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합니다. 진아연 아가씨 되십니까?" 중저음의 따뜻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였다.진아연: "네. 누구시죠?"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신화 투자의 강주승이라고 합니다. 인사팀 직원을 통해서 전화번호를 전달 받아 투자 제안을 드리고 싶어 직접 전화를 드렸습니다." 라고 강주승은 말했다.진아연: "신화 투자요?" "네. 오늘 만나 뵙고자 하는데 진 아가씨께서 시간이 되실지 궁금하네요. 마침 제가 이쪽에 일이 있어 회사 근처에 나와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강주승의 목소리는 제법 진지했다.진아연은 고민 끝에 만나기로 했다.약속 장소를 정한 후, 진아연은 회사 인사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화 투자의 강주승이라는 분, 아시나요?" 인사 팀장: "네. 아주 훌륭한 투자자이십니다. 신화 투자는 국내 10대 투자 은행 중 하나입니다. 저희 부서로 직접 전화를 주셔서 물어보시길래 바로 전화번호를 드렸습니다." 진아연: "알겠습니다." "혹시 만나실 때 제가 같이 가드릴까요? 혹시 혼자 만나 뵙기가 그러시다면요." 라고 팀장은 말했다.조 부회장이 사임한 뒤, 회사의 많은 것들이 바뀌어 직원들이 많이 퇴사했다.좋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이대로 간다면 회사는 더 이상 버티긴 힘들것이다.진아연: "아니에요. 주말인데 푹 쉬세요."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진아연은 인터넷에 강주승에 대해 검색했다.강주승이 나온 기사 사진을 본 뒤, 그녀는 깜짝 놀랐다.이렇게 젊은 사람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의 나이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같은 나이의 강주승과 박시준. 박시준은 매우 성숙해 보였지만 강주승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강주승의 사진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답을 얻었다.사진 속의 강주승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박시준은 항상 굳은 표정이었다.그린 아일랜드 카페.진아연은 카페로 들어섰고 강주승은 바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진아연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말했다. "강 대표님, 안녕하세요." "하하, 너무 예의 차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하지만... 거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강주승은 바로 이어서 말했다. "투자자가 되겠습니다." 진아연은 놀라 눈이 갑자기 커졌다. "강 대표님, 정말인가요?" "네, 진심입니다. 다만 투자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논의 드릴 게 있습니다."강주승은 서류 하나를 꺼냈다. "이건 저와 저의 팀이 만든 기획서입니다. 현재 진명그룹의 개발 기획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저희 역시 자선사업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죠." 진아연은 그가 건네준 자료를 대충 넘기며 살폈다."강 대표님, 우선 이 기획서 제가 잘 검토한 뒤, 다시 상의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아, 그리고 또 말씀하실게 있다는 게 뭐죠?" 진아연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사실 약속 장소로 오기 전에는 이렇게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걱정했던 일이 잘 풀릴 거 같아 긴장했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저는 사실... 강진 오빠 되는 사람입니다." 강주승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 이복 여동생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진아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강진... 강주승.어쩐지 강주승이 익숙한 느낌이 든다 했다.그가 강진의 오빠였다니!강진과 그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사이인데. 강진의 오빠가 나서서 그녀의 회사에 투자를 하고 싶다니...이 얼마나 모순적인가!그녀는 강주승의 투자 목적에 대해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저와 강진의 관계는 보통 남매 사이와는 많이 다릅니다. 어머니가 다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유산을 저에게 물려 주셨죠..." 라고 강주승이 설명했다."강 대표님, 저에게 이런 설명을 하시는 이유가 제가 강진 씨와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알고 하신 말씀이죠? 강진 씨가 알려줬나요?" 진아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제 동생이 박시준을 매우 좋아하고 있죠. 아연 씨와 박시준이 어떤 관계인지도 알고 있고
