하실게 있다는 게 뭐죠?" 진아연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사실 약속 장소로 오기 전에는 이렇게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걱정했던 일이 잘 풀릴 거 같아 긴장했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저는 사실... 강진 오빠 되는 사람입니다." 강주승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 이복 여동생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진아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강진... 강주승.어쩐지 강주승이 익숙한 느낌이 든다 했다.그가 강진의 오빠였다니!강진과 그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사이인데. 강진의 오빠가 나서서 그녀의 회사에 투자를 하고 싶다니...이 얼마나 모순적인가!그녀는 강주승의 투자 목적에 대해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저와 강진의 관계는 보통 남매 사이와는 많이 다릅니다. 어머니가 다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유산을 저에게 물려 주셨죠..." 라고 강주승이 설명했다."강 대표님, 저에게 이런 설명을 하시는 이유가 제가 강진 씨와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알고 하신 말씀이죠? 강진 씨가 알려줬나요?" 진아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제 동생이 박시준을 매우 좋아하고 있죠. 아연 씨와 박시준이 어떤 관계인지도 알고 있고
"아니... 진아연을 데려가려고 그렇게나 많은 돈을?" 하준기는 조금 놀랐다."지금은 내 와이프니깐. 그만한 가치가 있지. 내 와이프가 아니었다면 강주승이 그렇게까지 투자할 리가 없지." 박시준의 깊은 눈동자는 점점 어두워졌다. 하준기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그냥 강주승이 진아연한테 돈 쓰게 내버려 둬! 진아연한테 돈 주는 것도 아니잖아?" 박시준이 소리쳤다. "진아연은 내 와이프야!" 하준기: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조건을 더 높여야 하지 않겠어? 그렇지 않으면 진아연은 분명 강주승 쪽을 선택할 건데." 박시준: "그렇지도 않을 거야." "그렇지도 않다는 사람이 표정이 왜 그래?" 하준기는 박시준이 평소의 그 답지 않게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박시준이 진명그룹을 인수하려는 것도 사실은 진아연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그녀는 아직 졸업도 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회사 경영에 대한 개념과 경험이 없다.그래서 회사를 매각해 그녀 앞으로 된 빚을 갚은 다음, 남은 돈으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조금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도 그녀를 위해 선택한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의 결정을 탐탁지 않아했다.그녀가 강주승의 투자 조건을 수락한다면 결국 강주승이 회사를 경영하게 될 것이다."준기야... 네가 부러워질 날이 올 줄이야. 사랑하지도 사랑을 원하지도 않으니, 고통스럽지도 않겠지." 박시준은 그를 약간 놀렸다.하준기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늘부터 솔로라고 놀리지 말아줘! 여자 친구 생겼다고, 소개로 알게 됐고. 부모님들끼리 잘 알고 계시더라고." 박시준: "다행이네. 나중에 한번 소개시켜줘." "알겠어! 진아연 문제는... 둘이 잘 이야기해 봐.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 시끄럽고, 가서 연애나 해!" 박시준은 ‘진아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진아연이 쉽지
"물론이죠! 예전에 같이 술 많이 마셨죠! 강주승과 강진. 서로 엄청 친해요. 그건 알고 계시죠?" 성빈은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진아연은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저한테는 자기 동생과 관계가 그저 그렇다고 했는데요." "거짓말이죠. 진 아가씨, 왜 갑자기 그가 투자를 결심하게 된 건지 잘 생각해 봐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진아연: "그 말은... 함정이라는 건가요?" 성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어요. 아가씨와 강진이 얼마 전에 싸웠는데 갑자기 강주승이 나타나서 투자를 하겠다? 냄새가 나지 않나요?" 진아연: "네, 그렇죠." 성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해요... 그럼 이제 밥 먹을까요. 시준아! 방금 네 와이프랑 이야기 끝냈다. 거기서 서있지만 말고 와서 앉아." 진아연은 갑자기 '와이프' 라고 불려 사레가 들릴 뻔했다.그녀가 자리에 앉은 뒤, 박시준은 그 반대편으로 걸어가 앉았다.성빈은 바텐더에서 와인 디캔터를 들고 나왔다.그리고 어느 정도 향이 올라왔을 때."진 아가씨, 좀 드실래요?" 성빈은 디캔터를 내려놓고 잔 세 개를 가져왔다.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술 잘 못 마셔요. 그리고 오늘 밤에 논문을 써야 해서요." "아, 그럼 시준이랑... 저랑 마실게요." 성빈은 자신과 박시준 잔에 와인을 채운 다음 물었다. "시준이가 이틀 전에 술이 많이 취해서 힘들었죠." 진아연은 당황해 했다. "... 아, 아니요. 혼자 그냥 자던데요." "하긴... 시준이가 주사가 없긴 하죠. 취하면 조용해지니깐요." 그리고 성빈은 말했다. "자기 마음 표현하는 것도 서툴고..."진아연: "그건 아닌 거 같던데요!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화를 내고. 이렇게까지 표현력이 좋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성빈: "..."박시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밥이나 먹어." 굳어진 얼굴을 보자 그녀는 밥그릇으로 자신의 입을
설마 돈이 벌써 떨어진 건가?! 그 많은 돈을 가져가 놓고 어떻게 벌써 다 써버릴 수가 있지?진아연은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말할 틈도 없이 진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연! 아버지가 개발한 슈퍼 브레인 시스템 너한테 있지! 당장 가져와!" 진희연은 겁에 질려 흐느끼고 있었다.진아연은 화가 났다. "진희연. 너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나한테 전화를 할 생각을 했지?! 삼촌이 회사 돈을 횡령한 거 아니?! 그건 범죄라고! 알아?! 경찰이 수사하기 시작했어!"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한 것도 아니잖아! 나는 그냥 슈퍼 브레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진아연, 지금 당장 나한테 가져와! 오늘 밤 당장!" 진희연은 이성을 잃은 듯 절규했다.진아연은 전화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진희연. 지금 어딘데?!" 진희연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진아연! 살려줘! 사실 박우진이랑 같이 카지노에 있어... 지금 우진이는 붙잡혀 있고... 지금 아빠 시스템을 가져오지 않으면... 우진의 손가락을 잘라버린데!" "카지노?! 지금 도박을 하러 갔다는 거야?" 진아연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그녀는 박우진이 도박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지금 그게 뭐가 중요해! 당장 그 기술로 구해주라고! 못 알아듣겠어?! 우진이 손가락이 잘려나갔으면 좋겠어?! 이제는 우진이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거야?!" 진희연은 절규하며 말했다.진아연은 이미 방 안으로 들어왔지만 진희연이 하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너희 둘... 정말 양심도 없구나! 이 세상에 모든 남자들이 다 죽고 박우진만 남아도 나는 다시는 안 만나! 도박으로 빚져서 감금당했구나? 그럼 네가 도와주면 되잖아! 네 삼촌이 수십억을 횡령했어! 박우진이 도박으로 수십억을 잃어버린 건 아닐 거 아니야?!" 진아연은 그렇게 말하고 화장실로 걸어들어 갔다.현기증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수를 하려 했다.진희연은 흥분하며 소리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