"아니... 진아연을 데려가려고 그렇게나 많은 돈을?" 하준기는 조금 놀랐다."지금은 내 와이프니깐. 그만한 가치가 있지. 내 와이프가 아니었다면 강주승이 그렇게까지 투자할 리가 없지." 박시준의 깊은 눈동자는 점점 어두워졌다. 하준기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그냥 강주승이 진아연한테 돈 쓰게 내버려 둬! 진아연한테 돈 주는 것도 아니잖아?" 박시준이 소리쳤다. "진아연은 내 와이프야!" 하준기: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조건을 더 높여야 하지 않겠어? 그렇지 않으면 진아연은 분명 강주승 쪽을 선택할 건데." 박시준: "그렇지도 않을 거야." "그렇지도 않다는 사람이 표정이 왜 그래?" 하준기는 박시준이 평소의 그 답지 않게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박시준이 진명그룹을 인수하려는 것도 사실은 진아연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그녀는 아직 졸업도 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회사 경영에 대한 개념과 경험이 없다.그래서 회사를 매각해 그녀 앞으로 된 빚을 갚은 다음, 남은 돈으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조금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도 그녀를 위해 선택한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의 결정을 탐탁지 않아했다.그녀가 강주승의 투자 조건을 수락한다면 결국 강주승이 회사를 경영하게 될 것이다."준기야... 네가 부러워질 날이 올 줄이야. 사랑하지도 사랑을 원하지도 않으니, 고통스럽지도 않겠지." 박시준은 그를 약간 놀렸다.하준기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늘부터 솔로라고 놀리지 말아줘! 여자 친구 생겼다고, 소개로 알게 됐고. 부모님들끼리 잘 알고 계시더라고." 박시준: "다행이네. 나중에 한번 소개시켜줘." "알겠어! 진아연 문제는... 둘이 잘 이야기해 봐.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 시끄럽고, 가서 연애나 해!" 박시준은 ‘진아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진아연이 쉽지
"물론이죠! 예전에 같이 술 많이 마셨죠! 강주승과 강진. 서로 엄청 친해요. 그건 알고 계시죠?" 성빈은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진아연은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저한테는 자기 동생과 관계가 그저 그렇다고 했는데요." "거짓말이죠. 진 아가씨, 왜 갑자기 그가 투자를 결심하게 된 건지 잘 생각해 봐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진아연: "그 말은... 함정이라는 건가요?" 성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어요. 아가씨와 강진이 얼마 전에 싸웠는데 갑자기 강주승이 나타나서 투자를 하겠다? 냄새가 나지 않나요?" 진아연: "네, 그렇죠." 성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해요... 그럼 이제 밥 먹을까요. 시준아! 방금 네 와이프랑 이야기 끝냈다. 거기서 서있지만 말고 와서 앉아." 진아연은 갑자기 '와이프' 라고 불려 사레가 들릴 뻔했다.그녀가 자리에 앉은 뒤, 박시준은 그 반대편으로 걸어가 앉았다.성빈은 바텐더에서 와인 디캔터를 들고 나왔다.그리고 어느 정도 향이 올라왔을 때."진 아가씨, 좀 드실래요?" 성빈은 디캔터를 내려놓고 잔 세 개를 가져왔다.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술 잘 못 마셔요. 그리고 오늘 밤에 논문을 써야 해서요." "아, 그럼 시준이랑... 저랑 마실게요." 성빈은 자신과 박시준 잔에 와인을 채운 다음 물었다. "시준이가 이틀 전에 술이 많이 취해서 힘들었죠." 진아연은 당황해 했다. "... 아, 아니요. 혼자 그냥 자던데요." "하긴... 시준이가 주사가 없긴 하죠. 취하면 조용해지니깐요." 그리고 성빈은 말했다. "자기 마음 표현하는 것도 서툴고..."진아연: "그건 아닌 거 같던데요!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화를 내고. 이렇게까지 표현력이 좋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성빈: "..."박시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밥이나 먹어." 굳어진 얼굴을 보자 그녀는 밥그릇으로 자신의 입을
설마 돈이 벌써 떨어진 건가?! 그 많은 돈을 가져가 놓고 어떻게 벌써 다 써버릴 수가 있지?진아연은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말할 틈도 없이 진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연! 아버지가 개발한 슈퍼 브레인 시스템 너한테 있지! 당장 가져와!" 진희연은 겁에 질려 흐느끼고 있었다.진아연은 화가 났다. "진희연. 너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나한테 전화를 할 생각을 했지?! 삼촌이 회사 돈을 횡령한 거 아니?! 그건 범죄라고! 알아?! 경찰이 수사하기 시작했어!"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한 것도 아니잖아! 나는 그냥 슈퍼 브레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진아연, 지금 당장 나한테 가져와! 오늘 밤 당장!" 진희연은 이성을 잃은 듯 절규했다.진아연은 전화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진희연. 지금 어딘데?!" 진희연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진아연! 살려줘! 사실 박우진이랑 같이 카지노에 있어... 지금 우진이는 붙잡혀 있고... 지금 아빠 시스템을 가져오지 않으면... 우진의 손가락을 잘라버린데!" "카지노?! 지금 도박을 하러 갔다는 거야?" 진아연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그녀는 박우진이 도박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지금 그게 뭐가 중요해! 당장 그 기술로 구해주라고! 못 알아듣겠어?! 우진이 손가락이 잘려나갔으면 좋겠어?! 이제는 우진이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거야?!" 진희연은 절규하며 말했다.진아연은 이미 방 안으로 들어왔지만 진희연이 하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너희 둘... 정말 양심도 없구나! 이 세상에 모든 남자들이 다 죽고 박우진만 남아도 나는 다시는 안 만나! 도박으로 빚져서 감금당했구나? 그럼 네가 도와주면 되잖아! 네 삼촌이 수십억을 횡령했어! 박우진이 도박으로 수십억을 잃어버린 건 아닐 거 아니야?!" 진아연은 그렇게 말하고 화장실로 걸어들어 갔다.현기증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수를 하려 했다.진희연은 흥분하며 소리쳤
그녀가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대답한 사실들을 박시준은 알고 있다!정말... 박시준이 한 짓이란 말인가?박시준은 진명그룹의 시스템이 필요한 건가?이런 생각까지 하니 그녀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방에서 나왔다.박시준과 성빈은 이미 저녁을 다 먹고 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성빈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즉시 담배를 재떨이에 비볐다."진 아가씨, 뭐 할 이야기 있어요?"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빈을 향해 걸어갔다.그리고 성빈에게 말했다. "박시준 씨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요." 성빈: "???"지금 가라는 소리인가?그는 당황해하며 황급히 몸을 일으키고는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그럼 두 분이서 좋은 대화 나누세요. 같이 바깥에 나가서 산책도 하면서 바람도 쐬고요." 그리고 그는 떠났다.진아연은 성빈이 방금 앉았던 자리에 앉으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박우진이 방금 저한테 전화했어요. 카지노에서 도박하다 사람들한테 붙잡혔대요. 그들이 그의 손가락을 잘라 버린다고 했대요." 박시준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그도 카지노 관리인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었다.박우진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그래서 마음이 안 좋나?" 박시준은 진아연의 입에서 '박우진'이라는 말이 나오자 마음이 심란했다."지금 감금한 사람들은 진명그룹 새 시스템 기술이 그에게 있는 줄 알고 이런 짓을 꾸민 거 같아요. 시스템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고 있어요." 진아연은 또박 또박 이어서 말했다. "시스템이 그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당신과...""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박시준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고 손가락 사이로 담배 연기가 서서히 사라졌다."전... 그냥 물어보려고 온 거예요. 당신이 아니라면...""나야." 박시준은 차갑에 웃으며 말했다. "왜... 무릎 꿇고 살려 달라고 부탁하러 왔나?" 진아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당신이 죽으면 그때 무릎을 꿇을지 말지 고민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것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다.앞으로 아무도 그녀의 것이라면 빼앗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그녀가 일부러 험한 말을 할수록 박시준은 그녀를 무섭게 보기보다는 우습게 봤다."왜 웃어요?" 진아연은 그의 올라가는 입고리를 보며 불안해했다."웃겨서." 그는 비웃으며 말했다. "독선적이지 않나, 똑똑한척 하질 않나, 그러다 결국엔 자기 무덤은 지가 파고 말지." 처음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여기서 지 무덤 얘기가 왜 나오는건데?"됐고. 방에 들어가! 너만 보면 머리가 아파." 박시준은 표정이 급 어두워지면서 목소리를 깔았다."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당신 머리가 그렇게 아픈거라면 그건 병이에요." 진아연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신 전문 주치의 있잖아요? 지금 부를까요?" 박시준은 꾹 참는 듯 이를 깨물며 말했다. "가라고!" 방으로 돌아온 진아연은 기분이 제대로 다운되였다.그녀는 노트북을 접고 침대로 가서 누웠다.사실 오래 전부터 그녀는 박우진을 사랑하지 않았다.오늘 만약 진희연이 전화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두 사람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을 것이다.박우진이 도박 때문에 붙잡혀 위험한 상태라 생각하니 이상하게 기분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과거의 모든 기억들이 천천히 떠올랐다.생각하기 싫은 추억도 있지만 말이다.과거의 모든 일들이 가짜처럼 느껴졌고, 그녀는 현재 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현실이 어떤 모습인지도 모른 채, 거짓 속에서 살아가는 기분 말이다.복잡한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그녀는 천천히 잠이 들었다.새벽 2시, 박시준의 정원으로 차가 한 대가 주차되었다.이모님은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는 경호원에 의해 잠이 깼다.이모님은 서둘러 방에서 나와 잔뜩 화가 나 있는 박 사모님을 봤다."당장 가서 진아연을 불러와!" 그리고 박 사모님은 소파로 가 앉았다.이모님은 바로 진아연의 방으로 들어갔다.5분 뒤, 눈을 비비며 진아연이 거실로 나왔다."어
그가 완전히 내려오기 전에 그녀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박 사모님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 박시준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상태가 조금 호전되었다."시준... 우리 아들..." 박 사모님은 박시준에게 천천히 팔을 뻗었다.박시준은 바로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하거라. 진아연과 이혼해... 내일 당장..." 박 사모님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미안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내 잘못이야... 그렇게 불경한 여자를..."박시준은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줬다. "어머니, 저와 진아연의 일에 상관하지 마세요. 그리고 박우진의 일 역시 걱정하지 마시고요." "우진이의 손가락이 잘렸어...! 얼마나 아팠을까! 우진이는 네가 주도한 일이라고 알고 있더구나. 하지만 난 아니란 거 안다... 네가 어떻게 가족에게 그럴 수 있겠니? 넌 그런 아이가 아니야...""어머니. 이런 소리하실 거라면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박시준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진아연과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결정하기 전에... 누구도 제게 강요할 수 없습니다." 박 사모님은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설마... 좋아하게 된 거니? 그래서... 그렇게 형네 가족한테까지 등을 돌린 거니..."박시준은 어머니의 팔을 놓아주며 기사를 보고 말했다.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세요." 그리고 그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박 사모님은 아들의 단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의 아들은 자신에게 너무나도 매정했다!모든 것이 진아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변한 이유 말이다!진아연의 등장 하나로 집안 전체가 불안해졌다.진아연은 천장을 바라보며 벽에 기댄채로 침대에 앉아있었다.얼굴이 너무 아팠고.마음은 더 아팠다.얼굴의 상처는 며칠 안에 아물겠지만 그녀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괜찮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도 어느 날 갑자기 무심코 만진 상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